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조각] 권태기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0/f/d/0fd1cedceae006e46bcdb0825de32798.png)
"그만하자, 우리."
".."
"너도 나도 너무 지쳤잖아. 이제 그만하자."
지쳤잖아. 하는 내 말을 부정하지 못하는 너. 그리고 그만하잔 내말에 보이는 너의 반응에도 무덤덤한 나. 서로에게 당연시 여겨지는 침묵.
오랜 권태기. 서로가 서로에게 지쳐버린 시간. 언제 지나갈지 모르는 이 시간 속에 우리는 서로를 놓기로 결심했다.
먼저 일어난다. 하는 짧은 말과 함께 내가 먼저 일어나고 카페에서 걸어 나온다. 슬쩍 뒤를 보니 아직도 그 자세 그대로 앉아서 맞은편만 멍하니 바라보는 너.
안녕. 진짜 안녕.
그저 걷는다. 걸으며 생각한다.
너를. 나와 함께했던 너를.
대학OT때 처음 본 너, 까페에 앉아서 나에게 사귀자 말하고 얼굴이 빨개지던 너, 축구를 좋아해 항상 점심내기로 축구하던 너, 경기가 끝나면 항상 땀에 젖은 모습으로 나에게 달려와 안아주던 너, 손만 잡고 잘 테니 여행을 가자고 개구지게 말하던 너, 내가 미래를 불안해할때쯤 어디선가 나타나서 우리가 함께이기 때문에 두려울게 없다고 말하던 너, 내가 울 때면 항상 눈물을 닦아주고 뽀뽀해주던 너, 내가 너 하나는 지켜주겠다며 다부지게 말하던 너, 내가 긴장할 때면 항상 내손을 잡아주던 너, 커피를 마실 때 당연하게 너의 아메리카노와 나의 바닐라라떼를 사오던 너, 내가 TV를 보고 있으면 내 시선을 잡고 있다는 이유로 TV조차 질투하던 너, 주말마다 내 자취집으로 놀러와 빈둥대던 너, 밤새서 레포트 쓸 때면 항상 캔커피를 들고 찾아와주던 너, 니가 없는 내 미래는 생각조차 해본적 없다고 말하던 너, 내가 생각한 내 미래에 항상 존재하던 너, 내가 고개를 돌리면 항상 날 바라보고 있던 너.
그런 니가 이젠 내게 없다.
참 이상했다. 그리 긴시간 옆에 있던 사람을 놓았다. 이젠 없다. 없다.
없다.
길 한가운데 멈춰섰다. 공허함이 날 덮친다. 날 바라보던 눈, 맘에 안들때마다 찡그리던 코, 사랑한다고 말해주던 입술, 집중할 때 부풀리던 볼, 내 머리를 만져주던 손, 나와 같은 곳을 향하던 발.
내 모든 생활엔 니가 있었는데. 고개를 돌려 내 오른쪽을 쳐다봐도.
너는 내 옆에 없다.
주저앉았다. 눈물이 나왔다. 너와 함께한 3년의 시간이 그만하자는 말 한마디로 사라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그 사실이 너무나도 허무하다.
지금 내가 있는 저녁 일곱시. 우리 집 앞 공원. 시간이고 장소고 너와 함께하던 나의 삶이었기에 그걸 깨닫자마자 더욱 눈물이 나온다.
내 생활에 이미 니가 가득한데 내가 널 벗어나서 살 수 있을까. 분명 아까 너와 마주할 때는 자신있던 일이었는데, 너 없는 나도 괜찮을 것 같았는데.
근데 왜 난 그저 걷는 길에서도.
널 그리고 있는걸까.
겁이 난다. 너 없이 살 수 있을까. 니가 없다고 생각하고 걷는 거리는 공허함의 연속이었다. 집에 가는 그 길조차 혼자걷는다는 현실이, 잡을 손이 없다는 현실이, 허전해서 미칠것 같은데. 내가 정말 너 없이 살수 있는걸까.
아니 그것보다.
너는 나 없이 아무렇지 않은게 아닐까.
자연스럽게 내가 없음을 받아들이고 내가 없는 미래를 생각하며 무덤덤하게 내일을 준비하는게 아닐까. 난 그게 무섭고 겁이 난다.
무작정 뒤로 돌아 걸었다. 너와 있었던 그 까페를 향해. 뛰는듯 걸었다. 아 저멀리 까페가 보이고
그 앞에 서있는 너도 보인다.
뒤로 돌아 눈물을 닦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그 앞에 섰다. 희미하게 웃는 너, 그리고 니가 던진 한마디.
잘 다녀왔어?
너를 붙잡은채 울어버릴수밖에 없었다. 내가 돌아올것을 알고 있던 너였다. 나를 나보다 더 잘 아는 너였다. 나는 널 떠날 수 없는거였다. 그래 이거였다.
기다리고 있었어. 우리한테 권태기는 이별이 아니라 사랑의 확인이라고 믿고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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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엉....ㅠㅠ 첫작이예용
망글 똥글 싸지르고 전 짜질게요 여러분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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