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김민승 - 쿵쿵쿵
"내가 언제부터 여기서 살았냐고요?"
"네."
집어 든 딸기를 이리저리 보며 잠시 고민하던 정전국씨는 딸기를 한 입 베어 물며 대답했다.
"태어날 때부터?"
"엥?"
분명 내게 장난치는 거라고 생각했다.
무슨 태어날 때부터 옥탑방에서 살아.
"거짓말 하지 말고요. 진짜 언제부터 살았어요?"
"진짠데."
팔짱까지 끼고 의자 뒤에 기대 미심쩍은 표정으로 정전국씨를 보자 오히려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진짜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근데 이 사람이 정말?
"태어날 때부터 옥탑방에 혼자 사는 사람이 어딨어요?"
표정까지 리얼하게 바꾸며 내게 장난을 치는 정전국씨에게 똑바로 말하라며 딸기를 집어 그의 얼굴 앞으로 들이밀자
"어차피 저게 다 우리 집이에요. 건물이 우리 아빠 건데."
라며 내가 내민 딸기를 그대로 베어 물었다.
내가 먹으려고 집은 딸기인데... 내 소중한 딸기인데...
"아니, 왜 내 딸기를 먹고 그래요!"
정전국씨가 베어 문 흔적이 남은 딸기를 한 번, 열심히 오물대는 정전국씨의 입을 한 번 보고 왜 먹냐며 불만을 털어놓고 나서야 정전국씨가 한 말이 귀에 들어왔다.
"네?"
진심으로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정말이냐며 다시 한 번 물으니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인 정전국씨는 내 손에서 딸기를 가져가 자기 입으로 집어넣었다.
딸기 과즙만 빨갛게 남은 손을 내려다보다 놀란 마음을 겨우 진정시키며 자리에 앉았더니 정전국씨가 딸기 하나를 집어 내 손에 쥐여줬다.
"근데 왜 저기서 살아요, 집에서 안 살고?"
"독립."
자기가 쥐여준 딸기를 내가 입에 넣자 그제야 딸기를 다시 하나 집어 입에 넣은 정전국씨는 손에 남은 과즙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
"고등 학교 때까지는 당연히 나도 부모님이랑 같이 살았죠. 그러다 수능 치고 대학교에 간신히 합격했는데 집에서 가깝더라고요. 그래서 엄마한테 장난삼아 그럼 나 옥탑방에서 자취하겠다고 했더니 내가 친구들이랑 놀고 온 사이에 진짜 내 짐을 다 저기다 옮겨버리셨더라고요. 그래서 얼떨결에 저기에 살게 됐죠."
"아."
정전국씨의 말이 끝나고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이사 오던 날을 생각했다.
우리 엄마는 집에서 다닐 거라고 했더니 날 옥탑방으로 보내셨지. 완전 강제 자취야.
그날의 기억을 다시 되새기고 있자니 정전국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성이름씨는 어쩌다 여기 온 건데요?"
고개를 드니 날 뚫어지게 보고 있는 정전국씨의 눈길이 조금 부담스러워 시선을 딸기로 옮기고 입을 열었다.
내가 어쩌다 여기 오게 됐냐면...
"저도 대학교가 이 근방이라 집에서 다닐 생각이었거든요. 버스 타고 세 정거장만 가면 되니까 집에서 다니면 되겠다, 싶었는데 엄마가 대학생이나 돼서 집에 있을 생각이냐며 집을 구해줄 테니까 나가서 살라고 하시더라고요. 보증금이며 월세며 다 내주신 다는데 저로서는 거부할 이유가 없죠. 그래서 알았다고 했어요. 저는 당연히 흔히들 생각하는 원룸이라던가 뭐 그런 집일 줄 알았는데 도착했더니. 여기더라고요."
검지로 바닥을 가리키며 말을 마치자 정전국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내 얼굴에서 바닥으로 옮겼다.
"근데 여긴 왜 이렇게 집이 붙어있어요? 다른 곳은 안 그러던데."
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채 가만히 있는 정전국씨에게 묻자 정전국씨는 시선을 그대로 둔 채 어깨만 으쓱해 보였다.
"공사하다 잘못 지었다나, 뭐라나. 건설 회사 쪽의 실수래요."
"아."
궁금했던 점이 풀려 속이 좀 시원해진 기분으로 몇 개 남지 않은 딸기 중 하나를 집어 들자 정전국씨가 맞다, 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우리 동갑 아니에요? 20살이라면서요."
"그러네요."
딸기를 입에 넣고 씹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정전국씨가 딸기를 하나 집어 입에 넣었고
"그럼 우리 친구하죠."
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뭐, 그럽시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정전국씨가 내민 손을 맞잡았고
"아, 끈적거려."
"무슨 딸기를 즙 짜 먹어요? 뭐가 그렇게 많이 묻었어요?"
서로의 손에 묻은 딸기 과즙에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황급히 손을 뗐다.
"손 씻을래요? 화장실 바로 뒤에 있어요."
많이 끈적거리는지 이마에 주름이 잔뜩 생긴 채 손을 연신 오므렸다 펴는 정전국씨에게 턱짓으로 뒤를 가리키자
"그럼 실례 좀 할게요."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안 되겠다. 나도 손 씻어야지.
계속 느껴지는 끈적임에 결국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마지막 남은 딸기를 집어 들고 입에 넣으며 정전국씨 뒤를 따라 화장실로 향했고
"아, 옷..."
반팔을 입은 정전국씨와 다르게 긴 팔을 입고 있던 나는 소매가 자꾸 내려와 손을 씻기 불편해 소매를 올리려 했지만 두 손이 모두 끈적여 소매를 걷을 수가 없었다.
아까 악수할 때 딸기 먹던 손으로 했어야 했는데.
아무것도 안 묻었던 손으로 정전국씨와 악수를 해버리는 바람에 두 손 다 잔뜩 과즙을 묻힌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문 밖에서 가만히 서 있는데 손을 털며 막 화장실에서 나오던 정전국씨가 그런 나를 보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
"알아요. 나 되게 바보 같은 거."
"안다니. 거 참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정전국씨는 두 손을 활짝 편 채 어쩔 줄 모르는 나를 한 번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내 소매를 접어주기 시작했다.
"그러게 애초에 걷고 먹지 그랬어요."
"뭐... 이렇게 될 줄 알았겠어요..."
두세 번 정도 접어 손을 씻기에 괜찮은 길이로 접힌 소매를 보고 정전국씨에게 고맙다며 웃자 손이나 씻으라며 내 손목을 잡아 화장실 안으로 잡아끌었다.
다 좋은데 저 친절은 얼마 가지를 않아.
정전국씨를 살짝 째려보듯 보자 뭘 봐요, 라며 입을 쭉 내민 정전국씨는
"물이라도 틀어줘요? 왜 그렇게 봐요?"
라며 물을 틀어 내 손을 물에 집어넣었다.
"아, 뜨거워!"
그 물이 파워 온수였다는 게 문제지만.
생선처럼 펄떡 뛰어오른 나를 본 정전국씨는 화장실이 떠나가라 한참을 크게 웃어댔고
"웃겨요? 지금 누구 때문에 그런 건데요?"
손에 남은 뜨거움에 냉수로 손을 씻은 나는 수건으로 물기를 닦으며 정전국씨에게 그만 웃으라고 했지만 정전국씨는 얼굴이 잔뜩 빨개져 숨을 제대로 못 쉴 때까지 한참을 웃은 후에야 겨우 웃음을 멈췄다.
"미안해요. 그렇게 뜨거울 줄 몰랐죠."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얼굴에 웃음기를 잔뜩 띤 채 말하는 정전국씨가 얄미워 빨개진 내 손을 그의 눈앞에 들이밀었고
"정전국씨 때문에 제 손이 빨개졌는데 그게 그렇게 웃겨요?"
내 말에 정전국씨는 내 손을 보더니 자신의 손으로 내 손을 덮듯 살짝 잡아 내렸고 내 손을 보며 손가락으로 빨간 내 손등을 살살 쓸었다.
"미안하다니까요. 난 진짜 몰랐어요."
정전국씨와 손을 잡고 있다는 것 때문인지 정전국씨의 손가락이 내 손등을 쓸고 있는 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조금 이상해진 분위기에 내 손을 살짝 빼며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리자 정전국씨 역시 화들짝 놀라 손을 뒤로 뺐고 우리는 눈을 어디에 둘 줄 몰라 괜히 시선을 이리저리 옮겼다.
그러다 우연히 마주친 시선에 또 서로 놀라 뒤로 한 발짝 씩 물러난 우리는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듯한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섣불리 말도 못 꺼내고 그저 서로의 얼굴만 힐끔대며 쳐다봤다.
"이, 이제 저 그만 갈, 갈게요."
한참을 그렇게 어색하게 마주 서있다가 정전국씨가 힘들게 입을 열었고 말까지 더듬어가며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더니 어색하게 손을 흔들어 보이곤 내 집에서 거의 뛰쳐나가듯 나가버렸다.
잘 가라는 말도 못 하고 여전히 정전국씨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쓸던 느낌이 남아있는 듯한 손등을 괜히 옷에 비벼대며 화장실에서 황급히 나왔다.
"뭐야. 방금 그 분위기는."
굉장히 묘했던 방금 전의 상황을 애써 지워보려 고개를 연신 저으며 거실로 향했고 그릇에 남은 붉은 딸기 과즙의 흔적에 괜히 다시 부끄러워져 싱크대에 그릇을 넣고 물을 틀어 과즙을 흘려보내며 딸기를 같이 먹자고 했던 나를 자책했다.
같이 먹자고 하는 게 아니었는데. 아니, 애초부터 짐을 들어달라고 한 게. 아니, 애초부터 그렇게 많이 산 게. 아니, 그냥 오늘 딸기를 사러 나간 거 자체가...
끝이 없는 이야기에 한숨을 푹 쉬며 물을 끄고 뒤를 돌아 싱크대에 몸을 기댔다.
나 어떡해. 앞으로 정전국씨 얼굴 어떻게 보지.
정국에 뷔온대 사담
이쯤 되니 얘네 무슨 로코 찍는 것 같네요.
3cm가 줄었습니다. 무려 3cm. 그래서 앞으론 좀 적게 줄 생각입니다.
그냥 사귀면 재미없으니까 말이죠.
이 브금 너무 좋아요. 다음에 또 나올지도 모릅니다. 이 브금에 제대로 취향 저격 당했거든요.
소매 접어주는 정국이라니... 손잡아 주는 정국이라니...
심장... 힘들어줍니다ㅠㅠ
p.s. - 아직 암호닉 안 받아요.
p.s.2 - 정전국 아닙니다. 전정국입니다.
p.s.3 - 정국이 시점을 생각보다 많이 원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넣기로 했습니다. 언젠지는 비-밀- 생각하고 있는 편이 있습니다. 언제 나오나... 할 때 즈음 뜬금없이 나올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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