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싸이- 나팔바지
그 포스트잇을 받고 나서 한참 정전국씨네 창문을 두드렸으나 열어주질 않아 결국 포기했다.
열어주기 싫으면 열어주지 마라. 흥. 근데... 이거 언제 다 정리하지.
분명 이삿짐 상자는 5개밖에 되지 않는데 왜 이렇게 많아 보이는 건지.
집안 곳곳을 닦고 상자를 하나씩 열어 천천히 짐을 정리하고 나니
"잘 곳이 없네."
침대가 없다.
잘 곳이... 잘 곳이 없어...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 이불이 없어. 침대도 없어. 어떻게 된 거야?"
라며 현재 상황을 알렸더니
'어, 침대 내일 갈 거야. 엄마가 늦게 시켜서. '
"그럼 이불은?"
'엄마가 넣은 줄 알았는데 깜빡 잊고 안 부쳤네. 주인집 아주머니한테 이불 좀 달라고 해.'
라며 매몰차게 끊어버리셨다.
..... 엄마?
이 추운 겨울날, 이불도 없이... 어떻게 자라고?
절로 나오는 한숨을 쉬며 주인집 아주머니 댁에 내려가려고 집에서 나온 나는 그새 어딜 다녀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집에 막 들어가는 정전국씨를 발견했고
"어? 이봐요. 정전국씨."
"왜요."
무슨 구원자라도 만난 마냥 급하게 정전국씨를 불렀다.
"집에 이불 있어요?"
내 말에 어이없음과 황당함이 섞인 이상한 표정으로 날 보던 정전국씨는 이내 박장대소하며 옥상이 떠나가라 웃어댔고
"이, 이불, 이불 없어요? 이불? 없어요?"
웃으면서 말하느라 단어 사이가 떨어지는 그 목소리를 신고 있던 신발을 던져 막고 싶었으나
"있어요, 없어요?"
주인집 아주머니께 이불 좀 달라고 할 정도로 싹싹한 편은 아니라 잠시 참기로 했다.
"왜요? 이불 어디다 두고?"
"이불이 없어요."
나름 당당하게 말했는데 정전국씨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뭐 하는 거야, 저 인간?
"성이름씨는 가슴도 없고 이불도 없네요. 있는 게 뭐예요?"
저 사람은 내 가슴한테 왜 그러는 거야. 그 정도로 없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성이름 가슴)))))
내 언젠가는 네 입을 찢어버리리라.
내가 고개를 숙여 내 가슴을 한 번 보고 침울한 표정으로 정전국씨를 노려보자 정전국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날 비웃고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나는 그럼 그렇지, 하며 계단 쪽으로 향해 걸음을 옮겼다.
치사한 인간. 이불 하나 준다고 얼어 죽는 것도 아니고.
"이봐요. 성이름씨!"
힘없이 계단 하나를 막 내려갔는데 뒤에서 우렁찬 정전국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뭐야 또?
"왜요!"
짜증 섞인 목소리로 고개를 뒤로 돌리니
"이불 달라면서요!"
양 팔에 이불을 쌓아올리고 나를 부르는 정전국씨가 보였다.
헐 후광 난다.
왠지 모르게 그의 뒤에서 빛이 나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며 잽싸게 옥상 끝으로 달려갔다.
"와, 이불!"
"잠시만요. 혹시... 침을 흘린다던가, 물어뜯는다던가, 뭐 그런 잠버릇 없죠?"
아니, 내가 무슨 개도 아니고. 멀쩡한 이불을 왜 물어뜯어?
"뭔 소리예요. 없어요. 그런 거."
나는 정전국씨가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조심히 건네는 이불을 받아들며 고맙다고 답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아싸. 오늘 따뜻하게 잠 잘 수 있다.
아까 열심히 닦아놓은 바닥에 이불을 깔고 나니
"베개가 없네."
이젠 베개가 없다.
나 되게 가지가지 한다.
"성이름씨."
내 무식함에 연신 감탄하며 박수를 치고있는데 창문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정전국씨 목소리인 것 같아 베개 좀 빌려달라고 할 생각으로 창문을 열었는데
"와악!"
내 얼굴을 그대로 강타한 폭신함에 고개가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저 인간은 내 얼굴에 원수진 거 있나. 내 얼굴은 대체 뭔 고생이냐고.
"뭐 하는 거예요!"
얄밉게 웃고 있는 정전국씨를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그는 오히려 뻔뻔하게 어깨까지 으쓱해 보인다.
"성이름씨 담 걸리면 더 못생겨질 것 같아서요."
담 걸리면... 뭐? 더 못생겨져? 저 인간은 전생에 내 얼굴에 원수를 진 게 틀림없다.
아니, 자기 잘생겼으면 다야? 어? 다... 긴 하지. 잘생겼으면 다지, 뭐. 근데 당신은 아니야!
"저 안 못생겼거든요. 이래 봬도 밖에 나가면... 아!"
밖에 나가면 예쁘다는 소리 자주 듣는다고 하고 싶었는데 정전국씨가 또 내 얼굴에 뭔가를 집어던졌다.
이것도 폭신폭신하네. 뭐지, 이거.
내 얼굴에서 쭉 미끄러지기에 떨어지는 걸 손으로 잡아챘다.
와, 무슨 잡기 선순줄. 겁나 잘 잡아.
"빵?"
비닐에 포장되어있는 동그란 크림빵.
뭐야, 나 먹으라고 준거야? 갑자기 감동인데?
"성이름씨 얼굴이랑 닮았길래요."
빵을 손에 쥔 채 나름 감동받은 눈빛으로 정전국씨를 보자 그는 끝까지 날 열받게 하고 창문을 닫아버렸다.
그의 말에 정색을 하며 빵을 내려다보니 동그랗고 좀 누르스름한 게 나를... 좀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아, 닮긴 뭐가 닮아!
마음 같아선 빵을 그의 얼굴에 확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먹을 거로 그러는 건 아니니까. 한 번 더 참기로 했다.
배고팠는데. 잘 됐다.
아까 정전국씨가 한 이상한 말은 금세 잊고 실실 웃으며 빵 비닐을 뜯어 한 입 베어 물고 뒤를 돌아 이불 위에 누으려...고 했는데
"얽!"
뭔가에 걸려 넘어져버렸다.
뭔데 또!
내 손을 보니 다행히 잘 잡혀있는 빵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밑을 보니
"베개?"
빨간색 베개가 내 다리 밑에 걸려있다.
아, 나 정전국씨한테 베개 있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근데 빨간색이 뭐야, 빨간색이.
저 멀리 놓고 봐도 대놓고 빨간색일 것 같은 빨강빨강함에 잠시 넋을 놓았으나 일단 베고 잘 게 생겼다는 기쁨에 베개를 와락 끌어안았다.
아까 내 얼굴을 친 게 너였구나?
창문을 열자마자 내 얼굴을 강타한 폭신함이 베개였다는 걸 깨달은 나는 다시금 정전국씨의 배려에 감동했으나
"성이름씨! 제 베개에 침 흘리지 마세요! 물어뜯지도 말고요!"
30cm 거리의 창문을 뚫고 선명히 들리는 그의 외침에 내 감동은 와장창 무너지고 말았다.
와장창창문은 이런 상황에 쓰는 거구나. 저 망할 인간...
난 그제야 정전국씨가 말한 담 걸리면 더 못생겨진다는 말의 뜻을 알아냈다. 더 못생겨지지 말라고 베개 준 건가. 아니, 나 안 못생겼다니까!
그건 그렇고, 정전국씨는 나를 일종의 개로 생각하는 게 틀림없다.
당신 베개를 내가 왜 물어뜯냐고! 왜!
어느새 시끄러운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정전국씨네 집 쪽을 바라보며 베개 대신 손에 들린 빵을 물어뜯듯 베어 물었다.
언젠간 내가 저 인간의 목을 이렇게 뜯어서 숨통을 끊어버리겠어.
정전국씨의 숨통이라고 생각하며 씹다 보니 어느새 다 먹은 빵을 보며 아쉬움에 남겨진 비닐만 내려다보다 대충 옆에 던져두고 베개를 안아들었다.
어째 첫날부터 망했어요의 기운이 철철 흘러넘치는 기분에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 위에 쓰러지듯 누웠다.
눕자마자 퍼지는 따뜻함과 기분 좋은 향에 옆집에서 들리는 노랫소리를 자장가 삼아 화장을 지울 생각도, 옷을 갈아입을 생각도 못 한채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화장 지워야 되는데... 몰라. 내일 지우지 뭐.
그리고 난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이 게으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정국에 뷔온대 사담
오늘 브금 겁나 신나요. 나팔바지♪♬
저 뭔데 바쁘죠. 원래 고3이 이리 바쁜가요.
내일 학교 가네요. 망했어요.
개학을 하니 시간이 없네요. 제가 이렇게 바쁘게 살게 될 줄이야.
다음 편이 언제 올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올게요.
p.s.2 - 정전국 아닙니다. 전정국입니다.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방탄소년단/전정국] 너와 나, 30cm - 28cm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24/20/6214ab33694c2a87aefa82f0803dbab0.jpg)
![[방탄소년단/전정국] 너와 나, 30cm - 28cm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03/22/835e98cbf581c9c0c5a9ac4895d43378.jpg)

[공식] 조진웅, 직접 은퇴 선언 "질책 겸허히 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