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징어 X 엑소멤버 동거하는 썰 1
(부제; 징어의 이야기)
나는 고아다.
내가 기억도 안나던 어렸을 적, 나는 서울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성당에서 운영하는 별빛 고아원에 들어왔다. 아니, 들여보내졌다.
나중에 큰엄마, 아니 원장수녀님이 말하길 그 날은 첫눈이 내렸던 날이었다고 한다.
고아원에 들어왔을 때, 나는 며칠간 크게 앓았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몸이 약하다. 천식에 심각한 저혈압까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원장수녀님은 나를 받을지 말지 많이 고민하셨다고한다. 안그래도 입이 많은 고아원에 아픈 나는 사실 짐덩어리에 불과하니까. 별빛 고아원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면...하는 생각을 가끔한다. 그랬다면 내 인생을 어떻게 달라졌을까. 엄마..랑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까 하고.
며칠간 심하게 앓던 나는 깨어나자마자 곁에 있던 원장수녀님께 '엄마..'하며서 손을 뻗었다고 한다. 그 날 이후로 나는 원장수녀님을 엄마라고 부르게 되었다.
원장수녀님은 종종 그 순간을 오래도록 나에게 이야기해주셨다.
" 그렇게 죽을듯이 앓던 징어 네가 갑자기 스르르 일어나더니 나를 향해 손을 내밀며 엄마...라고 부르더구나. 나는 그 순간 깨달았지.. 아이를 갖지 못하는 나에게 축복이 내려왔구나. 이 아이는 나의 아이구나..징어야, 네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너 자신이 깨달았으면 좋겠구나..."
주름지게 웃으며 내 손을 쓰다듬으며 말씀하시곤 하셨다.
고아원에서의 나날은 행복했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흔히 보듯 구박받고 비참한 생활과는 정반대였다. 원장수녀님은 나 뿐만 아니라 모든 고아원 아이들을 친자식처럼 여겼고 사랑으로 대해주셨다.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소소한 행복이 있었다. 나는 여전히 원장수녀님을 엄마라고 불렀다.
그러다가 내가 근처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다.
입학식날 여느 아이들처럼 나는 엄마,라고 여겼던 원장수녀님의 손을 잡고 첫 학교로 입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다른 아이들과 별다른 점이 없다고 여겼다.
입학식 다음날, 담임선생님께서 나를 조용히 불렀다.
" 징어 너, 고아라고 함부로 행동했다가 아주 혼날 줄 알아. 다른 친구들한테 피해주면 선생님이 가만두지 않겠어."
그래, 나는 고아다.
고아원에서 다른 친구들과 웃을때도, 원장수녀님을 엄마엄마 하며 따를 때 다른 수녀님들이 숙덕거리던 모습을 보고도 모르는척 넘길때도,
가끔씩 꿈에 나타나는 그 얼굴을 떠올릴때도 .
항상 부정하고 싶었던 사실은 내가 죽을때까지 흉터처럼 남게될 그 딱지, 내가 '고아'라는 사실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원장수녀님을 엄마 라고 부르지 않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일부러 더 선생님말을 듣지 않고, 친구들을 괴롭히고, 이유없이 난동을 부렸다. 그럴때마다 수업이 마치고 나는 담임선생님께 맞았다.
울기 싫었다. 그래, 나 고아다 이를 악 물고 참았다. 하루하루 늘어나는 매질의 양을 버티지 못한 몸은 곳곳에 상처를 드러냈다.
그리고 나는 그 상처를 원장수녀님께 똑같이 난도질했다. 그렇게 몇개월이 흘렀다.
늦은 밤이었다. 굳게 닫힌 방문을 누가 살며시 열고 들어왔다. 발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지만 옆으로 돌아누워 자는 척을 했다.
발소리의 주인은 가만히 내 머리칼을 쓸어내렸다.
"우리 예쁜 징어.....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엄마...아니 수녀님이 미안해.....그래도 징어야, 수녀님 예전처럼 수녀님얼굴이라도 한 번 봐주면 안되겠니?.....우리 징어"
툭. 눈물이 옆으로 흘러내렸다.
수녀님이 누워있는 품에 살며시 안으셨다. 예전에 내가 그랬던 것 처럼.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을만큼 나왔다.
"흡....흑....."
"징어야...친엄마...많이 보고싶지..."
그렇게 부둥켜안고 한참을 운것같다. 그동안의 자초지종을 들은 원장수녀님은 나를 바로 다른 학교로 전학보내셨고, 나는 더이상 엇나가지 않기로 했다.
호칭은 엄마에서 큰엄마로 바꼈다. 처음에는 엄마, 하고 말이 나가려다가 이 사건 이후 이제는 불현해진 그 이름이 낯설어지기 시작했다.
큰엄마도 동의했다.
나는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엄마, 가 보고 싶지않았다면....그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견딜만했다.
큰엄마와 풀어지고 난 후에 내생일, 그러니까 내가 아홈살되던해 생일날 나는 큰엄마로 부터 두꺼운 다이어리를 하나 선물받았다.
표지를 넘기자 제일 앞장에 이렇게 적혀있었다.
'2002년 1월 22일, 사랑하는 우리징어야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징어야, 사람은 마음속으로 쌓아두어서는 안될 것이있단다. 그것은 바로 감정이라는 것이다. 감정은 표출을 해야한다.
마음속에 쌓아둘수록 오히려 너에게 독이 되길 마련이지. 특히 그리움은 더더욱 그러하단다.
징어야, 사람이 삶을 살아가면서 사람에게도 말할 수 없는 말들이 있지. 그럴땐 이런 너만의 일기장에 풀어놓으면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지.
징어야, 어머니에 대한 마음 이 곳에 적어두길 바란다.
- 큰엄마가.'
그 후로 나는 가끔 엄마,가 문득 그리워질때 그 일기장을 펼쳤다.
가끔.......다정한 모녀의 모습을 보거나
딸과 티격태격하는 친구엄마의 모습을 봤을때.........그럴 때 말이다.
엄마가 나를 찾아오는 꿈도 자주 꿨었다. 상상도 많이 했다.
그럴때마다 고개를 내저으며
'괜한 기대말자 징어야, 꿈깨자...."하며 나를 다독였다.
그렇게 별빛고아원에서 보낸 세월이 십육년을 훌쩍 넘었다.
초, 중,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대학은 가지 않았다.
원래 수녀님이 되려고 했지만 그냥 별빛고아원에 남아 아이들을 돌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것. 거기에 만족하며 살고있었다.
그런데 엄청난 일이 생겨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