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그대 잠들면 나도 잘게요
written by. jjj
bgm. 바보
시작하기전에:)
<응답하라 1997>과 비슷한 요소가 많을거에요! 응답하라 1997의 성시원과 윤윤제를 모티브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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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성장의 법칙´
소년은 남자가 되고, 소녀는 여자가 된다.
하지만 남자가 되어버린 소년과 아직 덜 자란 천방지축 소녀.
문제는 그 속도가 다를 때 발생한다. <응답하라 1997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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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오, 저 새끼 진짜!!!…야, 구자철!!! 너 일로와봐!!!˝
˝…자철이네. …자철이 니한테 요즘 와 그러는데? 니랑 뼛속까지 베프 아이가. …혹시 니네 싸웠나?˝
˝내도 모른다!! 싸운 적도 없다!! 할튼간…, 저 새끼 저거 요즘 미친새끼 다 되버렸다!!!˝
콧구멍에서 뜨거운 콧김이 푹푹 뿜어져 나온다. 저러다 한대 쳐 맞으면 안 아프지? 아님 맞고 싶어서 안달이 났나!?
어제 본 드라마 얘기로 흥민이랑 한창 열을 올리는데, 글쎄 구자철이란 놈이 괜히 흥민이와 내 사이를 끊어놓듯 지나가는 것도 모자라 내 어깨를 툭 치고 가는 것이 아닌가. 나-참. 기가막혀서….
저 새끼, 요즘 이상하다~이상하다~ 싶었는데 오늘 기어코 내 심기를 왕창 건드리고 만다. …제 정신이가? 맛 갔나? 멀쩡한 사람 어깨빵은 왜 하고 지나가는데?
중요한 건, 이게 이번 뿐이 아니라는거다. …하루 이틀이여야지! 언젠가부터 내가 다가가면 표정을 싹 굳히고 어색하게 피하질 않나, 제가 나 안 놀아준 주제에 내가 다른 애들이랑 놀고있으면 아련한 얼굴로 쳐다보질 않나! …오늘처럼 괜히 심술을 부리질 않나!!
처음에는 나한테 화난게 있는건가 싶었다.
그래서 몇일 전 되도않는 진지모드를 켜놓고 「니 내한테 요즘 왜 그라는데?」 하고 어색한 쪽지를 보냈었는데, 돌아온 답장이란게…
「몰라...」였다. 이런 밑도끝도 없는 새끼…내가 이래서 널 존나게 아낀다 씨발롬아….
무튼 저 새끼의 ´묻지마 쌩까기´ 모드가 발동된지 벌써 2주가 다 되간다. 아니, 쌩까는 정도는 아닌데 막 거리를 두는 기분. …아, 몰라, 몰라!
내 성격이 원체가 불같은지라 짜증나고 답답한건 도저히 못 참는데! 이만큼 했으면 많이 참았지 싶다.
이제 더이상 그냥 넘어가 줄 수가 없다.
분명 내가 이리로 와 보라고 했음에도 다부진 뒷통수를 보이며 빠르게 사라지는 구자철에게 성난 코뿔소마냥 달려들어 정강이를 쪼인트 킥으로 걷어 차버렸다.
구자철의 정강이뼈와 내 삼선 쓰레빠 앞코가 쓰나미처럼 찰지게 충돌했고, 그에 구자철이 즉각 ´떻!!!!!´ 하는 괴상한 소리를 내며 정강이를 잡고 허리를 폴더처럼 접은 채 고통에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예끼, 인사 잘-한다. 2주째 내 팔자에도 없는 속앓이 시킨 벌이다.
´아…아…씹, 병신같은게 세게도 후리네…아!….´ 정신없이 중얼중얼 끙끙거리는 구자철의 앞에 보란듯이 팔짱을 끼고 짝다리를 짚은 채 섰다.
자, 이제부터 질문 나갑니다.
다음을 듣고, 여자가 묻는 말의 정답을 니 머릿속에서 찾아 큰따옴표 안에 알맞게 니 주댕이로 직!접! 써 넣으시오.
1번입니다.
˝니 요새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니 요즘 마약하제.˝
˝…씹…뭔 개소린데.˝
˝…2번입니다. 니 구자철 아니제.˝
˝…이 병신같은 질문들에 꼭 대답해줘야하냐?˝
˝아니다. 이것들은 할 필요없다. 근데 지금 묻는건 꼭 대답해라. 뭐, 대충 무슨 질문인지는 알고있제.˝
˝…뭔데.˝
˝허, 뭔데? 뭔데에에에? …진짜 몰라서 질문하는건 아닐거라 믿는다. 니! …요즘 와 자꾸 내 피하는데?˝
…짜증나. 막판에 목소리 흔들렸어, 왕 짜증나.
그냥 근 2주동안 너무 답답하고 서러웠는데 원인제공자가 아무런 말도 안하고 피하기만 하니까…. 어릴때부터 제일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쌓여만가는 배신감에 속상했던게 울음이 되어 목구멍을 턱턱 막아왔다.
짜증나면 진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막 쏟아지는데, 얼마나 짜증났으면 벌써부터 순식간에 차오른 눈물로 앞이 뿌옇게 흐리다. 씨…짜증나, 진짜.
허리를 숙이고 있는 덕에 훤히 보이는 구자철의 뒷통수를 힘주어 꾹 눌렀다.
…너 때문이잖아, 새끼야…너, 너, 너!
울기 싫어서 씩씩거리며 구자철을 내려다보는데, 마침 아직도 허리를 굽힌 채 슬쩍 날 올려다 보던 구자철과 눈이 딱 마주쳤다.
그러자 올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두 눈을 질끈 감은 구자철이 뭔가를 미친듯이 생각하는 듯 미간을 잔뜩 찌푸린다. …빡 돌았나?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니가 왜 빡이 도는데!?
내 안의 코뿔소가 다시금 꿈틀거리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한참을 지 혼자 그러고 있던 구자철이 이내 마음을 굳게 먹은 듯 체념한 말투로 부드럽게 곱씹듯 입을 열었다.
˝2주 쯤 전에, 니 옆반 문철이한테 고백받았을 때 기억나나.˝
˝…당연히 기억하지! 그 때 니가 억수로 태클걸었다 아이가, 나처럼 못생긴 년 좋아하는 눈 삔 새끼가 다 있다고! 결국 내가 문철이 찼을 때, 니가 병신처럼 헤헤 거리면서 내 떡볶이 사주던거까지 다 기억한…˝
˝왜 그랬을 것 같나.˝
˝아 말은 왜 잘라먹어…뭐를?˝
˝그 날 내가 왜 실실 쪼개면서 떡볶이 사줬을 것 같냐고.˝
˝내가 그걸 어찌아나. 그 날 니가 돈이 많았나보제.˝
˝…이거 봐라. 니는 내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그런 쪽으로 밖에 생각이 안 닿나. 이러는데 내가, 내가 어떻게….˝
˝아, 뭔 소리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쉽게 좀 말 해봐라.˝
˝…니는 내가 친구제.˝
˝그럼 니가 친구지 오빠야가.˝
˝내는…내 중딩때 반에서 지갑 도난사건 범인으로 한창 오해받았었던 날부터 아니였다.
그 때 니가 니는 내 믿는다고, 내가 아니라카는데 소문만 듣고 등 돌리는 새끼들은 다 개새끼들이라고 내 안아주면서 뒷통수 쓰다듬어주던 그 때부터.
내는 니 친구라고 생각 안했다.˝
˝…야, 니 설마….˝
˝…너 일부러 쌩까던 날부터 이런 날이 올 거라는 마음의 준비는 늘 하고있었다. 그 설마가 맞을거다. …말해봐라.˝
˝그때 내가 니 안아서 기분 더러웠나? 그 때부터 친구가 아니게…?˝
구자철과 간만에 하는 대화라 좀 감격해서 하나하나 열심히 귀기울여 들었는데, 도통 알수 없는 말들 뿐이다.
그래 뭐. 떡볶이 그거 뭐. 이제와서 2주 전 떡볶이 가지고 생색내냐?
또 뭐, 중딩때 내가 한 번 안았던게 그렇게 한이였냐…!? …뭐 어쩌라고 저쩌라고!
…하긴, 니가 말한대로 못생긴 년이 끌어다 안았는데 사내새끼가 기분이 좋을리가 없지. 위로라곤 하지만, 여자와의 생에 첫포옹을 내가 가져간 꼴이 아닌가.
이것저것 혼자 생각하는데, 내가 안아서 기분 더러웠냐 물었던 나를 한참이나 ´…이 새끼 이거 몰라서 이딴 식으로 묻는거야, 알면서 이딴 식으로 묻는거야, 병신이라서 이딴 식으로 묻는거야…?´ 라고 쓰여진 표정으로 훑던 구자철이 이내 설마…하는 표정으로 되물어온다.
니 진짜 몰라서 묻는거가.
응.
… ….
아니야? 뭔데, 뭔 말인데 그럼.
… ….
…뭔데. 왜 그렇게 보는데.
… ….
˝…가시내, 니 여자 맞나!!!!!!! 바보 등신이가!!!!!!!!!!!!!!!!!!!˝
˝아, 깜짝이야!!! 왜 소리는 지르고 지랄인데!!!!˝
…아니! 지가 하나도 못 알아듣게 말해놓고선 이해 못 한다고 화내는 건 어느 나라 매넌데!?
아직도 떡볶이…중딩…만 되뇌이는 날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던 구자철이 순식간에 허리를 꼿꼿이 세우더니 버럭 소리를 내지른다. …어쭈? 한 대 치겠다?
맘 같아선 눈을 부라리며 쳐 봐! 쳐 봐! 하고 싶은데 저 새끼는 그러면 진짜 한 대 칠 놈이라 얼른 가드를 올렸다.
그런 나를 더욱더 한심한 눈으로 보던 구자철이, 이내 아주 짜증나 죽겠다는 표정으로 기어코 옆에있던 화장실 문을 발로 차버리곤 잡을 새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뭐야? 저 새끼 진짜 왜 저러는건데…!
덜컹거리는 화장실 문을 보며 내 정신줄도 같이 삐걱거리는데, 뒤에서 누군가의 웃음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떤 새낀가 싶어 뒤를 돌아보는데, 아직 가지 않았던건지 흥민이가 그 자리 그대로 서서 킥킥거리고 있었다. …너 이 새끼, 웃어? 웃어어?
˝니 이해력이 잘못했네.˝
˝…뭐 이 새꺄…?˝
˝ㅋㅋㅋ저거 진짜 병신아이가 진짜.˝
˝뭐, 누구. 구자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응. 근데 병신 한 명 더 있긴 한데.˝
˝ㅋㅋㅋㅋ한명은 누군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니.˝
내 마음속 코뿔소가 이성을 잃고 흥민이에게 달려들었다.
「아니 그럼 병신들을 병신이라 하지 뭐라카는데!! 내가 무슨 홍길동이가, 아버지를 아버지라 하지 못하고 병신을 병신이라 하지 못하게!!」
…는 흥민이의 마지막 유언이였다.
그대 잠들면 나도 잘게요
written by. jjj
당신이 좋은 이유?
그저 그 사람이라서…바로 너라서…이것 말고 다른 이유가 또 있을까? <응답하라 1997 中>
구자철과 아주 제대로 부딪힌 이후 하루종일 기분이 영 아니였다. 게다가 같은 반이여서 아주아주 신경이 쓰인다.
심지어 구자철 그 자식, 내 오른쪽 뒷자리에 앉는데 멍충이같은게 좀 사람이 못 느끼게 쳐다보던가 굳이 돌아보지않아도 등 위를 끈덕지게 타고 흐르는 구자철의 시선이 느껴져서 아주아주아주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였다.
그렇게 미묘한 분위기 속에 여느 때처럼 청소시간은 다가왔고, 나는 쥐고있던 샤프를 일부러 탁 소리나게 내려놓은 뒤 자리를 박차고 대걸레를 꺼내든 채 화장실로 향했다.
오늘따라 대걸레가 더러운게 꼭 내 기분같아서, 대걸레를 한참이나 물 속에 푹푹 찧어대며 이것은 구자철이다. 구자철의 한라봉같은 머리통이다. 하면서 저주를 퍼붓는데, 돌연 짝꿍 주영이가 나타나 여자화장실 문 앞에서 날 불렀다.
˝…뭐고?˝
˝내가 볼 일 있는건 아니고, 자철이가 니 운동장으로 부르라카는데? 난 전해줬다~.˝
빠르게 제 청소구역으로 향하는 주영이에게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고 다시 애꿎은 대걸레를 물 속에 꿍꿍 찧었다. 뭐…나 불렀네.
…
그냥…아무 생각이 없다. 그냥 좀 속이 울렁이고…울렁울렁이고…울렁울렁울렁이고…울렁울렁울렁울렁인다.
그런 내게 옆에서 손걸레를 빨고있던 영희가 슬며시 다가왔다.
˝뭔데? 자철이가 니 부르는걸 왜 주영이한테 시키는데?˝
˝…내라고 그 새끼 속을 어찌 알겠나. 다~ 지 맘이겠제. …아니! 빙-신같은게 할말이 있으면! 지가 직접! 올 것이지, 왜! 주영이를 시키고! 지랄인데, 지랄이! …기분 이상하게.˝
˝흐미…가시나, 리듬 타면서 걸레 찧는거 보래…. 근데 니네 싸웠나? 니네가 싸우기도 하나?˝
˝내도 모른다. 그 새끼가 그동안 일방적으로 내 피한기다. 내가 오늘 폭발해서 뭐라고 싸대니까 저렇게 부르는거 아이가. 지도 미안한 건 아나보제.˝
영희에게 아무렇지 않은 척, 쿨내나는 척 해보긴 했지만 마음이 울렁이다 못해 파도를 친다.
분명 내가 잘못한 건 없는데, 내가 구자철에게 큰 실수를 한 것 같은 기분. 아까 본 답답해 죽겠단 그 표정이 내게 꽤 긴 시간동안 참아 온 간절한 뭔가 인 것 같았는데 나는 도통 얘가 나한테 뭘 원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
˝야, 구자철!!˝
운동장 축구 골대에 축구공을 의자삼아 앉아있는 구자철에게 크게 손을 흔들며 다가갔다. 새끼, 왠일로 냄새나는 체육복을 벗어던지고 교복 와이셔츠에 넥타이까지 꼼꼼히 차려입고있다.
평소와는 사뭇 다르게 깔끔해보이는 구자철이 터덜터덜 걸어오는 나를 한번 흘끗 봤다가 표정을 잔뜩 찌푸리며 고개를 푹 숙이더니 이내 입술을 꽉 깨물고 벌떡 일어나 내게 다가온다. 그러더니 이 병신같은게 다짜고짜 한다는 말이.
˝니는 정말…내가 그냥 남자인 친구, 그걸로 끝이가.˝
˝…아니 그럼 니가 친구지, 오빠야냐고!˝
˝이 눈치없는 가스나야! 니는 내가 남자로 안 보이냐고!!!!!!˝
˝…뭐?˝
순간 머리가 멍하고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남자? 나아아암자???????
어이없…아니 어이없다기보단 황당하단 표정을 짓고있는 날보며 제 머리를 잔뜩 헝끌이던 구자철이 내 눈을 똑바로 마주보며 아주 무섭게 입을 열었다.
…진심 무서웠다.
˝아 씨…그래. 내 니 좋아한다. 니같이 무대뽀에 가시나답지 않게 하루죙~일 주댕이에 욕을 달고다니는 머스마같은 니를 내가 좋아한다고.
…생긴건 호랑말코같이 생겨먹어가지고 성격도 왠만한 사내놈들 못지 않는 니를!!!!!!!!! 내가!!!!!!!!! 좋아한다고!!!!!!!!!!!!!!!!!!
…뭐 또, 궁금한거 있어? 그래, 니 피한거? 말해줘? 말해줄까? 그래, 말해줄게!!!!!!!! 니는…니는 말이다, 니는!!!
니는…니는 내껀데! 왜!! 문철이가 왜!! 장문철이 왜 니한테 고백을 하는데? 그리고 또 니는! 왜 그 고백받고 하루종일 설레하는데!!!????
머리가 있다면 생각을해봐라. 좋아하는 가시나가 다른 남자놈한테 고백받고 하루종일 실~실~ 쪼개고 있는 걸 옆에서 눈뜨고 보는게 어디 쉬운 일인 줄 아나!!!
그래, 니 말대로 내가 바보 병신이라!!!!!!! 너무 어릴때부터 보고 자라서 뻥 차일까봐 고백도 못하고 2년 전부터 끙끙 앓기만했다.
근데…니 고백받은 날 이후로 니가 내 아닌 다른 놈이랑 사귈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니 옆에 있기가 힘들었다. …차마 좋아한다꼬 말은 못하겠고! 니가 다른 놈하고 잘 될 지도 모른다는 이 불안한 느낌이 너무 싫은데!!! 내가 어떻게 니 옆에…니 옆에 아무렇지도 않게…아오!!!!˝
헐….
얘 뭐야, 얘 무서워….
황당을 넘어 경악에 찬 내 얼굴을 꼼꼼히 내려다보던 구자철이 돌연 ´…으아아악!!!!!!!´ 하고 괴성을 지르며 멍해진 날 버려두고 운동장 골대로 달려가 아까 제가 앉아있던 축구공을 뻥 차버리고 다시 내게 달려온다.
뭐지…병신…병신이다, 쟤.
아니 지금…내 눈앞에 헉헉 거리면서 툭 건들면 펑 터져버릴 것 같이 서있는 얘…얘가 지금…나한테 뭐라고….
˝흐…대답해줘라.˝
˝…ㅁ…뭘….˝
˝내…내랑….˝
˝니랑…뭐, 뭐.˝
˝내랑….˝
˝…그래, 니랑…. 니랑 뭐….˝
˝아, 내랑 연애 할꺼냐고 말꺼냐고!!!!!˝
흐악!
미칠듯이 오그라드는 손발에 정신을 못 차리고 속으로 발만 동동 굴렀다.
…전혀 몰랐다! 얘가 날…날…이렇게 생각하는지! 그것도 2년 전부터! 씩씩거리는 구자철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치면서 지난 2년을 되짚어봤다.
「니는 축뱅 권성용이 뭐가 그렇게 좋다고 그깟 브로마이드 하나에 헤벌레~ 해서 다니나.」
「권성용 까지 마래이. 까기만해라, 확! 반절 죽이뿐다 내가. …아~ 우리 성용오빠! 얼굴도 서울 머스마라 곱상~하니 잘 생기고 노래도 잘 한다 아이가. 이리 완벽한 건 반칙인기다. …니랑은 비교 자체가 안 된다. 비교 거부, 비교 거부!」
「…가시내…진짜 내는…남자로써 그 놈아랑 비교도 안 되나?」
「당연한거 아이가! 니는 참…시골 촌놈 티내는 것도 아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꺼뭇~꺼뭇해가, 희고 여리여리한 꽃미남스런 맛이 없다. …그니까 무식하게 땡볕에 나댕기지 말고 피부 관리나 하라꼬, 짜식아!」
…생각해보니 그 다음날부터 구자철은 썬크림을 한통 사서 하루종일 옆구리에 끼고 다녔었다. 가시내같다면서 스킨 로션도 일절 안 바르던 놈이 내 말 한마디에 썬크림을, 그것도 고급 브랜드로 올 여름을 희뜩하게 칠하고 다녔었는데….
이것도 날 좋아한다는 하나의 신호였었나. 그제서야 작년 여름보다 제법 하얘진 얼굴을 한 구자철의 피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잔뜩 억울하게 오만상을 쓰며 안절부절 못하는 손을 하고 날 내려다보는 구자철의 얼굴을 보는데 순간, 2주 전 내가 보낸 쪽지에 구자철이 한 답장이 떠올랐다.
「몰라...」라고 했었는데, 나도 지금…그니까 나는…나는…지금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런지 나도 구자철의 연애하자는 말에 지금은 몰라, 라는 말밖에 생각나질 않는다.
˝몰라…. 내는, 아니, 그니까….˝
˝…그럼, 내가 알게 해줄게.˝
˝…뭐?˝
˝…내가 지금 니한테 뽀뽀를 할건데.˝
˝…뭐 이 씻팔…?˝
˝먼지만큼도 떨리는 마음 없으면, 내 싸대기 쎄게 한번 갈기라. 한 대 맞고 깔끔하게 포기할게.˝
˝…뭐라는 거야, 뭐? …뽀뽀!?˝
˝…그 땐 진짜 남자'인'친구 해줄게.˝
이…이…씻팔놈이 감히 내 첫키스를…!? 뭐라고 따질 새도 없이 순식간에 내 어깨위에 올라온 구자철의 두 손이 단단히 내 어깨를 쥐어왔다.
그리고 어색하게 고개를 비틀어 내 입술 위에 제 입술을…진짜 정말 맞췄다. 입을 맞췄다, 라는 표현의 정석을 보는 듯 정말 내 입술 위에 제 입술을 척하니 맞대었다.
이…이…이…이…거 뭐냐….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어디선가 뎅뎅뎅, 종소리가 난다.
청소시간이 끝날 무렵이라 밖에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입에 물고 교실로 들어가던 애새끼들이 여기저기서 환호성을 질러대는게 분명 들렸던 것도 같은데, 곧 빠르게 뛰는 내 심장소리로 묻혀버렸다.
말똥말똥 눈을 뜬 내 앞에 구자철이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숨도 못쉬고 내 입술에 제 입술을 가만히 맞추고 있다.
의외로 길고 짙은 구자철의 속눈썹을 보고있자니 정말 멘탈붕괴가 와서 토 나오기 일보직전이였는데, 별안간 구자철이 내 입술을 살짝 베어물었다.
그에 펑, 심장이 터져버렸다.
정말로 화산폭발하듯 터져버려서 다리에 힘이 쫙 풀려 휘청이는걸, 구자철이 내 어깨 위에있던 손을 내려 한 손으로는 내 허리를 단단히 잡고 다른 한 손으론 내 뒷머리를 끌어왔다.
그리고 이 새끼가…요령을 알았는지 살짝 살짝 내 입술을 몇 번 더 베어물다 과감하게 크게 한 번 베어무는데…머리까지 펑 터져버리면서 어디선가 내가 젤 좋아하는 딸기향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으브브븝!! 이…이…미친새끼야!!˝
˝…하아…하아….˝
숨이 차오를 때 쯤 구자철의 가슴팍을 있는 힘껏 밀어내었다.
…내가, 내가 저 새끼랑 무슨 짓을…! 아니 이보시오, 의사양반. 이게…이게 무슨소리요! 내가…내가 저 새끼랑…구자철이랑…!! 아니 이 미친새끼가 나한테 무슨짓을…!
근데…병신같이 심장은 왜 쿵덕쿵덕 떡방아를 찧고있냐고!!
정신 못 차리고 입만 떡 벌리는데, 잔뜩 풀려버린 눈으로 다시금 내 양 볼을 쥐어오는 구자철을 뿌리치고 교실로 내달렸다.
학교 현관을 들어서기전에 운동장을 돌아봤는데, 운동장 한 가운데에 우뚝 굳어버린 구자철이 두 눈을 데록데록 굴리며 제 입술을 만지작거리고있었다.
…미친새끼…변태새끼…! 난 그길로 교무실로 올라가 조퇴증을 받았고, 구자철이 교실에 들어올 때 쯤 학교 뒷문으로 슬슬 도망쳐나갔다.
그대 잠들면 나도 잘게요
written by. jjj
내가 니 좋아하잖아. 나 니 억수로 좋아하거든.
태어난 순간부터 옆에 있었고, 하루 안 본 날 없었고, 니 첫 생리 터진 날까지 기억하는데 니가 여자로 보이더라.
고등학교 입학식 날 난생 처음 니가 이쁘다고 생각했고, 그 이후로 계속 니 주변에서 티냈다.
니 좋아한다고…내 좀 좋아해달라고…. 근데 니 모르데.
그동안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친구로 지냈으니까 그럴 수 있겠구나, 그래서 뭔가 해야겠구나. <응답하라 1997 中>
[니 내 피하는거냐. 조퇴 왜 했는데. 내랑 뽀뽀해서 입술 아파서 조퇴한거냐. 4:23 ]
[이럴라면 싸대기는 왜 안 때렸는데. 4:37]
[…내가 니 2주간 피했을 때 이 기분이였나. 미안하긴한데 니 지금 내한테 복수하는거지. 5:21]
[내 이거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데? 전화는 왜 안받는데. 6:22]
[…전화 좀 받아라. 야자빼고 니네집 쳐들어가기전에. 6:42]
[야…예스든 노든 대답은 해줘야 하는거 아니냐…나 말려 죽일려고 작정했냐. 7:12]
[…니 진짜 나쁜년이다. 7:49]
조퇴하고 집에 오자마자 침대위에 누워서 아무것도 안하고 핸드폰만 쥐고 있었다. 구자철의 전화는 모조리 씹었다. 카톡도 물론 보지 않았다.
그 와중에 한 가지 무시하지 못하고 하나하나 체크한 건 구자철이 보낸 문자였다.…차마 답장은 하지 못했다.
그렇게 내 마음속에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째깍째깍 야속한 시간만 흘렀다.
나는 표현해주지 않으면 상대방의 감정을 잘 눈치채지 못하는 성격이다. 나 자신의 감정도 잘 모르는데 상대방의 감정이라면…더더욱 어려웠다.
그런데 확실히! 정말 확실히!! 구자철의 ´표현방식´ 이였을 오늘의 그 입맞춤은…내 정신을 쏙 빼놓긴 했다. 심장이 터질듯이 뛴 건 사실이다.
첫키스에 대한 설레임이였을까…?
…아니, 확실히 그건 아니다.
오늘 한 입맞춤의 상대가 구자철이 아니라 장문철이였다면…난 정말 그 자리에서 꽤꼬닥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좋아서? …아니, 그 반대의 의미로.
그럼 나, 왜 망설이고 있는거지…?
한동안 잠잠하더니 야자가 끝나는 9시 30분 땡 치자마자 부리나케 구자철에게서 전화가왔다.
하지만, 아직 망설이는 나는 그것마저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전화는 깔끔하게 딱 한번 걸려오고 말았다.
더이상 전화도 문자도 아무런 소식이 없는 핸드폰을 베개 옆에 두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끌어올렸다.
두근두근두근 심장이 계속 요동을 친다.
나 왜 망설이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망설이는 이유를 모르겠다. 답답하다.
시계를 보니 어느 새 11시 30분.
…에라, 모르겠다 식으로 구자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차하면 아주 직구를 날릴 셈이다.
[˝…어.˝]
신호음이 울린지 조금 지나 낮게 깔린 구자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내가 그렇게나 전화랑 문자랑 다 씹었는데…그래도 나라고 안 올지도 모를 연락 기다린건가 싶어 괜히 미안해지기도 하고, 가슴이 살짝 떨리기도 하고.
평소와는 확연히 다른 그 목소리에 잔뜩 쫄긴 했지만, 흔들리는 정신을 붙잡고 말했다. 내 진짜 모르겠다고.
˝…내 진짜 모르겠다.˝
[˝…뭐를.˝]
˝내가 자꾸 망설이그든. 근데 그게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알겠다. 그럼 한 가지만 묻자.˝]
˝…뭔데.˝
[˝…니 타임머신타고 아까 청소시간 운동장으로 돌아가봐라. …그 때로 돌아간다면, 내 싸대기 때릴꺼가.˝]
순간 숨이 턱 막혔다.
7시간 넘게 마음 속을 뒤져 겨우겨우 찾은 마음 속 깊은 곳 눈처럼 하얀 원피스를 입은 내가, 절레절레 도리질을 치고 있었다.
˝…아니.˝
[˝그럼 망설일 것도 없다 아이가.˝]
˝… …엉?˝
[˝병신아, 니 내 받아준기다.˝]
˝… …뭐…뭐 이 싯팔…?˝
[˝…으하하하하하!! 니 내 받아준거라고!!!!˝]
핸드폰 저편에서 구자철이 찢어지도록 웃어 제끼는 소리가 귀에 쿵 쾅 쿵 쾅 내려앉았다.
…헐….
가슴 속부터 올라온 빨간 토마토가 내 양 볼따구에 꽉 들어차는 기분이다. …나…나능…토…토마토라능…!!!
[˝…흐…흐흐흐흐…야.˝]
˝ㅁ…뭐 이 새끼야….˝
[˝…어떡하지 나?˝]
˝…뭘, 병신아.˝
[˝니 보고싶어서 죽을 것 같다.˝]
˝…미…미친새끼야, 그런 말 하는데 소름 안돋나? 나 잘끼다, 끊어라.˝
[˝으흐흐흐…나도 지금 잘끼다. …근데 나 원래 이 시간에 피파 하고 잔다 아이가.˝]
˝…엉.˝
[˝근데 오늘은 니 빨리 보고싶으니까 피파 안하고 일찍 잘란다~.˝]
˝…씨…씻팔…조온나게 징그랍다, 끊어라!!˝
[˝오늘따라 욕하는 목소리도 귀엽고 앙증맞은게~확 깨물어 버리고싶다.˝]
˝어우…예끼 이 미친새끼야…빨리 끊고 자라!!˝
[˝…뭔 소리고. 내가 왜 지금 자는데. 니나 전화 끊지 말고 폰 귀에 대고 나랑 얘기하다 진짜 잠 올 때, 그 때 새근~새근 자라.˝]
˝… …응?˝
[˝앞으로 매일 이렇게 통화할껀데 그 때마다 니 잠들면 나도 잘끼다. 니 잠드는 마지막 순간, 니 목소리 듣는 사람 하고싶다 내가.˝]
그대 잠들면 나도 잘게요.
written by. jjj
길을 걷다 부딪히고,
도서관에서 같은 책을 고르고,
누군가 우산 속으로 뛰어들어오고… ….
그렇게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란 특별한 줄만 알았다.
정말 상상도 못했다. 고작 이런 걸로 빠지게 될 줄은…. <응답하라 1997 中>
구자철, 니랑 오늘부터 이딴식으로 이렇게 연애할 줄 내는 꿈에도 몰랐다!
jjj's) 처음 달달물 도전…했지만 이건 뭐짘ㅋㅋㅋㅋㅋ이건 뭐지!??????ㅎㅎ
분명 전에 쓴 글이 마지막이라고 해쓸튼드…저는 이러케 왔습니다…예… 미쳐쬬…ㅋㅋㅋ
정말정말 친하고 서스럼없던 사이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그런 걸 쓰고 싶어서 육두문자도 좀 섞었습니다ㅋㅋ 진짜 친한친구한테 할 수 있는 그런ㅋㅋㅋ
사투리는 어색해도 긔엽게 봐주세여...익인ㅆㅣ 익인씨 난 순결한 jjj씨;;;;이리와바여 긔요미 니 남자친군 지못미 ^3^
하....이게 진짜 ㅁㅏ지막이에여!! 진짜ㅠ3ㅠ....ㅋ.....진짜...리얼......ㅋ^-^;;;;;;; 가끔 글잡 댓글에서 절 보실 순 있을테지만…글로는 수능 끝나고 돌아올게요.
진짜…부족해 미치겠는 글 읽어주시고 댓글 남겨주시는 독자님들 정말 사랑합니다… 내꺼하자…아니아니 내것하자…내꺼하자는 잘못된 표기법이래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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