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록콜록.조용한 집안이 기침소리로 가득했다. 어제 저녁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더니, 날이 밝자 결국 앓아 누웠다. 도무지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을 들어올려 이마를 짚었다. 아까보단 열이 많이 내려간것같긴한데.., 덮고있는 이불을 더욱 끌어당겼다. 선선한 가을날씨인데도 몸이 자꾸만 떨려왔다. 어제밤에 고열로 고생한 탓이라고 민석은 생각했다.
이제 한국에 돌아갈 수 있다. 그렇게 만나고싶던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거란 생각에 입가에 살짝 미소가 걸렸다. 잘 떠오르지 않는 그사람과 저의 관계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환하게 웃고있던 사진속의 얼굴을 떠올리자, 심장이 조금은 빠르게 뛰는것같기도 했다.
"또 그 사진 보고있어? 질리지도 않냐."
민석이 환하게 웃으며 세훈을 올려다봤다. 봐도봐도 안질려.왠지 이사람만 보면 기분이 좋아져.너무 밝게 웃고있잖아., 다시한번 사진을 내려다보는 동그란 머리를 보던 세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간밤에 고열에 시달렸다더니 이제는 멀쩡해진건지 전보다도 훨씬 컨디션이 좋아보였다.
작은 머리 너머로 보이는 사진을 힐끗 바라보던 세훈이 민석의 곁에 쭈그려 앉았다.
"전혀 생각 안나? 이 사람이 누군지?"
환하게 웃고있는 노란 머리의 남자를 가리키며 묻는 세훈의 물음에 민석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이사람이 누군지.
처음 미국에 갔을때는 1년만 머물 계획이었다. 어렸을때부터 좋지않았던 심장이 눈에띄게 나빠진 탓에 미국에서 치료를 받을 목적이였다. 한국과는 판이하게 다른 미국생활이 낯설기도 했지만, 묵묵히 제 옆에 있어주는 세훈이 있어 그리 외롭진 않았다.
한번은 치료를 받던 도중 심하게 앓았던 적이 있었다. 세훈이의 말로는 두달동안이나 깨어나지 못했었다고 했다. 파란눈의 의사는 일시적인 쇼크라고 걱정하지 말라며 나를 다독였지만, 두려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두달동안이나 깨어나지 못할 정도의 쇼크라면, 심장이 더욱 나빠졌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며칠 더 입원해 있으라는 세훈이의 말에 잔뜩 볼을 부풀렸다. 집만큼이나 자주 드나드는 병원이였지만, 알코올 냄새와 온통 새하얀 벽이 마음에 안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직 반도 들어가지않은 링겔을 보던 민석이 무료함에 하품을 크게 했다. 찔끔 나온 눈물을 손으로 닦아내며 핸드폰 홀더키를 눌렀다. 그리고 나오는 배경화면에 눈가를 매만지던 민석이 멈칫했다. 노란머리의 사내가 환하게 웃고있었다. 누가봐도 감탄이 절로 나올정도로 잘생긴 얼굴이었다. 남자치곤 하얀 피부가 노란색 머리와 굉장히 잘어울린다고 민석은 생각했다.
가만히 사진을 바라보던 민석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기억이 나질 않지?, 민석의 중얼거림에 잘익은 사과를 베어물던 세훈이 뭐가?, 하고 물었다. 여기 이사람. 기억이 나질 않아. 민석이 화면을 매만졌다. 쇼크때문인가? 기억상실증이라고 하기엔 민석은 너무 멀쩡했다. 여섯살때 유치원에서 소풍갔다가 혼자서 길을 잃어버릴뻔했던것도, 고등학교 시절 사귀던 여자애에게 뻥하고 시원하게 차였던것도, 대학 신입생때 환영회랍시고 술을 진탕 먹어 다음날 느꼈던 숙취까지도 생생히 기억나는데, 이상하게 이 사진속의 주인공에 대해선 조금도 기억나지 않았다. 내 배경화면이 이사람인걸 보면 각별한 사이였던것 같긴 한데.., 답답한 마음에 민석이 가슴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는것같기도 했다.
애초에 계획했던 1년간의 미국생활은 깨진지 오래였다. 더 좋아지기는 커녕 자꾸만 나빠지는 몸상태에 민석은 점점 지쳐갔다. 결국 수술을 하기로 결정하고, 조금 창백한 얼굴의 민석이 수술대에 누웠다. 얼굴에 하고있는 호흡기가 답답했다. 걱정마세요,수술은 잘 끝날거에요.저희를 믿어요., 나긋하게 말하는 간호사의 말에 민석이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간호사가 뭐라고 더 말을 하는것 같긴 한데 잘 들리지 않았다. 아마도 마취를 한 모양이였다. 점점 없어져가는 의식속에서 하나의 얼굴이 둥둥 떠올랐다. 세훈인가? 피가 섞이진 않았지만 가족같은, 아니 그보다 조금더 각별한 세훈의 얼굴일거라 생각했지만, 밝게 빛나는 금발의 머리는 세훈의 것이 아니였다. 보일듯 보이지않는 흐릿한 얼굴을 또렷하게 보려 애쓰던 민석이 이내 눈을 감았다.
" 그래서, 이 사람을 찾을거야? "
쭈그려 앉았던 세훈이 몸을 일으켰다. 얼마나 앉아있었다고 금새 다리가 저려왔다. 저린 다리를 몇번 툭툭 치던 세훈이 민석의 대답을 기다렸다. 핸드폰 배경화면을 뚫어져라 보고있던 민석이 읏차,하는 소리를 내며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핸드폰을 손에 꼭 쥐곤 또 이상한 소리를 내며 기지개를 켰다.
" 응. 찾을거야."
민석이 맑게 웃었다.
글 수정하려다가 삭제해버린 나레기ㅠㅠㅠㅠㅠㅠㅠㅠ눈이 고자인가봐요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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