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210919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코드네임 에일리언


 

 

 


오늘도 역시 팬픽 'Exoxo' 를 집필하시던 팬픽쟁이 김민석은 노트북 자판에 가지런히 손을 올리고 헤드뱅잉을 하며 졸고 앉아 있다. 서프라이즈를 보며 서프라이즈 걔를 비난하고 있던 루한은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나 손 끝에 힘을 주었다. 염력으로 민석을 좀 옮겨 보려는 것이다. 엑소-Exo planet-에서는 쓸데 없는 능력이 지구에서는 쓸모가 아주 많다. 민석의 성화에 청소를 할 때도 그렇고.

루한은 손 끝에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주었다. 민석이 슬슬 위로 뜬다. 오,예. 괜히 묘한 쾌감이 든다. 루한은 몸까지 흔들거리며 민석을 들고 뒤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일단 방문도 열어놓고, 재빨리 민석을 들어다 침대에 두었다. 그런데 어째 이상하다. 사람이 잘 때는 누워서 자야하지 않는가. 말도 아니고. 루한은 머리를 긁적이며 두 손을 허공에 올리고 열심히 앞에 인사를 하고 있는 민석에게 다가갔다. 아, 귀찮아. 그래도 민석을 불편하게 재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루한은 이렇게 착한 외계인도 없을 거라며 고개를 두어번 끄덕인다.

일단 민석의 팔을 아래로 내렸다. 툭, 하고 떨구어지는 손에 놀랐는지 민석의 몸이 약간 떨린다. 그래도 두 눈을 꼭 붙이고 있는 민석을 확인하고 나서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루한이였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이럴까. 괜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 놈의 팬픽이 뭐라고, 그 놈의 아이돌이 뭐라고.

가슴께까지 이불을 덮어준 루한은 어째서인지 기분이 묘했다. 갑자기 영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이 된 기분이였다. 민석의 얼굴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기분이 이상했다. 게다가 민석의 얼굴을 이렇게까지 자세히, 가까이서 본 적이 잇었던가. 루한은 검지를 들어 민석의 콧망울 툭툭, 건드려본다. 우리 팬픽쟁이 잔소리쟁이, 잘 자네. 괜시리 비실 비실 웃음이 흘러나왔다. 따지고 보면 민석도 철 없는 나이인데, 제 또래 아이들보다 성숙하고 어른스러웠다. 하는 행동도 고2, 그 나이 때 애들답지 않게 어른스럽고. 내가 상대 하는 잘 골랐어, 하는 이상한 생각을 했다.

다람쥐 닮았다. 루한은 턱을 괴고 민석의 얼굴을 빤히 보다가, 몽글 몽글 피어나는 이상한 감정들을 억지로 상자 안에 집어넣었다. 제가 미쳤지. 루한은 재빨리 제 정신으로 돌아오기 위해 머리를 털며 방을 나왔다. 속이 이상했다. 저 따위 지구인이 뭐라고, 이러는 것인지.

"에이씨, 이게 다 그 반장때문이야."

되지도않을 반장 탓을 하며, 다시 소파에 몸을 붙이러 가는 루한이였다.

 

 

 

 

 

코드네임 에일리언
C O D E N A M E  A L I E N

6. 반장(3)


 

 

 

 


"민석아."

루한은 잠이 든 민석의 어깨에 조심스럽게 턱을 대며 나지막하게 그를 불렀다. 아예 책상과 하나가 될 생각인지, 얼굴을 제 팔에 묻고 들 생각을 안한다. 윤리시간부터 헤드뱅잉을 하길래 고개를 고이 뉘여 재웠더니, 일어나질 않는다. 쳇. 루한은 입을 삐죽이며 다시 고개를 든다. 심심함을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가만히 놔두다간 끊임없이 덧나.

"아… … ."

다 자네. 루한은 입맛을 쩝쩝 다신다. 놀려먹을 준면도 자고, 종대도 오지 않는다. 맨날 천날 사랑한다고 들러붙던 종대는 왜 하필 이럴 때 안 오는 걸까. 루한은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탐색한다. 그런데 저 멀리서, 멀대 같이 큰 남학생과 그와 반대로 자그마한 여학생이 쭈뼛쭈뼛다가온다. 사실 쭈뼛 쭈뼛은 남학생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지만.

"저기… "

루한의 눈이 그의 명찰로 간다. 박찬열.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루한은 머리를 긁적인다.

"왜?"

루한이 한쪽 머리를 괴고 아주 괴상한 자세로 그를 맞이했다. 찬열이 움찔한다. 그 옆에 서있던 여학생, 아니 혜빈은 무심하게 루한을 응시한다. 뭐지, 이 묘한 커플은.

"저기… "

찬열은 낯을 가리는지, 괜시리 자는 민석을 푹푹 찌른다. 뭐하는거야. 거슬린다. 루한은 민석을 건드리는 찬열의 손을 흘기며 미간을 구겼다.

"아, 비키."

찬열이 답답했던지 혜빈이 앞으로 나왔다. 갑자기 훅, 오는 혜빈에 놀란 루한이 움찔해 뒤로 고개를 뺏다.

"얘가, 체육복을 빌리러왔거든?"
"… 어,어."
"민석이도 자고, 친한애들도 다 자서. 진짜 급해서 꼭 빌려야겠는데 대충 안면 있는 사람이 너 밖에 없는거야. 근데 니 포스가 무서워서 이 찌질한 박찬열이 이러고 있는거야."

아, 그런거야? 이해가 쏙쏙 잘 되는 혜빈의 말에 루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당당한 신녀성新女性이네.

"얘가 빌려달래."
"… 잠깐만 기다려봐."

루한이 어기적 어기적 일어나 사물함에서 체육복을 꺼냈다. 기분이 이상했다. 학교를 졸업한지 4년이 넘었는데 제가 아직도 고등학교 사물함에서 체육복을 꺼내고 있다니. 루한은 애써 이 묘한 기분을 털어버리고 투박하게 척, 체육복을 건냈다.

"자."
"고마워.야, 박찬열."

쭈뼛쭈뼛 서있던 찬열이 고마워, 하고 재빨리 말했다. 뭐라고? 괜히 루한이 짖궂게 한번 더 묻는다. 뭐라고 다시 말해봐. 루한이 미소를 실실 흘리며 재차 물었다. 찬열의 표정이 꼭 '저 새끼는 귀찮게 계속 물어보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주 염력으로 들어가지고 유리창에 박아버릴까보다. 루한이 고개를 살짝 돌려 찬열을 흘겨보았다.

"고마워."
"그래."

잘가게, 동생. 말 없이 손을 슬슬 흔들어준 루한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혜빈이 멀대같은 찬열을 질질 끌고 나간다. 그런데 갑자기 찬열이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돌아온다. 뭐야, 얘는. 루한이 의아한 표정으로 찬열을 응시했다.

"야, 너 진짜 민석이랑 사귀냐?"
"박도비 그만하고 가자고."

혜빈이 귀찮은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루한이 힘없이 웃다, 이내 좀 골려줄까 하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좀 마음이 있어."
"……뭐?"
"사귀진 않는데, 내가 마음이 있다고."

루한은 애써 터지려는 웃음을 감추며 말했다. 찬열이 문화적 충격을 받았는지 입을 떡-하니 벌리며 놀란다. 혜빈은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루한을 올려다본다.

"진짜야?"

혜빈이 물었다. 루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진짜지. 가짜겠냐?
"헐…존나, 그럼 게이?"

찬열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응, 그렇다고 임마. 루한이 대수롭지 않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 혜빈의 날카로운 눈빛이 좀 걸리긴 했지만.

"근데 김민석한테는 비밀이다."

아마 노발대발하며 난리가 날거고, 거짓말인것이 들통 날테니까. 루한이 검지를 입에 살짝 갖다대며 쉿, 하고 말했다. 그러자 찬열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인다. 생각보다 상당히 순수한 친구인 모양이다. 혜빈은 어이가 없는지 허허 웃는다.

"자, 그럼 이만 가봐! 엄청난 비밀도 말해줬으니까."
"그래. 가자, 박도비."

어어, 그래-. 찬열이 혜빈의 손에 이끌려 나간다. 잘 나가던 두 사람이 티격 태격 하며 시야에서 멀어진다. 그런데 갑자기 혜빈이 문을 닫다 빼꼼히 내밀며 말한다.

"행쇼."

루한이 웃음을 터트렸다.

 

 

 

 

 

 


C O D E N A M E  A L I E N

 

 

 

 

 

 

 

 

청소시간. 바닥을 쓰는 것인지 제가 잠에 쓸려가는지 모르게 졸고 있던 루한이 저를 톡톡, 두드리는 손길에 비몽사몽으로 눈을 떴다. 자꾸만 몰려오려는 잠을 억지로 깨우며 일어난 루한이 제 눈을 벅벅 비빈다. 뭐야, 누구야. 그리고 점점 뚜렷해지는 상에 경악한다. 반장이다. 이민주. 루한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왜, 하고 물었다.

"나, 너한테 할 말 있어서."
"…뭔데?"

조금 까칠하게 물었더니 반장의 어깨가 처진다. 너무 그랬나. 한참 동생인 반장에게 까칠하게 대하려니 마음이 좀 아프다. 루한은 자꾸 감기려는 눈을 비볐다. 졸려 죽겠는데 반장까지 들이닥치다니.

"청소 다하고…음악실에 잠깐 와주면 안될까?"
"음악실? 여기서 하면 안되는 얘기냐?"

응. 반장이 수줍게 웃는다. 분위기를 봐서는, 분명 무슨 말이든 제게 곤란한 말일텐데. 복잡하다. 아 정말…인기가 많아도 문제라니까. 루한은 착잡한 마음을 애써 자기자랑으로 덮었다. 그러나 민석의 얼굴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 고백한다고 그렇게 좋아하던 민석의 얼굴이 떠오른다. 외계인이 문제다, 외계인이. 죽겠다, 아주.

"알았어, 그럼."

별 수 있나. 피할 수 없다면 피하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항상 마음이 같은 방향으로 흐를 수는 없는 것이니까. 그래도 제가 6년을 먼저 산 형이니, 이런 부분에서는 어른이니 착실하게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루한의 긍정적인 대답에 반장의 표정이 밝아진다. 고맙다고 기쁘게 외치는 반장의 모습에 괜시리 마음이 더 답답해졌다. 어휴…민석은 위에서 분명 열심히 청소 중일텐데. 김민석, 민석. 미칠노릇이다. 민석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은데…….

 

 

"우리…이번 주말에 데이트 할래?"
"뭐?"

역시. 루한은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가, 역시나. 좋다는 직접적인 말은 없었지만 이런 류의 말이 나올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했다. 저를 몇 일이나 봤다고 벌써 데이트 신청인걸까. 확실히 어린 지구인이라 그런가, 빠르다. 루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에따라 반장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내가 널 좋아하는 것 같…"
"미안해."
"…어?"

제가 예상했던 대답과는 달랐던 것인지, 반장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다. 루한이 재차 말한다. 미안해,진짜. 반장의 눈이 흔들린다. 루한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린 애들하고 언제까지 이래야해……. 아오, 미치겠네. 루한은 제 마음대로 흘러가지않는 일에 마음이 더 답답해졌다.

"난 좋아하는 사람 있어."
"…어?"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아, 그래?"

반장의 표정이 너무 암울해져, 안타깝기 그지없다. 루한이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없지만, 일단 있는 것으로 해두자. 임시방편으로 그 있다는 것에 민석의 얼굴을 세워두고. 왜인지는 알 수 없다. 그냥 제일 친한 지구인이니까.

"앞으로 이렇게 따로 불러내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응."

미안해 죽겠다. 저라고 이러고 싶었겠는가. 외줄타기를 하던 반장의 마음이,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고작해봐야 열 여덟, 너무 어린나이 임을 알고 있다. 괜히 모진 말을 했나 싶어 신경쓰이는 루한이였다.

"나 그럼 먼저 갈게."
"…어,어. 그래…그럼."

지구인들은 왜 이렇게 복잡하게 사는걸까. 루한은 착잡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밖으로 나왔다. 드르륵, 하는 소리가 들렸고 제 코앞에 서있는 준면과 종대를 발견했다. 아……. 매우 난감한 상황이다. 이 새끼들은 할 짓도 없지 어디 남의 고백현장을 목격하고 지랄일까. 하하, 하하하하. 루한은 조용히 두사람의 뒷목을 잡고 빠르게 아무 교실로 들어가버렸다.

"둘 다 입 뻥긋하면 멱 따버린다."
"…아까는 진짜 나긋나긋하게 말하더니…"

준면이 입을 삐죽이며 말한다. 그러나 루한의 따가운 눈총에 눈을 조용히 깐다. 세기말 냄새 나는 새끼, 세기말 냄새도 못 풍기게 해줘?

"민석이한테 말하지마라."
"…왜?"

말하면 되겠냐, 안되겠냐. 루한이 종대의 목을 잡아다가 헤드락을 걸며 물었다. 그러나 이 루한성애자 종대는 허허 거리며 웃고 앉아있다. 뭔가 좀 기분이 묘했지만 말을 이어붙이는 루한이였다.

"걔한테 말하지마. 걔 안그래도 고백한다고 난리였다고."
"그,그럼 더 더욱 말해야하는거아니야?"
"어휴, 이 어린 새끼들아. 그냥 혼자 짝사랑하는거랑 자기 마음을 고백하고 짝사랑하는게 같냐? 그리고 보낼 건 빨리 보내는게 나아. 마음이 일방통행일 때는 더더욱."
"아, 그런거야?"

종대가 루한의 팔을 풀며 말했다. 그래. 루한이 한숨을 내쉬며 끄덕였다. 어차피 차일 것이라면 확실하게 차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제 경험상으로.

"근데 너 되게 어른같이 말한다. 꼭 우리 형 같아."

어른이니까. 루한은 말없이 엷게 웃는다. 그런데 아날로그 준멘이 괜시리 허허,허허허-하고 웃으며 티를 낸다. 마치 8-90년대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하다. 아주 저걸 대가리 털을 다 뽑아버려, 진짜. 굉장히 세기말 냄새를 풍기며 웃는 준면이다. 아주 저 얼굴에 주먹을 매다 꽂고 싶다. 그러나 종대 앞에라 겨우 참는 루한이였다.

"암튼 알았어. 근데 넌 정말…좋다."

마치 깨달음을 얻은 부처의 얼굴을 하고 말하는 종대다. 루한은 순간 소름이 돋아 팔을 벅벅 긁었다. 지구에는 원래 이렇게 미친 인간들 밖에 없나.

 

 

 

 


C O D E N A M E  A L I E N

 

 

 

 

 

 


민석은 기분이 좋았다. 날이가면 갈수록 조회수도 올라가고, 댓글도 많아지고. 게다가 오늘은 그가 고백하기로 마음먹은 날이다. 누가 보면 무슨 고백을 그렇게 날짜까지 정해가며 하느냐고 묻겠지만, 굉장히 세심한 성격인 민석은 그래야만 마음이 편했다. 꼭 출전하는 장군처럼 말이다. 날짜를 정해놓고, 하루 하루 마음을 차곡 차곡 쌓는 그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민석은 하루 종일 총총 날라다녔다. 루한이 옆에서 한숨이나 푹푹 내쉬는지도 모르고.

"…좋냐? 기쁘냐? 행복하냐? 신나냐?"
"어. 힛."

힛은 지랄. 루한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는다. 이제는 아예 지정석이 되어버린 루한의 옆자리에 앉은 민석은 연신 헤실댔다. 루한은 그저 이 어린 지구인이 안타까웠다. 제 입으로 그런 것도 경험해야한다, 말했지만 상처 받을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한다는 것이 마냥 기분 좋기만 한 일은 아니였다. 루한은 애써 마음을 감추며 민석의 볼이나 쿡쿡 찌른다.

"언제 할건데?"
"청소시간에."

타이밍 보소. 어휴……. 루한은 한번 더 한숨을 내쉰다.

"근데 형 오늘따라 한숨 많이 쉬네."
"…내가 지금 꺼뜨린 땅만 백개요."
"뭐야…자랑이다, 아주."

자랑이다, 뭐. 루한은 고개를 설레 설레 저으며 민석의 대가리를 딱, 소리 나게 두들긴다.

"잘 익었네. 텅텅 비지는 않았는갑지?"
"아, 왜 때리는데!"
"때리고 싶게 생겨서."
"참 적당한 이유다."

어, 굉장히 적당하지? 루한이 얄밉게 웃으며 민석의 볼을 또, 쿡쿡 찌른다. 아, 좀! 하지말라고. 민석이 인상을 찌푸리며 루한의 손가락을 옆으로 밀어낸다. 왜 이렇게 볼이 귀엽대. 루한은 비실비실 웃으며 자꾸 민석의 볼을 찌른다. 아, 미쳤나 진짜. 내가 오늘 기분 좋아서 봐주는 줄 알아. 민석이 눈을 흘기며 볼을 문지른다.

"아무튼, 고백 잘해라."
"알았다. 형은 땅 좀 그만 꺼뜨리시고. 이 이계인아."
"…이계인은 뭔데 나만 보면 자꾸 이계인이래? 외계인이랑 다른거야? 같은 말인가?"

그런게 있어, 이 철딱서니 없는 형아. 루한의 착잡한 마음도 모르는 민석은, 그저 좋다고 또 헤실댄다. 루한은 또 한숨을 푹 내쉰다.

 

 

 

 

"바,반장!"
"응?"
"……."
"왜 그래, 민석아."
"……나 있잖아…"
"응."
"너…좋아해."

뭐? 반장이, 아니 민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다.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라 그런가보다, 싶은 민석은 다시금 크게 말했다. 나, 너 좋아해. 민석은 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반장의 표정이 한눈에 들어왔다. 느낌이 좋지 않다. 반장이 제게 마음이 없다는 것은 사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현실로 와닿으니 아프다, 많이. 민석은 멋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네가 날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아."
"……민석아."

반장의 표정이 오묘했다.

"혹시…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는거야?"

반장의 표정이 더욱, 오묘해졌다. 민석은 불안했다. 저보다 나은 사람일까봐, 저보다 훨씬 멋진 사람일까봐. 마음이 아팠다. 지난 1년 조금 넘는 시간들이, 반장을 좋아했던 시간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였다.

"너…몰라서 묻는거야?"

뭐? 민석의 눈이 커다래졌다. 무슨 말이야. 민석의 의아한 표정에 반장의 표정이 더욱 의아해졌다. 너, 정말 몰랐어? 난…네가 아는줄 알았어. 마치 누가 머리를 망치로 때린 것처럼 멍해졌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반장의 말에 머리를 열심히 굴려봤지만, 몇 번이고 돌려보았던 반장과의 순간들을 다시 보았지만 생각나지 않았다. 민석은 다시 물었다. 무슨 말이야?

"나…루한…좋아해서…"
"뭐?"
"정말 몰랐던거야? 미안해. 미안해…난 네가 진짜 알고 있는 줄 알았어…"
"……."

어이가 없다. 상처 이전의 문제다.

"그제, 내가 고백도 했어…루한이 아무 말도 안해?"

고백이라니. 루한은 제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아, 그러고보니 저를 보고 한숨을 자주 내쉬기는 했다. 그럼 그게 그런 뜻이였단 말인가. 화가났다. 왜 제게 말을 하지않았을까. 그랬다면 이런 창피한 상황도 겪지 않았을 것이 아닌가. 민석은 아랫입술을 가득 깨물었다. 루한이 원망스러웠다. 왜 제게 말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되길 바란 것은 아닐까. 애초에 저를 친구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감정이 목까지 끌어올랐다.

"그래, 알았어. 미안해, 나 먼저 가볼게."

민석의 손이 무심하게 음악실 문을 열었다. 쾅, 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왜 그런 사람있잖아. 겁나 막…겉은 여리 여리한데…왈가닥인 사람."
"왈가닥? 야, 이거 90년대 순정만화에 나오는 말 아니야?"
"저 새끼 세기말 냄새 한 두번이냐?"

종대의 말에 어이없다는듯이 대꾸한 루한이 저 멀리서 화가 난 표정으로 달려오는 민석을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루한은 아, 하고 깨달음을 얻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나보다. 루한은 입을 풀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어떻게든 민석에게 얻어터지겠지. 그래도 다행이다. 운동장에 사람이 없어서. 루한은 그와중에 주변을 살피고 앉아있다.

"사실이야?" 

한참 세기말 냄새를 풍기던 준면과 그 세기말 냄새를 온 몸으로 방어하던 종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민석을 올려다보았다. 헐…왜 그래 김민석? 종대가 벌떡 일어나 앞으로 달려드려는 민석을 막아섰다.

"말을 해야지 알지, 새끼야."

루한이 해탈한 표정으로 일어나 엉덩이를 탈탈 털었다. 민석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어, 김치만두. 루한이 허허 웃었다. 그러나 민석은 루한의 웃는 낯짝에 주먹을 퍼부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루한이 이상한 외계인이라도,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건만. 그 믿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제 마음과 함께.

"왜 나한테 말 안했어?"
"뭘."

루한이 조금씩 앞으로 다가섰다. 종대가 얼른 뒤로 가라 말했으나 루한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듯 앞으로 나섰다. 준면은 그들 사이에서 안절부절, 난리도 아니다.

"왜 반장이 너 좋아하는거, 말 안했냐고. 고백도 했다던데."

헉. 종대와 준면의 눈이 맞부딪힌다. 그러나 준면의 세기말적인 눈빛에 얼른 고개를 돌린 종대가 민석을 달랜다. 민석아, 조금만 진정해. 루한이 그러고 싶어서 그런거 아니야. 그러나 민석의 귀에 종대의 말이 들어올리가 없다. 오직, 루한의 재수없는 표정만 눈에 들어온다.

"말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뭐?"
"결국 넌 병신처럼 고백도 못하고 혼자 저 병신이네-나 힘드네-하면서 있었겠지."

팬픽쓰면서. 주변 눈치를 보며 마지막 말은 고이 삼킨 루한이였다.

"어쨌든 넌 걔를 좋아하고, 좋아했고, 앞으로는 다른 사람을 좋아할거고."
"……."
"반장이 나를 좋아하든, 다른 애를 좋아하든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바보야."
"……."
"네가 걔를 좋아하는게 중요한거잖아. 아니야? 여기서 제일 중요한건 니가 걔한테 니 마음을 전달했다는거야."
"……."
"내가 너한테 말안한건, 지레 겁먹고 니가 고백도 안할까봐 그런거야. 이런게 경험이라고, 새끼야."

민석의 어깨가 처진다. 아랫입술을 가득 깨문 민석의 고개가 서서히 수그러든다. 종대와 준면의 눈이 반짝이며 루한을 향했다.

"차여서 슬프냐?"
"…존나 슬프다."

민석이 눈시울이 붉어졌다. 제딴에는 진심이였다. 루한의 말에는 한치의 오차도 없었다. 그래, 중요한 것은 제가 반장에게 마음을 전했다는 것이다. 루한이 제게 말을 안 한것도, 그래서이리라. 그렇게 생각하자 곧 눈물이 나올 것 처럼 눈이 뜨거웠다. 루한이 고마워서, 미안해서. 제 멋대로 오해해버린 제 머리가 원망스러워서. 종대가 이내 팔을 풀었다. 루한이 엷게 웃으며 민석을 덥썩, 안아주었다. 괜히 마음이 더 쓰이는 지구인이다. 참, 이상하게도.

"뭐라그랬는데, 걔가?"
"…쪽팔려."
"좀 쪽팔릴만도 해?"

루한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민석의 볼을 또, 툭툭 건드린다. 민석이 힘없이 웃으며 루한의 등을 끌어안는다. 형, 미안해. 됐어, 인간아. 이 지구인새끼. 루한이 민석의 등을 아프지 않게 툭, 친다.

"괜찮아 새끼야. 원래 그런 일도 있는거지."
"…으이씨…"
"우리 민석이. 첫사랑도 해보고- 장하다!"

루한이 품에서 민석을 떼어놓고 얼굴을 마주보고 픽, 웃는다. 야야, 존나 김민석 우니까 개 못생김. 루한이 종대와 준면을 향해 말했다. 긴장이 풀린 종대와 준면이 민석에게 와르르 달려들었다.

"야, 김민석- 엄청 좋아했나보다?"
"티났냐?"
"어, 존나."

종대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민석의 허리를 안아 올리며 놀렸다. 야야, 울지마. 존나 못생긴 얼굴 더 못생겨보임.

"괜찮아, 좋은 여자가 너한테 올거야. 그런건 하늘이 다 정해주셔. 운명이 아니라서 그래."

…뭐야. 세사람의 원망 가득한 눈이 준면에게 향한다. 존나 너는 끝까지 세기말이세요. 너는 하느님이 어떤 능력을 주셨길래 그런 능력을 가졌니.

 

 

 

 

 


 


C O D E N A M E  A L I E N

 

 

 

 

 

 

 


「오늘 쉰동의 심심풀이!  대세돌 KM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사연 주제는 바로 그 진부하지만 늘 설레는, '첫사랑'인데요. 어때요, KM멤버들 자신있습니까?」
「예아- 자신 있습니드아-」
「아주 소리가 우렁차요. 역시 대세돌 KM. 그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 카이씨가 먼저! 첫번째 사연 읽도록 하겠습니다.」
「네! 저 카이가, 첫번째 사연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불안해요.」
「네?」
「우리 카이씨 잘할거라구요~」

얽. 첫사랑이라니. 열심히 민석의 한자 숙제를 가지고 와 베끼고 있던 루한이 힐끗, 노트북에 빠져들어갈 것처럼 글을 쓰고 있는 민석을 응시했다. 의외로 민석은 표정변화없이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아, 다행이네. 루한은 라디오를 끄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 다시 한자 숙제에 집중했다.

「익명으로 사연 신청하셨네요. 서울에 거주하고 계시는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의 사연입니다. 안녕하세요, KM형님들! 저는 고2, 한참 KM형님들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고등학생입니다.」

뭔가 불안하다.

「늘 kM형님들만 쫓아다니고, 철없을 것 같던 저도 얼마전 첫사랑을 겪었어요. 전 횟수로만 2년간 반장을 짝사랑했었어요.」
「우워어-반장을요?」

점점 더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그 친구는 제가 1학년때부터 같은 반이였고, 쭉 반장을 도맡아하던 친구였는데, 어느 순간 제가 반장을 좋아하고 있더라고요. 그냥, 너무 좋았습니다. 그 친구가 참 아담하고, 하얗고 조용한 친구였는데…저는 그냥 그 친구가 하는 양이 다 귀엽고 예뻐보였습니다. 그런데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아- 그렇죠.」
「찬열씨 리액션 시끄럽구요. 아무튼, 그렇게 짝사랑만하면서 살던 중에 어떤 한 친구가 전학을 왔습니다.」

어떤 한 친구는 지금 한자 숙제를 하다말고 귀를 쫑끗 세우고 경직된 눈으로 사연의 주인공을 응시하고 있다. 저 뻔뻔하기 그지없는 김민석은 콧노래까지 불러가며 자판을 두들기고 있다.

「그 친구는…뭐, 네. 인정하겠습니다. 좀 잘생겼어요. 풍문으로 들리는 바에 의하면 요정이라는 별명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나 제가 절대 꿀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키는 제가 좀 작아요. 근데 그 친구도 별로 볼 거 없거든요?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꿀릴 것 하나 없는 이 친구를  반장이 좋아하게 된거예요.」
「아…너무 안타깝네요. 사실 저는 이런 상황이였으면 그냥 흘려보냈을 것 같아요. 유치원생때도-」
「찬열씨 리액션 여전히 시끄럽구요. 아무튼, 저는 그것도 모르고 그 친구에게 마음을 고백했더랬죠. 그러나 반장은 이미 전학생을 좋아하고 있었기때문에 거절했습니다. 마음이 아팠지만, 저는 이해했습니다.」
「어린친구가 참, 멋지네요. 제가 이런 친구들 참 좋아하는데요, 저도-」
「…….」
「알았어요, 말 안하면 되잖아…….」
「삐졌어요?」
「사연 계속 읽어주세요,카이씨.」
「크하하, 아이 왜그래요- 하하하, 아무튼 왜냐하면 이런 것도 다 경험이고, 제가 자라는 데 도움을 줄 하나의 과정이니까요. 만약에 제가 반장이 전학생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해도 저는 마음을 고백했을겁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가 그 친구를 좋아했고, 그 친구에게 마음을 고백했다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더 떳떳할 수 있습니다. 제가 그 친구를 좋아해서, 고백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KM형들 팬도 계속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면 언제가는 짝사랑이 아니라 진짜 연애를 할 수 있겠죠? 하셨습니다. 아- 정말 멋지네요오-」
「…….」
「아이, 찬열씨 장난이예요…」

민석씨, 장난아니예요. 루한이 썩은 표정으로 민석을 응시했다. 넌 도대체 뭐하는 새끼야.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해학이 아니라, 아픔을 KM쟁이 사연으로 승화시키는 재수없음이다. 민석이 어깨를 으쓱이며 왜 그러냐는듯 저를 응시한다. 하……. 저건 도대체 뭐하는 지구인이야. 루한은 어이가 없다. 이렇게 왜곡해서, 거짓사연을 보내도 되는겁니까. 루한은 질린다는 표정으로 펜을 던져버렸다.

민석은 여전히 여유롭다.
어서와, 이런 지구인은 처음이지?

 

 

 

 


=====================================================================================

루민의 직접적인 행쇼는 아직 멀었지만..그래도 슬슬 입질이 오고 있습니다.

지루하시더라도 조금만 참아 주세요ㅜㅜ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암호닉

우유향
홍홍내가지금부터랩을한다
만두짱
은팔찌
루한부인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ㅋㅋㅋㅋㅋㅋㅋ 아잌ㅋㅋㅋㅋ 드뎌 입질이! 아직 민석이는 아니지만여ㅠㅜ 그나저나 루한아ㅠ 그렇게 돌직구적으로 말하면 사실이라고 인정해도 맘이 아프단다ㅠㅠ 이렇게 반장 에피소드는 끝나는건가여?ㅎㅎ 제가 작가님 댓글 1등하는건 운명인가봐여ㅋㅋ 어휴 세기말냄새 우유향이에여ㅋㅋ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이거 진짜 꿀잼이에요ㅋㅋㅋ막 사이가 안좋아질려나 했는데 는 무슨ㅋㅋㅋ기승전ㅋㅋㅋㅋㅋㅋ아 민석이 성격이 너무 유쾌해요ㅋㅋㅋ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홍홍입니다!! 아유ㅠㅠㅠㅠㅠㅠㅠㅠ슬슬 고지가ㅏㅏㅏㅏㅏㅏㅏㅏㅏ!!! 눈앞에 보이고 있군요!! ㅎ힣 민석이 남자 다 됬네요ㅋㅋㅋㅋㅋ 올ㅋ 남자에게 첫사랑이란..허헣 이번기회에 성장하는 민석이와 루한이ㅠㅠㅠㅠㅠㅠ엉엉 보기 좋아욯ㅎㅎ 작가님 오늘도 갈보고 갑니다!!!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처음이전2401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