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 옆집고딩
부제 : 8살 연상 8살 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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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달력은 7월 초에 머물러 있건만, 벌써 가을이라도 맞이한 양 여름 하늘은 불투명하고 칙칙했다. 날씨도 축축하고 눅눅한게. 딱 가을비가 쏟아붓고 난 직후의 아침같다. 백현은 일어나자 마자 덮쳐오는 퀘퀘한 공기에 몸서리를 치며 비몽사몽한 몰골로 미적미적 베란다로 걸어가 망설임 없이 창문을 전부 열어제꼈다. 물론 밖의 공기도 눅눅했지만 환기도 안되는 방 안 공기보단 낫겠지 하며 마지막 창문을 열어젖힌 순간. 부랴부랴 바쁘게 움직이는 창 밖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사람들의 하루가 시작될 시간인 아침 6시 하고도 삼십분. 창 밖의 사람들은 제각각 다른 일상의 신호탄을 터트리고 있었다.걔 중에는 매지못한 넥타이를 손에쥐고 자가용으로 뛰어가는 직장인도 있었고, 아직 한참은 이른데 학교가 멀리있는건지 갓 구운 토스트를 입에문채 길과 손목에 찬 시계를 번갈아보며 조끼 단추가 풀린것도 모른 채 질주하는 교복차림의 여학생도 있다. 다들 진짜 정신도 없다 정신도 없어. 어느새 창밖으로 몸을 디밀고 있는 백현은 여유롭게 아침의 해프닝 쇼를 관람했다.
1달 전까지만 해도 백현은 저 무리에 끼여있었다. 아니 저 무리보다 더 바쁘게 하루를 시작했다. 대기업이라고 생색을 내는건지 뭔지 남들보다 몇십분은 빠른 출근시간을 맞추려 잠도 설쳐가며 문을 뛰쳐나갔었고. 그렇게 까지 하고도 지각으로 문책받는 일도 허다했다. 그런걸 감수하면서 까지 대기업이라는 로얄티만 생각하며 5년을 견뎌온 직장생활 이건만, 그 인내력을 단숨에 찢어발겨 버린 사람은, 올해 봄에 새로왔던 싸가지 만렙 여상사였다.
성격이 조금 불같은걸 제외하자면 일처리 능력도 나름 깔끔하고 좋아 만인의 신임을 받고있던 백현이었지만, 왜인지 그 여상사는 틈만 나면 백현을 걸고 넘어져 이건 이렇게 했어야지. 저건 왜 저딴식으로 했어? 하며 시한폭탄에 불을 붙였더랬다. 니년도 빽으로 이자리 올라왔잖아. 매일 이사회에서 욕처드시는거 아세요? 라는 말이 그때마다 목끝까지 차올랐건만 백현은 그 갈굼을 3달씩이나 견뎌냈다. 장하다 변백현.하지만 그 인내도 오래가지 못했고, 이미 본부장에게 칭찬까지 들은 아이디어를 팀장이 온갖 비웃음과 함께 내던져버린 순간, 백현은 비글같은 성격을 발휘하며 팀장에게 미친듯 욕을 퍼붓고 그자리에서 장렬하게 사표를 던졌더랬다.
지금 생각하면 잘한 일이지. 백현은 그닥 기쁘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가 잔뜩 굳어있는 이유는 그 사건 덕분에 지금까지 백수로 살고있기 때문이리라.하지만 백현은 나름대로의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 가끔 들어오는 피팅모델 일로 얻는 수입도 꽤 컸고. 5년간의 대기업 일로 쌓아둔 재산도 있었으니. 적어도 다른 백수들처럼 찌질하게 살지는 않아도 되는것에 만족했다.
띠링 띵 -방금이라도 창밖으로 나가떨어질듯 위태로운 자세로 상념에 젖어있던 백현의 귓가에 날카롭게 카톡 알림음이 파고들었다. 이시간에 누구야. 갈색으로 염색된 머리를 긁적이며 베란다를 빠져나와 셔츠 앞주머니에 꽂힌 스마트폰을 꺼내 카톡을 확인한 백현의 눈에 '김 준면'이라는 세글자가 들어찼다. 준면형이네. 준면은 가끔 알바 비슷하게 피팅모델을 뛰는 백현과 달리 전문적으로 프리랜서 모델일을 하고있는 한 살 위의 친한 형이었다.
- 집이야?
- 어 왜
- 너희 옆집에 남고딩 이사오지 않았냐
- 모르겠는데
- 병신아 3일전에 이사갔는데 아직도 모르면 어떡해
- 몰라
- 어휴 하여튼 지금 시간 있으면 매일 가는 카페로 나와 심심하다
- 이응ㅇ 지금감
백현이 마지막 카톡을 보내고 가차없이 카톡 창을 꺼버렸다. 내가 이형한테 옆집 집내놨다는 말을 한적이 있던가. 그러고보니 옆집에 마녀 이사갔다고 기쁜맘에 전화한적이 있는것 같기도 하다. 그때 준면형이 집값 물어봤었지. 그때 눈치채야 했는데. 착착 틀이 맞아가는 상황에 만족한 것도 잠시. 백현이 소파에 앉으려던 발걸음을 돌려 옷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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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암, 원체 빨리깨는 스타일이긴 하다만 이렇게 이른 시간에 나가는 건 반백수가 된 후 간만의 일이라 온몸이 뻐근함을 느낀 백현이 문을 잠근 뒤 작게 기지개를 켰다. 이 형은 7시도 안된시간에 나오라고 난리야. 물론 백현도 심심했던 차라 냉큼 약속에 응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 아 지금 7시도 안됬어 피곤해 주ㄱ겠다
준면이 볼지 안볼지는 모르지만 빠르게 카톡을 찍어보낸 백현이 멀리있는 계단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옆집인 202호의 문이 벌컥 열리며 말끔한 교복 차림의 남고생이 작은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큰 백팩을 손에들고 문 밖으로 나왔다.
준면형이 말한 걘가?눈앞의 고딩을 보며 고개를 갸웃한 백현이 말을 걸어볼까 생각할 틈도 없이 계단을 향해있던 몸이 인기척을 느꼈는지 휙 백현을 향해 돌더니 한 중학생 쯤으로 보이지 않는 귀여운 페이스가 씩 웃음을 띄었다.
안녕하세요.
외모 답지않은 달큰한 목소리로 슬쩍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눈앞 고딩의 교복 앞주머니에 약간 비뚤하게 달린 명찰에는 '도 경수'라는 세글자가 새겨져있었고. 교복의 주인인 학교는 기껏해야 여기서 5분거리인 백현의 모교였다. 아직도 싱글벙글인 소년은 손에 든 -딱 봐도 무거워 보이는- 백팩을 한손으로 가볍게 들어 등에 메더니 백현이 아,어. 하고 짧게 대답하자 또 뭐가 좋다고 헤, 헤프게도 웃는다. 백현은 한손에 쥔 스마트폰에서 카톡 알림음이 두번이나 울린것도 느끼지 못한 듯 경수가 늘어놓는 다양한 질문에 일일이 대답해주고 있었다. 201호 살아요 ? 하는 지극히 당연한 질문부터 되게 잘생기셨어요.하는 칭찬에 가까운 질문까지. 학교에 등교할려고 집을 나섰다는것도 기억나지 않는지 소년은 수많은 질문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에 따른 대답은 그렇게 길지 않았지만.
"옆집에 되게 무서운 아줌마라도 살까봐 되게 걱정했었는데 아저씨같은 사람이라서 다행이에요."
"뭐,나도 그렇지만…너 학교가려고 하던거 아냐 ?"
네 ? 백현의 난데없는 말에 경수는 손목에 찬 시계를 보더니 순간 흐익, 하고 숨을 들이킴과 동시에, 외쳤다.
"엄마야, 늦었,늦었어요 ! 아저씨 저 먼저 갈게요 !"
"어,어… 잘가."
그런데 지금 7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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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변백현 여기 !"
아, 아침부터 고성방가야 쪽팔리게. 주말도 아니고 평일 아침에 지나치게 하이텐션인 준면이 내지르는 소리에 백현은 괜히 마른세수를 하고 준면 쪽으로 걸어갔다. 내가 변백현이라는거 광고할일 있나. 방금의 고성방가로 점원들과 몇 없는 사람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림을 느낀 백현은 괜스레 눈치를 보다 미적미적 의자를 빼 준면의 맞은편에 앉았다. 백현이 쪽팔려하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준면은 싱글벙글이다. 카톡 할때만해도 그렇게 기분 좋아보이진 않았는데 별일이라는 듯 왜이렇게 하이텐션이야 ? 하고 묻는 백현의 말에 준면은 그냥 씩 웃을 뿐.
"경수는 만났어 ?"
"경수 ? 아 그 고딩 ?"
"그래 걔. 내가 일부러 걔 등교시간에 맞춰서 나오라고 한건데. 이래도 못만났으면 넌 진짜 타이밍 신이다."
"다행이네. 신은 안되서."
만났어. 이미 준면이 취향에 맞춰 탁자에 올려놓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빨대를 입에 물고-물기 보다는 씹고-신기하게도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한자한자 말하는 백현의 모습이 우스운지 준면은 피실피실 웃고는 어때? 하고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냥 남자치고 귀엽더라."
"그렇지 ? 애가 은근 귀염성 있다니까."
왠지 모르게 설레보이는 준면의 표정에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뭐 그냥 하이텐션이어서 그런것이려니 하고 넘겨버린 백현은 빨대만 물고 한번도 들이키지 않았던 아메리카노를 쭉 들이켰다. 쓰다. 주인이 바꼈나. 원래 커피믹스에 프림 한 티스푼 더 넣어먹는 취향의 백현은 익숙하지 않은 쓴맛에 미간을 찌푸렸다. 여기 커피 단맛에 마셨었는데. 프림을 들고다니던가 해야지. 앞의 준면이 별 말을 쏟아내는데도 바뀐 커피맛에만 신경이 쏠려있는 백현을 다행히도 그는 눈치채지 못한듯 했다.
"그래서, 걔 부모님이 멀리 가 계시거든. 어디더라. 캐나다였나 ?"
"캐나다?"
"어. 거기서 큰 사업가로 계신다더라. 그래서 걔 한국엔 혼자있어. 형도 캐나다에 있고."
"왜 굳이 혼자 여기있대 ? 성인도 아니고 고딩이."
"몰라. 하여튼 이왕 니 옆집에 입주했으니 니가 보호자 역할좀 대신 해라."
컥, 뭐,뭐 ? 이왕 시킨 커피가 아까워 조금씩 조금씩 들이키고 있던 백현이 사레가 들린듯 연신 헛기침을 했다. 내가?보호자? 스물 일곱살에 고딩 보호자를 하라고 ? 준면의 제안이 퍽도 어이 없었던 지 백현의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뭐 어때. 아예 키우라는것도 아니고 가끔씩 봐 주라는 건데."
"아 형. 고등학생이 혼자 못할게 뭐있어."
"걔가 좀 애같은 면이 있거든. 그래서 말하는 거야."
아무리 애라도. 차라리 중딩쯤 되면 이해를 하겠는데 고딩이라니.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교 교복에 달린 빨간 명찰은 분명 지금 3학년의 것이었다. 걔도 내년이면 대학생이야.
"그래. 알지. 근데 수험생이 좀 예민하냐 ? 너도 고3때 옆집에서 못이라도 박는날엔 당장 찾아가서 행패부렸잖아."
아 시발 내 흑역사… 실제로 고3 시절의 변백현은 변비글의 끝을 보는 나이였어서. 항상 책을 한손에 들고 '반경1m 금지 접근금지'오오라를 뿜어대고 다녔더랬다. 갑자기 이불속에서 하이킥 할만한 흑역사가 떠오른 백현은 표정을 제대로 구기고 커피만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걔 전국에서 반등수 나오는 애니까 별 신경쓸것도 없을거야. 내 사촌이라 부탁하는 거니까. 한 몇달만 신경써 주라."
"하,참 나…모범생들이 더 짜증나는거 알아 ?"
"알아,알지. 백현아 너도 내가 너 사랑하는거 알지 ?"
"난 안사랑해."
"아 진짜, 몇달만이야. 그리고 같이 살라는 것도 아니고 옆집 애좀 신경써 달라는건데. 뭐가 그렇게 어렵냐 ?"
계속 튕기면 내가 너 피팅모델 일 끊어버리는 수가 있어. 온화한 표정으로 이어진 무서운 말에 백현이 순간 욕설을 내뱉었다. 아 시발 형 ! 제대로 흥분해서 방방 뛰는 백현과는 달리 준면의 표정은 온화하고 단호해서 더 진심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었다. 아 진짜. 어떡하지. 피팅모델일을 관두면 차 할부금도 감당하기 힘들테고. 내가 봐뒀던 옷이나 노트북도 못살테고 !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백현은 준면에게 한번 더 괜찮은 애라는걸 확인한 뒤 결국 수락해버리고 말았다.
"아, 알았어. 알았다고. 그냥 가끔 봐주면 되는거지 ?"
| 자까의 말 |
병ㅇ신같고 짧네요 어쩌지.. 생각보다 길거라고 생각했는데 짧네요 어떡해... 여기서 경수는 19살 그러니까 고3이고 백현이는 27살입니다. 그러니까 8살차이 아고물이네요..^^ 익연에서 아고물 소재보고 덥썩 문 제잘못이에요 엉엉..금손도 아닌 주제에 좋은소재 망쳐놨네요 암소쏘리벝알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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