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자철은 전학온 지 3일째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등교와 하교 속 제 옆자리들과 가만히 짜져 있는 제 상태에 분노하며 오늘만은 그 둘만의 대화에 낄 것이라고 다짐을 했다. 자철이 원래 남의 이야기에 껴서 주도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기질은 없었지만 반에서는 늘 자신에게 먼저 말을 걸고 자신을 챙겨주는 성용이 청용만 앞에 나타나면 자신은 있는지 없는지만 신경쓰고 말도 안 걸어주는 성용과 자신에게 가끔씩 이런 저런 말을 건네지만 결국은 성용과 대화를 하는 청용이 섭섭했다. 그렇게 굳은 결심을 하고 자철은 집을 나서 세명이 모이는 곳에 시간에 딱 맞춰 걸어갔지만 그 장소에는 아무도 없었다.
지각이 인생의 8할인 성용이 늦는 것은 그렇다치고 늘 부지런한 청용까지 없다는 것은 꽤 믿기가 힘든 일이었다. 알아온 지는 얼마 안 됐지만 그 둘이 자철을 버리고 갈 인물도, 성용은 몰라도 청용이 누구와의 약속에 말 없이 늦을 인물이 아니라는 것 즈음은 꿰차고 있는 자철이었다.
먼저 갈까 하다가 결국 자철은 오지 않는 그 둘을 끝까지 기다리다 지각을 하고야 말았다.
2-2
수업 시간 내내 자철은 비어 있는 성용의 자리와 옆반의 오지 않은 청용의 빈 자리 때문에 집중을 하지 못했고 꾸중을 듣고 나서야 조금 수업에 따라 오기 시작했다. 왜 안 왔지? 무슨 일이 있었나? 자철은 그 사이 성용이 청용이 좋아한다는 것을 거의 짐작을 하고 있었다만 차마 티를 내지 못했었다. 배려심이 깊고 나름 여린 자철이었기에 남자를 좋아한다고 거리를 두고 그런 일도 자철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설마!"
혹시 그 둘이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건가 싶어(1성용이 고백을 했다거나2성용이 청용에게 말 못할 짓을 했다거나) 자철은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그제서야 아직 수업 시간이었음을 파악했다.
그리곤 선생님은 자철을 보며 단호하게 외쳤다. 나가.
2-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구자철 병신 새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지금 굉장히 창피하단다. 닥쳐줄래?"
점심시간까지 자리를 비운 성용과 청용 덕에 자철은 자리가 가까워 나름 친분이 쌓인 주영과 밥을 먹었다. 그 사이 수업시간 자철의 난데없는 행동은 반 내에서 큰 웃음 거리가 되었다. 그래서 그 설마가 뭔 설만데? 하며 잔뜩 비꼬는 주영을 숟가락으로 때린 자철은 또 숟가락으로 때린 일에 미안했는지 바로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고 주영은 또 그런 자철이 한심하다며 잔뜩 웃었다. 자철은 그런 주영을 숟가락으로 다시 떄리곤 실실 웃다가 아직도 올 기미가 없는 성용의 부재에 씁쓸해졌다. 그런 자철의 마음을 아는 모양인지 주영은 자철이 눈을 반짝일 소재의 이야기를 꺼냈다.
"야 그런데 오늘 왜 이청용이랑 기성용 안 나왔는지 아냐?"
"?"
"어젯밤에 걔네 편의점 앞에서 같이 라면 먹는 건 봤었는데, 분위기 존나 살벌하더라."
뭐?
누가 보면 싸운 줄 알겠더라고 둘이 같이 있긴 한데 말 한 마디도 안 하더라. 이청용이 점잖은 건 그렇다 치고 기성용까지 정색하고 앉아있더라고.
계속 이어져 나오는 주영의 이야기에 자철은 제가 설마 한 이야기가 사실이 된 것은 아닐까 점점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 앞으로의 사태가 걱정되어 절로 얼굴이 창백해 짐을 느꼈다. 그런 자철의 상태를 뒤늦게야 알아챈 주영은 똥 마렵냐며 화장실에 가라며 친절하게 편의점 휴지 한 팩을 가방에서 꺼내며 자철의 손에 쥐어 주었다.
2-4
성용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 목록을 보며 청용은 나름 착잡했다. 어젯 밤의 일이 오버랩 되면서 드는 생각은 우선 오늘 학교 가서 성용의 얼굴을 어떻게 보냐는 거였고 성용의 반응을 감당할 자신이 들지 않았다. 사건은 즉슨 어젯밤 우연히 중학교 시절 여자 친구를 만난 청용이 그와 헤어지고 오는 길 마치 자신을 뒤 따라와 미행한 듯한 성용과 마주친 것이었다. 지레짐작과 눈치로 성용이 자신을 좋아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두번 한 적이 아닌 청용이었기에 수상한 차림의 성용을 만나자 마자 왜 따라 왔느냐며 추궁했지만 성용은 말들을 돌리고 돌리다 라면까지 사주고야 말았다(그 중간에 같은 축구부인 김주영도 보았다.)그렇게 어색한 기류를 버티다 못한 청용이 성용에게 라면 먹기 전 다 못한 추궁을 이어 하려는 순간 성용은 "좋아해"라며 폭탄 발언을 내뱉고야 말았었다.
그 말을 들은 청용은 성용의 다음 말을 듣기도 전에 등을 돌려 제 집으로 뛰어왔다. 어젯밤 일을 회상하려니 아직도 갓 뛰고 온 마냥 가슴이 쿵쾅거렸다. 늘 생각만 해 둔 일이었지만 진짜 성용이 자신을 그렇게 여기는 줄은 꿈에도 몰랐었고, 같은 남고생이 그런 생각을 가지는 것과 지금까지 자신에게 한 모든 행동이 그저 우정만이 아니었단 생각이 머릿 속에서 섞여 휘몰아쳤다. 그 덕에 차마 자철에게 연락도 하지 못하고 아프다는 것을 핑계로 학교에 가지 않았다.
청용은 오늘은 학교에 가지 않는 것으로 어찌 저찌 때웠지만 앞으로 성용의 얼굴을 어떻게 보냔 생각에 어쩔 수가 없었다.
하루아침에 십년 가까운 우정을 버리기에는 청용이 성용과 나눈 유대가 너무나도 강했으며 지금까지 친구로써 성용을 소중히 대한 자신을 배신한 성용에 대한 혐오감이 서로 팽팽히 싸우는 듯 했다.
2-5
다음 날 아침 자철은 늘 하던 대로 똑같이 등교 준비를 하곤 셋이 모이던 그 장소로 나갔다. 어젯밤 청용과 성용 모두에게 전화를 했었지만 둘 모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 어제 학교에서 주영의 이야기를 듣고 둘에 대한 걱정이 태산이던 자철은 한숨을 쉬며 오지않는 그 둘을 기다렸다. 그 사이 자철은 휴대폰으로 싸이월드에 들어갔는데 지난번에 쓴 다이어리 캡쳐본이 제 친구들 싸이에 돌아다니는 것을 보며 앞으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 naver과 never을 헷갈리지 않겠단 다짐을 했다. 성용에게 영어나 알려달라 할까?
그렇게 이러저러한 생각을 하던 자철의 앞에 익숙한 키 큰 멀대가 등장했다. 오늘따라 축 쳐진 개의 모습의 성용에 자철은 크게 당황했다. 우선 성용이 자신이 온 지 얼마 안 되어 와 늦지 않았다는 사실에 큰 당황을 했지만 그것을 신경쓸 일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 있던 건지 어두워 보이는 성용의 표정에 자철 역시 속이 어두워 지는 느낌이었다. 자신이 생각한 게 점점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었지만, 자철은 아니리라 속을 다짐했다.
"청용이는."
둘이 조용히 한참을 마주보다 성용이 내뱉은 첫 말이었다. 너는 날 보자마자 청용이 얘기부터 하는구나. 섭섭한 마음이 없다고는 못 할 자철이었지만 그 둘의 원만한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 더 우선이었기에 자철은 어제도 안 왔다며 둘이 무슨 짓을 한 거냐며 장난스레 투덜댔지만 성용은 평소와 같이 장난스레 자철의 농담을 받아쳐내지 못하고 표정을 굳혔다.
"그냥 가자 우리."
"야 청용이 기다려야지."
"걔 오늘도 안 올거야."
의리 없는 새끼라며 성용을 갈구려던 자철은 울기 직전인 것 같은 성용의 표정에 그 말을 꿀꺽 삼켰다. 그래 가자 하긴 청용이가 너보다 늦을 리가 없어 라며 성용을 조금 디스하곤 같이 걸어갔다. 자철은 성용의 근심이 무엇 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자신의 마음도 점점 내려 앉는 기분이었다. 에휴, 갑자기 안 좋아진 얼굴로 창백해져선 한숨까지 쉬는 자철의 모습에 성용은 똥 마렵냐며 자철에게 왠 한숨이냐 물어보자 자철은 난데 없이 넌 나한테 편의점 휴지 주면 죽는다. 라는 이상한 발언으로 성용에게 등짝을 또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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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신청해주신 기구쨔응님 감사합니다 제가 글잡방에 글을 처음 올리는 거라 님이 제 첫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
그리고 덧글 남겨 주신 분 모두 감사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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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정국 자컨에서 내내 한 쪽 팔 가렸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