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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고
인생그래프꼭짓점 07 |
미니 천막은 금세 뚝딱 만들어졌다. 명수와 성규를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져 있는 집안으로 초대한 순재가 과일을 깎으러 주방으로 향했다.
"집 되게 좋다."
성규가 쿠션을 끌어안고 집안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차마 방 안에 들어가는 건 실례일 것 같아 여기저기 걸린 액자와 소품들을 구경하는데 문득 구석에 쪽에 놓인 계단을 본 성규가 성열에게 물었다.
"여긴 다락방으로 가는 계단이에요?"
조심스럽게 계단에 발을 디디고 올라가 갈색의 문을 열었다.
"우와…."
다락방도 널찍하네. 성규가 감탄을 하며 다락방 안으로 들어섰다. 낡은 상자들과 액자가 한쪽에 가득했고 가운데에 놓인 피아노는 하나뿐인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을 받고 있었다. 마치 무대 위의 피아노를 비추는 핀조명같이…. 액자 속의 사진은 순재의 피아노 대회 상장들이었고 낡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건 번쩍거리는 트로피들이었다. 수많은 트로피와 사진에서 눈을 뗀 성규가 빛을 받고 있는 피아노로 다가갔다. 덮여있던 하얀 천을 살짝 치우고 쿠션을 의자 옆에 올려놓은다음 피아노 뚜껑을 천천히 열었다. 한번 쳐봐도 되겠지?
"……."
잠시 심호흡을 한 성규가 곧 연주를 시작했다. 명수가 레디락에서 쳤던 oh my love였다.
*
인생그래프꼭짓점
7.
명수가 연주했던 곡과 똑같은 곡이었지만 성규의 피아노 실력이 더 뛰어나서그런지 묘하게 곡의 느낌이 달랐다. 무언가… 더 애틋하다고 해야하나? 연주를 하는 성규의 얼굴은 진지함과 약간의 슬픈 표정이 어우러져있었다. 뒤늦게 들어온 명수와 순재가 문 쪽에 서서 가만히 성규의 연주를 듣고 있다. 명수는 그저 그런 표정이었지만 순재는 두 눈을 감고 있었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성규를 비추고 있다. 우현, 새삼 성규가 다르게 보인다. 연주가 끝나고 성규가 시선을 문쪽에 옮겼을때 어느샌가 와있던 우현과 시선이 마주쳤다. 큼큼. 헛기침을 한 성규가 피아노 뚜껑을 닫고 천을 다시 덮었다. 순재와 성열이 짝짝 박수를 친다.
"진짜 감미로웠어요."
우현의 말에 성규가 찌릿 눈을 째렸다.
"칭찬은 고마운데 속담은 좀 가려가면서 쓰세요. 영양제는 사왔어요?"
성규가 피아노 의자에서 일어나 우현에게 다가가 우현이 들고있는 봉지를 확인했다.
"잘 사왔네. 그럼 마당으로 갑시다. 나무한테 주사 한 방 넣어주러."
우현과 성규,명수가 다락방을 나섰지만 순재와 성열은 한동안 다락방을 나가지않고 피아노만 조용히 쳐다본다.
"…나가자,성열아."
순재와 성열마저 나가자, 다락방엔 다시 정적이 찾아든다. 잠시동안 따뜻했던 다락방에 또 다시 찬기운이 차기시작했다.
"성규씨 피아노 진짜 잘 치더라."
우현이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한동안 TV소리만 거실에 맴돌때 한 손에 종이가방을 든 성열이 방에서 나왔다.
"그 가방은 뭐야?"
우현의 질문에 대답은 커녕 시선도 안 준 성열이 급하게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우현아."
쟤 요즘 이상해. 순재가 의심가득한 눈으로 대문을 열고 나가는 성열을 쳐다봤다.
"뭐가?"
흠…. 잠시 턱을 괴고 생각하던 우현이 지나가는 말로 중얼거렸다.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생긴건가…."
방안에서 우현의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소파에서 일어나 얼른 방으로 가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최 여사다.
"네. 무슨 일이세요?"
*
땀을 흠뻑 흘린 명수는 샤워를 한다며 옷가치를 챙겨 화장실로 들어갔고 거실 마루에 앉은 성규는 발톱을 톡톡 깎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새끼발톱을 깎으려는데 또 초인종이 울린다. 이번에도 우현인가 싶어 툴툴거리며 인터폰을 눌렀다.
"또 팀장님이면 짜증 낼 거에요."
서둘러 대문을 열어주고 밖으로 나갔다. 한 손에 종이가방을 든 성열이 서있었다.
"…이거…."
성열이 종이가방을 성규에게 건넨다. 명수가 나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잔뜩 드는 성열이 그저 인사만 꾸벅하더니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뭐지…. 어라, 이거 명수 옷인데."
종이가방안에서 나온 건 명수가 아끼는 검은 후드티였다. 요새 얘가 이걸 안 입길래 이상했는데 성열씨가 가지고 있었구나…. 근데 왜 이걸 성열씨가 갖고 있는거지?
"어디 갔다와?"
샤워를 하고 나오던 명수가 잊고 있었던 후드티를 받아들고 아무것도 아니란 말과 함께 후드티에 코를 박고 냄새를 킁킁 맡았다.
"빨았나보네…."
익숙치않은 향긋한 냄새가 났다.
무슨 정신으로 병원까지 운전해 왔는지 모르겠다. VIP병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침대에 기대 최 여사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할머니!"
우현이 의자를 끌어다앉으며 한숨을 쉰다. 링겔액이 한방울씩 톡톡 떨어지고 있었다.
"할머니 왜 쓰러지신거에요?"
과로라는 말에 우현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할머니. 할머니가 안 그러셔도 한식점은 잘 돌아가요."
할머니가 사과껍질을 우현에게 던진다.
"쉬긴 내가 왜 쉬어! 이리 멀쩡한데."
나 그렇게 쉽게 안 죽는다. 결의에 찬 표정으로 말하자 우현이가 고개를 저으며 최 여사가 깎아놓은 사과 한 점을 입에 넣었다.
"누가 죽는대요? 할머니는 다른 사람들이랑 말할 때마다 그 사람 기를 쪽쪽 훔쳐가잖아요. 오래 사실거에요."
이모는 저보고 왕자라던데. 우현의 말에 할머니가 콧방귀를 뀌었다.
"왕자는 성안에 있어야 왕자인거다."
우현이 또 다시 시작한 맞선이야기에 의자에서 일어났다.
"퇴원하실때 전화하세요. 맛난 거 사드릴게요. 엄마. 가볼게요."
할머니가 아무 말 없이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며칠 후, 평상시처럼 출근한 성규는 직원들이 손에 하나씩 선물을 들고 있는게 의아해 호원에게 물었다.
"오늘 크리스마스에요? 아니면 마니또 파티인가? 다들 손에 선물이 하나씩 있네요?"
성규씨는 아무 것도 안 사왔어요? 호원의 물음에 성규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방금 호대리님이 말해주셔서 알았어요. 에이,그리고 팀장님한테 잘 보여서 이득될 것도 없잖아요."
서동그룹이면 완전 재벌이잖아!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서동그룹 아들이면 완전 재벌가의 상속자아니에요?"
젊은 나이에 으리으리한 집으로 이사를 왔길래 그냥 잘 사는 부잣집 아들인가 싶었더니 이건 완전 신문에서나 보던 사람이었잖아? 새삼스럽게 우현이 먼 세상사람처럼 느껴졌다. 내가 만약 바닥이라면 저 사람은 하늘 높이에서 개미처럼 작은 나를 내려다보고있는 기분이겠지?
"완전 대박이네요."
나름 정의로운 사람이구나. 성규가 고개를 끄덕이며 컴퓨터 전원을 켰다. 회사용 메신저를 켜고 접속해 있는 우현에게 쪽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뭐라 적지…."
팀장님. 생일 축하드리구요. 생일빵으로 박살날 준비…. 아,이건 아니야. 한참을 지웠다썼다하며 고민한 성규가 짤막하게 '팀장님^.^생일축하드려요*^0^*'라고 이모티콘까지 섞어 쪽지를 보냈다. 하지만 답장은 없었다.
"답장을 바란 내가 등신이지…. 아아,됐어. 생일이든 말든 내가 알게 뭐야."
난 내 일만 열심히 하면 돼! 그렇게 다짐한 성규가 일을 시작했지만 자꾸 마음 한 켠이 찜찜했다.
"오늘도 나가게?"
이번에도 환한 미소만 짓는다.
"도서관 가는거야?"
도리도리.
"그럼 영화보러?"
또 도리도리.
"뭐야. 우현이 말대로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생긴거야?"
이쁘게 차려입고 신발을 신던 성열의 손이 잠시 멈춘다. 그 손을 캐치한 순재가 다시 한번 물었다.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순재가 팔짱을 낀 채 말하자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던 성열이 킁킁 냄새를 맡고는 순재에게 말했다.
"…진짜 난다."
화들짝 놀란 순재가 서둘러 주방 오븐으로 달려갔다.
"헉! 괜찮아요!?"
양 손에 쓰레기 봉투를 들고 문을 뻥 찼던 명수가 깜짝 놀라 쓰레기 봉투를 던지듯 내려놓고 바닥에 넘어진 성열의 손을 잡아일으켰다. 이마에 혹이 날 정도로 아팠지만 명수의 말 한 마디에 아픈 것도 잊은 성열이 어색하게 웃었다.
"괘,괜찮아요…."
부끄러운 성열의 마음을 모르는 명수가 코 앞까지 다가와 이마 부분을 살짝 들추고 요리조리 살폈다. 가까이에서 마주하니 더 떨린다. 숨이 멎을 지경이다.
"피는 안 나네요. 다행이다."
방금 부딪혔으니깐. 성열이 가방끈 잡은 손만 꼼지락거린다. 쓰레기봉투를 레디락 옆 쓰레기 수거함에 넣은 명수가 레디락 문을 열고 성열에게 먼저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있는 성열이 얼른 레디락 안으로 들어갔다
"성규씨. 내일 봐요."
호원이 먼저 사무실을 나가고 우현과 둘만 남게 된 성규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저 팀장님."
서류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우현이 성규의 말에 피식 웃었다.
"지금 저 비웃었죠."
돈 많다고 자랑하는거야,뭐야? 어우,재수없어.
"미역국은 먹었어요?"
면발을 먹어야 오래 사는 거 몰라요? 성규가 가방을 챙겨들고 나란히 우현과 엘리베이터를 탔다. 이제 퇴근후 우현의 차를 타고 집으로 귀가하는게 보통일이 된 성규가 자연스럽게 조수석에 올라탄다.
"노래라도 불러주던가요."
우현이 또 한번 피식 웃었다. 왜 자꾸 바람 빠지게 웃는 거야. 성규가 서류가방을 끌어안고 힐끗 운전하는 우현의 모습을 살폈다. 서동그룹 아들이라는 점에 새삼 우현이 달라 보인다. 이제보니 귀티가 좔좔 흐르고 좀 잘 생기기도 한 것 같고…. 그래도 재수없는건여전해! 집앞에서 차가 멈추고 벨트를 푼 성규가 차에서 내려 한번 더 축하 인사를 건넨다.
"집에 가서 라면이라도 끓여드세요. 아셨죠?"
미련없이 돌아선 성규가 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간다. 조금 더 전진해 자신의 집 앞에 차를 세우고 직원들이 준 선물을 챙겨들었다. 집안으로 들어가려다 다시 뒤돌아나오더니 전봇대 밑 쓰레기 봉투 사이에 종이가방을 얹어놓았다.
*
방안으로 들어가 서류가방을 던지듯 내려놓고 정장 마이를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넥타이를 풀어 책상의자에 걸쳐놓으려다 문득 책상위에 놓인 갓파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오케이."
좋은 생각이 났다.
레디락에서 나올땐 낮이었지만 우현의 선물을 사러 돌아다니다보니 어느새 어둑어둑해져버렸다. 밤에 혼자 나와본 적은 없었는데…. 슬슬 불안해진 성열이 순재에게 전화를 할까말까 망설이던때에 이어폰을 꽂고 휘파람을 불며 경쾌한 발걸음으로 다가온 명수가 자기의 옆에 섰다. 아직 성열을 발견하지 못한 건지 스마트폰만 쭈물쭈물거리던 명수가 뒤늦게 성열을 발견하고는 아는 체를 해왔다.
"또 만났네요."
짧게 대답하는 성열때문에 덩달아 무안해진 명수가 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고 휘파람을 분다. 집까지 명수와 함께 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또 떨려오기시작했다. 버스가 도착하고 버스에 올라타 자리를 살피자 하필이면 뒤 쪽에 놓인 커플석만 비비어있다. 먼저 버스에 올라탄 성열이 창문 쪽에 앉자 '앉아도 되죠?'하며 성열의 옆자리에 명수가 털썩 앉았다. 명수는 아무렇지않게 노래를 들었지만 성열은 고개를 숙인채 손가락만 만지작거렸다가 가방 똑딱이를 똑딱거렸다가 안절부절을 못하고 있었다. 한참을 달린 버스가 집 근처 정류장에서 멈추고 명수와 성열이 나란히 버스에서 내렸다. 집까지는 떨려서 어떻게 걸어가나?
"…대학생이에요?"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아스팔트인가, 뭉글뭉글한 구름인가? 조금만 더 가벼웠다면 날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 한참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집앞에 도착해버렸다. 길것만 같았던 시간은 예상외로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명수가 먼저 작별 인사를 하고 초인종을 누르자 대문이 열리고 검은 후드티를 뒤집어쓴 성규가 나왔다.
"이제 오냐? 어? 성열씨랑 같이 온거야?"
성규의 손에 들린 갓파인형을 보며 묻자 성규가 그저 씨익 웃고 성열에게 인사를 한다.
"성열씨! 잘 가요."
성규와 명수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성열이 조용한 걸음으로 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근데 어디 가? 이 시간에."
인형을 옆구리에 낀 성규가 씩씩한 걸음으로 오르막길을 넘기시작했다.
"삼만 오천원입니다."
라면 코너에서 후루루 국수도 집어왔다. 계산을 마치고 편의점에서 나와 케이크가 녹을까싶어 얼른 우현의 집으로 향했다. 잠시 케이크를 바닥에 내려놓고 초인종을 눌렀다. 딸칵 소리와 함께 우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왜요?]
인터폰에 카메라도 달렸구나. 성규가 속으로 감탄을 하며 이상하게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했다.
"잠깐 나와보세요."
얼른 케이크를 집어들었다. 현관문이 열리고 편안한 차림의 우현이 걸어나왔다. 마당을 지나 대문으로 다가온 우현이 대문을 열지 않고 고개만 살짝 내밀어 성규를 쳐다본다.
"…케이크네요?"
바람빠진 웃음을 내며 대문을 열고 나온 우현이 대문앞에 앉아있는 갓파 인형을 보고는 걸음을 멈췄다.
"이건 또 뭡니까."
설마 이게 생일선물입니까? 성규가 고개를 크게 끄덕끄덕거렸다.
"케이크는 들어가서 순재씨랑 성열씨랑 맛나게 드시구요. 여기 국수."
까만 봉지안에 든 후루루국수를 확인한 우현이 평소 비릿한 웃음과는 달리 정말 웃겨서 웃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특이하네요."
그러자 바로 정색을 한다. 진짜 성격파탄자다.
"팀장님 혹시 어릴때 크게 상처받았어요? 웃기면 웃고 아니면 아닌거지. 또 그거 말했다고 정색하기는…. 아무튼 그 갓파인형. 버리지마요."
큼큼. 잠시 목을 가다듬은 성규가 두 손을 잡고 마치 동요대회에 나간 어린이같은 포즈를 취하더니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생일축하합니다~생일축하합니다~. 사…."
우현에게 인사를 한 성규가 미련없이 집으로 들어가버린다. 케이크과 갓파인형을 끌어안고 한 손엔 후루루 국수를 들고 잠시 멍하니 있던 우현이 어깨를 들썩이며 웃기 시작했다. 보면 볼수록 골때리는 사람이다. 성규가 준 선물들을 끌어안고 집안으로 들어가자 순재와 성열이 다가와 구경하기 시작한다.
"어머. 이 인형 저번에 성규씨가 뽑아준 인형이잖아? 케이크랑 국수도 있네? 이거 다 성규씨가 준거야?"
갓파 인형을 우현의 얼굴옆에 들이대며 말하자 우현이 인상을 쓴다.
"…진짜 닮았어?"
케이크와 후루루 국수를 식탁에 내려놓고 침실로 들어가, 침대 옆 선반 위에 갓파 인형을 올려놓았다.
"……."
얘가 고민을 들어준다고? 말도 안돼. 미소를 지은 우현이 갓파인형 머리부분을 툭 하고 쳤다.
*
인생그래프꼭짓점
주말 이틀 전. 룰루랄라 즐거운 기분으로 일을 하는 성규에게 자꾸 호원이 귀찮게 굴었다. 할말이 가득한 표정으로 성규를 불렀다가 막상 성규가 대답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하며 말꼬리를 흐렸다. 결국 서류를 손에서 놓은 성규가 호원의 의자를 잡아돌렸다.
"왜,왜 이러세요."
고기 먹으러 안 갈래요? 호원의 말에 성규가 엥?하는 표정을 지었다. 고기? 고기라면 당연히 콜인데….
"그 말이 끝이에요?"
금세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바뀐 호원이 노래까지 흥얼거렸다. 아, 이 회사엔 왜 이렇게 나사빠진 사람들이 많은거야…. 복사할 서류들을 챙긴 성규가 사무실 구석에 있는 복사기로 향했다. 복사기 앞엔 우현이 서있었다. 성규가 인사를 하자 우현이 쳐다도보지않고 복사기에 무언가 문제가 생긴 듯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선 복사기 여기저기를 만지작거린다.
"복사기가 잘 안 돼요?"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올린 성규가 복사기 옆구리를 발로 팡팡 찬다. 우현이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때리면 말을 듣거든요."
복사기 하단부의 손잡이를 잡고 뜯어낸 성규가 휙휙 안을 살폈다. 제일식품회사에 있을때도 주구장창 복사담당이여서 복사기에 대한 지식은 다른 사람들보다 빠삭했다.
"…찾았다! 여기 봐요. 종이 찌끄래기 꼈잖아요."
성규가 톱니바퀴처럼 생긴 부분에 낀 종이 조각을 잡았다.
"으으…. 왜 이렇게 안 빠지지."
조금 세게 힘을 주어 종이 조각을 잡아당겼다. 종이 조각이 뽑히는동시에 무언가 찌릿한 기분이 손가락에 느껴졌다.
"…으아. 피난다."
성규의 검지를 잡은 우현이 인상을 쓰며 상처를 살폈다. 꿰맬 정도는 아니지만 꽤 깊게 베였다. 언성을 높히는 우현의 모습에 성규가 움찔거리며 당황했다.
"왜,왜 화를 내고 그래요."
뭐? 토? 이 또라이시키! 베인 건 난데 왜 지가 성질부리고 난리야! 성규의 손을 잡은 우현이 휴게실로 들어가자 여직원들이 부러움 가득한 시선으로 쳐다본다. 성규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핏방울이 톡톡 떨어져있었다. 휴게실로 들어온 우현이 서랍에서 약통을 꺼내 쾅쾅거리며 거칠게 열더니 연고 뚜껑을 열어 성규의 손에 뿌직뿌직 소리가 날 정도로 가득히 연고를 짠다.
"…저기요, 팀장님."
누가 보면 온몸에 다 바르는 줄 알겠네. 얼씨구! 붕대까지?
"아아,팀장님. 붕대는 진짜 아니에요."
결국 붕대까지 두툼히 감아준 우현이 반창고로 붕대를 고정시켜준다.
"이야…. 순식간에 병자 만들어놨네요?"
이 말만 남긴 우현이 휴게실을 휙 나가버린다. 우현의 뒷모습에 대고 주먹질을 한 성규가 뻣뻣한 손가락을 매만지며 대걸레를 가지러 화장실로 향했다.
"오늘은 자리가 없네요. 좀 기다려야겠다."
고개를 쭉 뺀 호원이 가게안을 두리번두리번거렸다. 누군가를 찾고 있는 것 같은 행동에 성규가 같이 두리번거리며 묻는다.
"누구 찾으세요?"
호원이 횡설수설하며 목을 마구잡이로 돌려댄다. 야외 테이블에 앉은 성규가 다리를 흔들거리며 아주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동우가 안 보이네…. 동우 있어야 서비스도 많이 받는데…."
약간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은 호원의 성규 옆 의자에 털썩 앉았다. 점점 줄이 줄어들고 성규와 호원이 들어갈때쯤 어디선가 달려온 동우가 성규의 등에 폴짝 업혔다.
"으하하하하하! 언제 왔어?"
오늘은 그냥 평범한 옷에 선글라스를 낀 동우의 모습에 호원이 잠시 실망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동우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본 호원이 덜컹거리는 가슴을 움켜잡았다.
"어? 저번에 뵜던 분이네. 안녕하세요."
에구머니나! 선글라스 테두리가 진한 보라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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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현성] 인생그래프꼭짓점 [07]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1/e/2/1e2c3d58e43dbfaf968eae3828419ff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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