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 김태형과 한 지붕 아래 살게 된 이야기.txt
그 날 이후 나는 정국이와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게 지냈다. 물론 그런데에는 전부 정국의 노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지만.
옆에 박지민이 있긴 했지만 정국이와 점심도 먹고, 옆자리에 앉아 강의도 듣고, 가끔은 만나 놀기도하고, 집에도 같이 갔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지루한 전공수업을 들으며, 나는 꾸벅꾸벅 졸고있었다.
그러다 팔 근처에서 울린 휴대폰의 진동에 의해 잠에서 깨어날 때엔, 강의는 끝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었다.
[ 강의 언제 끝나? - 김태형 ]
[ 4시?? ]
[ 곧 끝나겠네 놀러가자 - 김태형 ]
[ 뭐할건데?? ]
[ 데이트 - 김태형 ]
[ 오엠지 거절하게씀니다 ]
[ 거절은 거절한다 - 김태형 ]
[ 나 끝났으니까 너네 과동으로 갈게 - 김태형 ]
이렇게 강압적으로 일을 처리할거면 놀러가자, 가 아니라 넌 존나 반드시 필수로 나와 놀러가야함. 거절따윈 개나 줘ㅋ라고 말하는게 더 정확한거 아닐까.
데이트라고 해봤자 겨우 저녁먹고 까페가고, 아이쇼핑 좀 하다가 집에 오는게 다일텐데 굳이 데이트라는 표현을 썼어야 했는지도 난 잘 모르겠다.
때가 때인만큼 넌 더 그러지마...개색갸...
강의 내용을 한귀로 흘리며 카톡을 하다보니 교수님은 마무리 멘트를 하셨고, 나를 제외한 모두가 인사를 했다.
인사 타이밍을 놓치고 말을 얼버무리던 내가 강의책을 가방에 넣고 일어섰다.
사물함은 안가도 될거 같고, 실은 정국이가 내려가기 전에 김태형을 얼른 데리고 떠나버려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얘들아. 나 먼저 갈게! 내일 보자! 안녕!"
"왜 그렇게 급하게 가?"
"어, 약속이 있어! 안녕!"
벙쪄있는 둘을 강의실에 놔둔 채 전력질주를 하며 과동을 나섰다.
하지만 두 개인 과동 입구중에 하필이면 이곳을 골라 저 쪽 출구에 김태형이 휴대폰을 만지며 서있는 것이 보였다. 운도 지지리도 없어요.
아직 나를 발견하지 못한건지 이곳을 바라보지 않기에, 그렇다고 소리를 지르기는 싫어 카톡을 보냈다.
[ 옆에 봐 ]
[ 진짜 보기만 하네 ]
[ 안텨오냐 ]
[ 예 누님 - 김태형 ]
"일찍 나왔네?"
"빨리 가자."
"왜 이렇게 급해."
"빨리. 이곳을 뜨자."
"나랑 빨리 놀고싶어서 그러는거야? 진작 말을 하지."
"닥쳐. 닥치고 빨리 따라 와."
나는 오로지 이 광경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려 김태형을 끌고 버스정류장까지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빠르게 걸었다.
김태형은 일부러 제대로 안 걷고 나에게 질질 끌려오는 것만 같았다. 때리고 싶었다.
마침 도착한 버스에 탔다. 버스가 나름 한적해 맨 뒷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근데 왜 갑자기 놀쟤?"
"데이트라니까?"
"아...요즘 똘끼가 너무 심해."
"왜, 우리 온천에서 좋은 커플이었잖아."
"나 내려서 집간다."
그제야 김태형은 장난을 멈췄다.
우리 집이나 학교에서 걸어서는 이십 분 정도 걸리는 번화가에 도착을 했다. 버스로 오니 정말 금방 도착했다.
요즘들어 해가 길어져 아직도 거리는 밝았다. 추운 날씨도 점점 풀어졌다. 어쩔 땐 훈훈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으니까.
우선 어디를 가야하나, 하는 생각을 하는 나에게 김태형이 꽤나 아쉽다는 목소리로 말한다.
"이제 목도리 못하네. 안 추워서."
"목도리?"
"너랑 커플 목도리."
"그러게 내가 블랙산다니까."
그냥 김태형의 말에는 무조건 삐딱선을 타고 싶었다.
보기엔 예전과 다를 게 없지만 우리 사이에 흐르는 이 기류가 왠지 모르게 다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름 신입생이라고 줄기차게 입고다니던 코트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내 손을 김태형은 아주 자연스럽게 꺼내 잡는다.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예전과 다를 게 없었다. 아, 근데 왜 이렇게 덥냐. 갑자기.
김태형은 괜히 헛기침을 하는 내게 아직 저녁을 먹기엔 이른 시간이니 시간도 때울겸 구경이나 하자고 말하며 나를 이끌었다.
그러더니 결국 도착한 곳은 저번 갈색 목도리를 샀던 잡화점이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그 땐 미처 보지 못했던 악세사리류들로 잔뜩이었다.
그 수많은 반짝거리는 것들 중에서도 작은 물방울모양의 비즈가 달린 목걸이가 내 눈에 딱 들어왔다.
오...작게 감탄사를 내뱉으며 만지작거리는데, 그런 내 모습을 보던 김태형이 묻는다.
"예뻐, 그게?"
"그냥. 여기 걸려있는 것 중엔 가장 예쁘네."
"모양은 하트가 제일 예쁘지. 하트."
"누가 남자 아니랄까봐 이렇게 뭘 모르네."
사실 하트가 안 예쁘다는건 아니지만 난 김태형 전용 삐딱선 우수고객이니 괜히 혀를 끌끌차며 그 목걸이를 지나쳤다.
나중에 용돈 받으면 사러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저 목걸이가 누군가에게 팔리지 않기를 빌었다.
조금 걸었을 뿐인데 배가 고파진 나는 김태형에게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졸랐다.
덕분에 사람이 거의 없는 음식점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어디서 들은건 있어가지고 김태형은 김치볶음밥?하고 날 떠본다.
"아니? 김치볶음밥 안 먹을건데?"
"그럼?"
"햄김치볶음밥 먹을건데?"
"... ..."
"뭘 봐. 얼른 시켜."
자꾸 김태형 놀리니까 조금 미안...하긴 무슨 존나 재밌어. 아핰핰핰.
웃음을 꾹 참으며 김태형을 바라보니 자신도 어이가 없는지 피식하고 웃는다.
손님이 별로 없는 탓에 음식은 아주 빨리 나왔고, 접시에 코를 박듯 음식을 흡입하던 나는 김태형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어? 비온다."
"봄에 무슨 비가 오고 난리야."
"봄비. 좋잖아. 봄비."
"좋기는. 너는 꽃가루 잔뜩 섞인 산성비가 좋아?"
"낭만이 없네. 그러니까 남친도 없지."
"그 소리는 오랜만에 들어도 개같아."
중요한건 비가 철철 내리는데 우리 둘 모두에게 우산이 없다는거다.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라고 애써 마음을 위안시켜보지만 그릇을 싹싹 비워도 내리는 비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더 이상 기다려도 그치지 않을 비 인듯하여 음식점 계단을 내려왔다.
건물 입구에 서서 멍하니 비가 내리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데, 김태형은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그 빗 속으로 달려갔다.
이렇게 되니 또 내가 나쁜 사람 된 것 같지만 정말 붙잡을 새가 없었다능. 믿어달라능.
나름 동공지진을 하며 김태형이 사라지고 난 빗 속을 심각하게 보며 서있었다.
그리고 정말 얼마 지나지않아 비에 잔뜩 젖은채 우산을 쓰고 걸어오는 김태형이 있었다.
"야, 미쳤어! 꽃가루 섞인 산성비가 얼마나 안 좋은데!"
"꽃가루 섞인 산성비 타령 그만하고 얼른 들어와라."
"네."
지금은 내가 절대적으로 할말이 없는 상황이니 곱게 우산 안으로 들어갔다.
이럴 때 가방안에 여성스럽게 손수건이나 휴지라도 들어있으면 좋으련만 온통 길거리에서 받은 전단지 투성이이다.
그렇다고 전단지로 비를 닦아줄 순 없으니 코트 속 티셔츠 소매를 쭉 빼서 손에 잡아 김태형의 어깨에 맺힌 물기를 닦았다.
"하지마. 옷버려."
"니 코트가 내 티보다 더 비싸."
"하지말라니까. 드라이 맡기면 돼."
"그래."
그렇담 안할게. 드라이 할거라니까, 뭐.
길거리엔 갑작스러운 비에 사람들이 거의 사라졌다가, 점점 우산을 파는 판매상들이 늘어남과 함께 우산을 쓴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 중의 하나인 우리는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된 김태형에 의해 강제적으로 집에 가는 길을 택했다.
우산을 같이 쓰려니 발걸음이 느려져 아직도 시내 한복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 속에서 김태형의 낮은 목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있잖아."
"응."
"너 고백 받았었다며."
"... ..."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췄다. 김태형이 이 사실을 왜 알고있는지에 대해 추리를 하는 것은 간단했다.
정국이 직접 김태형에게 말했을리는 없으니 정국은 박지민에게, 그리고 박지민이 김태형에게 말을 해준거겠지.
그리고 김태형은 그 이야기를 지금 나에게 하고 있다.
어느 새 우리는 집에 가야한다는 것도 잊은 채 거리 속, 수많은 인파 속, 빗 속, 그리고 우산 속에서 마주본 채 서있었다.
"...응."
"왜 거절했어?"
김태형의 표정은 마치 그랬다. 화를 내는 것도 아니었고, 좋아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정말 궁금하다는, 그런 표정.
늘 그랬지만 대답을 하기가 힘들었다. 나처럼 말주변이 없는 사람에게 가장 고역인 질문이 바로 저런 류의 질문이다. 왜, 이유가 뭐야?
"...몰라."
"난 알 것 같은데."
"... ..."
내가 모르는 이유를, 김태형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말에 이상함은 느끼지 못했다. 평소에도 나에 대해선 나보다 김태형이 더 잘 알 때가 많았으니까.
"그럼 이유가 뭔데?"
"말 안 해줄래."
"뭐야...김 빠지게."
"그 친구가 고백할 때 뭐라고 했어?"
"그냥...좋아한다고...고등학교 때부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나를 보며, 김태형은 잠시 무언갈 고민하는 듯했다.
그러더니 씨익,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아직도 앞머리에선 물이 뚝뚝 흐른다. 봄이래도 저러고 있으면 추울텐데.
"잠깐 우산 좀 들어줘."
얼떨결에 우산 손잡이를 건네 받았다.
김태형은 자신의 코트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무언갈 꺼낸다.
내가 예쁘다고 했던, 물방울 모양의 목걸이였다.
순식간에 김태형은 내게 더 가까이 다가와 목걸이를 채워준다.
덕분에 내 고개 옆까지 와있는 김태형에게선 김태형의 향기가 났다.
지금 김태형의 방이 되어버린 그 방에서 나의 냄새가 났다고 한게 이런 느낌이었을까, 문득 생각이 났다.
목걸이를 채우고 몸을 멀리한 김태형이 다시 씩, 웃으며 말한다. 예쁘네. 물방울 모양도.
"언제 샀어?"
"오다가 주웠다."
"...잘 주웠네."
눈은 김태형을 향한 채, 손으로는 내 목에 걸린 목걸이를 만지작 거렸다.
나의 모든 신경이 김태형의 입을 향해 있었다. 무슨 말을 할듯이 머뭇거리는 저 입을 말이다.
어느 새 내 손에 들려있는 우산 손잡이를 빼앗은 김태형은, 평소답지 않게 마치 긴장한 사람의 모습을 보였다.
입술을 깨물거나, 아니면 어...음...하는 소리만 낼 뿐이었다.
그리고 아주 잠깐사이에 나는 김태형에게 안겨있었다. 오늘따라 얘가 왜이렇게 깜짝 놀랄 짓을 많이 하지. 왜 이러지.
나는 매우 놀라서 어버버, 거리다 뭐 하는거냐 물었다.
"얼굴보고 말 못하겠다."
"아니. 내 얼굴이 아무리 못생겨도 그렇ㅈ..."
"좋아해."
"...뭐?"
깜짝 놀랄 짓의 결정타가 요기잉네ㅎ.
내 머릿 속은 갑작스레 밀려온 상황들을 정리하는데 큰 힘을 쓰고 있었다.
그러니까...이 상황은...어...
...고백...?
"난 중학교 때부터."
"... ..."
"아니. 초등학교 때부터."
나 생각했죠 이 노래들으며 이 썰을 써야겠다며.
물론 결과는 이렇게 나왔지만.
그래도.
제가 생각을 잠시 해봤는데 작품마다 암호닉 관리하는게 훨 편할 것 같아요
두 작품 중에 하나만 읽으시는 분들도 계시니까!
그러니까 이제부터 두 작품 암호닉을 따로 적을게요!!!
그나저나 태형이가 고백을 했네!!!!
암호닉 정리하고 올게요!!!!!
윤기썰에 댓글 다신 분들은 암호닉 신청한걸로 생각하고 거기다 적을게요!!!!
기존 암호닉 목록에 계신분들도 윤기썰에 누구누구에용 하시면 제가 알아서 정리할테니 걱정은 노노해.
여러분은 날 벗어날수 엄써!!!!!!!!!!!
암호닉 신청하실 분들은 댓글에 신청해주시면 됩니다!!!!!!!!!!
~♥~ ~♥~〈 소꿉친구 김태형 암호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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