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증후근'
:납치된 사람에게서 도리어 자신의 마음을 뺏기어 납치된 사람을 사랑하는 증상.
[기성용]
"으윽…."
속이 뒤집어질 거 같은 구토증상에 눈을 떳다. 그러니까, 어제 과음을 해서 친구들과 헤어져서 버스정류장까지 간 기억은 나는데… 아, 그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눈을 떠 사방을 쳐다보니 아는 선배의 집도 아니고, 우리집의 내 방도 아닌, 정말로 낯선 향기가 나는 그런 방.
아는 선배의 향이 아니다.
순간, 섬짓하리만치, 내 상태가 두려워 황급히 내 옷차림새를 살피었다. 다행스럽게도 조금 지저분할 뿐,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의 옷차림새이다. 하지만 여긴, 어디일까, 슬슬 일어나서 가봐야하는걸까? 아니면 방 밖으로 나가서 술에 진탕 뻗은 날 대리고 와 준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하러 나가야 하나. 그렇게 골치 아프게 혼자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갑자기 방문이 덜컥 열렸다.
"일어났네."
처음보는 남자. 나는 멍하니 날 잘 알고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후두둑- 그제서야 창 밖으로 비가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있던 남자는 모자를 벗어내며 부슬부슬 비가 묻어있는 물기를 털어내며 날 지긋이 바라보았다. 아, 맞다 감사인사를 해야하나?
"아, 저기… 누구신지는 몰라도, 정말 감…"
내 목소리를 중간에 뚝 끈기어, 철그렁, 하는 쇳소리가 났다. 그리고 일어나려던 내 발목을 붙잡는 서늘한 쇳덩이. 결국 다시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내 발목에 감겨있는 것을 쳐다보았다.
"날 몰라?"
어?
나는 어느세 내 앞으로 다가온 남자를 쳐다보았다. 바람막이까지 벗어서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남자는 내 앞으로 쭈그려 앉아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나 편의점 그 알바생인데. 우리 인연 자주 있었잖아. 기억안나나?"
눈을 깜빡이며, 뒷머리를 긁적이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아, 어젯밤에 생각 안나겠구나."
남자는 혼자서 손바닥위에 주먹을 올려놓고 활짝 웃는다.
"어제 그쪽, 우리 편의점 앞 버스정류장에서 자고있길레 대려왔어."
아니, 내가 묻고싶은 건…
"속은 괜찮아? 어제 가다가 토도 몇번 했었…"
"이 수갑 뭐에요?"
다급하게 남자의 말을 끊고서 찰랑- 또다시 쇳소리를 내는 것을 물어보았다. 그러자 실로 그는, 자신의 이야기 흐름이 깨진것이 기분이 나빳던지 미간을 좁히며 '왜, 발목아파?'라며 되려 내게 묻는다. 머리가 아무것도 생각 할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할 수 있는건, 그는 편의점 알바생이였고, 나는 그 편의점 앞 버스정류장에서 자고있었고, 그리고 남자가 발견하여 집으로 데리고 갔는데…
"아니 제말은 그게…"
"아 시끄러워."
나는 놀란 얼굴을 하며 듣기 싫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를 올려다 보았다.
"시발, 나 모른다고 지랄하고, 뻔히 지 납치한 줄 알면서도 뭐냐고 물어봐."
납치.
가슴이 커다랗게 내려앉는 기분이였다.
"왜 울어."
납치, 납치, 납치. 나는 그럼 뭐 어떡게 되는 걸까.
"아, 왜우냐고."
정말 짜증난다는 듯이 발로 내 다리를 툭툭 치며 말하는 남자는 결국엔 저 혼자 화내며 방안을 서성였다.
"내가 너 죽인데?"
"흐윽…"
무서웠다. 나는 이 남자를 몰랐고, 이 남자가 말한 편의점도 사실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끊어진 필름 속에서 그가 어떡게 날 대리고 왔건, 나는 지금 현재에 이 남자에게 납치되어 있으니까. 머리는 아무생각도 하지 못하고, 빠져나갈 궁리도 하지 못한체, 겁먹은 초식동물처럼 숨죽여 울기만 했다.
"시발…"
남자의 상스러운 욕 또한, 겁 주는데에 효과가 있었고, 남자는 다시금 방안을 서성이다가 내 앞으로 와 다시 쭈그려 앉아 날 바라보았다.
"울지마."
남자의 투박한 손이 내 얼굴에 닿아 문질러졌다. 갑작스런 남자의 손길에 몸이 움찔 떨렸다. 그런 내 움직임을 말해주듯이 찰랑- 또다시 족쇄같은 수갑이 조용한 방안을 울렸다.
"겁먹지마. 나 이럴려고 마음먹고 너 대리고 온거 아니야."
남자의 투박한 손이 부드럽게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냥… 시발 존나 쪽팔린데, 좋아해서 그랬어. 울지마, 어?"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좋아한다고 해서 납치는 아니잖아. 나는 희미하게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저, 이 모든게 꿈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륵주륵 뜨거운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남자의 손길도 멈추지 않고 계속 내 눈물이 멈출때까지 닦아주었다.
그 시간은 마치 지옥과도 같았다.
"뭐, 필요한거라도? 사다 놓을테니까… 아, 제발 작작 울자. 어?"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고, 남자는 말 잘 듣는 착한 개를 칭찬해주는 것 마냥,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완전히 그가 나갔을 땐, 정말 정신이 반쯤, 미쳐있어서 발목에서 피가 날 정도로 세게 흔들었다. 혹, 날 납치한 미친 남자가 열쇠는 놓고가지 않았나 몸을 낮추어 여기저기 구석까지 다 살펴보기까지 했지만, 결국엔 그가 집에 올 때까지 아무것도 찾지 못했고, 한 하나의 빈틈의 빠져나갈 궁리도 찾지 못했다.
"피 났네."
남자는 무심한 말투로 잔뜩 사가지고 온 봉투를 방에 놓고는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뺨을 후려쳤다. 순간 억- 하는 내 소리와 함께, 몸이 붕 뜬 것 처럼 내 얼굴이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도망치려고 했었구나. 맞지?"
내 숨이 자잘하게 떨렸고, 남자는 바닥에 얼굴을 박고 부들부들 떨고있는 내 머리칼을 잡아 자신을 쳐다보게 했다.
"시발, 맞지? 도망치려고 한거 맞지?"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입에서 주륵- 비릿맛이 나는 피가 흘러내렸다. 볼이 빨갛다못해 파랗게 부엇을 얼굴과, 피나는 내 얼굴을 보던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더니, 또다시 머리를 거칠게 긁적이더니 고개를 푹 숙여 가만히 땅 바닥을 쳐다보았다. 그러길 몇시간
"미안해."
남자의 사과.
[홍정호]
![[국대망상] 상황별 국대들 -22(스톡홀름 증후근ver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3/f/23f014341840a111358bd0443a42439b.jpg)
"내가 존나 죽이고 싶을정도로 밉지."
상처난 입술에 연고를 발라주는 그를 한번 쳐다보다, 멍하니 그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현관문을 쳐다보았다.
"그러게, 왜 손목을 그어, 병신같이."
아직까지 욱신거리는 손목의 통증. 벗어나고 싶었던 현관문을 그렇게나 가까이에 있지만 밖에 나갈 수 없는 답답함에 눈물이 또다시 흘러내린다. 벌써 이 남자에게 납치 된지 두달이 지나간다. 치욕스런 하루하루를 이를 악물고 버티어가며 애써 오늘이 몇일인지, 오늘이 그에게 납치된지 몇일인지. 모조리 기억해야 했다.
그래야 난 경찰에게 그의 일거수두록을 다 말할 수 있으니까.
경찰에 잡힌 그의 모습이 지금의 내 상황과 오버랩이 되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 간절한 나의 희망이기에, 놓을 수 없다.
"나 기다리는게 그렇게 어려운가. 자살까지 할 정도면."
킥킥- 내 입가에 연고를 다 발랐는지 멍한 내 시선을 잡으려 태 손목을 꽉 잡는 남자의 손아귀. 악- 커다랗게 소릴 지르며 그를 쳐다보았다. 곧, 그가 감아준 붕대에서 또다시 피가 세어나왔다. 유리조각으로 그은 상처 그대로 피가 베어나오며 나는 욕을 짓걸였다.
이 미친놈아, 놔, 아파, 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내 그런 격한 반응이 재밌는 듯, 아니면 정말로 진짜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지 쉽게 손목을 잡았던 손을 놔주지 않았다.
"이래야, 너지."
그리고 감동받았다는 어울리지도 않은 얼굴을 내보이며 더러운 입술을 내밀어 입을 맞추어 달라고 요구하는 그의 주둥아리. 마음만 같아선 날카롭게 송곳니를 드러내어 콱 물어버리고 싶지만 오히려 그러면 그럴수록 내게 더 불이익을 가할 것을 알기에 가만히 눈을 감고 그의 입술에 덜덜 떨리는 내 입술을 대었다.
그리고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 손목을 놓고 내 뒷통수를 감싸쥐어 좀 더 깊에 들어온다.
더러워.
죽고싶다.
나 좀 제발 살려줘.
"다시 한번만 그런 멍청한 짓 하면 가만 안둬."
그는 나의 옛 남자친구 였다. 그래 그는 한때의 옛, 아주 오래전의 남자친구일 뿐이였다. 그리고 우린 그의 미래에 좋게 헤어졌다. 그런 줄로만 알았던 그와 다시 재회하던 날. 그는 내 옆에 있던 남자친구에 크게 놀라지 않으며 잘 사귀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그가 정상인인줄 알았다. 하지만, 늦은 시각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골목으로 들어가는 길에 나는 뒷통수를 후려갈기는 힘에 정신을 잃었고, 눈을 떳을 때 보이는 것은 익숙했던 전 남자친구의 방.
내 앞에서 몇일이나 감지못한 내 뒷머리를 빗으로 빗어주는 날 납치한 미친놈의 방일 뿐이다.
"머리가 많이 엉켰다. 어째, 넌 머릴 안감아도 좋은 냄새가 나냐."
납치를 하면서 그가 나에게 해 준 것은 애정요구 였다. 그는 마치 애정결핍에 걸린 사람처럼 스킨쉽을 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며 난폭하게 화를내며 손찌검을 했다. 그래, 넌 미친놈일 뿐이야. 내가 애초에 너와 사귄것도 내 머리가 이상해서 그런거였을지도 몰라. 왜 너와 사귀었을까, 지금 후회해봤자 늦은거라지만 지금 느끼는 것이 너무 지옥같아 견딜 수 없었다.
차라리 아까처럼 또다시 깨진 유리를 부여잡고 손목을 긋고 싶을 지경이였다.
하지만 언제나 그는 다정했다. 그를 죽도록 증오하고, 미워하며, 원망하는 내 눈빛에도 그저 그는 시종일관 웃기만 할 뿐. 날 쓰다듬어 주기만 했다. 그리고 내 사랑을 애원하듯이 잠자리를 요구했다. 그리고 거절하면 손찌검.
결국엔 강간.
일어나면 항상 보이는 그의 얼굴을 볼때마다 속이 뒤집힐 거 같았다. 다정스럽고도 뻔뻔히 아파하는 날 바라보는 눈동자는 역겨웠다.
"나중에 씻겨줄게. 나중에…"
우리 결혼할때.
라고 조곤조곤 말하는 그의 말에 나는 곧장, 미친새끼라고 중얼거렸고, 그는 마치 최고의 개그맨트를 들은 사람처럼 커다랗게 웃어 재끼었다.
"사랑해."
그리고 또 다시 시작된 하루에서 나의 사랑을 구걸하는 일은 또 다시 시작된다.
[박주영]
"제발 이러지 말아요."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리는 내 목소리에 남자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경찰에 잡히면 당신 끝이야."
그러자 남자의 표정은 좀 더 알아듣겠다는 표정으로 바뀌기만 할 뿐, 나에겐 전혀 겁먹지 않았다. 하긴, 이깟말로 겁을 먹었다면 애초에 날 잡아둘 생각은 하지 않았겠지.
"그럼 그 전까지, 잘해줄게."
미쳤어.
이렇게 꼼짝 못하게 잡아두게 해놓고 뭘 잘해주겠단 거야? 나는 그의 말에 어이없는 실소를 터뜨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와, 우습나."
우습다.
우스워 죽을 지경이네. 나는 그를 노려보았다. 내 가정. 내 남편. 아 아기. 나는 서럽게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제발, 나에게 남편과 아이가 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요… 하지만 그런 내 말에 듣기 싫다는 듯이 인상을 찡그리며 입을 막아버리는 투박한 손.
"누가 그 얘기 듣고 싶어 니 여기 갔다놨나."
"여기엔 나랑 니 밖에 없어."
"니 아 새끼고, 니 남편이고. 지금은 내한테만 집중해."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잃었던 정신을 차리고 낯선방에서 수십가지, 수만가지의 생각을 해봣었다. 혹시 돈. 차라리 그것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방 안으로 들어온 남자에게 제발 살려달라고 부탁했다. 돈이라면 얼마든지 주겠다고하며 제발 살려달하고 했다. 하지만 그는 돈은 필요치 않다고 했다.
그럼?
그는 날 원한다고 했다.
"당신 벌 받을거야."
내 말에 남자는 상관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눈물을 질질 흘리며 날 기다리고 있을 아기가 생각났다. 초조히 경찰의 소식만 기다리고 있을 남편도 생각이 났다. 왜 이 남자는 왜 나를 납치했는지. 내 얼굴이 그리 잘난얼굴도 아닌, 아기까지 낳아 망가진 못생긴 나인데. 왜 하필 나였던지.
그저 이 남자가 원망스러울 따름이였다.
"죗 값 톡톡히 치르게 할거야."
원망담긴 눈으로 그를 노려보자, 그는 눈은 의외로 충격적이였다. 슬픈 눈동자.
"그리 쳐다보면 가슴 쓰리니까, 다음부터 그러지 마라."
그리고 씁쓸히 얼굴을 찡그리며 나가는 남자. 막-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난 미친듯이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사람이 납치되었어요, 살려주세요. 하지만 내 비참한 목소리는 방안에서만 맴돌 뿐, 아무도 현관문을 두드려주며 '괜찮아요? 경찰이에요, 여보? 나야. 엄마!!'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공허하게 맴도는 허탈감과 자괴감에 빠질 뿐이다.
결국 그가 돌아올때까지 미친듯이 소리질렀고, 그는 쯧, 혀를 한번 차주며 내게 물을 내밀었다.
"옆집에서 조용히 하라고 민원 들어왔다. 목 쉬니까 그만해."
희망조차 산산히 부서지는 그의 말들에 나는 엉엉 울음을 터뜨리며 죽지 않으려 남자가 내민 물을 들이켰다. 악착같이 살아남고, 살아남아서 그에게 짖눌려 살진 않으리라 하고 다짐했다. 남편과 아이가 기다리는 만큼, 나는 살아서 돌아가야 했기에. 나는 경찰에 넘어가는 그를 꼭 봐야 했기에.
"그래도, 집에 들어와서 당신 목소리 들으니까 좋네."
다 비워진 잔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
나는 그의 눈동자를 노려보았다. 그런 내 시선을 느꼈는지 같이 마주 얽히는 시선.
그는 처음 납치되어 내게 웃어주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2부는 주말에 와서 쓸게여
긱사라 빨리 놋북끄고 자야게써여
![[국대망상] 상황별 국대들 -22(스톡홀름 증후근ver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9/7/a/97a6a29ec0cc7500c87a1aace94e85c1.jpg)
아 힘들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힣
아무래도 이거 미친글인거 가테
그래도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 스릉해여그러므로 짤과 재밌는 여러분들의 캡쳐들은 주말때 하게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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