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그간의 지내왔던 환경들과는 다른 새로운 곳에서 지낸다는 것은 조금 낯을 가리는 자철에겐 꽤 어려운 일이었다. 어머니와 아저씨의 재혼으로 아는 이 하나 없는 생판 남의 동네로 이사를 오게 된 자철은 새 학교의 교복의 매무새를 정돈했다. 의도치 않게 칠칠맞은 면이 많았기에 또래 남자 아이들과는 달리 자철은 세심한 편이었다. 고등학교로 입학 후 지내오던 친구들과 알아온 지가 얼마나 됐다고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와 새로운 시작을 하려니 막막한 감정과 설레는 감정이 쉴 틈 새 없이 제 마음 속에 밀려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자철은 익숙한 골목 어귀도 아닌 생소한 거리 하나 하나를 밟으며 가던 와중 제 교복과 같은 교복을 지닌 남자 아이 둘을 거리에서 만났다. 한놈은 키도 멀대같이 커서 전형적인 개상이었는데 꽤 화가 난 모양인지 온갖 인상을 쓰니 동네에서 꼬맹이들 돈 좀 뜯을 것 같이 보였다. 그 옆에 있는 남자 아이는 제 나잇대의 요즘 남자애들에 비하면 그닥 밀리는 키는 아니었지만 옆의 화가 잔뜩 난 멀대에 비해 보자니 체구도 왜소해 보였다. 화가 잔뜩 난 개상 멀대를 말리는 체구가 왜소해 보이는 덧니가 특징인 아이의 모습을 보니깐 빵을 못 사온 빵셔틀과 그 일진같다는 생각이 들어 자철은 인상을 찌푸렸다. 아…, 불쌍하다. 전 학교에서도 남자애 치고 말하는 내용마다 너무 오글거린다며 무리 사이에서 갈굼 받기를 독차지해 온 자철에게 연민의 감정을 불러 일으키기엔 충분한 장면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등교 시간과 정의 사이 찰나의 고민을 하던 자철은 전 학교 축구부 주장이라는 명색이 녹슬지 않게 재빨리 달려가 그 둘 사이에 섰다.
"친구를 괴롭히는 것은 나쁜 짓이야!! 그만둬!!"
"..?"
이렇게 까지 와서 그만 두라며 소리를 지르는 데도 자신이 뭘 잘못했냐는 둥의 표정인 성용을 보며 자철은 성용이 정말 뻔뻔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이 친구를 계속 괴롭힌다면.. 내.. 내가 용서하지 않을거야!"
1-2
"? 뭐야 이 새끼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침부터 온갖 잔소리들을 듣고 머리 끝까지 오른 화를 육두문자로 순화 시키며 저를 위로하는 청용과 함께 등교를 하고 있던 성용은 갑자기 나타난 자철에 등장에 크게 당황도 잠시 제 누나가 어릴 적에나 봤을 법한 여자 아이들이 변신하며 악의 무리들을 소탕하는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대사를 내뱉는 적지 않은 체구와 남성스런 얼굴을 지닌 자철의 등장에 아침부터 신선한 컬쳐 쇼크와 큰 웃음의 도가니에 빠졌다.
그냥 오글거림의 경지를 넘어선 신선한 그 대사에 남자놈들의 우정에서 쉽지 않은 경청의 자세를 취하고 있던 청용 마저도 (차마 대놓고 웃기엔 미안했던지) 고개를 푹 숙이곤 피식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청용과 성용 그 둘이 갑작스런 자철의 등장과 말에 이해를 하곤 웃어대는 사이 왜 둘이 자기를 보며 웃는 지도 모르는 자철은 두 눈만 동그랗게 뜨고 멀뚱 멀뚱 쳐다봤다. 그런 자철의 표정을 본 성용은 진짜 가관이었던지 난생 처음 봤을 자철의 머리통을 장난스레 툭 치며 이 새끼 존나 골 때리네! 라며 자철의 마음에 조금의 스크래치를 남겼다. 자철은 그때까지도 자신이 왜 이 웃음의 주인공이 됐는지 상황 판단을 전혀 하지 못했다.
1-3
그렇게 짧았던 시간의 유쾌한 웃음 시간을 끝내고 자철은 제가 옆에 낀 두 쌍용을 보고선 이제야 셋이서 같이 걸어가고 있다는 현실을 자각했다. 첫 등교라 그래서 너무 지각한 나머지 제가 무슨 행동을 했는 지도 몰랐다. 아무리 나름 잘 하려고 해도 외로움은 항상 자신의 곁에 있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드는 자철이었다. 오는 내내 전학생이냐는 물음과 이름들을 오가며 묻고 답하며 여러 대화를 나눈 것 같기도 한데 지금 자신의 상태는 아는 사람 둘 사이에 낑긴 생전 남판이 된 느낌이었다. 아니 이럴 거면은 날 가운데에 끼지를 말던가!
사건은 즉슨 간만에 모두에게 큰 개그를 보여준 자철이 마음에 든다며 성용은 자신과 청용의 등굣길에 자철을 집어 넣었다. 그것도 가운데로. 초반에는 전학생이라 그런지 호기심 및 조금의 예의로 잘 챙겨 주는 가 싶더니 이제 또 자신을 가운데로 두곤 둘이서 이러 저러한 게임 얘기나 여러 얘기들을 나눈다. 그렇게 남자앤데 뭐 그리 말이 많은지 재잘 재잘 떠드는 둘 사이 같이 걷는 자철은 남은 등교 시간만 확인하며 발걸음을 둘에게 맞출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고독을 씹던 자철의 귀에 일부로 들어온 것 마냥 들려온 소리는 축구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그제서야 자철은 벌써부터 단내가 날 듯한 입을 열곤 그 대화에 꼈다. 그렇게 한참을 축구에 대해 이러저러한 열띤 토론을 펼치다 자철은 둘에게 물었다.
"너희 둘 혹시 축구부야?"
그리고 둘은 신기하게도 같은 음과 같은 때에 이중창마냥 대답했다.
"어."
1-4
지금 학기에는 이미 축구부 모집이 끝났다는 성용의 말을 듣자마자 자철은 울상이었다. 축구부도 못하면 나는 무슨 낙으로 학교를 다니지? 그 말에 청용은 가서 시험을 보던가 라고 말을 덧붙였다 그제서야 해결책을 찾곤 통곡했던 자신의 쪽팔림을 자철은 채 줍기도 전에 성용에게 병신 같다는 디스를 맞고 맞디스에 나섰으나 속수무책 없이 당했다. 워낙 사교성이 좋은 성용이었기에 만난지 얼마 안 됐기도, 첫만남부터 너무나도 강렬한 임팩트였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제일 큰 이유는 학교에서 제일 먼 동네에서 걸어오는 셋이었기에 초반에 낯을 가리는 편이라 설명까지 했던 자철은 언제 제가 사람과 친해지는 데에 어려웠다는 것마냥 이리저리 시끄럽게 굴었다. 그리고 청용은 그 둘이 아이같이 난리를 칠때 뭔가 뿌듯하다는 양 덧니를 들어내며 환하게 웃었다.
1-5
한 쪽은 둘이서 소년 학교 액션 만화를 찍으며 온갖 육두문자가 날아 다니는데 다른 한쪽은 근자하거나 소녀 감성 넘치는 미소를 날려 배경화면 꽃과 산뜻한 비쥐엠을 까는 쪽의 이상한 조화에 슬슬 교문에 가까워지며 늘어나는 등교하는 많은 학생들이 눈길을 보냈지만 그 시선들에는 아랑곳 않고 그 셋은 끝까지 가관으로 지각하지 않고 겨우 세이프 했다. 그 때까지도 자철은 이 둘과의 등교를 기점으로 제 여동생이 휴대폰에 넣어서 밤마다 보는 인터넷 소설이나 팬픽 같은 진부한 스토리가 제 인생에 펼쳐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특히 소설 속 빠지지 않는 삼각 관계의 아련한 짝사랑의 주인공이 제가 될 줄은. 눈치 없는 자철이 조금씩 평범한 일상과 엇나가기 시작한다는 것을 감으로만 얼추 알아챈 것은 등교를 하곤 웃기게도 같은 반이 된 성용이 자신에게 청용에 대한 칭찬을 한참 늘어 놓고는 갑자기 정색을 하며 "넌 청용이 탐내면 뒤질 줄 알아라." 할 때였다.
보통 남자 아이들끼리 저러나 되짚어 봐도 자신의 전 학교에선 이랬던 사람은 없었기에 자철이 떠보는 식으로 장난스럽게 청용에 대한 생각으로 두 눈을 반짝이는 성용을 보며 답했다.
"탐 내라고 해도 안 탐낼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누가 보면 둘이 사귀는 줄 알겠다 야 유 게이?"
".."
환하게 웃던 자철은 어따대고 자신을 게이로 모냐며 쌍욕으로 자신을 디스할 성용이 예상과는 반대로 당황한 기색과 수줍은 얼굴로 대답을 하지 못하자 그대로 얼굴을 굳혔다. 왜 답을 못하는 거지?! 왜?! 왜?! 왜?! 그러고는 어찌 할 바를 모르는 성용의 귀가 붉어지는 모습을 보며 그제서야 상황을 판단했다. 아, 얘 이청용 좋아하나.
분명 하루만에 만난 두 사람인데도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느낌이다. 굳힌 표정으로 시계를 흘쩍 본 자철은 애써 다시 표정을 풀곤 성용의 등을 내리치며 장난이었는데 얼마나 싫으면 표정을 굳히냐며 아무렇지 않은 척 성용에게 말을 걸었다. 그제서야 성용은 당황하던 표정을 풀곤 자철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밀었다. 묘하게 씁쓸한 표정인 성용을 자철은 애써 모른 척 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철도 조금 씁쓸해진 기분이었다.
1-6
아직 성용이가 청용이를 좋아하는 지 확실하지 않아서 이러고 있는 것 뿐이야. 다시 정신을 차려 보니 청용과 성용 둘 사이에 껴서 하교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자철은 그렇게 제 자신을 단념했다. 그리곤 다시 자신을 가운데에 가두어 두곤 둘 끼리 얘기 하는 두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며 고독을 씹었다. 전혀 모르는 얘기를 나누는 둘에게 여자아이 같은 유리 멘탈 자철은 섭섭함을 느꼈다. 자신도 대화에 좀 껴주지..
그리고 자철은 집에 돌아가 자신의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글을 썼다.
[ 고독은.. 항상.. 내곁에.. naver.. sto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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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엔 거의 쌍용으로 갈 예정ㅎㅎ..조각글 하나 제외하곤 첫글인지라 수줍네여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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