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박찬열] 을의 연애 上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5/6/6/5669277b3fcd63215bc647d4f6e0c6af.jpg)
을의 연애 上
1시간. 2시간. 장장 두 시간이 지났음에도 울리지 않는 핸드폰이 익숙한 듯 멍-하니 천장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누워있었다. 창 밖도 조용하고 바람도 좋고 햇빛도 나른하게 비치는 오전, 두통에 깬 잡을 다시 못 이루는 이유는 하나일거다. 2시간 전 보낸 카톡에 답장이 없는 남자친구. 아니, 분명 이건 미리보기만 보는 게 틀림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답장이 없는 게 아니라 답장을 안하는거지. 썩을 새끼.
박찬열 썩을놈아
다시 한 번 메세지를 전송하고 베개를 끼고 엎드려 눈만 깜빡거리고 있자 얼마 안 가 카톡! 하고 경쾌한 소리를 내며 휴대폰이 울었다.
뭐?
뭐라니. 뭐? 뭐라고? 내가 전에 보낸 카톡은 어쩌고 뭐? 뭐라는 답이 왠 말인가. 분명 나는 밥 먹었냐. 씻었냐. 바쁘냐. 하는 물음구조의 문장을 보냈건만 이 망할 놈은 그 물음은 싸그리 씹고 내 마지막 메세지만 보았나보다. 나에게 되물어오는 것을 보니.
뭐가
썩을놈?
응
썩을놈
무턱대고 보낸 욕지거리에 어이가 없었는지 1이 사라지고도 몇 분동안 답장이 없다.
바빠?
다시 한 번 메세지를 보내니 메세지 옆에 1이 생긴다. 뭐야, 읽씹한거였어? 차오르는 짜증을 누르고 또 기다렸다.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 오기로 채팅방에서 나가지 않고 애꿎은 1만 노려보고 있는 것도 잠시, 이번엔 금방 답장이 온다.
왜
안바빠
그럴 줄 알았어. 뻔히 다 보고서 답장 안하는 거라니까?
안바쁘면
끝나고
얼굴 좀 봐
왜
새삼스레
보고싶어?
능구렁이 백마리를 삼켰나, 능글거리는 답장에 헛웃음이 나왔다.
응^^
니 낯짝 보기가 영 힘들어서^^
끝나고 데리러 갈게
집이지?
ㅇ
아까 내던 짜증은 뒤로 밀려났는지 금방 침대에서 튕겨 올라와 옷장을 뒤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입을만 한 옷이 없는지 인상이 찌푸려진다. 이건 저번에 입었구...이건 너무 짧아...이건 불편해...이건 찬열이가 안예쁘다고 했구...이건...아몰라!!! 옷장 문을 세게 닫고 샤워를 할 생각인지 옷을 한꺼풀 한꺼풀 벗는다. 뭘 입든 뭔 상관이야. 패완얼이라잖아? 라는 어이없는 생각을 늘어놓으면서.
* * *
오랜만에 만나는 박찬열의 얼굴에 설레기는 커녕 걸을 때마다 자꾸 말려올라가는 치마가 불편해 죽을 지경이었다. 오랜만에 만나서 오랜만에 치마도 입고 오랜만에 화장도 하고 오랜만에 향수를 뿌린 게 어찌도 어색한지, 아파트 현관까지 오면서도 몇번씩이나 갈아입고 올까 하는 생각도 했다. 투덜거리면서 아파트 현관까지 또각대며 걸어가자 보이는 건 일주일만에 보는 박찬열의 얼굴. 그것도 아주 잘생겨진 얼굴이었다. 난 피부도 푸석해지고 살도 빠졌는데 저 새끼 꼴을 보니 왠지 내가 사기꾼한테 속은 기분이다.
"왜 카톡 읽씹해."
"애인한테 썩을놈이 뭐야."
"딴 년 생겼냐?"
"말 좀 예쁘게 해. 얼굴은 예쁜게 입이 그렇게 험해."
말 없이 뚱하게 째려보고 있자 그 말간 얼굴로 입꼬리만 올려 웃곤 내 볼을 꼬집는다. 볼을 꼬집는 손에 기분 나쁜 척 한껏 인상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려 손을 빼내자 그 낮은 목소리로 아-귀여워 를 연신 남발한다.
"아, 귀여워."
"내가 니네 집 해피냐?"
"아니. 우리 집 나비지 우쭈쭈."
"죽는다 진짜?"
"왜, 침대에서 죽여주게? 나야 좋지."
아무렇지 않게 침대 얘기를 하는 박찬열을 밀쳐내고 박찬열의 차에 올라탔다.
"어디 가려고 차까지 가져왔대?"
"홍콩?"
"야 이 미친놈아."
"장난이야. 너 스파게티 좋아하잖아."
차에 시동을 걸고 내 모습을 한번 쭉 훑던 박찬열은 그제서야 무표정을 하고 내 다리를 쳐다본다. 왜, 뭐. 어쩔건데. 슬쩍 올린 손에 좀 쫄아 흠칫하자 손가락 하나를 들어올려 내 허벅지를 아래에서 위로 쭉 훑는다. 아아, 여기서 느끼면 안돼는데...
"만지지 마라"
"이건 뭐냐?"
"왜 자꾸 뭐녜. 눈이 있으면 보일 거 아니야."
"그러니까 이건 뭐하자는 거냐고."
"내 맘인데?"
아 박찬열 놀려주고 싶다. 이 생각이 들자 무릎 위에 올려놓았던 가방을 슬쩍 옆으로 치우고 뒤로 기대며 다리를 꼬았다. 시선은 여전히 박찬열을 쳐다보면서. 안 가냐고 내가 재촉하자 그제야 다리에서 눈을 떼고 나를 쳐다본다. 계속 눈을 마주치고 있자니 좀 위험할 것 같아 내가 먼저 눈을 돌렸다. 아 졌어. 짜증나 진짜.
"다음에도 이런거 입고 나오면"
"어어- 알았어- 응- "
"몸빼 입힌다."
"어ㅇ...응? 뭐?"
"몸.빼.입.힌.다.고."
놀라 다시 시선을 맞추자 진심인 듯 정색을 하고 날 쳐다본다. 몸빼라니 미친놈 맞아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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