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그리고 우리 00
w.솦이
-띠 띠 띠 띠 띠로롱 덜컥,-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렸다.
설이는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두고, 대 낮에 햇빛 하나 없이 어두컴컴한 거실로 들어섰다.
발걸음을 떼기 무섭게 하늘색 빛이 도는 이불에 칭칭 감겨 꿈나라를 여행 중인 창섭을 보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거실 가득 풍기는 술 냄새에 인상을 찌푸리고는 그대로 지나쳐 부엌에 가 늦은 아침을 준비했다.
후-술도 잘 못 마시는 녀석이 술을 얼마나 마신 거야? 미쳤어.
설이는 찬거리를 대충 식탁에 올려놓고는 콩나물국을 끓이기 위해 콩나물을 다듬고 물을 올려놓았다,
어느 정도 식탁이 갖춰지자, 창섭을 깨우려 몸을 돌렸다.
고소한 밥 냄새가 코를 찔렀는지 창섭은 어느새 비몽사몽 한 눈으로 설이를 쳐다보았다.
"야, 너 왜 여기 있어"
"너 술 먹었잖아, 해장해야지"
설이의 말에 창섭은 반쯤 잠긴 눈을 찌푸리고는 한 손으로 마른 세수를 했다.
하얀 얼굴에 불만 가득한 표정이 앳되고 귀여워, 설이는 중학교 때의 창섭이를 잠시 생각했다.
시간이 꽤나 지났지만 창섭은 그때와 별로 다른 것이 없어 보였다. 키가 더 크고 까칠함이 더욱 폭발했다는 정도?
".. 넌 겁도 없이 남자 혼자 사는 집에 자꾸 오냐"
"우리 사이에 무슨.. 일어나서 밥 먹어 얼른."
설이의 말에 창섭은 부스스- 일어나 느릿느릿 식탁에 앉았다.
그러자 설이는 방금 만든 콩나물국을 떠 창섭의 앞에 놓아주곤, '먹어' 한마디와 함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고요한 듯 어색한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가만히 창섭을 보고 있는 설이에게 창섭이 뚫어질 듯 설이를 쳐다보았다.
"우리 사이? 그게 뭔데?"
"..."
"우리사이가 뭐냐고"
"..그러게"
흔들림 없이 똑바로 바라보는 창섭의 눈동자에 설이 보였다.
알 수 없었다. 우리 사이. 내가 내뱉은 우리 사이란 무엇이었을까.
중,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해온 친구?, 요새 흔히 말하는 남사친 이란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연인? 아, 연인은 아닐 것이다. 저 녀석은 한 달에 한 번 많게는 두 번씩이나 여자친구를 밥 먹듯이 갈아치우는 녀석이니,
그럼 친구 일까? 친구 사이에 다른 남자가 옆에 있는 꼴을 못 보고, 하루에 한 번씩 보고 싶다는 연락이 올까?
우리의 사이는 그랬다.
친구도 그렇다고 연인도 아닌 애매모호한 그 사이의 관계.
그 녀석이 한 발자국 다가오면, 내가 한 발자국 뒤로
내가 한 발자국 다가서면, 그 녀석은 뒤로.
이것이 너와 만난 6년 동안의 전부였다.
그리고 함께 했던 6년 동안의 또 다른 인물 하나.
-띠 띠 띠 띠 띠로롱 덜컥,-
"...어, 설이 있었네?"
정일훈.
너, 나 그리고 우리. 이렇게 셋.
대체 우린 무슨 사이일까.
-
차기작을 급하게 들고 왔네요:0
부족한 글이지만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커플링이 아직 미정이니.. 맞춰보시는 재미도,,?하하..
댓글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