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마음 인터뷰]
Q.백현씨, 도시락 맛 어땠어요?
-진짜 맛없었는데요.
Q.그거 경수씨가 되게 열심히 만든건데..
-알아요. 그게 그 작은손으로 얼마나 열심히 만들었을지 안봐도 알 것 같아요. 근데 맛이 없는건 없는거니까.
Q.경수씨한테 사랑한단말 들었을때 기분어땠어요?
-어떻긴요. 그냥 좋아서 죽는줄 알았지. 안심도 되고. 아, 나만 도경수 좋아서 환장하는거 아니구나. 도경수도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
Q.백현씨가 도시락 맛이 없다는데 실망스럽지 않아요?
-맛없는건 사실인데요 뭐. 그래도 먹긴 다 먹었어요. 백현이는 원래 그래요. 겉으로는 있는대로 싫다그러고 다 자기맘대로 하는 것 같아도 결국에는 제가 원하는대로 해줘요.
Q.사랑한단말 할 때 어땠어요?
-미안했어요, 내가 백현이한테 그렇게 표현을 안했나싶어서..앞으로는 잘 하려구요.
Q.마지막 미션은 언제?
-..........
라디오 방송을 위해 이동하는 차 안. 백현은 심기가 불편했다. 경수의 사랑한단 말을 들은 날이니 기분이 하늘을 날아도 모자랄 판이긴 했으나 경수의 소원대로 려욱이 하는
라디오를 하게 된것이다. 물론 려욱은 경수와 백현에게 친형처럼 대해주며 험난한 연예계에서 그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는 고마운 이였으나 그만 만나면 어린이에
빙의하여 백현은 본체만체 하며 10년만에 만난 형제 코스프레를 해대는게 아주 꼴불견이었다.
"오늘도 아주 그형이랑 짝짝꿍 맞아가지고 니 서방 혼자 돌부처 만들어라."
"려욱이형한테 질투하냐? 형은 자주 못만나잖아! 너는 맨날 보는데."
"그래서. 맨날 보는 나는 뒷전이어도 되고 가끔만나는 려욱형은 그렇게 붙어있어도 되고?"
"아니..그게 아니라 안그래도 요즘 연락도 자주 못하고..."
"야, 너는 오늘 밥먹으면 내일 안먹냐?"
"..어?"
"맨날 본다고 난 니가 안보고 싶은 줄 알아? 지금도 보고싶은데?"
백..현아. 미안한데 너무 느끼해 씨부럴...썩어가는 경수의 표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제 백현은 다시 경수의 허벅지에 드러누웠다. 요즘 통통하게 살이 올라서 베고 눕기가
안성맞춤이었다. 작게 웃는 백현을 보던 경수는 곧 창문을 바라보며 마지막 미션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하...
라디오국에 도착해 부스에 들어서자 방송을 준비하던 려욱과 마주쳤다. 곧바로 똥씹은 얼굴로 변질되는 백현의 옆구리를 툭 친 경수가 려욱에게 달려들어 그의 허리를 안았다.
"형!!완전 보고 싶었어요!!그동안 뭐하고 지내셨어요! 연락도 없고!"
"요즘에 엉아가 여기저기 투어다니느라 바빴다 아들. 엉아 많이 보고싶었쪄요?"
"녠녠 녜녜녜!!!경슈는 엉아가 너무너무 보고 싶었떠여!!경슈 아슈크림 사주세여 엉아!"
"어구-그래쪄 우리 아들-가자 엉아가 쪼꼬렛도 사주고 다 사줄게!"
백현은 속이 니글거렸다. 저게 대체 무슨...하..차마 선배이기에 심한말을 할 수 없는 백현이었다. 그대로 빈 속에 삭힌 홍어를 집어 넣은 것마냥 서서히 짜게 식어가던 백현을
지나치려던 려욱이 다시 그 앞에 섰다. 오호라-이놈 봐라? 지금 나를 질투한다 이거냐? 훗-귀여운 새끼.
"변서방도 같이 갈텐가?"
"..네?"
"변서방도 같이 가. 내가 커피라도 한 잔 사줄게."
변..서방이라니. 오서방도 아니고 김서방도 아닌 구린 어감이었다. 이건 마치 사또 밑에서 콧수염달고 아부나 해댈 것 같은 아주 비열해보이는 이름이었다. 변서방.
"제이름은 변백현..인데요."
"알아, 그러니까 변서방이지. 변씨니까 변서방."
한번만 말해도 알아들어요. 존나 리슨 앤 리핏 하시네요 씨발.
"아니요..저는 괜찮습니다."
"그래? 그럼 우리 아들이랑 나랑 단.둘.이.서만 가도 변서방은 괜찮은거지?"
그대로 뒤돌아서려는 려욱의 옷자락을 살짝(이라고 쓰지만 매우 세게라고 읽는다.)잡아챈 백현이 말한다.
"저는 아메리카노로. 가시죠 선배님."
도경수. 진즉에 여기저기 손 많이 타는 놈인건 알고 있었지만...제발 속타는 서방 마음 좀 알아줘라. 어?
그런 변백현의 속을 알고 있었다면 그게 어디 백치미의 상징 도경수겠는가.
매점에서 한가득 군것질거리를 사들고 온 경수는 아직 광고가 흐르는 부스안에서 이것저것 꺼내보고 먹어보고 난리가 아니었다. 저런거 자주 사먹이는 편이 아닌 백현만
심기가 점점 불편해질 뿐이었다.
"도경수."
"어? 왜?"
사탕에 정신팔려 저를 보지도 않고 건성으로 대답하는 경수의손을 잡으며 백현이 말을 이었다.
"사탕 그만 먹어. 이썩어."
"아 왜...형이 오랜만에 사줬는데.."
"그래도 그만 먹어. 너 단거 많이 먹으면 배아프잖아."
"...하나만 더 먹으면 안돼?"
"그만 먹으라고 했지. 너 또 저번처럼 주사맞고 그러고 싶어? 차라리 은단을 먹어."
"은단 맛없어!!!할아버지 냄새나!!!!"
"그럼 그냥 닥치고 먹지마. 진짜 혼난다."
"아니, 내가 우리 아가 먹으라고 사준걸 갖다가 왜 변서방이 난린가?"
아이구-존나 죄송하네요. 그렇지만 도경수는 애새끼 같아서 저런거 많이 쳐먹으면 배탈이 나서요 하하.
"아니요, 도경수가 붕어 같아서 안말리면 눈앞에 있는거 다먹거든요."
시중에 파는 그냥 사탕은 당분이 너무 많아 백현이 해외 스케쥴을 다녀오다 사오는 독일제 유기농 오가닉 사탕이 아니면 절대 경수에게 사탕같은것은 먹이지 않는 백현이니
지금 경수의 입으로 쏙쏙 사라지는 청포도 사탕이 신경쓰여 죽겠다.
흠-속으로 웃음을 삼킨채 그 광경을 지켜보던 려욱은 대본을 정리하며 생각했다. 요 귀여운 커플아. 형이 도와줄테니까 가만히 있으렴 후후.
"네-오늘의 게스트는 요즘 최고의 핫이슈!커플이죠? 백현씨 경수씨-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여러분- 저 많이 기다리셨죠? 디오입니당"
"반갑습니다. 변백현입니다."
"어머 우리 백현씨 벽돌을 드셨나? 왜이리 딱딱해요 하하"
별 웃기지도 않은데 아주 경수와 려욱 둘이서만 웃고 난리 부르스가 났다. 백현은 앞으로 두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난감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우리가 잊고 있었던 또하나의 존재. 바로 감독이었다. 그는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오늘의 촬영에 아주 만족하고 있었다. 게다가 평소에 저의 속을 무자비하게
썩였던 백현의 말린 꼴뚜기같은 표정을 보니 아주 속이 후련했다. 저장면에는 이런 자막 하나쯤 넣어주면 되겠지.
[질투에 눈이 먼 백현, 과연 그가 앞으로 취할 행동은?]
[백현의 눈엔 한없이 어린 경수...]
이딴 오글거리는 것들 말이다.
"네 이제 청취자들의 질문에 우리 두분께서 대답해주시는건에요, 잘 할 수 있죠?"
"녠녠 녜녜녜!"
아 이 미친...이건 전국으로 퍼지는 방송이야 경수야. 제발...그렇게 존나 귀엽게 대답하면 씨발 내가 여기서 어떻게 키스도 못하고 진짜...
"자, 5638님의 질문인데요, 백현오빠. 경수오빠가 가장 사랑스러울때는 언제에요?"
"아..."
"야 고민하냐?"
"아니 셀 수가 없어서."
"아이 참...하하...뭐 항상이라는거야?"
"아니, 세수안하고 나한테 안아달라고 할 때, 입에 떡볶이 국물 묻히고 웃을때, 아이스크림 먹다가 쭈쭈바 터져서 울때, 그리ㄱ,"
"그만!!"
경수는 보이는 라디오라는 사실도 잊은채 백현은 힘껏 째려봤다. 아니 이새끼가 지금 누구 국민남동생 타이틀 말아먹으려고 작정했나. 경수는 아까도 지나간 저의 화장픔
광고가 생각났다.
'이런 피부..갖고 싶나요? 그럼 저를 따라오세요-피부가 좋아하는...자연으로.'
그런데!!!떡볶이는 뭐고 세수안하는건 또 뭐야!!!!
하지만 백현의 표정에는 어떤 짗궂음도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실이니까. 메이크업한 경수의 모습보다는 떡진 머리로 제게 달려와 안기는 그 모습이 더욱 도경수 같으니
말이다. 하긴, 이것도 알았다면 그게 어디 백치미 도경수겠는가.
"7779님의 질문! 두 분 평소에 애정표현 많이 하세요?어, 저도 이질문 굉장히 궁금한데요? 겉보기에는 경수씨가 굉장히 많이 하실것 같은데. 어때요?"
"아..많이들 그렇게 아시는데..백현이가 더 많이 하는 편이에요. 막 다정하게 사랑해, 예쁘다 이런건 아닌데 그냥 지나가는 말로 툭툭-그렇게요. 저는 의외로 숫기가 없어서
잘 못해요. 그래서 항상 좀 미안해요."
"그래요? 진짜 의왼데요? 그럼 그냥 넘어갈 수가 없죠. 제가 지금 기회 드릴테니까 백현씨한테 사랑한다는 마음 좀 표현해보세요."
"네? 여기서요?"
"네, 이렇게 모두가 듣는데서 두분이 얼만큼 사랑하는지 보여주세요!지금 우리 청취자분들 난리가 나셨는데요, 어서요."
"아..그게.."
엉아..왜이러세여...저 경슈에요...엉아의 아들..저 그런거 못하는거 아시잖아요...경수는 이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이런건 둘만 있을때 따로 듣겠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묻는말에만 대답하던 백현이 입을 열었다.
"저 사랑한다는 말을 여기있는 사람 모두가 들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예능 라디온데...백현의 지나치게 낮은 목소리에 모두가 굳어 있었다.
"저는 질투가 굉장히 많아서 저 사랑한다는 소리 저만 듣고 싶어 하거든요. 그리고,"
백현아...너 왜 분위기 똥만들어...백현아...
"도경수가 하는 사랑한다는 말이 진짜 듣기 귀해서요. 저도 잘 못들어요."
라디오에서 정적은 곧 죽음이었다. 경수는 재빨리 백치미라지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빨리...아니..이 분위기를 어떻게...
"사랑해 백현아!!!!!!!!"
어쩌긴 뭘 어쨰. 이 정적이 묻힐만한 더 큰 이슈를 만들어야지
"내가 완전 사랑해 우리 백현이!!!하하!!!!!"
내가 희생해서 너 살린거다 이 망부석 같은 변백현 새끼야.
"백현이가 이렇게 질투가 많아서..제가 너무 피곤하다니까요?진짜 하하하하하하하하"
아무튼...저 성격하고는 진짜...내 손발...어쩔거야....사랑한다니...사랑한다니!!!!그것도 남들 듣는데서...
"아, 정말 그런거 같네요!!!와-많은 분들께서 백현오빠 너무 귀여우시다-라고 문자 보내주고 계신대요. 백현씨한테 이런면이 있었네요 하하하."
재빠르게 상황을 대처한 려욱으로 인해 분위기를 다시 활기차 졌지만 백현의 표정은 풀릴줄을 몰랐다.
엉겁결에 백현에게 사랑한다 말해주기를 2회 더 성공한 경수는 그걸 꺠닫기도 전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아니...이새끼 진짜....
험난했던 라디오가 끝나도 엔딩멘트와 함께 마무리 인사를 한 려욱이 헤드폰을 벗어 거칠게 던지며 백현을 향해 말했다.
"변서방. 아마추어도 아니고 아까 그게 무슨 태도야?"
"뭘 말씀하시는건지.."
"뭘 말씀하시냐하면 왜 분위기 파악을 안하고 그렇게 대쪽같이 대답을 했냐는 말씀이야. 분위기 파악 몰라?"
"저는 분위기보다 솔직한 대답을 했을 뿐인데요."
"변서방."
"..."
"좋아하고 연애하고 그런거 다 좋아. 그런데,"
"....."
"질투가 너무 과하면 화를 부르는거야. 저 봐."
려욱이 턱짓으로 가리킨 곳에서는 팔짱을 끼고 백현을 노려보는 경수가 있었다. 려욱은 조용히 부스를 나가고 그곳에는 둘 만 남았다.
"야 변백현."
"넌 또 뭐."
"진짜 이러기야?"
"뭐가."
"내가 려욱이형 얼마나 따르는지 알면서 꼭 그래야돼?"
"어. 이래야 돼. 나 원래 이렇게 생겨먹은 놈인거 몰랐어?"
"뭐?"
"이놈이나 자놈이나 다 너 물고 빨고 싶어하고 내눈에도 이렇게 사랑스럽고 좋은데 남들도 보는눈은 있으니 똑같겠다고 생각하면 나도 씨발 돌 것 같거든. 너는 장난이고
진짜 좋은 형인지는 몰라도 나는 아니야. 나말고 다른 남자가 니옆에 있는거 보면 그게 누구든 다 존나 싫어. 됐냐?"
"..너는 맨날 뭐가 그렇게 불안하고 안달나? 내가 너만 사랑하고 너랑 연애하는데?"
"아는데 나도..눈앞에 있고 너 내꺼고 내사람이고 나랑 사귄다고 전국에 소문내고 스캔들내고 도장 찍었는데도 불안한걸 어떡해."
"...."
"니가...니가 확신을 안주니까.."
"..뭐?"
"나는 씨발...안달나고 너만 보면 어쩔 줄 모르겠는데..너는 이사람 저사람한테나 잘 웃고 잘 떠들고 잘 지내고..내가 너한테 특별하다는 생각 확신못하겠으니까.."
정말이지 이 바보같은 남자를 어쩌면 좋을까. 뒤에서 조용히 촬영을 이어가던 감독과 소수의 스텝들마저 숙연해졌다. 이 게이커플이 이런 진지한 모습도 할 수 있구나..
"변백현."
"...."
"야 이 병신아."
그길로 백현의 손을 잡아 끈 경수가 아직도 진을 치고 있는 팬들이 보이는 테라스로 나왔다. 갑자기 나타난 둘의 모습에 자리를 지키고 있던 팬들의 환호가 크게 들렸다.
"사실 오늘 너 몰래 할 일이 많았어."
"뭐?"
"나만 미션을 받았거든. 어떻게 할지 고민이었는데 잘됐네."
"....."
"작가님. 잘보세요. 저 이제 미션 마무리 합니다."
"변백현!!!!!!!!!!!!!이새끼 너 진짜 사랑한다!!!!!!!!!!!!!!!!!!!!!!!!"
그리고선 부딫히는 경수와백현의 입술. 놀란 백현이 아직도 눈을 뜬채로 굳어있었지만 경수의 이어지는 딥키스.
[세번째 미션-모두가 보는 앞에서 백현씨에게 찐-한 키스 선물하기.]
사랑한다 말하기 5회 역시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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