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대첫만남] 독자님들도,용대도 몰랐던 숨겨진 첫만남 Episode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f/7/2f7e92f8beff08e3f4a1967c83565c82.jpg)
표지 주신 jjj님 죽을때까지 내사랑 머겅♡
* 프라이머리 - 입장정리 ( Feat. 최자,Simon D )
꼭꼭 숨겨두었던
기성용대의 첫만남 Behind Story
written by.기성용대는사랑이다
" 형,오랜만이에요! "
" 와,김동민 진짜 오랜만이다.잘지냈어? "
" 뭐 그럭저럭 취업 준비하면서 지냈죠.거의 1년만에 본거네요. "
" 그니까,나도 바쁘고 너도 워낙 바빴으니깐. "
형은 잘 지냈어요?내게 묻는 동민이의 말에 대답대신 씩 웃어보였다.할말이 너무나 많았으니까.김동민과 연락을 하지 못하고 살았던 1년정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왜,난 형 얘기 듣고 싶은데.웃는 내 얼굴에 찡찡 거리며 말을 재촉하는 김동민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얘는 중1 때부터 친했던 애였다.그니까 내가 중1,이녀석이 초등학교 6학년때.사는곳도 너무나 멀었고,그러기 때문에 친해지긴 커녕 서로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사이였다.근데 부모님들끼리 동창이고,친한 사이를 계속 유지하셨기 때문에 자연스레 우리도 서로 말을 트고 친해졌다.얼마나 부러운게 많았는지,내가 한참 배드민턴에 집중하느라 주변 신경 쓸 겨를 없이 살때,잘생긴 외모로 여자친구도 많이 사귀고 그러면서도 공부도 잘 했고.어쩌면 얄밉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한살 어린 동생임에도 불구하고 배울게 너무나 많아 좋은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아마.형,좀 오래 됬지만 금메달 딴거 축하해요.내게 손을 내미는 김동민의 행동에,웃으며 화이파이브를 하곤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몇달전인데 이제 얘기하냐.
" 에이 형.축하 해주는걸 꼭 그때 해야 하는것도 아니고. "
" 인마,그래도.도대체 뭐 하고 살았길래 연락 한통 없었어.그것도 1년동안, "
" 취업준비 하고 그러느라 바쁘게 살았죠 뭐,형이야 말로 왜 연락 안하셨어요. "
" 올림픽 준비하느라 바빴어.엄마한테 여쭤봐도 너희 부모님 외국 나가있으셔서 아들 소식 모른다 그런식으로 말하셨다고 하더라고. "
" 전 뭐 내놓은 자식이죠,누나들이나 신경 쓰시지 "
너가 혼자서 잘 하니깐 그런거지.웃으며 칭찬하는 내 목소리에,녀석은 기가 산건지 얼굴 가득 웃음꽃을 피고는 어깨를 으쓱 거렸다.근데 뭔가 얘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원래 이렇게 실없이 웃을 녀석이 아닌데,못본사이에 부쩍 웃음도 많이 늘어난 것 같고.뜬금 없이 전화해서 보자고 한 것도 좋긴 하지만,의심 스럽고.너 나한테 할말 있어?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보여.의자에 몸을 기대서 맥주를 조금 들이키며 말하는 내 모습에,김동민은 슬쩍 웃다가 말했다.형은 어떻게 나온거에요,시간도 없을텐데.
" 내가 진짜 배드민턴에 미쳤겠냐, "
" 네.형 옛날에도 맨날 놀자고 해도 연습있다고 내빼시더니. "
" 야,그땐 국가대표 준비중인데 놀 시간이 있었겠냐.무튼,말 돌리지 말고 말해. "
" 뭘요? "
" 인마,무슨 일이 있으니까 보자고 할게 뻔하지.무슨 일인데,뭐 그렇게 좋은일 이길래 너가 그렇게 좋아하는지 한번 들어보자. "
녀석은 내 말에 밀당하는 것도 아니고,실실 웃기만 했다.뭐가 그렇게 말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일인지 궁금증이 몰려 오기 시작했다.감독님이 해외 경기 준비해야지 어딜 가냐고 핀잔을 주시는데에도 불구하고,1년만에 전화온 김동민 전화 때문에 엄청 빌고 나온거고 또,잘 마시지 않던 맥주도 김동민이 하도 마시자고 찡찡 거려서 호프집까지 끌려 왔는데.아,자식아 시원하게 말 해보라니깐.샐쭉 노려보며 쳐다보는 내 시선에 김동민은 살짝 말을 망설이는듯 하더니,말을 꺼냈다.형,저 삼성 입사했어요.
" 뭐?삼성? "
" 네. "
" 그 큰 대기업 말하는거지.삼승 뭐 이런데 아니지? "
" 그건 뭐에요,형.못 본 사이에 개그가 느신것 같네요.엄청 무뚝뚝 하더니, "
형 장난 치는거 아니야.진지하게 지그시 쳐다보는 내 모습에,김동민은 피식 웃더니 맥주를 들이키곤 말했다.저도 장난 하는거 아닌데요 형.김동민의 말에 머리가 살짝 어지러워졌다.얄밉고 배 아파서 그런게 아니라,진짜 혼란스러웠다.엄마도 말씀 아예 없었고,얘가 공부 잘한건 알았는데 삼성 들어갈만큼 잘했었나 싶어서.그리고 지금 나이가 몇인데 벌써.거짓말인가,생각했는데 녀석이 입고 있는,이런 호프집과 어울리지 않는 고급스러운 정장과 진지한 모습에 입이 떡 벌어졌다.이런일로 장난 함부로 칠 그런 놈 아니니깐.너 진짜야?버벅거리며 묻는 내 모습에,김동민은 웃으며 고개를 크게 끄덕거렸다.
" 와,너.어떻게 들어간거야? "
" 시험 봤는데 어쩌다 보니까 들어 왔어요. "
" 너 나이가 몇인데,진짜 능력 좋구나.엄마는 아무 말씀 없으셨는데. "
" 이제 막 입사 한거라서요. "
야,너 진짜 능력 좋다.남들 그렇게 들어가고 싶다고 안달난 삼성을 어쩌다 보니까 들어가기도 하고.남들이 말한거였으면 엄청 재수 없었을거지만,얜 자기 자랑하고 그런거 썩 좋아하지 않는 녀석이니까 어쩌면 정말 우연한 기회로 입사하게 된 것이 맞는 것 같다.어찌됬든 이렇게 대단한 애인줄 몰랐다.원래도 잘 생겼지만 더 활짝 핀 얼굴에,이런 멋 들어진 정장까지.난 유니폼을 자주 입는 그런 직업이라,살짝 부러운면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가끔 단복을 입긴 하지만.옷도 비싸 보이고 김동민 진짜 앞 길 창창하다.활짝 웃으며 엄지 손가락을 드는 내 행동에,김동민은 조금 머쓱한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에이 뭘요,
" 돈도 많이 벌겠네.인마,정장 입으니까 인물이 더 확 산다. "
" 고마워요,형. "
" 이제 내가 빌붙어야 겠네?돈도 많이 버니까 형한테 맛있는 것좀 쏴.알겠지? "
" 참나,형도 돈 많이 버시면서. "
삼성 월급이랑 비교할게 되냐.무튼 김동민을 오랜만에 보니까 중요한 해외 경기라는 생각때문에,복잡하던 머리가 조금 정리되는 기분을 느꼈다.기성용과 같이 동거하더라도,서로 자는 모습만 보는게 일상이라 누군가와 제대로 된 이야기 해본게 엄청 오랜만인 것 같다.형들,후배들이랑 얘기를 하긴 하지만 긴장감 때문에 제대로 일상 얘기 조차 못 했던게 사실이니까.진짜 축하한다.어깨를 두들기며 큰 소리로 말하는 내 목소리에,김동민도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곤 살짝 툭툭,쳤다.형도 축하드려요.
" 형 엄청 멋지던데요.막 바닥에 앉아서 치고. "
" 그땐 얼마나 긴장 했는데. "
" 그래도 금메달 따셨으니까,형도 얼굴이 좀 피신것 같네요. "
내가?얼굴을 쓱,흝는 내게 김동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무슨 연애라도 하세요?순간 끄덕일뻔한 위기를 모면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연애를 하곤 있긴 하지만 아직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입장이니까.기성용이랑 동거하면 재밌는 일도 엄청 많을거란 환상은 바쁜 사정 때문에 살짝 깨진게 사실이지만,우린 여전히 달달하고 달콤했다.가끔 살벌한 경우 없으면 우리라고 할 수 없지만.연습 시간에 감독님 몰래 하는 스릴 넘치는 전화 통화나,선수들 사이에서 몰래 손 잡기.사귄지 꽤 됬음에도 불구하고,우리가 아직도 설레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듯 하다.나를 의심쩍은 눈으로 쳐다보는 김동민의 뒷통수를 약하게 한대 때리곤,그저 실실 웃는 녀석에게 말을 꺼냈다.너야 말로.
" 왜 이렇게 웃음이 헤퍼졌어,너? "
" 예전엔 좀 웃으라고 형이 말하셨잖아요. "
" 그래,그랬지.근데 너 너무 웃음이 헤퍼진것 같다?너야 말로 연애해? "
" 형,저 결혼해요. "
그래,응?뭐?녀석의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다 움직임을 멈추었다.지금 쟤가 결혼이라고 한건가.설마,잘못들은 거겠지.이젠 환청까지 들리는 것 같아,귀를 세게 퍽퍽,때리는데 그런 내 모습에 김동민은 대조되는 모습으로,여유있게 웃으며 내 앞에 뭔가를 내밀었다.청첩장.녀석이 내민 정체불명의 물체에는 그렇게 쓰여 있었다.…이 자식이 진짜.순간 정말 놀라,허겁지겁 청첩장이라 쓰인 것을 열자,정갈하고 깔끔한 글씨가 보였다.신랑 김동민,신부 차윤주.장소 서울 워커힐 호ㅌ….와,진짜.결혼하는구나.멍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내 시선에 김동민은 웃으며 청첩장을 쥔 내 손을 꽉 잡고는 말했다.꼭 오셔야 되요.
" …야,너.와,진짜 너무 갑작스러워서 말도 안나온다. "
" 좋은일이잖아요 "
" 그래,그건 아는데…언제 결혼 하는데. "
10월 1일이요.친절하게,손수 청첩장에 적혀진 날짜와 장소를 가리키는 김동민을 멍하니 쳐다보았다.이 자식은 사람 놀래키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녀석이 중1땐가,우리집쪽에 놀러왔다가 밖에 놀러간다길래 그런가 보다 했는데 1시간이 넘어도 안와서 걱정했던 때가 있었다.혹시 일진들한테 돈 뺏기는거 아닌가,그땐 나도 그저 평범한 중2였기 때문에 덜덜 떨며 갔는데 녀석이 보였다.그것도 중3들에게 온갓 욕을 써대던 녀석이.너무 놀라 물어봤더니 뭐랬더라,돈 뺏으려고 하길래 몇대 때려주고 잔소리 좀 했다고 했었나.그때 고작 중1 입에서 나오는 성숙한 말에,엄청 놀랐던 적이 있었다.…근데 이건 진짜 비교가 안되잖아.이 어린 나이에 누구랑 결혼을 한다고.신부는 뭐하는 여잔데,멍한 표정으로 조용히 말을 내 뱉은 모습에,김동민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같은 대학교 과 후배에요.
" 1살 어린데 마음에 들어서 CC하다가 결혼까지 가게 된거죠. "
" … "
" 너무 좋아해서,누가 데려갈까봐 내가 채간거에요.윤주는 대학교 다니고 있고, "
대학생 다니는 어린 여자애를 부모님이 허락 해주셨냐.내 말에 김동민은 한치의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마음에 든다고 바로 오케이 해주시던데요.…그래.너 같이 얼굴 잘생기고 성격 괜찮고 무엇보다,삼성에 취직 했다는데 마다할 부모님이 누가 계시겠냐.김동민 부모님은 잘 신경 안쓰시니까.어이없어짐에 허,하며 헛웃음을 짓곤 김동민을 뚫어져라 쳐다보는데,그런 내 모습에 김동민은 그냥 실실 웃기만 했다.왜 이렇게 빨리 결혼이야,좀 생각해보지.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김동민은 대답했다.
" 너무 좋아해서 그냥 쭉 데리고 있고 싶더라구요.연애도 한 3년 했고, "
" 자식이 급해가지곤, "
" 너무 예쁜거에요.진짜 얘 놓치면 안되겠다 싶어서, "
" 허,얼씨구. "
" 형도 얼른 결혼하세요,배드민턴이랑 연애 그만 하시고. "
" 인마,됬어! "
얘가 구자철 선수랑 친한 사이인가.오글거리는 것도 업그레이드 해서 온 것 같다.형도 연애 하세요.나를 비웃는듯,거만하게 웃으며 말하는 녀석의 모습에 하마터면 말을 뱉을 뻔했다.배드민턴이랑 연애는 무슨,쫑 낸지 꽤 오래됬는데.이쁘진 않지만 잘생긴 얼굴에,키도 엄청 크고 운동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나 지금 뭐하니.오글거린다고 말한지가 불과 몇초 전인데,기성용 생각에 웃음꽃이 활짝 핀마냥 웃음이 나왔다.맨날 장난식으로 기성용에게 모자른짓 하지 말라고 다그치지만,사실 모자른 구석 하나 없는 애인이니까. 형 꼭 오셔야 해요.청첩장을 가방에 넣으려는 내 손을 제지하곤,억지로 청첩장을 열어 장소를 보여주는 녀석의 모습에 픽 웃었다.안 갈거야,
" 형 연습하기 바빠,안가. "
" 와,형이 어떻게 그럴수 있어요?이렇게 직접 청첩장까지 주는데. "
" 배신감 때문에 그래 인마.형한테 어떻게 한마디 없이 오랜만에 만나서 한다는 얘기가 결혼한단 얘기냐?여자친구 있는것도 몰랐네. "
" 아,형 바빠서 그랬다니깐요!제가 형 얼마나 사랑하는데요. "
" 아부만 늘어서,그렇게 사랑하는 형 실망했어. "
" …아,형. 결혼하기 전에 윤주 데리고 셋이 한번 밥이나 먹어요.네? "
됬어,인마.잡힌 팔을 홱,치우는 내 행동에 녀석은 다시 팔을 붙잡고는 말꼬리를 늘리며 말했다.아 형 사랑한다니깐요- 녀석의 갑작스러운 애교에 픽 웃은것도 나지만.난 정말 애교에 약한 타입인듯 하다.남자는 여자든,그냥 애교 한방이면 서운했던거나 짜증났던게 다 풀리니깐.내 특성을 알고,기성용이 잘도 이용해 먹었었지.내가 화났을때 마다,애교 부리며 팔을 잡고 매달리던 기성용이 생각나 풋,웃었다.추억이 많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생각해보니까 참 많은 것 같다.이런 일상적인 생활에서,툭툭 연관있는 일이 튀어 나올 정도면.실실 웃는 내 행동에 김동민은 폴짝 폴짝 뛰며 웃음기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형,용서해주는 거죠?
" 몰라. "
" 아,형! "
" … "
" 형! "
" 아,알았어,인마.거참 끈질기네! "
" 에이,내가 사랑하는거 알면서! "
" 됬거든,곧 신랑 되는 애가 이렇게 촐싹 맞아서 어떻게 가장이 된단 건지.형은 아직도 얼떨떨하다. "
사실 저도 엄청 얼떨떨해요.녀석은 손에 쥐어진 청첩장을 한번 쓱 쳐다보더니,웃곤 만지작 거리며 조용히 말을 꺼냈다.아직도 꿈만 같아요.제가 결혼을 한다 생각하니까.살짝 발그레해진 녀석의 볼에 픽 웃었다.연애한지 3년 정도 됬으면,서로 못볼꼴 다 보고 질릴만도 한데 아직도 생각하면 설레는것 보면 엄청난 순정남 인것 같기도 하고.한편으로는 저런 마음이 부럽기도 하고.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생긴건 대담하게 생겨서 은근 소심하고 부끄러움도 많은,내 눈엔 아직도 중학생으로 보이는 녀석이 장가를 간다니까 뭔가 웃음이 새어나왔다.지금은 나만큼 키도 크고,체격도 커졌지만 아직 애기로 보이는거,그런건 내가 이상한걸까.고작 1살 차이긴 하지만.저도 오늘 처음 청첩장 받은거거든요.청첩장을 아기 다루듯,조심스레 쓰다듬는 녀석의 행동에 어깨를 퍽,치며 말을 이어 나갔다.
" 청첩장 이쁘다.디자인 잘 됬네. "
" 고마워요,형. "
" …자식,형보다 먼저 장가도 가고,다 컸네.무튼 가서 신부한테 잘하고 잘 살아. "
" 알겠어요. "
" 좋은일이 겹경사로 생기네.부럽다 자식아. "
" 형도 해외 경기 꼭 잘 치를거에요. "
" 고마워,부모님들 모시고 식사도 꼭 하자.무튼 웬일로 전화하나 했더니 이런 엄청난 일이,형 엄청 놀랐어. "
죄송해요.웃으며 고개를 옆으로 까딱이는 녀석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제스쳐도 미국을 갔다 와서 그런지 아메리칸 스타일로 좀 변한 것 같고.여러모로 오랜만에 보니까 이런 색다른 모습으로 묘미도 주고,오랜만에 보는게 그렇게 안좋은것도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다.연락을 못 하고 살았단건 아쉽긴 하지만,이렇게 서로 좋은 모습으로 재회한건 아쉬울게 전혀 아니니깐.맞아,형 기성용이랑 동거한다고 인터넷에서 봤는데.말 없이 쳐다보다,생각난듯 박수를 짝 치며 말을 꺼내는 김동민의 행동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 진짜 동거해요? "
" 응,그럼 인터넷에 떴는데 거짓말이겠냐. "
" 기사가 믿을만 해야죠,언제부터 동거 한거에요? "
" 그렇게 오래 안됬어.이제 막 된건데. "
" 인터넷에 난리 났었더라구요,언제 둘이 그렇게 친했냐고 비주얼 훈훈하다 뭐다,별 얘기 다 있던데. "
" 그럴만하지 뭐,다른 종목인데. "
" 형,인기 완전 많던데요?4년전에 윙크로 떠서 지금도 윙크 윙크 하더라구요. "
김동민의 말에 한숨을 푹,내쉬며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윙크는 내 인생에 흑역사이자,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들 1위이다.베이징 올림픽때는,너무 기뻐서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향해 윙크를 했었다.티비를 보고 계실 엄마께 전하는.그게 그렇게 화제가 될지는 꿈에도 생각 못했고.근데 그 윙크 하나 때문에,무슨 방송 하나 나가면 무조건 시키는게 윙크하기.그 윙크 때문에 눈에 경련도 올 것 같고,기성용이랑 싸울뻔한 적도 심심치 않게 있었던 것 같다.그 얘긴 꺼내지도 마.윙크에 윙만 들어도 몸서리가 처진다.몸을 부르르 떨며 인상을 찌푸리는 내 모습에,김동민은 낄낄 거리더니 말했다.언제 성용이랑 그렇게 친해진거에요,연락도 안하던 것 같더니.
" 어? "
" 성용이랑 언제 친해졌냐구요. "
" 너 기성용 알아? "
" 당연히 알죠. "
" 아니,대한민국 국가대표 그런 관계 말하는거 아냐.엄청 친한것처럼 말한다,너? "
" 뭔 소리에요,형.내가 기성용이랑 친하지 그럼 남이에요? "
의연하게 말을 뱉는,아니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기까지 하는 김동민의 행동에 멍해졌다.얘가 기성용이랑 어떻게 아는 사이지,같은 나이라고 해도 같은 학교를 나온 것도 아니고,같은 분야에서 일 하는것도 아닌데.어떻게 친해진거에요,둘이 그렇게 어색해 하더니 올림픽때 친해졌어요?내게 묻는 김동민의 모습에 눈만 껌뻑일 수 밖에 없다.기성용이랑 만난게 베이징 올림픽때인데 원래 나랑 기성용이랑 알던 사이인것 처럼 말하네.내게 대답을 재촉하는 동민이의 행동에,살짝 인상을 찌푸리곤 말했다.무슨일이 일어난걸까.
" 너가 말하는 기성용이,축구선수 기성용 말하는거지? "
" 당연하죠,형 왜그래요?뭐 잘못 먹은 사람처럼. "
" 난 니 말이 더 이해가 안가는데.너가 기성용을 어떻게 알고,또 내가 기성용이랑 옛날부터 알았던 사이처럼 말하는 이유는 또 뭔데? "
" …형,옛날에 인사했던것 생각나서 서로 친해진거 아니에요?그러다가 많이 친해져서 동거까지 간거고. "
녀석이 말하는 언어는 분명 한국말인데,내 귓가에는 외계어를 듣는것처럼 웅얼웅얼 들렸다.도대체 김동민의 말은 무슨뜻일까.기성용이랑 김동민이 어쩌다가 넓은 인맥으로 인해 알게됬다고 쳐도 나는 기성용이랑 올림픽때 초면이었는데.물론 4년전에 잠시 만나긴 했었지만 그땐 서로에 대해 모르고 만난거니깐.곰곰히 생각해봤지만 기성용과 아는 사이는 전혀 아니었다.아는 사이였다면,내가 치매가 아닌이상 어렴풋하게 기억이라도 남아있을텐데.난 너가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다.한숨을 쉬며,쳐다보는 시선에 김동민은 무척이나 답답한듯 왼쪽 가슴을 손으로 살짝,내리치며 말했다.형 진짜 기억 안나요?
" 올림픽때 옆숙소 쓰면서 친해졌지.혹시 4년전에 만난거 말하는거야? "
" 그건 또 뭐에요,진짜 기억 안나나보네. "
" 뭔데? "
" 그럼 둘이 모르는 사이인줄 안 상태로,친해져서 결국 동거까지 한거에요?완전 운명이네,대박이에요 형. "
" 뭔소리야,좀 속시원하게 말해봐. "
" 형 중2,나랑 성용이 중1때.생각 안나요? "
중2때를 생각해보라는 녀석의 말에,눈을 감고 곰곰히 생각해봤지만 기억속의 잔해는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그때 한참 운동 하느라 머릿속엔 운동을 하는 내 모습만 그려질 뿐이었다.…그럼 나랑 기성용이랑 어렸을때 만났던적이 있었다는 건가.도대체 어떻게,만날 기회 따위는 있지 않았을텐데.기억이 안난다는듯,고개를 젓는 내 행동에 김동민은 한숨을 푹,쉬더니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내가 형 비싼옷에 물감 쏟은 날 기억해요?오랜만에 엄마랑 형집 놀러갔던날 말이에요.
" …음,아.기억나!그때 엄청 울었었는데.그건 기억난다. "
" 그날에 기성용 만났었잖아요. "
" 어?진짜?기성용 유학 갔을때잖아. "
" 진짜 기억 한개도 안나나보네.성용이 호주로 유학 갔다가,잠시 한국 왔었잖아요. "
" 어? "
" 우리 누나랑 상아 누나랑 친해서 부모님들끼리도 친했어요.그러다보니까 나도 성용이랑 친해진거고. "
" … "
" 그건 말 안해줬으니까 몰라도 되요.무튼,성용이 호주 유학갔다가 친구들 보고 싶다고 온 날 내가 형 집에 있는 바람에 형 집으로 찾아왔었잖아요. "
순간,내 머릿속에는 무엇인가가 스쳐지나갔다.어린시절의 내가 아파트 1층에 서있고,나랑 키가 비슷한 한 소년이 보이는듯 했다.안녕하세요.부끄러움을 많이 타는듯,발그레한 얼굴로 내게 손을 내밀던 모습.안녕,웃으며 받아주자 그제서야 눈웃음을 지으며 맹구 같이 웃었던 그 남자애.…걔가 기성용 이었구나.맹구 같이 웃는건 하나도 안 변했네.자동적으로 생각나는 맹구같은 얼굴에 픽,웃었다.기억 저편에 숨겨져 있던 중요하고 소중한 무엇인가를 되찾은 기분에 웃음이 자꾸 새어 나갔다.나랑 기성용이 이렇게 만났었구나.깡통 아니였음,어떻게든 만났을거란 기성용의 말을 이제 믿을 수 있을것만 같았다.사실 그 전에 소중한 만남이 있었으니까.이제 기억나요?웃는 내 모습에,녀석은 이제야 속이 시원한지 심호흡을 크게 후,하곤 말했다.그때 나도 기억 생생해요.하도 인상 깊어서.
" 인사 하라고 했더니,쭈뼛 거리기만 하고. "
" 그랬었나? "
" 네.둘다 인사 하나 제대로 못해서 내가 친하게 지내게 하려고 얼마나 노력 했는데요. "
" 푸핫,몰랐네. "
" 결국에 성용이 부모님 오셔서 금방 헤어졌긴 했지만요.그래서 기억이 안났었나 봐요. "
그랬구나.녀석의 말에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는걸로 대신했다.다 생각난다.그 따뜻했던 손의 촉감까지.일상에 치이면서 너무 바쁘게 살아 기억 저편에 묻어놓은 것 이었을뿐,꽤 그 첫만남에 대해 내 자신도 인상 깊어했던 것 같다.안 그랬다면,이렇게 촉감까지 생생하게 느껴질리가 없을테니까.그렇게 잠시 이어졌던 인연이,끝까지 닿아서 여기까지 오게 한 원동력 역활을 했다고 생각하니까 웃음이 주체할 수 없이 터질듯한 느낌이 들었다.성용이는 잘 지내요?내게 조용히 묻는 김동민의 행동에,고개를 크게 끄덕거렸다.응.
" 엄청 잘 지내지,밥도 잘먹고. "
" 한번 봐야 할텐데,경기 보니까 키도 더 크고 잘생겨졌더라구요.통화 안한지 두달 더 됬나. "
" 자식아,연락 좀 하고 살아라.이러다가 연락 끊기겠네.너 나랑도 연락 끊길뻔했어,어? "
" 이제 연락 많이해요. "
" 그래, "
" 기성용은 바쁜거 같은데,그냥 안부 하나 전해줘요.잘 지내라고.어차피 해외 가야되서 결혼식을 못 올거고. "
" 그렇지,무튼 알았어.안부 전해줄게. "
" 나중에 시합 끝나고 연락 하면,오랜만에 비싼 밥 쏜다는 말도 전해주셔야 해요. "
나한테도 쏘는거 잊지 않았지.웃으며 말하는 내 모습에 김동민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근데 몇시지.그런 김동님을 쓱,쳐다보고는 시계를 보는데 시간은 벌써 저녁 7시 반을 향해 가고 있었다.오늘 아침,점심 운동도 감독님께 사정사정해서 겨우 뺐는데 저녁 운동은 해야할 것 같다.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좋지만,나에겐 내 직업에대해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여기서 버스타고 열 정거장 정도 가면,선수촌에 도착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나,이제 운동 가봐야겠다.미안한듯,슬쩍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내 모습에,김동민도 급하게 의자에서 일어나 정장 마이를 입기 시작했다.형,힘드시겠어요.
" 뭐,어쩌겠어.다 내 일인데. "
" 형 힘내요, "
" 그래,인마 고맙다.아까 술 값은 주문할때 냈으니까,그냥 나가면 돼. "
" 오,형 제가 쏘려고 했는데. "
" 무슨,이제 결혼하고 하면 돈도 많이 들텐데 월급 함부로 까지 말고 아껴서 써. "
" 조금은 괜찮은데. "
" 형이 쪽팔리게 얻어먹는게 싫어서 그래,돈 아껴야 이쁨 받지. "
고마워요,형.내 등을 툭툭치며 고개를 꾸벅 숙이는 녀석의 머리를 다시 한번 쓰다듬어주었다.그래도 이제 결혼한다고,살짝 어른스러워진 것 같기도 하고.수고하세요-카운터에 계시는 주인 아주머니께 인사를 하곤 밖으로 나왔다.사람 많다 진짜.날씨가 선선해지긴 했는지,부쩍 번화가에는 사람이 많아진듯 보였다.단연,서로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손을 잡고 다정히 걷는 커플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옛날엔 그냥 그러려니,했는데 요즘은 저런 커플들이 너무나 이뻐 보인다.나랑 기성용도 저렇게 사랑스럽고 예쁘게 보이면 좋겠다,하는 그런 동경심과 함께.나와 같이,멍하니 자리에 서서 지나가는 커플들을 보며,슬쩍 웃는 김동민의 모습에 씩 웃고는 살짝 큰 소리로 말했다.이제 가야지.
" 아,형 미안해요.형 바쁜데 괜히 불러내서, "
" 별일 아니었음 죽이려고 했는데 다 좋은일이라서 그냥 넘어간다.다시 한번 결혼 축하하고,입사한거 축하해. "
" 고마워요,형.꼭 연락할게요. "
" 그래,다시 한번 볼 기회 없으면 결혼식날에 보자. "
" 알았어요,형.꼭 한번 셋이 밥 먹을수 있도록 해볼게요. "
" 됬어,인마.불편하게.얼른 가서 연애질 잘하고 결혼준비 열심히 해. "
" 알았어요.형,몸 조심하구 또 뵈요! "
저 오늘 신혼집 가구 보러 가기로 했거든요.웃으며 손을 크게 흔들곤,급하게 뛰어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봐 주었다.뭐가 그렇게 급할까 - 이제 죽을때까지 평생 볼 여자친구가 그렇게도 좋나 보다.녀석의 뒷 모습이 희미해 질때쯤,뒤로 돌아 택시타는 곳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김동민이 여자친구 보고 싶다고 난리를 쳐서 그런가,오늘 따라 기성용이 보고 싶은것 같다.나 행복해요.하는 말이 얼굴에 써져서 실실 웃으며 얼마나 닭털 날리는 말을 하던지.010-5423-xxxx.보고 싶다는 생각에,고민 없이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쳤다.그러자 뜨는건 기성용 내꺼,라는 저장된 이름.어제 내 핸드폰 가지고 뭘 열심히 하더니 이거 였구나.핸드폰을 만지며 한글자 한글자 치는 기성용의 모습이 떠올라 픽,웃고는 전화기에 귀를 가져다댔다.지금 운동중인데 받을라나.
" … "
" … "
" …안받ㄴ… "
" 여보세요! "
기성용은 운동중인듯 했다.원래 핸드폰을 옆에 끼는 애라 전화하면 10초 내에 전화를 받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건,즉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어 놓고선 운동을 하고 있다는 뜻이니까.가서 보면 되지.오늘 선수촌에서 모든 선수들 다 11시에 끝난다고 하던데,그럼 중간중간에 얘기도 하고 놀면 되겠다.연습할 생각은 안하고,기성용이랑 놀 궁리에 혼자 실실 거리는 내 모습을 보자니,한편으로는 크게 한숨이 나왔다.이러면 안되는데,안되는데 하면서도 어쩔수 없는것 같다.뚜-뚜-뚜…전화는 받을 생각도 없는듯,주구장창 들리는 신호음에 막 종료 버튼을 누르려던 참이였다.여보세요,헥헥 거리며 급하게 전화를 받는 기성용의 목소리에 손을 떼고는 귓가에 전화기를 가져다 대었다.
" 왜 이렇게 소란 스러워?운동중이였나봐. "
" 응.지금 저녁 먹으려고 하는데,아.잠시만…어,어. "
" 무슨 일있어?왜 이렇게 헥헥 거려. "
" 몰래 통화하려는데 감독님한테 걸려서 뛰쳐 나왔지. "
" …끊어.그러다가 너 맞는다? "
" 괜찮아.하도 맞아서.어차피 혼날꺼 너랑 통화하다가 혼나지 뭐. "
순간 소란스럽던 전화기 너머가 끼익,거리며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조용해졌다.이제 안전해,화장실로 들어왔어.자기가 잠복 근무하는 경찰도 아니고,화장실안에 숨어 눈치 보면서 조용히 통화할 기성용의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지는것 같아 들리지 않도록 조용히 픽,웃었다.연습 열심히 했어?웃음기 섞인 내 말투에 기성용은 크게 대답했다.응,존나!물론,크게 말해놓고 자기 소리에 놀라서 작게 목소리를 줄이긴 했지만.존나가 뭐야,존나가.툴툴 거리며 말하는 내 목소리에 기성용은 조용히 속삭였다.미안.
" 무튼,전화기록부 바꿔 놨더라? "
" 하하,봤어? "
" 기성용 내꺼가 뭐냐,유치하게.나는 용대라고 저장되있는데, "
" 내가 너 삐질까봐 내것도 바꿨어.용대 내껄로. "
" …참나,잘했어,그래. "
" 근데 왜 전화했어?지금 선수촌 오는거 아냐? "
" …그냥,보고 싶어서. "
어차피 볼건데 뭘.그래서 싫다고?내 말에 기성용은 웃으며 대답했다.아니,좋다고.기성용의 대답에 힘이 빠져 헛웃음을 지었다.이젠 이게 일상이 된 것같다.옛날보다는 좀 더 달달하게,서로 얘기할 시간도 부족한데 기분 상하게할 행동이나 말 때문에 괜히 싸워서 시간 뺏기지 말자.이걸 원칙으로 삼는 순간 우리는 조금씩 변했다.물론,지금도 투닥 거리지만 그래도 싸우려면,경기 다 끝난뒤에 시간 남을때 싸우자 이런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덜 한 편이었다.얼른 와,와서 얘기나 하고 놀자.웃으며 말을 꺼내는 기성용에게 응,하며 짧게 대답을 하는데 문득 생각났다.동민이 얘기를 해줘야지.생각이 든 순간,발걸음을 멈추고는 실실 웃으며 말했다.…나,근데 할 얘기 있는데.
" 너 말하면 엄청 놀랄거다. "
" 뭔데?괜히 설레네 뭔데?뭐 결혼하자,이런거야? "
" …또 앞서간다.그런것보다 더 놀랄만할 거야. "
" 그니까 그게 뭔데,밀당 하지말고 말해봐. "
" 나 아는 동생 만났어. "
" 그게 놀랄 일이야?아는 얘긴ㄷ… "
" 동민이 만났어. "
동민이?동생 이름이 동민인가봐.근데 그게 깜짝 놀랄일이야?내 별거 아닌듯한 얘기에 김이 빠졌는지,퉁명스럽게 말을 뱉는 기성용의 행동에 조용히 키득키득 웃었다.그래,지금은 별거 아닌것 처럼 느껴지겠지.김동민이야,김동민.웃음을 억누르며 말하는 내 목소리에도 여전히 기성용 반응은 없었다.내 친구도 김동민인데.…그래,니 친구 말이야.다시 한번 눈치없는 기성용에게 감탄했다.…니 친구 김동민,바보야.한숨을 내쉬곤 뱉는 내 말에 기성용은 이제야 이해가 갔는지 살짝 큰 목소리로 말했다.내 친구 김동민?진짜?
" 내 친구 김동민?그 5월 6일생 김동민? "
" 응. "
" 김하민이란 누나 있는 애 말하는거야? "
" 그래,그 김동민 맞다니깐. "
" 이용대 너가 어떻게 김동민을 알아? "
궁금함 잔뜩 섞인 말투로 내게 대답을 재촉하는 기성용의 행동에 슬쩍 웃곤 말했다.나 동민이랑 친한 사인데.내 말에 멘탈 붕괴 현상이 일어난건지,기성용은 어버버 거릴뿐 말을 뱉지 못하고 있었다.이럴만 하지,나도 들었을때는 머리가 띵해지는 기분이었으니깐.…걔 어떻게 알아?한 2분 흘렀을까,그제서야 조용히 말을 뱉는 기성용의 목소리가 들렸다.이건 아무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놀라기는.말하려면 꽤 길어질것 같아,앞에 보이는 공원 의자에 털썩 앉고선,말을 이어나갔다.
" 부모님들끼리 동창이라서 어쩌다보니까 친해졌어.나 중1때 부터인가. "
" 대박이다.난 누나가 걔네 누나랑 같은 반이라서 어쩌다 보니까 친해진거거든, "
" 들었어.동민이가 말해주더라. "
" 진짜? "
" 응.우리 동거하는거 알고 다 말해주더라고. "
" 왜 난 몰랐지?진짜 세상 좁다,그치. "
" 그러게,근데 워낙 바빠서 서로 연락 못하고 살았으니깐 모를만도 했지. "
잘 지낸대?내게 묻는 기성용에게 짧게 대답했다.응,하며.잘 지내긴 엄청 잘 지낸다고 할 수 있다.삼성에 입사했지,벌써 신부감 찾아서 결혼식까지 올릴려는 애가 잘사는 거지,뭐야.이제 같이 밥도 먹고 친하게 지내자.별 의미 없이,웃으며 말을 뱉는 기성용의 행동에 풋,하며 웃음이 튀어나갔다.얘도 모르는구나.옛날에 이미 친해졌다고 할 수 있을텐데,하는 생각 때문에.그냥 웃겨서,최대한 전화기를 귓가에서 떼고는 끅끅,거리는데 그걸 용케 들었는지,살짝 들뜬 기성용의 목소리가 들렸다.뭐가 그렇게 좋아.
" 뭐가 그렇게 좋은지 나도 좀 알자.뭔데,응? "
" 우리 처음 만났을때가 언제였게. "
" 당연히 알지.베이징 올림픽 끝나고 바 앞에서 만났었잖아. "
" 땡,틀렸는데. "
" 어?그게 처음이었는데? "
나도 그게 처음인지 알았지.뭐게,웃으며 대답을 유도하는 내 목소리에 기성용은 곰곰히 생각하는듯 한참 동안이나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아,뭔데.결국 답을 찾지 못했는지 답답하다는듯한 말투로 말을 뱉는 기성용에게 일부로 툴툴 거리며 대답했다.자기가 우린 어떻게든 만날 인연이라 했으면서,기억도 못하냐.
" 뭔데?어? "
" 실망이네.기억날줄 알았는데.인연이긴 개뿔,기성용 됬어. "
" 아,뭔데?답답해서 미치겠다. "
" 생각 안나?너 호주로 유학 갔다가 처음 한국 왔던날. "
" 당연히 기억나지. "
" 그때 너 동민이 만나려고 어디 왔었지? "
" 나보다 한살인가 많은 형 집에 갔었었나,무튼 그랬을걸. "
다 기억하면서 내 얼굴은 기억 못하는거야,뭐야.더 어이없는건 옛날에 중,고등학교 시절 살았던 집 내부랑 외부 사진 다 보여줬는데 그 사진을 보면서도 기억 못했었다는 것이다.우리 집에서 과자랑 먹고 갔던걸로 기억하는데.그때 너 어떤 남자랑 손 잡았었지.응.기성용은 기억이 나는듯 보였다.근데 이렇게 말했는데도,모르는거 보면 진짜 둔하긴 한 것 같다.그때,그 남자가 뭐라고 말했는지도 생각나?내 말에 기성용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그거까지 기억하면 내가 천재지 -
" 아,됬어.됬어. "
" 뭔데?그렇게 중요한거야? "
" 됬어,기성용 나쁜놈.난 다 기억했는데. "
" 도대체 뭔데,힌트라도 주면 안돼? "
" 너 예전에 내가 살던 전 집 본적 있지.뭔가 익숙하지 않아?그리고 내가 보여준 어렸을때 사진까지.안 익숙해? "
" …음, "
진짜 머릿속의 지우개도 아니고.인상 깊었다면,선명하진 않더라도 희미하게 잔상은 남아 있어야 하는데 기성용은 나와의 첫만남 따위 기억조차 하기 싫었나 보다.어쩜,딱 나랑 만난 그 장면이 기억이 안나냐.인연이고 운명이고 웃기고 자빠졌네.…음.계속 생각만 하며 말은 꺼낼 생각도 안하는 기성용의 행동에,한숨을 푹 크게 내쉬곤 종료 버튼에 손을 갖다대었다.…됬어,기억 안나면 그냥 끊어.살짝 서운한 마음에 툴툴 거리며 말을 하고는 전화를 끊으려던 참이였다.안녕,난 이용대야.웃으며 말을 꺼내는 기성용의 목소리에 종료 버튼을 누르려던 손은 그대로 멈추었다.내가 처음 기성용을 만난 날 했던 말과 한글자도 다르지 않게 말하는 기성용 때문에,
" …야,너. "
" 그때 안녕,난 이용대야.이랬었지 너. "
" …너 기억난거야? "
" 기억은 무슨,원래부터 알고 있었어.이 얘기 꺼내는거 보니까 김동민이 말 했나보네.오랜만에 쓸모 있다, "
…뭐?기성용의 말에 약속이라도 한듯,내 심장은 주체할수 없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원래부터 알고 있었다는거면,내가 첫만남이라 생각했던 그 순간에도 이미 다 알고 있었단거네.놀라서 귀에 전화기만 대고 있을뿐,가만히 서있는데 그런 내 반응을 예상했다는듯,기성용은 실실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내가 더 실망인데.
" 여태 몰랐던거야? "
" …야,너. "
" 너 처음 봤을때부터 안 잊고 있었어.그냥 일부러 그런건 아니였는데,나이 먹어도 계속 너 생각이 나더라. "
" …기성용. "
" 어떻게 됬나,한참 보고 싶어할때쯤,그니까 4년전에 너랑 딱 마주쳐서 얼마나 좋았는데. "
" 그럼 그때 모른척 했던거였어? "
" 너는 기억 못하는거 같아 살짝 서운하긴 했는데 그냥 모른척 넘어갔어.이제라도 잘 보여서 친해지면 되지,하고 생각했거든. "
" …성용아. "
" 그때 숙소도 일부러 너 옆으로 잡은거고.너가 별로 안좋아 하는거 같길래 걱정 했었는데,이런 관계까 될줄 나도 진짜 몰랐어.어떻게든 만나게 되있다는거 맞는 말이지. "
기성용의 말에,눈물 한방울이 톡,하고 떨어졌다.슬퍼서가 아니라 얼떨떨하고 기뻐서.나랑 친해지려고 일부러 노력 했다는것도 그렇고,기억 하나 못하는 내 모습에 실망 안하고 잘 참아준것도.처음 만난곳이 그 바 앞에서라고 당당히 말하는 내 모습에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슬쩍 웃으며 조근조근 말을 뱉는 기성용의 모습에 눈물이 한방울이 더 손등으로 뚝 떨어졌다.그런 내 모습이 쪽팔려서 손등으로 빨리 눈물을 감추고는,고개만 가만히 숙이고 있는데 기성용 목소리가 들려왔다.
" 김동민은 알아.내가 너 좋아하는것도,사귀는것도 알걸.눈치가 워낙 빨라서. "
" 그래서 아까 연애하냐면서 묻다가 웃고 그랬구나.나한테 너랑 언제부터 친해졌냐고 막 물어보던데.모르는줄 알았어, "
" 그 새끼 그냥 괜히 떠보고 싶어서 그런거야.원래 장난기 많잖아. "
" … "
" 놀려서 미안해,다 기억 났는데도 한번 놀려보고 싶어서.미안.그리고 너 어렸을때 사진 봤을때도 말하고 싶었는데 괜히 사람 잡고 기억 안나냐 따지기 그래서 넘어갔어. "
" 됬어,내 잘못인데 뭘.난 알지도 모르면서 혼자 성질 낸거였네.쪽팔리다. "
" 쪽팔릴게 뭐있어,그럴수도 있지. "
" 무튼 동민이가 너 한테 안부 전해달래. "
" 맞다,삼성입사 했다며,결혼도 하고.통화 못했는데 엄마가 그러시더라.그런 새끼가 어떻게,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원.결혼식을 가야 하는데 못가는게 한이다. "
" 가서 뭐하려고?엎기라도 하게? "
" 응.뒤집어 엎어야지. "
내가 너 몫까지 구경 잘 하고 올게.웃으며 말 하는 내 모습에,기성용은 픽 웃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
" 신부되는 분한테 전해줘. "
" 뭐라고? "
" 행복끝,불행 시작이라고. "
그런거 말하면 퍽도 동민이가 가만히 있겠다.외국까지 쫓아가서 너 죽이려고 들걸.내 말에 기성용은 대답없이 푸스스 웃었다.또 심장이 쿵쾅 거린다.연애 초 때처럼.설레임은 항상 있지만 이런 설레임은 처음인듯하다.그리고 이용대 한테 전해줘.조용히 속삭이는 말에,웃으며 나도 또한 조용히 속삭였다.뭐라고 전해줄까.
" 이용대한테 전해줘. "
" 뭐라고?
" 불행끝,행복 시작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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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둘의 첫만남은 이거였어요 ㅎㅎ
그 4년전 만났던게 사실 첫만남이 아니였던거죠!이거 예전부터 쓰려 했는데 이제야 쓰네영ㅋㅋ별거 아니지만...흡......
글구 김동민이란 극중 인물은 허구 인물이에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성용찡 멋있게 쓰려고 했는데 이건 뭐
오늘 학원 두개 갔다왔거든요 근데 엄청 피곤했는데 왜 집에 오니까 아무렇지 않은거죠?ㅋ
그래서 이렇게 에피 하나 쓰고 자러가용!
내일 첫만남 본편 나오니까 대기 하thㅔ영!그리고 저번에 독자님들 의견을 듣고 생각한 결과 내린 결론은요.
일주일에 첫만남 본편 2~3편 정도 쓰고 에피는 한번 정도만 쓰기로 했어여ㅎㅎㅎ
시험이 임박한다면 못 쓰겠지만요?ㅠㅠ
만약 본편을 쓸 시간이 읍땅 하면 에피를 좀 늘리는 쪽으로 할게여!
그래요 재미 엄는거 압니다 ㅠㅠㅠㅠ
그냥 확 새드로 갈까여.......ㅋ
무튼 사랑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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