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지기 남사친 오세훈
" 지금 눈 떴냐? 빨리 일어나라, 7시 20분이니까 "
" 요새 아침 댓바람부터 니 목소리 들으니까 진짜 불쾌하다 "
" 이거 부탁한 사람 바로 너님이세요, OOO"
" 그래도 전화받을 때 까지 주구장창 전화질만 해대는 건 너무하잖아, 새끼야 "
" 아니면 지각하잖아. "
"오세훈 너 지금 나 걱정하는 거냐? "
" 지랄. 너 안일어나서 나 혼자 학교 가는 거 쪽팔려서 그런다, 등신아. 빨리 준비해 "
" 어. 병신아 "
오늘 아침도 역시 오세훈의 목소리로 깨어났다.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 탓에 깨워줄 사람이 없고, 하나 밖에 없는 오빠 새끼는 대학생이라 기숙사에 가 있다. 그래서 아침에 순전히 내 힘으로 일어나야 하는 데, 그게 쉽지가 않다. 휴대폰에 알람을 여러 개 설정을 해봤지만, 꺼버리고 다시 잔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오세훈. 깰 때까지 주구장창 전화해 달라고 부탁했었는데, 이 새끼. 진짜로 깰 때까지 전화한다. 적당히 두 세통만 하다가 끝내겠구나 싶었는데, 마음 먹으면 수십 통까지도 걸 놈이다. 아니 어떻게 된 게 얘는 포기를 모른다. 뭐, 덕분에 지각도 안하고 좋긴 하지만. 전화를 끊고서 꾸물 꾸물 일어나서 화장실로 직행했다. 세수를 하고, 양치질을 하고. 머리도 감고. 머리에 수건을 감싸 틀어올린 채로, 헐레벌떡 교복을 입었다. 안 그래도 시간 빡빡한데 뭘 믿고 이렇게 여유롭게 준비한 건지. 오늘은 아침도 못 먹게 생겼다. 뭐 어때. 아침보다는 내 헤어 스타일과 얼굴이 중요하다. 아침을 포기하고서 머리를 초스피드로 말린 다음, 고데기로 이리 저리 말아가면서 애를 좀 썼다. 안 그래도 바쁜 아침 시간인데, 오세훈 이 새끼가 또 전화가 온다. 너 나랑 전화 못해서 안달난 귀신이 붙었냐? 왜 그렇게 전화를 해대는 건데. 맨날 똑같은 용건일 텐데. 내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닐 테고.
" 야, 어디야 "
" 어디긴, 집이지. 새삼스럽게 "
" 왜 안 나와. 또 머리 말고 있냐? 그러고 있는 거면 그냥 튀어 와.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냐 "
" 죽을래, 미친 놈아. 3분 내로 나가. 잠깐만 기다려 "
" 아침은 "
" 먹었을 것 같냐 "
" 역시.. 빨리 나오기나 해 "
역시, 왜 안나오냐고 재촉하는 전화다. 오세훈은 항상 나보다 준비를 빨리 하고 재빠른 편이라 정말 가끔가다 얘가 아프거나 하지 않는 이상은 매일 나보다 먼저 나온다. 그리고 기본 5분은 우리 집 대문 앞에서 기다린다. 그냥 먼저 가도 될 텐데, 뭐하러 매일 다리 아프게 기다리고 있는 건지. 가끔 바보새끼인 건지 아님 착한 건지 모르겠다. 뭐 혼자 가기 쪽팔린다나 뭐라나. 근데 오세훈 쟤, 여자들의 고충을 몰라서 그런다. 머리가 조금만 뒤집어져도 신경 쓰이고, 앞머리는 무조건 사수해야 하고. 물론 남자들도 왁스 바르고 하는 거 많긴 하던데, 오세훈 쟤는 워낙 네츄럴한 애라. 그런 거 안 한다. 그러니까 니가 나보다 빨리 나올 수 밖에 없는 거야, 병신아. 그냥 5분 더 자고 나오래도 항상 제 시간에 맞춰서 나온다. 아침에 같이 등교하는 친구로는 최악이다. 적어도 나한텐.
" 머리 그거 할 시간에 아침이나 먹고 나와라 쫌 "
"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어? 신경 꺼 "
" 됐고 이거나 먹어 "
" 헐, 오늘은 샌드위치네? 매일 삼각 김밥이더니. 야 근데 바나나 우유는 없어? "
" 이거 챙겨주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인 줄 알아. "
" 아, 예예. 잘나셨어요 "
역시 존나 뜬금없이 내 아침거리를 건네주는 오세훈. 근데 좀 예고하고 주면 안되는 거야? 저번에 놀래서 오세훈이 건네주는 빵을 모르고 쳐버려서 땅에 떨어진 적이 있었다. 그 때 오세훈 표정.. 그냥 썩었었다. 내 소중한 빵인데.. 대략 이런 느낌? ㅋㅋ 뭐 어쨌든, 내가 아침을 거를 때 마다 오세훈은 뭘 하나씩 건네준다. 솔직히 진짜 고마운데, 고맙다는 소리 한 마디 하는 게 어려워서 항상 틱틱댄다. 뭐, 10년 지기인데.. 텔레파시 보냈으니까 알겠지. 나 존나 뭐래.
" 야 오늘 야자 할 거야? "
" 해야지. 왜 또. 째게? "
" 그럴 까 생각 중 "
" 미친, 그냥 놀자판이네. "
" 야 오세훈, 그냥 오늘 째고 집 갈래? "
" 그냥 하라니까. 담임한테 또 욕 들어먹으려고 작정했지, 너 "
" ..아 하기 싫은데.. "
" 정 하기 싫으면 잠이라도 자. 너 맨날 야자 째니까 옆에 아무도 없어서 심심하다고 "
" 너 나 없으면 심심하냐? 아, 내가 또 같이 있어줘야겠네. 우리 세훈이 안 심심하게 "
" ..걍 꺼져, 시발 "
..그냥 빈말이라도 받아쳐주면 안되냐, 존나 센스없는 새끼. 난 요새 진짜 야자가 하기 싫어 죽겠는데 오세훈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빼먹지도 않고 성실하게 잘 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맨날 째고 그랬었는데. 뭐, 꼴에 고2이라고 공부라도 하는 모양이다. 난 공부에는 도저히 흥을 못 붙이는 성격이라 오래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그냥 고문이나 다름없다. 이런 나를 오세훈은 어떻게 해서든 잡아다 놓으려고 매일 애를 쓰고. 누가 보면 니가 우리 엄마나 되는 줄 알겠네요.
아, 근데 존나 너무 두서없이 이리저리 말을 해대다보니 오세훈이 정확히 누구인지도 소개를 안한 것 같네. 오세훈은 내 친구다, 친구. 10년 지기 친구. 말만 10년이지, 나랑 오세훈이 체감하기엔 한 20년 쯤 된 것 같다. 원래 남자랑 여자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게 존재한다고 하던데, 존나 그게 뭐세요? 벽? 그런 거 없다. 볼 거 못볼 거 다 본 사이고, 비밀 같은 것도 없다. 내 제일 친한 친구가 오세훈이고, 오세훈의 제일 친한 친구가 나니까. 그리고 말하기 진짜 낯간지러운데 내 제일 소중한 친구가 오세훈이기도 하다. 만나면 맨날 싸우는 견원지간이지만, 그래도 제일 편하게 그리고 서슴없이 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애니까. 지금 우리가 고2니까, 처음 만난 건 초등학교 1학년 때 일거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처음 본 애가 오세훈이었고, 처음 나에게 말을 걸어준 애도 오세훈이었다. 그냥 뭔가 좀 특별한 게 있었던 것 같은데.. 존나 지금 생각해보니까 특별이고 뭐고 그냥 처음 보는 사이니까 말 걸었던 것 같은데, 나랑 오세훈은 이상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 같다ㅋ 뭐 어쨌든 그때의 작은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다. 같은 초등학교, 중학교를 나왔고 지금도 같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고. 현재 같은 반에, 짝지까지 하고 있는 걸 보면. 인연은 맞겠지 뭐ㅋ 그렇다고 운명 이딴 건 절대 아니다.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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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야. OOO! 일어나 쫌. 야 "
" ..싫어... "
" 또 자냐.. "
아니 OOO 얘는 못 자서 죽는 귀신이 붙었나, 왜 수업만 시작하면 자는 지 모르겠다. 특히 문학 시간에만. 근데 또 신기하게 물리나 화학 시간에는 안 잔다. 누가 이과생 아니랄까봐..
아 근데 우리 문학쌤 내가 생각해도 수업이 재미없긴 하다. 존나 인간 수면제다. 사람 목소리가 이렇게 자장가처럼 들리는 건 또 처음이다.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누나한테 추천해주고 싶은 목소리다. 아, 근데 OOO 진짜 잘자네. 쌕쌕 거리는 소리 난다, 미친아. 어떻게 된 게 여자애가 내숭이 없어, 내숭이. 그래 너랑 나 10년 동안 봐와서 숨길 거 없고 숨길 이유도 없는 거 아는데, 나도 남자라고. 시발. 가끔씩은 신비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적어도 너한테는.
" 거기, 맨 뒷줄.. 아, 오세훈 옆. 누구야? "
" 예? "
" 오세훈. 너 짝지 누구냐고. 아까부터 쭉 자네. 이름 알려줘 봐. 벌점이다 "
" 아.. 얘.. 아픈데요 "
" 뭐? "
" 얘 아파요. 아까부터 배 아프다고 하던데 "
" ..그래? 또 아파? 어쨌든 그럼 뭐.. 오늘만 봐준다 "
아프긴 뭐가 아파, 존나 멀쩡하구만. 그냥 단순히 잠이와서 자는 애인데. 말하면서 양심에 찔리다 못해 구멍이 난 느낌이다. 시발. 야, OOO. 너 땜에 또 거짓말 했어, 미친아. 내가 너 자는 거 아픈 걸로 둔갑시켜줘서 벌점 안 받은 게 몇 번인지도 모르겠네. 잠탱이 새끼. OOO 넌 진짜 나한테 감사해서 눈물을 흘려도 모자랄 판이야; 근데 맨날 보면 틱틱대고. 좀 친절해질 수 없냐?
" 야.. 나 문학한테 걸렸어..? "
" 아니, 전혀 "
" 헐, 진짜? 신기하네. 나 문학 수업 할 때마다 자는데 왜 안 걸리지 항상? "
" 니가 존나 그 누구도 못 알아볼 정도로 기술적으로 자나보지 "
" 그런가 보네..흐흫"
또 좋다고 실실대네. 내가 쉴드쳐준 거야, 둔탱아. 다음에 또 자면 그때는 나도 모른다. 이제 아프다고 둘러대주는 것도 쪽팔려 죽겠다, 아오. 아 근데, 다음 시간 영어다. 미치겠다. OOO 얘 분명히 이번 시간에도 잘 게 뻔하다. 얘 걸리면 나 또 뭐라고 변명해줘야하지.. 시발, 내가 이런 고민을 왜 하고 있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나도 날 잘 몰라...
반응 연재구요, 보통 OOO 이라는 여주인공 시점으로 쓰긴 하지만 중간에 이렇게 세훈이 시점으로도 쓸 예정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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