제목 그대로 카세 영업하러 왔쟈냐. 아 맞다 그리고 이거랑 똑같은거로 카세 커뮤에 올린거 저 맞아요. 종인은 자신의 옆에서 예쁘고 하얀 손으로 열심히 사과를 깎고 있는 세훈을 바라보았다.세훈은 진지했다.특히 요리를 할때에 세훈은 정말 진지했다. 평소 언제나 예쁘게 웃고 있는 세훈은 요리를 할때에는 웃음기 쏙 뺀 표정으로 요리에 임하였다. 언젠가 종인이 들어오고 얼마 안되 세훈에게 물었었다.세훈씨, 세훈씨는 보면 요리할때는 진지하시네요? 그 질문에 세훈은 그리 말했던 것 같다. 저는 요리할때 정성을 담거든요, 요리할때는 요리에만 집중하다보니까 그렇게 되버렸어요.이렇게 말하며 종인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어보이는 세훈에 종인은 묘하게 가슴이 떨려왔었다.종인은 세훈이 요리할때가 제일 좋았다.뭔가에 집중할때 살짝 벌어지는 세훈의 입술을 바라보며 괜히 침을 삼키곤 했다.그러다가 눈이 마주치면 괜히 헛기침을 해왔고 세훈은 그런 종인을 그저 한참을 바라보곤 다시 고개를 돌렸다. 종인은 세훈이 눈치가 없다는 게 다행이라 생각함과 동시에 27살까지 백수로 살아와 비록 낙하산으로 보조셰프를 하게 된 것이 행운이라 생각했다. * * * 종인은 흔히들 말하고는 하는 낙하산이었다. 군대도 다녀오고 대학도 다녀온 27살인 종인은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호텔, 즉 부모님의 재력만 믿고 지금껏 일이라곤 하지 않았다.27살이 될때까지 자기 힘으로는 돈을 벌지 않고 여자나 남자들을 끼고 언제나 돈을 흥청망청 써버리는 종인에 한숨만 푹푹 내쉬던 종인의 부모님은 고민 끝에, 유일하게 종인과 엇비슷한 나이를 가진 -그렇지만 착실하고 예의바른- 세훈이 있는 곳으로 강제적으로 종인을 집어넣게 되었다. 종인과 세훈의 첫 만남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지금으로부터 약 1달전, 호텔 관계자가 뒷정리를 하기 위해 혼자 분주하게 주방을 움직이던 세훈을 따로 불러내었다. 그 곳엔 딱 봐도 비싸보이는 정장을 입은 종인이 있었다. 종인의 표정은 누가 보더래도 하기 싫다는 표정이었다. 한 마디로 도살장에 끌려나가는 한마리의 소 같았다. 그런 종인의 표정에도 세훈은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종인에게 말을 붙였다. "오세훈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먼저 손을 내미는 세훈에, 종인은 세훈의 하얀 손을 잡았다. 그리고 자신 역시 잘 부탁한다며 뚱한 표정으로 대답하였다. 세훈은 뭐가 그리 좋은지 생글생글 웃어보였다. "아, 저기 종인씨, 종인씨는 언제부터 일하시는 거예요?" "그건 저도 몰라요. 아직 그 얘기는 못 들어서." "아아, 그렇구나.혹시요 지금.." 시간되세요? 시간 되시면 잠깐 주방 구조라도 보고 가세요. 종인은 사실 요리랑 굉장히 거리가 먼 사람인지라, 딱히 흥미로운 제안은 아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인은 세훈과 함께 주방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볼때보다 넓죠?" "그러게요, 생각보다 넓네." "지금 나랑 종인씨만 있어서 그래요, 낮엔 전쟁터예요.죽어요 죽어." 장난스레 자신의 목을 손으로 긋는 행동을 하며 세훈이 웃어보였다. "근데 종인씨, 갑자기 왜 여기로 온거예요?" "..." "아 그게, 기분 나쁘라고 한 말이 아니라, 너무 갑작스럽게 종인씨가 들어와서요." "낙하산. 낙하산이죠 뭐, 아버지께서 저보고 일 좀 하래서." "아 근데 그럼 칼질을 할 수 있어요?" 아니요 전혀, 종인이 괜히 민망해져 제 머리를 긁적였다.한번 칼이나 잡아봐요. 세훈이 주방칼을 하나 꺼내건내주었다. 종인은 엉성하게 칼을 잡았고 그런 종인의 모습에 세훈이 제대로 잡게 하기 위해 종인의 손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그리고는 제대로 잡게 종인의 손을 이리저리 움직였다.종인은 아무렇지 않게 제 손을 잡아오는 세훈에 당황스러워져 세훈을 쳐다보았다. 세훈은 전혀 개의치않은 모습으로 종인의 손과 칼을 바라볼 뿐이었다. "됐다, 이게 기본 자세예요." 그나저나 종인씨, 일단 기본부터 배워야겠네요. * * * 첫 만남 이후 지금까지 한달 동안 종인은 남들이 퇴근한 다음 한시간 정도씩 더 남아 세훈과 기본을 쌓았다. 처음에는 칼도 엉성하게 잡던 종인이었지만 이젠 제법 능숙하게 잡아왔다. 물론 잡는 것이 끝이었지만 세훈은 그런 종인에게도 활짝 웃어주며 칭찬을 건네주었다. 점점 잘 잡네요, 종인씨.따뜻한 진심 어린 세훈의 한마디에 종인은 기분이 좋아졌다. "종인씨, 이제 뭐라도 깎아볼래요? 사과 어때요?" 그리고는 사과 하나와 과도를 종인에게 건넸다.바로 해보라고 할 수는 없는 터라 일단 한번 세훈이 시범을 보여주었다.종인은 세훈이 요리할때가 제일 좋았다.뭔가에 집중할때 살짝 벌어지는 세훈의 입술을 바라보며 괜히 침을 삼켰다.그러다가 눈이 마주쳤다.민망한 분위기에 괜히 헛기침을 해왔고 세훈은 그런 종인을 그저 한참을 바라보다 다시 사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깔끔하고 예쁘게 잘라낸 세훈은 그 사과를 집어 종인의 입에 넣어주었다.그리곤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자, 비타민 먹고 힘내기. 세훈 특유의 아이같은 예쁜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종인에게 말했다.또 다시 괜한 떨림에 헛기침을 두어번한 종인은 다시 사과를 잡았다. "손 안 베이게 조심해요.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세훈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종인은 아까 세훈이 깎은 것처럼 열심히 깎아보았지만 한달동안 칼을 잡아왔지만 그렇게 능숙하게 자르는 것은 아직까진 무리였는지 이내 자신의 손을 베고 말았다. 꽤 깊게 벤 것인지 종인의 손가락에서는 피가 뚝뚝 흘러나왔다. "아.." 피가 흘러내리는 종인의 손가락을 본 세훈은 그대로 종인의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입 속에 집어넣었다.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피가 멎을 때까지 한참을 세훈의 입 속에 종인의 손가락이 넣어져있었다.쪽쪽, 하는 소리가 조용한 주방을 가득채웠다.그 분위기가 뭔가 묘해져 종인의 얼굴이 붉어졌다. 피가 멎은 것인지, 세훈이 종인의 손가락을 빼냈다. 아, 미안해요..내가 내 손 베도 그렇게 하는 게 버릇이라서. 아무리 자기가 생각해도 방금 전 자신의 행동이 민망했는지 세훈이 붉어진 얼굴을 숙인 채 변명하듯 말했다. 피로 인해 아까보다 살짝 붉어진 입술이 색정적이었다. 우물우물 거리는 입술이 유난히 예뻐보였다. 종인은 그렇게 고개 숙인 세훈에게 다가가 턱을 붙잡아 올렸다.그대로 세훈의 입에 자신의 입을 가볍게 댔다.동그랗게 커진 세훈의 눈에 슬쩍 웃어보이곤 다시 입을 뗐다. 그냥 가벼운 뽀뽀였다. 뽀뽀임에도 붉어진 얼굴을 보며 종인이 귀엽다는 듯이 바라봤다. 우물우물 세훈이 말을 했다.종인씨, "오늘도 역시 잘했어요." 칼 잡은 것도, 사과 깎은 것도, 그리고 나한테 뽀뽀한 것도.. 그 말을 끝으로 더욱 더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들고 재빨리 주방을 빠져나갔다.종인은 세훈의 그런 말에 자신도 괜히 쑥스러워져 자신의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한참을 붉어진 얼굴로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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