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철벽 오타쿠 전정국과 연애하기 ~1~
부제: 야! 전정국 오타쿠라며?
그러니깐, 나는 전정국과 연애를 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는 그 말이었다. 전정국은 내 옆집에 사는 그저 이웃일 뿐이었고, 그저 다른 애들한테 좀 더 철벽일 뿐인 이웃이었다. 그래, 그냥 이웃이라고. 나는 그걸 다 알고 있는 지인 중 하나였고. 절대로 친하지 않다. 게다가 서로 나누는 대화라고는 인사 하나 없다. 그저 엄마끼리 만나면 옆에 앉아서 핸드폰만 보다가 집으로 갈 때까지 한 마디도 없단 말이다. 이웃에 불과한 얘와 연애를 하라고 하면 나는 그냥 목을 매달고 자살을 하는 게 더 나을 정도였다. 그러나, 친구가 다가와 너 전정국이랑 사귀어? 그 말을 듣는 순간 걔의 뺨을 치고 싶어졌었다.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전정국은 (눈 높은 내 기준에도) 잘생긴 얼굴이었고, 키도 꽤 크고, 몸도 딱 좋았다. 그런 남자라면 눈을 부릅뜨고 밝혔을 내가 왜 이러고 있냐고? 전정국은 오타쿠였으니까. 게다가 성격도 영 개좆같았다. 어머니는 성격이 그렇게 친절하신데. 그리고 전정국은 어디서 잘못 배워온 말을 잔뜩 하고 있었다. 야, 돈 좀 있냐. 이렇게 물으면 될 것을 야, 돈 좀 있니? 라며 불친절과 친절을 합친 듯한 말투를 지껄이는 전정국을 더 이상 쳐다볼 수 없었다. 그런 전정국을 무시하고 조심히 엿을 들어 주고 싶었으나, 그렇게 하면 우리 엄마에게 등짝을 얻어맞아 살아있을 가능성이 매우 적어보였기 때문에 포기했다. 그래, 그래서 나는 전정국을 이만큼이나 싫어하는데, 어째서, 너희는!
"이름! 너 진짜 전정국이랑 사귀어?"
"아니?"
"맞잖아!"
"아니라니깐?"
"애들이 너 전정국이랑 같이 있는 거 봤다는데?"
"같이 있으면 다 사귀는 거냐, 씨발! 그럼 나랑 강동원이랑 같이 있으면 사귀는 거야? 어?!"
외치고 싶었으나, 그럴 만큼 큰 용기는 내게 없었으니 나는 그저 손을 내저으며 아니라고, 오해라며 웃고는 다른 곳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교실을 뛰쳐나가 복도를 달려가면 어딜 가냐며 집요하게 쫓아오는 한 명이 있었다. 쟤는 왜 이리 빨라?! 달리기가 느린 나는 붙잡히기라도 할까, 냉큼 다른 층으로 올라가버렸다. 계단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걔는 어디 갔어! 짜증난단 표정으로 다른 곳으로 뛰어가버렸다. 하, 다행이다. 길게 한숨을 쉬며 뒤로 돌아보면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누구야, 박지민 아니야?
"여기서 뭐하냐, 진짜."
"박지민! 졸라 보고 싶었어!"
박지민을 끌어안으며 우는 소리를 내면 박지민은 저리 가라며 나를 손으로 밀어낼 뿐이었다. 까칠한 놈. 코를 찡그리며 박지민을 노려다보면 박지민이 뭐, 뭐. 하며 따져오듯 묻는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시선을 피하며 말하면 박지민은 그저 웃으며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혹시 전정국 너네 반이냐? 물으면 박지민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너네 반이라고 들었는데. 아니, 이게 무슨 청천벽력이람. 전정국이랑 내가 같은 반이라고? 될 사람이 없어서 걔랑 같은 반을 해? 박지민이 무슨 일 있냐 묻는 것에 나는 두어 번 고개를 젓고는 교실로 가보겠다고 말하고 손을 흔들었다. 맞다. 이거 말하는 거 까먹었네.
"박지민! 너네 반에 나 전정국이랑 사귀냐고 묻는 사람 있으면 아니라고 하면서 죽빵 갈겨 줘라!"
* * *
반에 들어오자마자 보인 것은 전정국이었다. 딱 일본 만화에나 나올 것 같은 창가 맨 끝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아서 햇빛을 받으며 책을 읽는 것은 정말 그 일본 만화에서 보던 장면 자체였다. 그리고 햇빛을 받는 얼굴이며. 잘생긴 콧대에 닿는 햇빛이 반짝이는 걸 정신 놓고 보다 이내 정신이 들어 내 자리에 앉아 전정국을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내 앞 자리가 바로 전정국이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손에 들고 있는 책도 그냥 책은 아니었다. 전부터 계속 정주행 하고 있는 듯한 《링고땅과 사과와 벌꿀장치》 라는 만화책이었다. 아무리 봐도 취향이 특이하단 말이야. 슬램덩크나 원피스 같은 책이면 이해할 수 있다. 팬층도 두텁고, 무엇보다 읽고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많으니까. 나도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고. 그래도, 이거는 너무한 거 아니냐? 링고땅이 남자일 줄이야! 그거도 게이물이었다. 친하지도 않으면서 친한 척을 해대 겨우 일 권을 빌렸는데, 첫 장을 펼치자 나온 건 인소에서나 보던 여리여리하던 남자애였다. 싱글싱글 웃는 모습이 어째, 잠깐잠깐이라도 나오는 여자보다 더 예뻤다. 거기서도 일 차 충격이었는데, 심지어 남자랑 사랑에 빠진다. 내가 아무리 동성애를 찬성한다지만, 이걸 만화로까지 보고 싶지는 않은데……. 결국 나는 빌린 그 날 다시 전정국에게 반납할 수밖에 없었다. 어땠냐며 물어오는 그 얼굴에 책을 던지고 싶었으나, 차마 그럴 수는 없어서 참고 주인공이 예쁘다고 칭찬만 해 주었다. 저 책을 아직도 쥐고 있었을 줄이야. 분명 겨울방학 때 쟤가 읽었던 거 같은데, 새학기까지 읽고 있냐. 전정국의 어깨를 톡톡 치면 고개도 안 돌아보고 왜 부르냐고 묻는다. 칙칙한 새끼.
"야, 그거 재밌어?"
"네가 주인공이 예쁘다며요."
"어? 어……. 그거야 그랬지."
"딱 그 정도 재미로 보는 거야."
그럴 거면 다른 걸 보는 게 어떨까?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해 주고 싶었으나 뺨을 때리며 취향 존중! 취향 존중! 속으로 외쳤다. 아무래도, 이 새끼는 발암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네가 하나 착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어떤 거?"
"주인공 여자야. 남자 아니다."
나는 그 말에 전정국의 어깨를 두드리는 걸 그만 두고 책상에 엎어졌다. 얘는 공부 제외 모든 것에서 이런 거까지 생각하는구나.
* * *
전정국은 공부를 못 했다. 나는 그걸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냐면, 우연히 전정국의 성적표가 내 집에 온 적이 있기 때문이다.
"엄마! 이거 성적표 누구 거야?"
"네 거 아니야?"
"응? 그런가?"
집에 돌아오니 책상 위에 성적표가 올려져 있었다. 누구 성적표인지 몰라 다시 돌려보내려고 했으나,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저를 열어 주세요! 라고 하듯이 열고 싶게 만드는 성적표에 결국 나는 그 욕구를 참지 못 하고 성적표를 들고 방으로 뛰어갈 수밖에 없었다. 계단 조심히 올라가라는 엄마의 말에 어영부영 대답하며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잠그고 침대에 앉았다. 조심히 봉투를 뜯어 성적표를 꺼내면 이름에는 '전 정 국' 크게 세 글자가 박혀있었다. 전정국이면, 옆집 애 아니야? 생각을 하며 성적을 확인하면 1 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었다. 하물며 2, 3 마저도. 4 에서 6 으로 가득 찬 성적표를 인상을 찡그리며 보다 그저 조용히 덮을 뿐이었다. 이런 거라면 그냥 안 보는 게 낫겠다. 나는 성적표를 다시 접어 봉투에 넣고 옆집으로 갔다. 문을 열어 주는 것은 전정국이었다. 아, 왜 얼굴만 봐도 웃기지. 성적 때문인가.
"푸, 푸흡…. 야, 저, 전정국."
"뭐."
"이거, 네 성적… 표."
혹여나 정말로 웃음을 터트릴까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성적표를 내팽겨치듯 던지고는 집으로 뛰쳐들어와 방으로 올라갔다. 금방이라도 문을 두들기며 열라고 소리칠까 내 방문을 꼭 잠그고 있었던 적이 있었지.
전정국은 수업에 집중하지 않았다. 늘 책을 읽는 듯 하니 알고보면 만화책이고 (그래도 책이긴 책이다.) 성적은 바닥인데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듣기로는 그림인가, 체육인가. 그쪽으로 나간다고 들었는데 확실하지 않았다. 튼, 전정국 몸이 근육 빵빵이었다는 건 변함이 없었지만. 나는 전정국과 같은 반이 된지 단 하루도 되지 않았는데 자리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실컷 참으며 전정국의 어깨를 톡톡 치며 책 좀 읽으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링고땅인지 뭔지가 나오는 책을 계속 읽어내려갔다. 진성 오타쿠 새끼. 뼈 속까지 오타쿠인 새끼! 입술을 잘근잘근 물며 생각하다 종이 치자 애들이 급하게 달려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라고 죽어라 뛰는구만. 애들 뒷모습을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박지민을 찾으러 가려고 하면 전정국이 내 손목을 쥐었다.
"뭐해?"
"내가 이 책을 보면서 생각이 들었는데 말이야."
"무슨 생각."
"연애가 필요한 거 같아."
"근데?"
"그러니까 네가 한 달만 여자 친구인 척 해 줘."
이런, 미친 오타쿠 놈을 다 봤나!
안녕하세요! 김망고입니다. 왕 드디어 대망의 (작가만)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본격! 철벽 오타쿠 전정국과 연애하기가 나왔습니다. 원래 내일 올리려고 했는데 제가 그렇게 기다림이 좋은 사람이 아니더군요... 글 쓰다가 다른 짓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글이 두서 없고 어지럽군요 흑흑,,, 그래도 2 화에서는 좀 더 멀쩡한 글을 들고 오겠습니다. 약속할게요! 브금은 조금 시끄러울 수 있으나 글 분위기와 매우 잘 맞는다고 생각하여 끌고 왔습니다. 일본어라서 모르겠다고요? 이해 안 하셔도 됩니다. 내용과 아무 관계 없어욤! 연재를 꼬박꼬박 잘 지킬 수 있... 겠죠...? 노력하겠읍니다. 암호닉 신청은 아무도 없으시겠지만! 그냥 댓글에다가 바로 해 주셔도 됩니당. 그럼, 앞으로 매주 월요일에 뵐게요! 감사합니다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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