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훈 우지호 그리고 우리 03
불청객이 찾아왔다. 방 한 칸과 거실 부엌 화장실이 끝인 좁은 집에 두 명도 벅차다면 벅찬 좁은 집에 일주일 짧은 기간 동안 세명이 살게 되었다. 고등학생 때 표지훈과 함께 다니던 친구인 이름은 이태일. 고등학교는 한국에서 무사히 마친 후 졸업식이 끝나자 며칠을 한국에서 보내다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 그리고 9월 후반인 지금 7개월 만에 잠시 동안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런 점은 중요하지 않았다. 친하지 않은 사람과 일주일을 마주 보며 지내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며칠 전부터 구석에 쌓아두었던 상자를 풀어 사용하지 않던 게임기를 정리하고 있는 표지훈.
평소처럼 오전 7시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옷을 입고는 공항으로 마중을 나가 오전 10시에 집에 도착해 이태일의 캐리어에 정리되어있는 짐을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표지훈과 이태일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이기에 소파에 앉아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있다. 표지훈은 워낙 스킨십이 많은 스타일이다. 특히나 170도 되지 않은 작은 키에 애교를 부리지 않아도 귀여운 말투에는 더욱더. 안부를 물을 때도 조잘조잘 대답해 대는 이태일의 볼을 꼬집으며 귀엽다는 말을 하곤 했다. 어린 시절 호기심으로 만났을 땐 질투가 나지 않았지만 사귄 지 2년이 지난 지금. 표지훈을 좋아하게 된 지금. 오전 11시 다정하게 소파에 앉아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모습만 봐도 화가 끓어오른다.
“언제 가?”
“일주일만 있다가 가요”
“좀 빨리 가지”
이태일과 웃으며 안부를 묻던 표지훈은 굳은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왜 그래, 태일이 무안하게”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말이라 대꾸도 하지 않은 체 무시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이제 막 해가 중천에 떠 따스한 햇빛이 들어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하얀색 시트의 침대에 앉아 배게 위에 던져 놓았던 볼일 없는 폰을 껐다 켰다 하며 마음을 가라앉힌다. 분명 1년 전만 해도 질투가 나지 않았다. 일요일 할 짓 없는 지루한 주말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시간을 때우던 도중 지훈이가 그 당시엔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 했던 충격 발언을 했다.
“나 태일이 좋아했었어”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질투 안 나?”
“딱히”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태일 표지훈 그리고 나. 셋이서 롯데리아를 간 날. 일부러 이태일의 옆에 앉아 감자튀김을 먹여주고 어깨동무를 한 체 귀엽다는 말만 하루종일 했다. 티 나는 질투 유발 작전인듯하다. 목소리를 높이고 어떤 스킨십을 해도 반응이 없자 결국은 이태일의 볼에 진하게 뽀뽀를 한다. 이태일은 마냥 좋은 듯 웃음을 짓고 있는 표지훈을 보곤 표정을 찌푸리며 손등으로 입술이 닿은 부분을 손등으로 문질렀다.
“형 태일이 귀엽지?”
“귀엽네”
진심이었기에 표지훈은 며칠간 삐쳐있었다. 일일이 풀어주지 않았던 성격이라 등하교를 할 때도 아무 말하지 않고 먼저 말을 걸지도 않았기에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21살이 된 지금 행동 하나하나가 거슬린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새벽 2시가 되었고 샤워를 끝내고 나오자 표지훈의 입에선 뜻밖의 말이 나오고 있었다.
“셋이서 같이 자자”
“좁을 것 같은데…. 그냥 소파에서 잘게"
이태일은 표지훈의 말에 몇 번이곤 거절하였다. 몇 시간 전부터 이태일을 따라다니며 끈질기게 부탁을 해서인지 2시가 다가오고 피곤한 시간이 다가오자 내 눈치를 보다 어쩔 수 없이 허락을 했다. 일인용 침대에 세 명의 남자가 누워있으니 비좁았다. 그런데도 신경 쓰이는 건 표지훈의 옆에 누워있는 이태일. 신경이 거슬린다.
“침대 존나 좁네. 알아서 빠지지”
혼잣말을 다 들리게 하자 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손가락으로 허리를 쿡쿡 찔렀다.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고 지훈이를 쳐다보았다.
“저가 갈게요. 저가 생각해도 너무 좁고…. 죄송해요”
뭐가 그렇게 미안한 것인지 이태일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표지훈은 밖으로 따라나가 이태일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하다 방으로 들어와 한숨을 쉰 뒤 문을 세게 닫았다. 표정은 화가 난 듯 굳어있었고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보며 천천히 다가왔다. 침대에 앉아 한숨을 길게 쉬고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태일이 싫어?”
“어”
“심했어”
“너도”
굳어 웃음기 없는 표정은 이미 화가 난 듯하지만 그 모습을 감추려 하는 것인지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대화 도중 계속해서 긴 한숨을 쉬었다.
“1년 만에 본 친군데 네가 그딴 식으로 대하면 내 입장은 뭐가 되”
아무런 말도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표지훈의 표정을 관찰하였다. 화가 났지만 최대한 화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 웃음기 없는 표정과 흥분하지 않고 가라앉은 목소리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내 입장도 생각하고 행동해”
할 말이 있었지만 쉽사리 입이 때어지질 않아 몇 번이고 입을 뻐끔거렸고 내 표정 하나하나를 관찰하고 있던 표지훈은 무슨 말을 하든 기다려 주겠다는 듯 아무 말하지 않고 가만히 나를 보고 있었다.
“우리가 무슨 사인데”
표지훈의 딱딱한 얼굴이 풀어지고 금붕어처럼 뻐끔거리던 입술이 열렸다. “연인… 사이”그 말을 하고는 귀가 붉어져서는 장난기 섞인 얼굴로 나를 보며 웃다 침대에 앉아 검지로 내 볼을 툭툭 건드렸다.
“그러니깐 걔랑 스킨십 하지 마”
질투 난다. 대놓고 말하지는 못했지만 빙빙 둘러 질투 나니 이러이러한 짓 하지 마하고 말하니 지훈이의 눈이 커다랗고 초롱초롱해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물건을 부술 듯이 화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귀가 평소보다 더 빨개지며 가라앉은 목소리를 풀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형도… 질투하는구나”
귀가 빨갛다.
표지훈 우지호 그리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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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는 조금 짧죠 괜찮아요 다음 화는 기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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