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백도] 소년예찬가 <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3/9/a/39a5ea85f6f74fb7f0ea0ee4e32cd94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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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수는 항상 느리다.
양말을 한손에 하나씩 들고 거실로 걸어나온 도경수는 아. 하더니 다시 제방으로 걸어들어갔다. 물론 그때에도 도경수는 걷고있었다. 한참을 방에서 뒤적거리더니 다시 거실로 나온 도경수는 바닥에 풀썩 주저앉더니 양말을 신다말고 신발장쪽을 쳐다본다.
"추워?"
"아니."
"못믿겠어."
왜 물어본거야. 짜증이 조금이라도 날 법 하지만 변백현은 별 감흥이 없다. 십년이 넘게 옆에서 지켜본 도경수의 모습은 이미 변백현의 신경을 무감각하게 만들었다. 다른아이들과 다른 유별난 성격도 가끔은 답답하게 만드는 도경수의 집착도 이젠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도경수가 이미 변백현안에 깊게 스며들어 있다는 소리다.
팔짱을 끼고 신발장에 기대어 별생각없이 눈을 허공에 두고 있던 변백현은 어느새 자기 앞에 와서 신발을 신는 도경수에 눈을 돌렸다.
거의 다 신은 것 같길래 경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밀어진 백현의 손에는 경수의 손 대신 눈빛만이 닿았다.
잡어.
경수는 대답대신 코를 찡긋거리더니 옆에 있는 신발장을 짚고 일어섰다. 그 일어서는 모양이 꽤나 어색했고 평소보다 더 느렸다.
내밀었던 손으로 허공을 한번 움켜쥐고 주머니에 다시 꽂아 넣은 백현은 그런 경수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약간 날이 선듯한 눈빛으로 경수의 머리부터 발까지 훑었다. 그리고 조금 어색하게 구부려져서는 허공에 올려진 경수의 손을 쳐다볼때엔 더 천천히 보았다.
경수는 백현의 눈이 자신의 손에서 멈춰있다는 것을 느꼈는지 손을 등뒤로 숨겼다.
"안가?"
백현은 집문을 열며 평소대로 경수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깜짝 놀란 경수는 입술을 꽉 물었다. 가야지. 문을 잠그며 열쇠를 제 주머니에 넣은 백현은 경수에게 두른 자신의 팔에 더 힘을 주었다. 경수를 자신에게 더 밀착시키기 위함이었다. 예상치 못한 고통은 참을성있는 경수마저 놀라게 했다. 깨물고 있던 입술사이로 짧게 아픔이 섞인 신음이 났을 때 경수는 자신도 놀라서 손으로 입을 막아버렸다. 백현의 팔이 제 목에서 힘없이 풀어져 내려갔다. 백현은 의외로 말이 없었다. 화를 낼줄 알았던 백현이 잠잠하자 경수는 곁눈질로 백현의 눈치를 봤다.
"왜 자꾸 봐."
"내가 보긴 뭘 봤다고."
웃기네. 너 눈알 굴리는 소리 다 들리거든.
"잘못한거 알긴 아나봐."
경수의 동그란 눈이 더 동그래져서는 백현을 쳐다봤다.
"그러니까."
백현의 얼굴이 경수의 얼굴에 가까이 와 둘의 코가 맞닿았다.
말 좀 잘들어라 똥강아지야. 아주 가까운 거리로 약간 과장하자면 서로의 속눈썹이 닿을 정도였다.
빈틈이 없이 좁혀진 거리에 더운 숨만 맴돌았다. 경수의 큰눈이 더 커질수가 있나 생각이 들정도로 커졌다.
순간적으로 경수는 숨을 참았다.
경수의 눈이도륵 도륵 구르다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왠지 모를 감정에 동요하던 경수의 눈빛이 잠잠해졌다. 다시 평소의 도경수로 돌아왔다.
겁먹은 곰새끼같은 눈이 아니라 진짜 도경수의 눈.
그래 이래야 도경수지. 한쪽 입꼬리만 올리며 돌리는 백현의 얼굴에는 만족감이 담겨있었다.
아침부터 얼굴을 푹 숙이고 다닌다 했더니 왠지 알겠네. 이제.
백현은 자신의 가방을 한쪽 어깨에만 걸치고 허전한 다른 한쪽 어깨에 경수의 가방을 빼앗아 걸쳤다.
경수의 눈빛에는 일말의 동요도 담겨있지 않았다. 변백현이 제가방을 채가는것 쯤이야 이젠 익숙하다는 듯 어쩌면 여유로운 표정이기도 했다.
얼굴. 백현의 손가락이 경수를 가리켰다. 말 좀 들어.
경수의 표정은 그제야 약간의 미동을 보였다. 고개를 푹 숙이며 미안. 하고 옆에 있는 백현만 들을수 있도록 작게 말했다. 약은 당연히 안 발랐겠고. 병원도 안 갔겠지.
못 간거지. 살짝 비아냥거리는 투로 말해오는 백현의 말을 단박에 받아쳤다.
"오늘 일찍 만나길 잘했다."
잘했어 변백현. 잘했어.하며 자신의 머리를 자신이 쓰다듬는 변백현은 상처만 남은 경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띄게 했다.
둘은 학교가 아닌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백현이 어디로 가는지 말을 하진 않았지만 어디로 갈지는 알수있었다.
도경수 바보 변백현이 이상황에서 갈 만한 곳이 병원말고 어디가 있겠어.
"손가락 근육이 놀랐네.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긴 한데 그래도 손가락 될 수 있으면 쓰지 말고."
뭐 이런건 백현이 니가 말안해도 조심시키겠지.아하하. 정곡을 찌르는 선생님의 말씀에 백현은 그저 어색하게 웃었다. 안그래도 도경수 저 손가락 아주 못 쓰게 시킬 참이었다. 몇일이고 몇주고 간에 자신이 대신 경수 손이 되주려 마음먹었던 참이었다. 도경수에대한 팔불출 변백현의 사랑은 이미 동네방네 소문이 나서 그 마음이 미리 들켜버렸지만.
"아무튼 도경수 말 좀 잘들어."
병원문을 나서며 백현이 말했다. 크게 다치진 않았어도 다친건데 아까부터 잔소리질이라니. 경수또한 백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할말은 없다. 잘못은 내가 한거니까.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데 백현이 손을 내밀었다. 주먹을 쥔 백현의 손이 공중에서 들썩였다. 그 주먹을 빤히 쳐다보자
"답답아. 받으라고."
하며 백현이 경수의 손에 무언가를 쥐어준다. -물론 다치지 않은 손에다가- 연고잖아.
"바르라고. 얼굴에 흉지고 싶음 바르지 말던가."
아무말없길래 못 봤나 했는데. 봤네. 하긴 이 큰상처를 못보는게 더 이상하긴 한데.
못 봤으면 좋았을텐데.
"야 도경수."
손톱으로 연고를 달그락 거리는데 변백현이 불렀다. 언제 저만치 앞에 간거지. 백현은 벌써 택시를 잡고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생각할수록 화나."
뭐가. 잘 달리던 조용한 택시안에서 백현이 먼저 정적을 깼다. 경수는 창밖을 향한 눈길을 돌리지 않은채였다. 여전히 백현에게는 등을 돌리고 창밖을 보고있는듯 했지만 사실은 창문에 비친 백현을 몰래 훔쳐보고 있었다.
"너 내가 못 알아챘으면 그냥 넘기려고 했냐?"
프흐. 김 새는 듯한 소리의 경수의 웃음이 돌아왔다. 별것가지고 화내네.
"어? 말좀해봐 도경수. 내가 전화하랬잖아."
"..."
"아니면 그냥 문 열고 나와서 우리집 오라고."
"..."
"넌 진짜... 아오 답답아..."
여전히 등을 돌린 경수는 무엇을 보고있는걸까. 백현도 그를 따라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창에는 맑은 경수의 두눈이 저를 담고있었다. 경수는 작은 어깨가 축 쳐지도록 한숨을 쉬었다.
많이 다쳤냐고 걱정은 못해줄망정. 아까부터 잔소리만 해대는 백현이 미워졌다. 창문에서 얽힌 두사람의 눈빛에선 스피크가 이는 것 같았다.
경수의 눈빛을 재빨리 스캔한 백현은 화제를 돌렸다.
"너희 반은 부스 뭐해."
저 질문 벌써 열번넘게 답한것 같은데.
"스무디 판다고. 열번넘게 말한거 같은데."
"형이 놀러가줄까?"
형은 무슨. 따지고 보면 형이지. 너 빠른생일 이잖아.
흥. 경수는 콧방귀를 꼈다. 그런 모습이 우습고 귀여워서 백현은 큰손을 뻗어 경수의 머리를 감쌌다. 감싸안은 경수의 머리를 가슴팍에 턱 붙이고 작게 말했다.
"자꾸 잔소리해서 미안. 많이 아팠지?"
어 죽을만큼 아팠다. 하지만 경수는 그말은 하지 않았다. 원래 남 앞에서 아픈것 티내는데 본인 성격에 맞지도 않을 뿐더러 더 백현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백현의 몸에 닿은 어제의 상처가 찌릿거려 손톱끝까지 저려오는 느낌이 들었지만 경수는 오히려 백현에게 몸을 더 밀착시켰다. 백현에게 닿아있으면 왠지 다 나은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백현은 어쩌면 경수에게 엄마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내가 낸다니까... 경수가 자꾸 백현의 옆에 붙어 치근덕댄다. 아침부터 자신을 병원까지 데려다주는것도 모잘라 병원비에 연고까지 사다주고. 택시비까지 제가 계산해버린 백현이 고마우면서도 미웠다. 아 괜찮아 괜찮아. 백현이 경수를 토닥이듯 말하지만 경수는 여전히 미안한 표정이다. 가만보면 항상 너한테 받기만 하지 주는게 없잖아. 이것도 그래.
손에 쥔 우유를 꼭 잡았다. 아침마다 먹는게 없는 저를 위한 백현의 배려였다. 백현은 항상 아침마다 집을 나올때 대문 앞 요쿠르트 주머니에 든 우유를 하나 챙긴다. 그게 어느샌가 경수에게도 백현에게도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런 경수를 본건지 백현은 어정쩡하게 쥐고있는 백현의 손에서 우유를 채갔다. 주둥이를 주욱 찢어 벌리고 다시 경수의 손에 쥐어준다. 마시고 키나커라.
"우리 반 부스 와라."
경수는 말없이 눈만 끔뻑했다. 알았다는 뜻이다. 십년을 넘게 알았는데 이정도 알아듣는건 식은 죽 먹기이다.
자신의 반에 데려다 주겠다는 백현을 반에 쑤셔 넣고 경수는 손을 흔들었다. 이따 만나러 올게. 문자 확인이나 잘해.
사실 백현이 반에 데려다 주는게 좋다. 하지만 아침부터 자신때문에 피곤하게 돌아다닌 백현에게 미안하기고 했고. 아무리 축제라고 해도 너무 늦는 건 눈치보일것이다. 하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백현이 들어오자마자 반기던 김진아 그년의 눈빛때문었다.
요새들어 부쩍 백현에게 앵기는 년이 하나있는데 목소리도 일부러 앵앵거리듯 내고 아무튼 마음에 드는 년은 아니였다. 차마 변백현 앞에서 건수 잡은것도 없이 까기도 뭐해서 속으로만 씹는중이다.
고개를 더 처들고 목너울이 출렁댔다. 입가를 혀로 훑는데 누군가 우유곽을 낚아챘다.
"나이스!... 아.. 다 마셨냐?"
박찬열이다. 키만 크지. 하는 짓은 아직 유치원도 졸업 못한것 같다.
"씽... 도경수 니는 맨날 혼자 쳐먹고..."
그러면서 키는 안 크고... 우물우물 불만섞인 입으로 자신을 노려보며 말하는데 두들겨 패주고 싶었다.
어!
박찬열이 뻗은 검지가 가리킨곳은 내 왼손이였다. 다쳤냐? 아무 말이 없자 코가 닿을 정도로 얼굴을 들이민 박찬열에 놀라 숨을 헉. 하고 참았다.
"얼굴은 왜 이래."
눈치도 더럽게 없지. 못본척 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야 어디 봐봐. 약은? 다른데는 안 다쳤고? 강아지새끼마냥 졸졸 쫓아오는 박찬열을 따돌리며 교실로 들어와 가방을 풀었다. 반 내부는 축제준비로 책상배열이 엉망이라 아무데나 가방을 올려놓았다. 부스 오픈전까지 십분정도 남아서 조용히 쉬나 했는데 박찬열이 그새 쪼르르 쫓아와 옆에 선다. 왜 대답안하는데. 어디 누구한테 맞았어 어? 넌 눈치를 아침밥이랑 같이 말아서 먹었지. 대답하기 싫은데도 옆에서 자꾸 치근덕거리는 박찬열탓에 경수는 끝내 대답을 해줘야했다. 물론 그게 사실은 아니였어도 박찬열의 입을 임시로나마 막기에는 충분했다. 넘어졌어. 한번쯤 다시 물어올줄 알았는데 이럴때 보면 박찬열이 눈치없는게 좋은 것 같다. 변백현이였으면 제가 방금 한 말 당연히 안 믿었겠지. 박찬열은 아. 하고 쉽게 수긍하는 것 같았다.
"도경수 너는 오늘 뭐 하지 말고 앉아있어."
니가뭔데. 경수가 눈을 가늘게 뜨며 찬열을 흘겨보았다. 장난처럼 받아치려 했지만 박찬열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고 그의 표정에도 장난기는 없어보여 경수는 그것을 그만두었다. 꽤나 오랜만에 보는 박찬열의 진지한 표정이 왠지 낯설었다. 도경수. 낮게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경수는 고개를 돌렸다.
"구라를 치려면 어느정도 수준은 갖춘 구라를 쳐야지."
박찬열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한 경수는 멍한 눈빛이었다.
"너는 어떻게 넘어져야 얼굴에 멍들고 까지는데."
박찬열 너 눈치없다는 말 취소.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두번째 축제이다. 별 기대가 되지는 않는다. 정말로 그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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