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대] 첫만남 Season2 4화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4/f/b/4fb343939a92b9d7bcfb07cfcccf42dd.jpg)
나비 - 우리 정말 사랑했어요 (Feat.K.Will)
첫만남 Season2
w.기성용대는사랑이다
" 왜 그렇게 긴장했어. "
" …모르겠어,그냥 긴장되네. "
" 긴장하지마.잘해왔잖아. "
" … "
입이 바싹바싹 말라가는 느낌에,물을 한모금 들이켰지만 목을 죄여오는 느낌은 여전했다.많이 겪어본 일인데,이젠 아무렇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해져 오는건지 나조차도 의문이었다.이런일따위 기성용이랑 같이 해결해 간다면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몸은 그렇지 않은듯 했다.긴장하지마,긴장 해서 주먹을 꽉 진 내손을 부드럽게 쥐곤,내 눈을 쳐다보며 기성용이 한 말이었다.알았어.잘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억지로 올리며 웃는 내 모습이 내심 걱정 된건지,기성용은 알겠단 내 말에도 나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 많이 힘들어? "
" …그냥,무서워. "
" 용대야. "
" 그냥,그냥 무서워.이런것쯤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겪으려니까 무서워. "
" … "
" 어머님 만나러 가는것도 이렇게 떨리는데,나 내일 어떡하지.너도 걱정 될텐데 괜히 걱정 끼치는것 같아서 미안해, "
" 괜찮아.무서운게 당연한거니까,그러니까 괜찮은척 안해도 돼. "
기성용의 말에 눈물이 나올것만 같아 입술을 꽉 깨물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흡사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미로를 걷는 기분이었다.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우리의 어두운 미래를 향해 한발자국 한발자국,발을 내딛는것 처럼.좋은 생각만 해야하는게 맞는 것이었다.그렇지만 너무 무서워서,겁이나서 바보 같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눈물을 참는 일 뿐이었다.…미안해.파르르 떨리는 눈에,더욱 질끈 감았는데 그런 내 모습에 기성용은 한숨을 푹,쉬더니 내 어깨를 살짝 감싸 안았다.내가 해줄수 있는게 이것밖에 없어서 미안해.내 등을 토닥이는 기성용의 손길에,가만히 기대 눈물을 참는데,눈물 어린 기성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미안해,맨날 말만 잘하지, 너한테 다 감당하게 해서 진짜 미안해. "
" …기성용, "
" 이렇게 말하면서도. "
" …응. "
' 해줄 수 있는게 없어서 더 미안. "
눈물 어린 목소리에 감은 눈을 뜨곤 몸을 살짝 떼서 기성용을 쳐다보았다.미안해,해줄 수 있는게 없어서.기성용은 말했다.눈에 잔뜩 눈물를 머금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한마디,한마디 힘겹게 내뱉었다.내가 이러면 더 힘든거 알면서,맨날 앞에서는 센척 하면서 사소한 일로 겁나하고,그래서 너에게 실망만 주는 난데.눈물을 머금고 나를 애처롭게 쳐다보는 기성용에게 손을 뻗어,손등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괜찮아.살짝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는 내 손길에,기성용은 다른 한 손을 꽉 잡았다.
" 너가 해준게 뭐가 없어. "
" … "
" 나 받아준것도 너고, "
" … "
" 짜증내고 툴툴거리는 나 웃으면서 받아준것도 너잖아. "
" 용대야. "
" 그니까 미안해 하지마.방금은 내가,너무 약하게 굴었어.이젠 안 그럴게. "
" 괜찮은척 안해도 돼,이런 모습 보면 너무 안쓰러워 보여. "
" 아니,괜찮아.잠시 약해졌던거야.이런일 한두번 겪은것도 아니고,아직 많이 남았을텐데 이제 괜찮아져야지. "
용대야.내 이름을 다정히 부르는 기성용의 목소리에 다시 한번 눈물이 나올듯,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생각보다 우리의 사랑은 힘든것 같다.서로를 좋아하는 설레는 감정으로 시작했지만,그런 감정으로 대하기 벅찰 정도의 시련이 연거푸 몰려오고 있었으니까,사랑하는 마음으로 견디기 힘들만큼 버거운 감정들이 우리를 너무나도 힘들게 하고 사랑을 막으려고 했기 때문에.괜찮아?한 손으로는 내 손을 잡고,한 손으론 내 손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을 잇는 기성용에게 눈가를 벅벅 문지르곤,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 괜찮아? "
" 응.어머님 말씀 하실때 울면 안될텐데, "
" …우리 조금만 더 견디자.응? "
" 그래,알았어.잘 알겠어. "
" 들어가자,엄마 기다리시겠다. "
" 그래. "
" …힘내자,조금만. "
" 그래,잘 견뎌왔으니깐. "
사랑해.입술이 닿을듯 말듯,내 쪽으로 고개를 숙이곤 슬쩍 웃으며 기성용은 달콤하게 속삭였다.평소 같았으면,재빨리 얼굴을 피하곤 당황해 했겠지만,오늘 만큼은 나를 쳐다보는 기성용의 눈빛에 홀린것처럼 그 눈빛을 계속 쳐다보며 주고 받았다.넌 나 안사랑해?대답없는 나를 놀리려는건지,픽 웃곤 내 입술에 자기 입술을 살짝,스치게 한 뒤 내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살 만지는 기성용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잠깐 스쳐간 감촉이지만,내 입엔 따뜻한 온기가 맴도는듯 했다.
" 왜 아무말이 없으실까. "
" … "
" 쑥스러워? "
" …참나, "
" 어쩜 옛날이나 지금이나 이렇게 쑥스러워 하는건 여전하냐. "
" 연애한지 얼마나 오래 됬다고 그래. "
" 그래도,이렇게 쑥스러워 하지만 말고 먼저 해주면 좋을텐데. "
볼에 열이 달아오르는것 같았다.기성용의 말은 하나도 빠짐없이 틀리지 않았다.아직도 나를 다정한 눈길로 쳐다보는 기성용의 눈길을 마주할때면,가슴이 쿵쾅쿵쾅 거리는건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까.…먼저 해주면 좋을텐데.가만히 쳐다보는 내 눈길에,여간 아쉬운게 아니었는지 미련이 남은듯,내 입술을 살살 만지다 숙인 몸을 일으키려는 기성용의 어깨를 잡곤 기성용의 입술에 내 입술을 진하게 부딪혔다 떼었다.이용대,내 행동에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는 어정쩡한 자세로 구부려서 날 쳐다보는 기성용의 눈빛에 괜히 부끄러워지는 것 같아,헛기침을 하며 손을 마주잡았다.
" 이용대. "
" 뭐,뭐. "
" 평소에 좀 그렇게 하지. "
" …웃기네.얼른 들어가자, "
" 와,갑자기 기분 좋아지네.나 이러고 들어갔다가 엄마한테 한대 맞겠다. "
" 얘가 못 하는 말이 없어.얼른 들어가자,추워. "
이제 정말 가을이 됬는지 선선함을 넘어선 살짝 차가운 바람이 우리를 스쳐 지나갔다.먼저 맞잡아준 손이 그렇게도 좋은지,내 손을 쳐다보며 실실 웃는 기성용을 보며 픽 웃었다.그런 기성용을 쳐다보곤,문득 고개를 돌린 곳에는 벌써 단풍이 들었는지 나무 밑에 수북히 쌓여있는 단풍이 보였다.너무 바쁘게 사느라 단풍이 든지도 몰랐다.내가 너무 주변에 관심없이 산 것일까.분명 우리 아파트 앞에도 알록달록 예쁜 단풍나무가 놓여져 있을텐데.…저기 봐봐,이쁘다.내 손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기성용 어깨를 살짝,치며 조용히 말했다.어떤거?내 말에 고개를 들곤 나를 쳐다보는 기성용에게 단풍나무를 향해,손짓을 했다.
" 단풍 이쁘지. "
" 우리 아파트 앞에 더 이쁜 단풍나무 있는데,그건 모양도 뚜렷하고 더 이뻐. "
" 너,단풍나무 핀거 봤어? "
" 당연하지,집 앞에 있는데. "
" …왜 난 못봤을까. "
" 일주일 전부터 폈었는데,너무 바빴나보다. "
" 내가 주변에 너무 신경을 안쓰고 살았나봐. "
" 바쁘면 그럴수도 있는거지.이제 하늘도 좀 보고,그러고 다녀.고개 축 처져서 푹 숙이면서 다니지 말고. "
알았지.내 어깨에 손을 살짝 올리는 기성용을 쳐다보다,문득 올려진 손을 쳐다 봤을땐 팔목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밴드가 보였다.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런 자국 없었는데.너 이거 뭐야,심각한 얼굴로 올려진 팔목을 잡아 끌자,아픈건지 인상을 살짝 찡그리는 기성용이 보였다.이게 뭐냐고.내 말에 기성용은 당황한건지,재빨리 손을 뒤로 감추며 고개를 저었다.그래서 아까 계속 손을 뒷 쪽으로 하고 있었던거구나.다친지도 몰랐는데,속상한 마음에 기성용이 뒤로 감춘 손을 억지로 잡아 끌어서,밴드가 붙혀진 손을 쳐다보았다.
" 아무것도 아닌데, "
" 이거 뭐야. "
" …아니야,그냥 살짝 까진거야. "
" 이게 살짝 까진거야?밴드도 엄청 붙여져있고 피도 엄청 스며든 것 같은데. "
" 주영형이랑 부딪혔다가 넘어져서 그런거야.진짜 별거 아니야, "
" 너 나 속상하게 할래?다친지도 몰랐잖아. "
" …속상해할거까진 아니야.바빠서 몰랐을 수도 있지, "
" …언제 다친거야? "
이틀전인가.기성용의 말에,잔소리 하려던 입을 꾹 다물었다.이틀전이면 기성용에게 엄청 짜증냈던 날이었다.연습도 마음대로 안풀리고,거기다가 넘어져서 발목을 살짝 접질렀었다.그렇게 심각할 정도는 아니라,대충 얼음찜질을 하곤 집으로 돌아왔을 때였나,티비를 보고 있던 기성용이 얼마나 얄밉고 짜증나 보이던지,절뚝 거리는 나를 보며 호들갑까지 떨어대며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기성용에게 말을 했었다.짜증나니까 귀찮게하지 말고 가라고.씻는 것 조차 피곤해서 침대에 누워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덥곤,잘자란 인사 하나 하지 않는 내 모습에도 기성용은 웃었다.잘자라면서,밤에 치료해주는 것도 모른척 했었는데.미안해.다친 손목을 어루만지며 말하는 나를 보며 여전히 기성용은 웃었다.
" 그때 너한테 엄청 짜증냈었는데, "
" 진짜 아무것도 아니라니깐. "
" 얼마나 아팠어,상태 보니까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을 것 같은데. "
" 그정도까지 아니니까,너무 걱정마.그럼 내가 더 미안해지잖아. "
" 그 손으로 내 짐이랑 다 들어준거야? "
" … "
" 진짜,너…정말. "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손을 흔들며 웃어보이는 기성용의 모습에,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손을 꽉 잡았다.아픈 기성용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곤,손 잡아 주는 일 밖에 없었으니까.진짜 아무일도 아니야.나를 보며 고개를 까딱이는 기성용의 행동에도 가만히 있었다.여기서 고개를 끄덕이면 정말 나쁜 사람이 될 것만 같아서.응?진짜 아무것도 아니라니깐.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며,눈웃음을 지어 보이는 기성용을 한참 쳐다보다,살며시 말을 꺼냈다.
" …나중엔, "
" 응,나중엔. "
" 나한테 먼저 말해줘야돼,다치는 일 있으면 먼저 말해줘야돼. "
" 너 피곤해도? "
" 응,피곤해도.내가 꼭 치료해줄게.…많이 아팠지? "
" 괜찮아,이정도 다치는거 아무일도 아닌데 뭐, "
" 내가 그때 다친거 못 알아봐줘서 얼마나 서운했어,나는 아픈거 팍팍 티내고 찡찡 거렸는데. "
" 너 아픈게 먼저니깐,나야 손은 많이 안쓰지만 너는 발 다친거였잖아.운동은 잘 되가?중요한 경긴데 제대로 실력 발휘 못할까봐 걱정 되더라. "
" 너처럼 나도 다치는게 일상인데 뭘, "
저번에 너가 치료해줘서 빨리 나은거야.바지 사이로 살짝 보이는 발목은,이틀전에 크게 부어있던 발목과는 다르게 붓기가 거의 빠진듯 보였다.그때 사실 새벽 3시정도 까지 잠을 못 잔것 같다.거의 3시간 동안 내 발목에 열심히 아이스팩을 가져다대며 살살 만져주던 기성용의 다정한 손길 때문에.자기 손은 대충 치료하고,그 아픈 손으로 내 상처를 어루만져줬던 기성용의 모습이 상상이 되는 것 같아 목이 메어졌다.얼른 나아.날 보며 씩 웃는 기성용의 모습에,눈물을 꾹 참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집 가서 제대로 약 발라줄게,손목에 흉 지겠다. "
" 그래,그래야겠다. "
" 이제 진짜 들어갈까?벌써 9시다. "
" 벌써?그래,얼른 들어가자. "
너무 늦은것 같아,급하게 손에 채워진 시계를 보자,시계는 벌써 저녁 9시를 향해 있었다.더 늦으면 어머님에게 혼날 것 같은 느낌이 파도치듯,몰려왔다.9시야 얼른 들어가자.다급하게 외치는 내 목소리에,기성용은 살짝 놀란듯 보였다.잠깐 얘기 한 것 같은데 벌써 30분이란 시간이 흘러가 있었으니까.들어가자.내 손을 꽉 잡고는,아파트 안으로 향하는 기성용의 모습을 쓱,쳐다보다가 내 손을 잡은 기성용의 손을 잡았다.왜,잡는 내 손길에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는 기성용에게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 화이팅. "
" 어? "
" 화이팅 하자고,어머님도 힘드실 테니까 최대한 의연한 모습 보이자. "
" 그래,그러자. "
" 사랑해. "
" 나도. "
나를 쳐다보며,씩 웃는 기성용을 향해 다시 한번 웃어보이곤 기성용 손을 잡아 끌어 앞장서서 아파트 안으로 향했다.사랑해.달콤하게 내뱉은 말이 입가에 자꾸만 아른거렸다.
첫만남
w.기성용대는사랑이다
" 누구세요, "
" 어머니,저에요. "
" 잠시만 기다려라. "
문 너머로 들리는 어머니의 음성에 몸이 저절로 움츠러 들었다.이제 내가 들어야할 힘들고 걱정되는 이야기를 경험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 하는 것 일까.화이팅.입술을 꾹 다물곤,주먹을 꽉 쥐는 내 행동에 기성용은 나를 쳐다보며 부드러운 미소로 웃으며 말했다.머리는 괜찮다고 말 하라고 명령 했지만,몸은 동상처럼 차갑게 얼어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응,알았어.차마 말을 뱉지 못하고,기성용을 쳐다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그런 일 밖에 하지 못했다.나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기성용의 등을 살살 쓰다듬고는 문을 쳐다보는데,그 순간 철컥 - 하며 문이 열린 동시에 어머님의 얼굴이 보였다.
" 피곤한데 오느라 고생했다. "
" 별로 멀지도 않은데요,뭘.너무 늦은건 아니죠? "
" 괜찮다.너네도 마음 정리하느라 힘들어겠지.용대군,오랜만이에요. "
" 아,안녕하세요,어머님. "
밝게 웃으며 내게 인사를 건내는 어머님을 보고도,여전히 긴장은 풀리지 않은채 고개만 끄덕거렸다.어머님의 얼굴도 너무나 근심 가득한 표정이어서.워낙 주변에 사소한 일 따위 다 잊어버리고 아무렇지 않게 지내는 어머님이셨다.나와 기성용 일이 사소한 일은 아니지만,무튼 우리에겐 무슨 일 있었냐는듯 정말 잘해주셨으니까.근데 어머님이 저렇게 힘들어 하신다는건,억지로 웃으실 정도면 엄청난거 아닐까.그대로 경직되서,인사를 하곤 멍하니 서있는데 그런 내 어깨를 감싸쥐며,기성용은 소파쪽으로 몸을 돌렸다.
" … "
" 긴장 안한다면서, "
" 왜 이러지.긴장 되네. "
" 별일 없을거니까,너무 긴장하지마.엄마랑 만나는 것 부터 이러면 나 불안해서 어떡하냐, "
" …그니까. "
" …휴,괜찮은거 맞지.아님 먼저 집에 가있을래,정 듣기 힘들면 내가 들을게. "
" 너도 힘든데 혼자 짐 떠밀고 가는 것도 아니고,그냥 들을게.그냥, "
나를 걱정스럽게 내려다 보는 기성용에게 작게 말하곤,괜찮다는 표시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괜찮다고 말 했지만 마음은 전혀 인정 못하는듯 했다.나를 감싸는 차갑고 무거운 공기가,날 더욱 한없이 추락 시켰으니까,더 이상 떨어질 곳 없이 위태위태 한 나를 놀리듯 더욱 힘들게 만들었으니까.앉아요,우리를 보며 자리를 건내는 어머님을 살짝 쳐다보곤 소파로 향했다.괜찮지.소파로 향하는 그 짧은 순간에도 다정하게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말을 건내는 기성용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였다.고개를 끄덕이는 것 밖에,
" 용대군,과일이나 차 한잔 줄까요? "
" 괜찮습니다. "
" 그래요,그럼 질질 끌거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
" … "
" 용대군,성용이 아빠가 눈치를 챈 것 같아요. "
" …네. "
" 어떻게 알았냐 했더니,사람을 시켰었나봐요. "
" …네? "
" 저번에 한번 집에 온 날,성용씨랑 용대씨랑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걸 본 것 같아요. "
" … "
" 그거 보고,사람을 시킨 것 같은데.말 못했었는데 저번에 봤어요,용대군이랑 성용씨 찍힌 사진 말이에요. "
어머님의 말씀에 정신이 멍해지는 것 같았다.그런 어머님의 말에,기성용도 예상치 못했는지 말 한마디 못 붙인채,그대로 멈춰 눈만 껌뻑이며 어머님을 쳐다볼 뿐이었다.언제부터 눈치를 채셨던 것 일까.사람을 시키고 그랬다면,어머님께 말하기 전부터 이미 눈치를 채셨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어떻게 하지.하얘진 머릿속에,생각나는 말은 이 다섯글자 뿐이라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 까지,입술을 꽉 깨물었다.놀란 우리의 모습에,어머님은 한숨을 푹,쉬시더니 편하게 소파에 몸을 기대곤 조용하게 말을 이어가셨다.
" 성용 아빠가 가만히 있지 않을거란거,잘 알았어요.몇십년 같이 살면서 이미 파악한 부분이었구요. "
" … "
" 옛날에 상아 결혼 시키려고 했을때에도,결혼 안한다는 상아한테 얼마나 모질게 굴었는지.그때 나도 동참해서 할 말은 없었지만요. "
" …반대가 많이 심하시겠네요. "
" 미안한 말이지만 그럴 것 같아요.워낙 보수적인 사람이고,성용이 일이라면 앞장서서 하던 양반이니까요. "
" … "
" 성용이한테 많이 실망 했을거에요.실망할 일은 아니지만,그래도.아침 9시에 귀국이래요.집 도착하면 한 11시,될거에요. "
" …아침 11시요?꽤 빠르네요. "
" 미안해요,내가 정말 막았어야 했는데. "
어머님이 미안하실꺼 하나도 없으세요.어머니의 걱정 어린 눈길에 세차게 고개를 젓곤,최대한 아무렇지 않은척 나는 말을 꺼냈다.한동안 우리 셋 사이에는 정적이 맴돌았다.다들 생각할게 많다는 표정이었다.가만히 놔둔 내 손에 땀이 차는 느낌에,양 손을 마주잡곤 꽉 쥐는 행동밖에 할 수 있는 행동이 없었다.어떻게 해야할까.그렇게 기성용을 아끼시는 아버님께 난 무슨 면목으로 고개를 들고,당당하게 말을 꺼내야 할까.할말도,듣고 싶은 말도 없는데.용대군 이건 꼭 기억해요.적막만 가득찬 공간에 들리는 차분한 어머니의 목소리에,고개를 들었을땐 나를 쳐다보는 어머님이 보였다.
" 용대군이랑 성용이,지금 힘든 일 많이 겪어왔어요. "
" 네, "
" 사실 나도 허락해주기 싫었는데,둘이 너무 기특해서 넘어가 준거구요. "
" …감사합니다,어머님. "
" 하지만 성용아빠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거에요.나보다 더 성용이를 잘 알고 아끼는 사람이니깐, "
" …네,잘 알아요,어머님. "
" 둘이 잘 견뎌낼거라 난 믿어요.그게 얼마가 되던지간에.용대군이 여려보여도,속은 꽤 강한 사람이니까,용대군한테 말하는 거에요.너무 속상해하진 말아요, "
" 어머님 마음 잘 알아요.최대한 열심히 말씀 드릴게요. "
" … "
" 우리 조금만 이해해 달라고,잘 살겠다고요. "
웃으며 내뱉은 내 말에,어머님은 살짝 웃어 보이시며 고개를 끄덕거렸다.용대군은 언제나 그 당당함이 마음에 들어요.앞에 놓여진 녹차를 한입 들이키곤,조근조근하게 말씀 하시는 어머님을 보며 다시 한번 웃어보였다.내일도 이렇게 웃을 수 있을지 확신이 가지 않는건 사실이다.그래도 지금 만큼은 웃어야 할 것 같아서,남들이 보면 속 편하다 할 수 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밖에 없었기 때문에.힘내요.나와 기성용을 번갈아 쳐다보시는 어머님의 눈길을 받곤,기성용을 쳐다봤다.쳐다본 기성용은,뭔가 할말이 있다는듯 입술을 달싹이고 있었다.
" 할 말 있음 해. "
" 내일은 내가 말씀 드릴게.아빠 내가 더 잘 알고,너 지금까지 앞장섰으니깐. "
" 내가 말해도 괜찮은데,성용아. "
" 아니.이번엔 내가 말씀 드리고 싶어.맞아 죽더라도 아빤 내 확신이 필요하실거야, "
" … "
" 성용이 원하는대로 하게 해줘요,용대씨.용대군 맞는거보고 얼마나 가슴 아팠는데. "
" 어머님, "
" 성용이 말대로 성용아빠는 성용이의 확신이 듣고 싶을거에요.나도 그걸 원했었고, "
" … "
" 그니까 성용이 한번만 믿어봐요,용대군. "
응?어머님의 말씀을 듣곤,날 보며 슬쩍 웃어보이는 기성용의 눈을 쳐다봤다.기성용의 눈은 내 대답을 갈구하는듯 보였다.그도 그럴것이,기성용은 얼른 아버님께 말씀 드리고 싶어 했으니까.우리가 문제있는 사랑도 아니고,자신을 제일 아끼는 아버님께 당당하게 말하고 허락받는걸 원한다고 말했던 기성용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여전했다.저 반짝 거리는 눈망울은.해도 되는거지.내 손을 몰래 살짝 잡아오며 웃는 기성용의 눈빛에 홀린듯,고개를 끄덕거렸다.이렇게 신뢰가는 눈빛은 오랜만인것 같았다.
" …알았어. "
" 우리 이제 갈까,가서 좀 쉬자.엄마 저희 가볼게요. "
" 그냥 집에서 자고 가지 그러니. "
" 네? "
" 방에 보일러도 켜놨고,옷도 다 있으니까 그냥 자고 가라고. "
" 어머님. "
" 용대군,자고가요.가뜩이나 상아도 해외 가는 바람에 쓸쓸한데, "
팔에 가디건을 걸치곤,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기성용을 붙잡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자고 가요.어머님은 많이 힘들어 보이셨다.어쩌면 우리보다 더 큰 고통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사랑하는 두명의 사람이 힘들어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으니까.그냥 그런 모습을 바라만보고 있어야 하는게 일이기에.네,자고 갈게요.웃으며 내뱉는 내 말에 기성용은 놀란 표정으로,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자고 갈게요.다시 내뱉는 내 말에,어머님은 나를 가만히 쳐다보였다.
" 자고 갈게요. "
" 용대군,고마워요. "
" 아무것도 아닌걸요 뭘,짐도 다 있겠다 어려운일도 아닌데요.성용아,괜찮지? "
" 나야 상관 없지.엄마,집안일 도와드릴거 있어요? "
" 괜찮아.치울것도 없는데.엄만 가서 좀 쉬어야겠다.요즘 잠을 깊이 못 잤더니 너무 피곤하네. "
" 어머님,들어가서 쉬세요.저희 씻고,준비되면 바로 잘게요. "
" 그렇게해요.오늘 잠 잘 안오겠지만,최대한 잠 들도록 노력해요.둘다 많이 피곤해 보이네, "
마지막 말을 하곤 문쪽으로 힘없이 터덜터덜- 걷는 어머님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봤다.어머님의 등을 쳐다보니,예전이 생각나는듯 했다.그때,돌아서는 어머님 손을 잡아끌곤 엉엉 울면서 뭐라고 내뱉는지도 모를 만큼,횡설수설 말 꺼냈었는데.다시 이런 일을 겪어야 한다 생각하니,머리가 지끈 거리는데 이상하게도 입가엔 미소가 맴돌았다.자괴감 때문일까 아님,그때 일마저 추억으로 새겨놔서 그런거일까.왜그래?날 내려다 보는 기성용의 눈길에,입가에 웃음을 머금은체 고개를 저었다.
" 나도 모르겠어, "
" 응? "
" 그냥 웃음이 나오네.예전일 생각난다. "
" 이용대 많이 컸네,이제 그냥 웃으면서 넘길줄도 알고. "
" 그런건가,그런거였음 좋겠다. "
" 긍정적으로 생각하자,우리. "
" 그래,그래야지. "
우리 소파에 누울까,자기에 너무 이른데 티비나 보자.웃으며 내 손을 잡아 끌곤,나를 소파에 앉히는 기성용의 손길에 그저 풋,웃었다.할 수 있는 일이라곤 힘 쓰는 일밖에 없다니깐 -역시 큰 소파라 그런지,몸을 반쯤 뉘였는데도 하늘에 붕 떠있는것 처럼,기분이 좋았다.피곤에 지친 몸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다정한 손길 같은 그런.티비에서 나오는 빛만 가득한 어두운 거실에서 멍하니 텔레비전만 쳐다보는데,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던 기성용은 무료한듯,리모컨을 내려놓고선 웃으며 작게 말했다.
" 진짜 볼거 없다. "
" 러브 액츄얼리 보자,지금 하네. "
" 엄청 많이 봤잖아,집에서 한 3번 더 본것같네. "
" 영화는 많이 볼수록 더 좋은거랬어.그냥 보자. "
" …지겨운데. "
그냥 보자,응?덮은 이불 밑으로 살짝 손을 잡으며 말하자,나를 쳐다보는 기성용의 퉁명스러운 얼굴이 보였다.이럴때보면 진짜 떼쟁이 같다.그렇게 어른스러워서,저게 과연 24살이 맞나,할 정도로 깜짝 놀랄때가 많은데 언제 보면 그냥 철없는 애같고.기성용이 내려놓은 리모컨을 쥐고는 러브 액츄얼리가 하는 채널로 바꾼 뒤,힐끔 기성용을 쳐다보자 그런 내 모습이 어이 없었던건지,기성용은 픽,하며 헛웃음을 지었다.그래 보자 - 진짜지. 응.
" 이용대한테 이길 재간이 없다,내가. "
" 이게 이기고 지고 문제냐,서로 좋으면 장땡이지.그렇지 않아? "
" …말빨은 또 쎄서,알았어.보자.보자고, "
" 재밌겠다. "
티비에 시선을 고정하는데 내 머리 뒷쪽으로 들어오는 팔의 느낌에,머리를 살짝 들곤 순순히 응했다.편하지.나를 보며 웃는 기성용을 향해,미소를 짓고는 기성용 품으로 파고 들었다.기성용 품안은 정말 따뜻했다.그냥 잠이 솔솔 올 정도로.그래서 그런가 쌩쌩하던 내 눈은 품안에 들어온지 5분도 체 안되서 무거운 짐을 올려 놓은듯 슬슬 감겨왔다.너 졸립지 -천천히,그리고 무겁게 눈을 꿈뻑이는 내 모습을 힐끔 쳐다보곤,기성용은 실실 웃으며 말했다.
" 아니,안졸려. "
" 웃기시네.지금 당장이라도 눈 감길 것 같은데요. "
" 아니야,기분탓 이겠지. "
" 말은 잘해요, "
" 영화나 봐.나 안자니깐. "
" 진짜? "
" …응,진짜… "
어머님이 보셨으면 엄청 어이없어 하실 것 같다.온갓 걱정 다 하셨는데,무슨 일 있었냐는듯이 잠만 잘 자는 내 모습에.씩 웃고는 티비로 시선을 고정시키는 기성용의 행동에,똑같이 티비로 시선을 돌리는데 너무 환한 빛에 눈쌀을 찡그렸다.아깐 안 그랬는데 내 눈이 정말 피곤하긴 한 모양이었다.정말 자는거 아니야.기성용에게 조용히 말을 내뱉고는 손으로 기성용의 허리를 감싸 품으로 더 파고들자,기성용은 그런 나를 더 꽉 안아주었다.…영화를 한편 편하게 못 본다니깐.정신줄을 놓을락 말락,잠에 빠져들려는 찰나에 기성용의 살짝 잠긴 목소리가 귓가에 웅웅 거렸다.
" 저번엔 영화관에서 자고,오늘은 영화 보려다가 취소되고. "
" … "
" 또 이렇게 자냐,멍충아.자기가 보자고 했으면서. "
목소리가 웅웅 거리는 동시에,내 코를 살짝 꼬집는 촉감이 느껴졌다.그것 마저도,달큰한 잠에 빠진 나에게는 그저 달콤한 속삭임처럼 들렸을 뿐이었지만.잘자 -미동없이 눈을 감고 있는 내 모습에,픽 웃으며 나를 더 꽉 감싸안곤 마지막으로 내뱉는 잘자,란 그 말에,그제서야 편한히 잠에 빠져든것 같다.
***
" 용대군 "
" … "
" 용대군,일어나요. "
" 조금만,더… "
" 밥 먹어야죠,성용이도 일어났어요. "
" …? "
기성용의 목소리가 아니란걸 직감적으로 깨닫기도 전에,너무 놀라 두 눈이 떠졌다.일어났네,밥 먹어요.몸을 벌떡 일으키곤 고개를 들자,날 보며 웃는 어머님이 보였다.더불어서 식탁에 앉아 날 쳐다보며 웃는 기성용의 모습도 함께.어제 너무 졸리다 했더니,내 주변은 심한 내 몸부림을 보여주는듯 했다.언제 떨어진지 모를만큼,바닥에 차갑게 식어있는 이불과 까치가 집을 지을듯 붕 뜬 머리까지.죄송해요,너무 창피한 느낌에 머리를 손으로 대충 꾹꾹,누르고는 몸을 일으키자 고개를 젓는 어머님이었다.
" 죄송할거 없어요.피곤했을텐데, "
" 아니에요,일어나서 식사 준비 도와 드렸어야 하는데. "
" 그런건 쉬운일이에요,그나저나 왜 밖에서 잤어요. "
" 영화보다가 잠들었나봐요, "
" 성용이랑 완전 부둥켜 안고 자고 있던데.보고 살짝 놀랐어요,생각했던 것 보다 더 어울리던데요. "
어머님의 말에,볼이 활활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무슨 일이 있어도 방 안에서 잠 잤어야 하는건데 -창피한 느낌에 고개를 푹 숙이곤 손으로 볼을 식히며 힐끔 부엌을 쳐다보자,나를 보며 실실 웃는 기성용이 보였다.기성용은 창피함 따위를 모르는 사람인것 같다.그렇게 창피해하지 않아도 되는데.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을 꺼내는 어머님의 목소리에 살짝 고개를 들자,나를 쳐다보며 웃는 어머님의 모습에 그냥 어색하게 웃을뿐이었다.
" 감기는,안걸렸어요?오늘 새벽에 꽤 춥던데. "
" 이불 꼭 덮고 잤나,아무렇지 않은것 같아요. "
" 보니까,성용이가 용대씨 이불 덮어주곤 엄청 사랑스럽게 쳐다보고 있던데. "
" …네? "
" 그냥 그렇다구요. "
" 아,어머님 그게… "
" 변명 하려거든 접어요,이미 다 봤으니까.둘이 좋아하는거 뻔히 아는데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요. "
어머님,죄송해요.그냥 나도 모르게 죄송하단 말을 뱉었다.그냥 뭔가 어머님 앞에서 그런 꼴을 보였다는게 민망하고 죄송해서.괜찮으니깐 얼른 씻고 나와서 밥 먹어요.내 모습에 씩 웃고는 부엌으로 들어가는 어머님의 모습이 보이자 마자,머리를 잡아 뜯듯 쥐었다.그냥 내 꼴이 너무 웃겨서 -내 집 마냥 다리 쭉 뻗고 아침 8시까지,그것도 거실에서 그런 모습을 보였으니.쥐구멍이 있다면 어떻게라든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바보,머리를 살짝,치며 인상을 찌푸리는데 기성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용대. "
" … "
" 이용대? "
" …어,어? "
" 괜찮으니깐 얼른 씻고 나와. "
" 어,어. "
" 아까 애기처럼 잘만 자더니,이제 와서 왜그래. "
나를 놀리려는듯,어머님까지 다들리게 큰소리로 말을 뱉는 기성용을 샐쭉 노려보았다.도리어 나를 쳐다보는 어머님의 웃는 얼굴에 표정을 바꾸곤,실실 웃었지만.두 사람은 단체로 날 놀리기로 작정한건지,창피해하는 내 모습에도 그저 웃을뿐이었다.아,쪽팔려.머리 위에 손을 얹고는 재빨리 화장실로 튀어 들어가 문을 쾅,닫자 동시에 문 너머에선 웃음을 주체 하지 못한체 끅끅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죽고 싶다.그냥 딱 이게 내 심정이었다.…기성용 나쁜놈.
***
" 다 씻었어요? "
" …하하,네. "
" 밥 먹어요.김치찌개 끓였는데 입맛에 맞으려는지 모르겠네요. "
" 전 다 잘먹어요,잘 먹을게요. "
젖은 머릿칼을 탈탈 털곤 쭈뼛거리며 거실로 오자,웃으며 자기 옆 의자를 툭툭,치는 기성용이 보였다.잘잤어?젖은 내 머릿칼을 살짝,만지며 웃는 기성용을 힐끔 쳐다보고는 앞에 놓여진 밥을 멍하니 쳐다보는데 그런 내 시선에,기성용은 식탁 밑으로 놓여진 내 손을 슬쩍 잡았다.화난거야?- 몰라.자기가 자놓고선 왜 나한테 화풀이야.놀린건 자기면서.기성용의 말에,대꾸 하지 않은체 앞에 놓여진 밥에 시선을 고정하곤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어때요,찌개를 한번 맛보고는 내게 묻는 어머님께 웃으며 말을 꺼냈다.
" 진짜 맛있어요. "
" 거짓말 아니죠,그냥 위선이라면 필요 없어요. "
" 정말이에요.완전 맛있어요! "
" 아주머니가 사정이 있으셔서,오랜만에 밥 해보는거라 자신이 없네요. "
" 맛있어요,나중에 꼭 비법 알려주세요,어머님. "
" 그거야 어렵지 않죠. "
" 아싸, "
웃으며 더 열심히 밥을 떠먹는 내 모습에,기성용과 어머님은 나를 엄마미소로 흐뭇하게 쳐다보았다.원래 애교가 많이 없는 편인데,부모님뻘 되시는 어른들껜 어디서 솟아 나오는건지 애교가 분수처럼 샘솟았다.나한테도 좀 그렇게 해봐 -내 행동에,잘 티 안내는 기성용 마저 서운해하며,퉁명스럽게 말을 뱉을 정도였으니깐.아무래도 감독님들께 애교를 부리다 보니까 저절로 생겨난 노하우,그런것 같다.용대군은 어른들한테 사랑받을 성격이네요.날 보며 웃는 기성용을 보며 한쪽 입꼬리를 쓱,올리고는 어머님을 쳐다보며 싱글벙글 웃었다.
" 정말요? "
" 그럼요.부모님한테도 그렇게 행동해요? "
" 이상하게 부모님께는 어색해서 못하겠더라구요. "
" 아무래도,나이 있는 선배님들이나 감독님이랑 오랜시간 있다보니까 그렇게 되나봐요. "
" 그런가봐요,하하. "
" 성용이한테도 맨날 그렇게 애교 보여줘요?성용이 애교 많은거 좋아하는데. "
" 엄마,저한테는 무슨 보물 숨기는것도 아니고 맨날 쌀쌀 맞아요. "
" …야,내가 언제. "
꼭 내 이미지를 실추 시키려고 노력 한다니깐.내 옆에서 입을 쭉 내밀고는 나 삐졌어요.하며 광고하는 기성용을 살짝 노려봤다.기성용은 선배님들,이란 소리를 듣자마자 더 짜증나는지,입을 삐죽거렸다.솔직히 생활하다보면 선배님들에게 애교 부리는건 당연한 것 같다.실수를 했다던지,그럴때 야비하긴 하지만 빨리 화 풀어 드려서,기분좋게 연습 해야 하는게 맞는거니까.어머님 저 안그래요.밥을 떠먹던 수저를 잠시 내려놓고선 웃으며 손을 젓자,그런 내 모습에 어머님은 나를 쳐다보았다.
" 저 은근 성용이한테 애교 많아요. "
" 너가? "
" 야,…아니 응,성용아.내가 맨날 사랑한다고 해줬잖아?그치? "
" 정말요?용대군 잘 해주는구만,성용이 넌 정신 못차리고 뭘 그렇게 바라니. "
" 와,엄마 그런게 아니라…읍. "
"
사실 사랑한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매일 하진 않았다.그래도 나도 인간인지라,어머님께 잘 보이고 싶은건 사실이었다.인간의 심리란 그런거 아닐까,잘 보이고 싶고 잘 봐줬으면 좋겠고.왜 얘기가 여기까지 샌지 모르겠지만 무튼.어머님께 실상을 하나하나 까발리려는듯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어머님을 향해 말을 뱉는 기성용의 입을 재빨리 막고는 어머님을 향해 어색하게 웃었다.내가 사랑하는거 알지.기성용만 들리게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용대군 참 잘하네요,우릴 보며 흐뭇하게 웃으시곤 방으로 들어가시는 어머님의 모습을 흘끗 보고는 눈치를 보며,기성용 입술에 댄 내 손을 조심히 떼었다.
" 와,이용대 진짜. "
" 성용아? "
" 뭐, "
" 성용아,뭐 먹고 싶어,요거 줄까?햄 먹을래?너 햄 좋아하잖아. "
나 햄 안좋아해.무슨,저번까지만 해도 햄 먹고 싶다고 온갓 난리쳤던 애가.어머님이 언제 나오실지 모르기 때문에,어머님 방쪽을 흘끗 쳐다보며 기성용 밥그릇에 햄을 올려주었다.성용아,맛있게 먹어.큰 소리로 외치며 억지 웃음을 짓는 내 모습에 기성용은 어이 없는지,나를 보곤 허,하며 짧게 헛웃음을 짓곤 했다.다 살자고 하는 짓인데 도움 좀 주지.내 모습에,입에 햄을 넣으며,아니 쑤셔넣다고 해야 할 것 같다.햄을 쑤셔넣고는 날 째려보며 햄을 돌 씹어 먹듯,아그작 아그작 거리며 먹는 기성용의 행동에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잘먹네- 손 치워라.내 행동에 거부반응을 보이며 손을 홱,치우는 기성용의 머리 위에 다시 한번 손을 올리곤 살살 쓰다듬었다.
" 손 치워라, "
" 맨날 너가 하는 짓이거든. "
" … "
" 맛있어? "
" …몰라. "
" 에이,그러지 말고.맛있어? "
" …괜찮아. "
" 더 줄까? "
" 그러든지 말던지. "
결국 싱글벙글 웃는 내 얼굴에,항복했는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곤 입술을 삐죽 거리는 기성용을 흐뭇하게 웃으며 쳐다보았다.다들 남자친구나 여자친구 관리 하기 힘들다 하던데,나는 너무 쉬워서 문제다.…햄 더줘.조용히 말을 꺼내는 기성용의 모습에 머리를 쓰다듬곤 햄을 올려주었다.진짜 애 한명 키운다니깐,
***
" 어머님,제가 도와드릴게요. "
" 괜찮아요,별로 많지도 않은데. "
" 힘드시잖아요,제가 할게요.내가 하는게 맞지,기성용? "
" 당연하지.엄마 힘드신데 좀 쉬세요. "
설거지 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시는 어머님을 다시 억지로 의자에 앉히고는 웃으며 말했다.제가 도와드릴게요.괜찮다고 몸을 일으키시는 어머님의 모습에,다급히 기성용을 쳐다보며 사인을 주자 기성용은 용케 알아들었는지 웃으며 말했다.좀 쉬세요.어머님은 편 들어주는 기성용의 모습에 기분이 좋으셨는지,웃으시며 방으로 들어가셨다.처음엔 무섭기만 했는데,은근 개그감도 있으시고,원래부터 알던 사이인마냥 어머님이 편해졌다.우리 같이 설거지 할까 -그런 어머니를 보며 웃던 기성용은 입은 후드티의 소매를 걷으며 내게 말했다.
" 같이 하자고?혼자 해도 되는데. "
" 이런게 묘미지, "
" 그러다가 너 부려 먹었다고 어머님한테 혼나는거 아냐? "
" 엄마 내가 같이 할거란거 아실걸,내가 이 좋은 기횔 그냥 넘길 사람이냐. "
" …좋은 기회는 무슨, "
" 영화나 드라마 보면 막 다정하게 설거지 하고 그러잖아. "
" 그거야 다 영화고 드라마지,현실을 몰라,넌. "
" 그냥 말이 그렇단 거지. "
내 말에 진이 빠진듯,후드티를 팔꿈치까지 걷은 체로,싱크대로 향하는 기성용의 모습에 웃는데 문득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지금까지 사귀면서 제대로 선물 하나 준적이 없어서 낯 뜨겁지만 하나 산건데.잠시만 기다려봐.설거지를 하려고 옷을 걷던 손을 거두고는 거실에 놓여진 내 가방쪽으로 향하자,기성용은 궁금한 눈길로 나를 쳐다보았다.큰 가방 속에서 나오는,꽤 큰 부피의 쇼핑백에 기성용은 물 묻은 손을 대충 옷에 쓱쓱,닦곤 내 쪽으로 걸어왔다.이게 뭔데 -
" 이거 뭐야? "
" 너가 열어봐.마음에 들지는 모르겠다. "
" 괜히 긴장되는데? "
" 별거 아니야,그냥 겨울도 금방 올텐데 유니폼 안입을때 이거 입고 감기 걸리지 말라구. "
" …어, '
무척이나 들떠하는 기성용의 모습에 괜히 마음이 쓰였다.별것도 아닌데 실망하면 어쩌지,하는 마음에.내가 준비한 것은 후드티와 패딩이었다.날씨가 갑작스럽게 선선함을 넘어서 쌀쌀하기까지 한데,반팔에 얇은 가디건 하나 입고 다니는 기성용이 안쓰러운 마음에 충동적으로 샀다.물론,기성용도 입을 옷이야 많겠지만 내가 사준 옷 입고 따뜻하게 다니는 기성용을 봐야,마음이 편할것 같아서.나 또한 선수들은 컨디션이 우선 순위라는걸 아니까.어때,쇼핑백을 열어 놀란 눈으로 옷을 쳐다보는 기성용의 모습에 어색하게 웃으며 물었다.
" 어때? "
" …이용대, "
" 이상해?이상하면 바꿀ㄱ… "
" 너 언제 이런거 샀어.그렇게 바쁜애가, "
" 그냥 연습하다가 쉬는 시간에 몰래 나갔다 왔지.난 옷 볼줄 몰라서 재성형 불러서 최대한 어울릴 것 같은거 샀는데,괜찮을지 모르겠다. "
" 이쁘다,내가 이런 스타일 좋아하는거 어떻게 알았어. "
같이 살다보면 저절로 알게되는거지.내 말에 환하게 웃으며,내 머리를 쓰다듬는 기성용을 웃으며 쳐다보았다.좋아해서 다행이다.맨날 얇은 유니폼 하나 입고 운동하다가 감기 걸려서 낑낑거리는 기성용 보기 안쓰러웠는데.입어봐.내 말에 패딩을 냉큼 입는 기성용이 보였다.기성용은 생각 했던것 보다 훨씬 어울렸다.살짝 무서운 포스가 나긴 했지만,얼굴이 잘생겼으니까 옷이 얼굴빨 받는삘이였다.그래서 사람들이 기성용,기성용 하며 그렇게 열광하나.
" 근데 이거 커플티야? "
" 어? "
" 아까 가방에 하늘색 후드티 보였는데. "
" …음, "
" 맞지?이용대 진짜 커플티 싫다고 내빼더니, "
" 그,그건 옛날 일이고. "
한번 꺼내봐.턱짓으로 내 가방을 가르키며 웃는 기성용의 얼굴에 조심히 후드티를 꺼냈다.나는 하늘색,기성용은 파란색.파란색 좋아한다는 기성용의 얘기도 들었었고,또한 여러 사진 보면서 파란색 옷이 꽤나 잘 받는것 같길래 여러 고민끝에 파란색으로 골랐다.파란색과 얼추 비슷한 하늘색으로 내껄 골랐고.우리 같이 입어보자.내 말에 패딩과,입고 있던 후드티를 벗고 커플티를 입는 기성용의 행동에,웃으며 입고 있던 반팔 위에 나도 또한 후드티를 입었다.입은 내 모습에 큭큭,웃는 기성용의 모습이 이상해보여 물었다.
" 왜,이상해? "
" 아니,그게 아니라 완전 어려보여. "
" 그거 좋은뜻이야? "
" 그럼,당연하지.동안이란게 안좋은 뜻이겠어? "
" …어째 너가 말하는 투는 칭찬이 아닌것 같은데. "
" 알아서 생각하세요. "
나쁜놈.얄미워서 힘껏 째려보는 내 눈길에도 기성용은 아랑곳 하지 않고,나를 미술관 작품보듯 뚫어져라 쳐다보다 또 다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우리 이러니까 진짜 커플 느낌 대박이지 않냐 -내 옷과 자기 옷을 번갈아 쳐다보며 흐뭇하게 웃는 기성용의 모습에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갔다.
" 그렇게 좋아? "
" 당연하지,커플티 맞춘거 알았으면 내가 커플시계에 커플신발에 다 맞출텐데. "
" 또 앞서간다,그렇게 다하면 그냥 커밍아웃인데? "
" 색깔 조금 바꾸지,뭐. "
" 그건 차근차근 생각하고,무튼 이제 날씨 추우니까 이거 입고 다녀!패딩은 아직 무리지만.얇게 입고 다니는거 발견되면 죽어! "
" 또 성질 나오네.알겠어. "
고마워,맨날 입고 다닐게.나를 보고 웃으며 후드티를 만지작 거리는 기성용에게 작게 말했다.…냄새나,좀 빨면서 입어.내 말에 뭐가 그렇게 웃긴지 기성용은 혼자 낄낄 거렸다.웃음을 주체 못해서 꼭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였다는건 나만 아는 사실.뭐가 이렇게 소란스러워.결국 기성용이 웃는 소리에 놀라신 어머님이 거실로 나오셨다.설거지도 내팽긴체 커플 후드티를 입고 정신없이 웃는 기성용의 모습에 한번 더 놀라신듯 보였지만,
" 너네 뭐하니? "
" …어머님,그게. "
" 설거지도 내팽겨치고,커플티야? "
" 네?네.제가 산건데… "
" 이쁘네.근데 왜 이러고 있어.봉지도 다 내팽겨치고선. "
다 치울게요.살짝 실망한 어머님의 표정에,당황스러워서 기성용과 급하게 봉투를 쇼핑백 안으로 쑤셔넣었다.이거 어떻게 해야하지.설거지도 못했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물쭈물 쇼핑백만 만지작 거리는데 어머님의 서운한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꺼는 없니?…예?어머님 말씀에 나와 기성용은 동시에 외쳤다.
" 왜 그렇게 놀라고 그러니,둘다. "
" 아니,그게. "
" 너희 둘 옷밖에 없는거야?커플 사이에서 외로워 죽겠네. "
" 아,어머님!어머님 옷도 있어요! "
" …이용대? "
" 어머,용대군 그게 정말이에요? "
이럴줄 알고 옷 사놨는데 다행이다.어머님도 그냥 장난으로 뱉은 말이신지,웃으며 다른 쇼핑백을 꺼내는 내 행동에 엄청 놀라신듯 보였다.옆에서 벙쪄서 입을 떡 벌리고 있는 기성용도 보이고.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어요.쭈뼛거리며 쇼핑백을 내미는 내 행동에 어머님은 얼떨떨하신 표정으로 쇼핑백을 받았다.이거 뭐야?어머님이 물어보시기도 전에 궁금한 눈초리로 내게 묻는 기성용에게 웃음기 섞인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 이거 자켓. "
" 용대군 이거 정말 나한테 주는거에요? "
" 네,어머님.요즘 자켓 많이 입는다길래 한번 사봤어요.어머님 이런 스타일 좋아하시는거 같길래. "
" …어머,고마워요.너무 이뻐요. "
" 이쁘게 입으세요,어머님이야 워낙 미모가 출중하셔서 모든 옷이든 괜찮지만요, "
소녀처럼 내가 드린 선물에 활짝 웃음꽃을 피시고는 자켓을 입으러 방안으로 들어가시는 어머님의 모습에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크케 푹,내쉬었다.은근 힘드네,이런것도.허리에 손을 얹고는 씩 웃어보이는 내 행동에 기성용은 헛웃음을 지었다.왜 그렇게 봐.나를 신기한 동물 보듯 하는 기성용의 눈길에 웃으며 말했다.
" 너 여자지? "
" 뭐? "
" 이용대 여자설,사실이지. "
" 또 뭔 딴소리야. "
기성용은 여자설 까지 들먹이며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았다.이용대 여자설이란- 성현형이 지어준 이름이었다.저번에 성현형 집에 놀러간 날에,과일 먹자고 과일을 가지고 나오는 형의 모습에 그 중에선 내가 막내기도 했고,그래서 말 없이 과일을 깎았다.근데 그런 내 모습을 보던 성현형과 정은누나는 엄청 놀라서,왜 이렇게 잘 깎냐고,이용대 여자 아니냐,그런 말을 하셨다.무튼,그런 일화로 시작한 별거 없는 이야기인데 어느덧 그게 축구선수들 쪽까지 퍼졌더랜다.저희도 과일 깎아주세요,불과 3일전 축구 선수들이 내게 한 말이었다.…아,예.하면서 웃어 넘기곤 했지만.사과 잘 깎으면 여잔가,뭐.또 왠 여자설.슬쩍 노려보며 묻는 내 말에 기성용은 내 어깨를 툭툭,치며 말했다.
" 이런건 언제 준비했대, "
" 그냥 옷 사다가 어머님 옷도 하나 사면 좋을것 같아서 샀지. "
" 이용대 기특하다,은근 섬세하네. "
" 다 좋은데 은근은 빼시지?
꼭 좋다가 말게 하는 기성용.웃으며 눈을 마주치는데,어느새 자켓을 입고 나오신 어머님이 우리를 향해 환하게 웃으시며 물으셨다.어때요.그냥 어머님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잘 어울리셨다.소녀같은 그런 분위기로.어머님,완전 이쁘세요.둣 손의 엄지손가락을 번쩍 들곤 웃어보이는 내 모습에,정말 기분이 좋으셨는지 어머님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자랑해야지,싱글벙글 웃으시며 전화기를 귀에 가져대는 어머님의 행동에 조심히 물었다.
" 누구한테 전화하세요? "
" 용대군이 옷 사줬다고 자랑할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상아죠. "
" 하하,어머님도 참. "
" 엄청 이쁘다고 자랑해야지. "
" 상아씨,해외에 계시지 않으세요? "
" 뭐 일하는것도 아니고 휴가겸 가서 팽팽 놀고 있을텐데 뭘, "
상아야,글쎄 말이야.용대군이 … - 상아씨가 전화를 받으셨는지,어머님은 싱글벙글 웃으시며 전화 통화를 하셨다.이렇게 자랑까지 하시는거 보면 마음에 많이 드셨나보네.내 자신이 뿌듯해지는 느낌에,웃으며 통화하는 모습을 쳐다보는데,기성용은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곤 조용히 속삭였다.너,합격이야.
" 뭐가? "
" 엄마,원래 저렇게 안 좋아하시거든.근데 너가 선물한 옷 마음에 드셨나봐. "
" 정말?다행이다. "
" 너 한 점수 10000점 땄을걸,엄마 저렇게 웃으시는것도 오랜만이네. "
" 자주 선물 해드려야겠다. "
" 그래,나중엔 나도 같이 가서 고르자.알았지? "
약속.내게 손을 내미는 기성용의 행동에,어머님을 슬쩍 쳐다보고는 손을 맞잡아 약속했다.그런김에 우리 커플신발도 보러갈까.…시끄러워.
***
" 성용 아빠 오기전에 얼른 음식해야겠다.그 양반,입이 짧아서. "
" 도와 드려요? "
" 저기 집 앞에 마트 있는거 알죠,용대군. "
" 아,네.그 놀이터 앞에 있는 마트요? "
" 그래요,거기서 간장 좀 사다줄래요?간장이 모자르네, "
" 아.다른건 필요한거 없으세요? "
" 용대군이랑 성용이 먹고 싶은거 사요, "
감사합니다.내게 카드를 내미는 어머니의 모습에 웃으며 카드를 받았다.하필 이런날에 아주머니가 안계셔서.바쁘게 이리저리 움직이시며 요리 하시는 어머님을 도와드리고 싶었지만 그냥 접었다.내가 모르는 요리일뿐더러,괜히 요리 한다고 나댔다가 망칠 것만 같아서.성용아,가자.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탈탈 털며 나오는 기성용에게 말을 걸었다.지갑에 카드를 넣고선,급하게 신발을 신는 내 행동에 기성용은 궁금한듯,나를 멀뚱히 쳐다보았다.어디 가는데.
" 벌써 10시인데 아버님 11시에 오신다며, "
" 응,그런데? "
" 뭐가 그런데야.어머님이 간장 모자르신다고 사오라고 하셨어.가기 싫어?그럼 나혼자 갔다올게, "
" 싫은게 아니라 그냥 물어본거지.가자, "
" 근데 우리 이 옷 입고가? "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곤,순순히 신발을 신는 기성용을 그저 쳐다보고 있는데 기성용의 파란 후드티를 보고 순간 멈칫했다.그냥 후드티이긴 하지만 괜히 신경쓰이는건 사실이었다.또 이 동네가 어머님이 사시는 곳이라 보는 눈도 많을텐데.뭐해,얼른 가자.신발을 다 신고 가만히 서있는 내 손을 잡아 이끄는 기성용의 행동에,기성용의 옷 소매를 잡았다.우리 이 옷 입고가?내 말에 기성용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더니,아무렇지 않게 말을 꺼냈다.
" 입고 가지 뭐, "
" 우리 다 아실텐데 괜찮으려나. "
" 옷 비슷한거 입는다고 문제 될건 없지,요즘 후드티 입는 사람들 얼마나 많은데. "
" 그렇겠지. "
" 쓸데 없는 걱정 말고 그냥 가자,엄마 다녀올게요. "
" 다녀오겠습니다. "
대충 말을 뱉고는,내 손을 꽉 잡는 기성용의 모습을 흘끗 쳐다봤다.왜,할말 있어?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짝다리를 짚고는 웃으며 나를 쳐다보는 기성용을 보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말없이 쳐다보는 내 모습에,자기 딴엔 내가 걱정한다고 생각했는지 기성용은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걱정마.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하는 기성용을 향해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
" 걱정 안해, "
" 그럼 왜 그렇게 봐? "
" 잘생겨서. "
" 푸핫,뭐? "
" 말그대로 잘 생겨서 봤어.어느집 자식이 이렇게 잘생겼대. "
나 잘생겼어?날 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리는 기성용을 보다,마저 한쪽 입꼬리까지 올려주었다.엄청,엄청 잘생겼어.내 행동에,내 입꼬리를 빨간 마스크 만들 기세로 쭉 올리는 기성용의 행동에,똑같이 올리고,투닥거리다가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는 바람에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되보이는 꼬마애들이 우릴 이상하게 쳐다본건 우리끼리만의 비밀이다.
***
" 맛있어? "
" 응,근데 넌 보면 항상 빠삐꼬만 먹더라. "
" 이게 제일 맛있어서, "
" 으휴,질리지도 않냐. "
날 쓱,보고는 한손으론 간장을,한 손으로는 쮸쮸바를 빨며 집으로 향하는 기성용을 몰래 쳐다보며 키득 거렸다.우리 데이트에서 아이스크림이 빠진적이 없었던 것 같다.사실 다 사소한 데이트였지만,이런 데이트에 맛 들려서 저번에 레스토랑 갔다가 얼마나 어색하고 불편했던지.맛있어?내게 묻는 기성용에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곧 아버님을 뵙고,암울해지겠지만 그래도 지금 만큼은 너무 즐거웠다.이렇게 오래 얘기하고 논적이 얼마만인지,
" … "
" 근데 저 차 뭐야? "
" 뭐? "
" 우리 따라오는거 같은데. "
기성용과 웃으면서 얘기를 하면서 걷던중이었는데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누가 우리를 따라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하나.이상한 기분에,기성용과 얘기를 하다 말고 뒤를 슬쩍 돌아보자 내가 돌아봄과 동시에 검은 차 한대가 인도쪽에서 멈춰섰다.저 차 뭐야.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묻는 내 말에 기성용은 뒤를 돌아봤다.내 말에 대답없는 기성을 쳐다보자,기성용은 심각한 눈빛으로 우리를 따라오던 검은 차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 뭔데 그래. "
" … "
" 이용대,인사 드려야 할 것 같다. "
" 누군데 그래? "
누군데 그래,말을 뱉자마자 그 검은 차 안에서 중년 정도로 되보이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우리쪽으로 다가왔다.멀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난 직감적으로 깨달았다.기성용이 저런 표정을 지을 심각한 상황이면,굳이 보지 않아도 이제는 알만 했다.누군지 알겠어.점점 우리에게 다가오는 한 남자는 가까워질수록 형태가 더욱 뚜렷해졌다.그리고 난 보았다.우리를 심각한 표정으로 쳐다보시는 남자를.…오랜만이다.결국 우리 앞까지 와서 기성용에게 손을 내미는 남자의 행동에 기성용은 심각한 얼굴로 손을 맞잡았다.
" 오랜만이다,성용아. "
" …네.오랜만이에요. "
" 옆엔 이용대씨? "
" …아,안녕하세요.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
고개를 꾸벅이는 내 행동에 기성용을 쳐다보며 웃던 얼굴을 확 바꾸곤,차갑게 나를 쳐다보는 남자가 보였다.남자는 우리가 입은 옷을 번갈아 쳐다보더니,더 불쾌한 미소를 지었다.이용대,소개할게.착잡한 표정으로 한숨을 푹,내쉬곤 남자를 가르키며 기성용은 내게 말했다.
" 누군지 알지. "
" …응. "
" 아빠셔.아빠 여기 이용대,에요. "
" 이용대씨,만나서 반가워요.저 성용이 애비 되는 사람입니다. "
" 안녕하세요. "
내 손을 마주잡은 아버님의 손은 무척이나 차가웠다.그 눈빛 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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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하나 했더니 결국 위기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번 위기는 호락호락 하지 않을것 같군요 ㅠㅠㅠㅠㅠ큽.................
무튼 너무 늦게 올려서 죄송해요!성용자철 첫만남이랑 나머지 소설도 공부하고 온 뒤 바로 올릴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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