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그리고 우리 01
w. 솦이
쌀쌀한 봄바람이 부는 3월. 개강을 하고 이젠 2학년이 된 설이는 꽤 많은 후배들에게 인사들 받고 있었다.
으, 어색해 난 역시 선배 역할은 꽝이야. '
익숙지 않아 어색하게 웃어 보인 설이는 재빨리 강의실로 들어와 수업 준비를 했다.
설이가 들어오자 친한 동기 중 한 명인 별님이 귀엽게 웃으며 옆자리에 앉아 조잘조잘 떠들기 시작했다
"오~설이~오늘은 왜 기사님 안 달고 오셨나?"
"기사님?"
"너 일 학년 때부터 주야장천 데려다주고 데리러 오시는 분이요~"
"아- 일훈이? 오늘 늦잠잤데"
"솔직히 말해. 둘이 사귀지? 응?!"
"아닌 거 알면서 또 묻는다~아냐 "
코를 귀엽게 찡그리며 얼른 바른대로 말하라는 별님에게 한번 웃어 보이자,
그럼 자기를 소개해 달라며 설이에 팔에 매달리는 별님.
'아마, 별님이는 정일훈의 사이코 기질을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일 테지..'
정일훈을 워낙 자세히 아는 설이는 한숨을 푹-쉬며 네가 감당 못할 거라며 볼을 한번 톡- 쳐주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에서 우당탕탕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님의 양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누나!! 방금 다 들었어요!! 진짜 어떻게 그래요!! 정일훈 이 누구예요!! 누구우우!!!"
차학연. 빠른 년 생으로 한 살 어린 동기. 과 분위기가 빠른 은 인정해주지 않는 덕에 호칭 정리가 수월해졌다.
입학 할 때부터 줄곧 별님을 쫓아다녀 별님이 굉장히 귀찮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학연이 질투를 하며 정일훈이 누구냐며 생난리를 치는 통에 설은 고개를 저으며 진동이 오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설아, 끝나고 정문 앞에서 기다릴게 pm1:25 -일훈]
[응, 알았어 pm1:26]
문자를 보내고, 강의가 끝나면 어느 때와 같이 같은 자세와 같은 표정으로 날 기다릴 일훈이를 생각했다.
생긴 게 여자처럼 곱게 생겼다고 무시하면 큰 오산이다. 얘가 얼마나 사이콘데-
물론 다정하고 자상하다. 2년 동안 꾸준히 날 데려다주고 데리러 오며, 지나가다가 내가 좋아하는 옷이나 액세서리를 보면 포장까지 예쁘게 해서 사다 주며,
나에게 예쁘다는 말을 아낌없이 해주는 6년 지기 친구.
하지만 자기 마음에 안 들으면 어디로 튈지 모르며, 쓸데없는 고집은 얼마나 센지 감당을 못할 정도이다.
차라리 단순한 이창섭이 조금 나을 정도, 아니다. 도토리 키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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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기다렸어?"
"방금 왔어. 오늘도 예쁘다 설아."
정문 옆 벤치에 앉아 기다란 다리를 꼬고 설이 오자 읽던 책을 덮고는 능글맞게 웃어 보이며 말하는 일훈.
잘생긴 일훈을 보고 힐끔힐끔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에도 설이는 익숙한 듯 신경 쓰지 않았다.
일훈은 벤치에서 일어나자마자 설이의 손을 자연스레 잡고는 집에 갈 것인지 물었다.
설이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걸음을 떼며 일훈과 잡은 손을 눈치채지 못하게 바라보았다.
이게 무슨 친구 사이냐고, 완전 남지 친구지.
꼭 하는 행동 보면 능글맞은 정일훈이 바람둥이 같은데, 현실은 이창섭이 그러고 다니니 정말..
일훈은 여자에게 인기가 많았다. 능글맞은 성격도, 섹시하게 웃는 모습도 모두 여자들이 좋아했다.
하지만 일훈은 여자를 만나지 않았다. 뭐 다 자기 취향이 아니라나?
반면 창섭은 무뚝뚝하고, 여자를 딱히 좋아하는 편이 아닌것 같은데도 셀 수도 없이 여자를 사귀었다.
참 아이러니야.
"일훈아, 수업 없었어 오늘?"
"있었어. 근데 오늘 너 일찍 끝나는 날이잖아."
"나 안 데리러 와도 돼. 내가 아기야?"
"그럼~내 아기지~우리 아기 "
능글맞게 웃으며 설이의 머리를 비비적-거린다.
그런 일훈에 설이는 못마땅한 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고, 일훈은 다시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까지 내가 남자친구가 없던 건, 정일훈 때문인 것 같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의 끝 무렾 까지 정일훈과 이창섭은 나와 같이 학교에서 유명한 말썽쟁이들 이였고,
어딜 가나 녀석 둘에 나 하나. 다른 남자 아이들이 나에게 말이라도 걸라고 하면 정일훈은 그 특유의 사이코 기질로 그 남자아이를 쫓아내 버렸으니까.
이창섭은 신경 쓰지 않는듯했지만 역시나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갑자기 밀려오는 옛 생각에 웃음이 난 설이는 귀엽게 웃어 보였고, 일훈은 그런 설이를 빤히 보았다.
집 앞에 도착해 설이 일훈과 잡은 손을 빼려 하자, 일훈은 더욱 세게 손을 잡고선 설이에게 눈을 맞췄다.
"나 말고 다른 사람과 있을 땐, 그렇게 귀엽게 웃지 마."
".. 어?"
"(쪽-) 내일 봐. 설아 "
일훈은 맞잡은 손을 들어 설이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는 다시 특유의 능글맞은 웃음을 흘리곤 뒤를 돌아 휘적휘적 걸어갔다.
이렇게 정일훈은 예고 없이 갑자기 훅- 들어와선 내 정신을 헤집어 놓다가도 마지막은 장난기 가득한 웃음으로 마무리한다.
-지이잉
[보고 싶다. 내가 갈까, 네가 올래 pm2:28 -창섭]
너나 이창섭이나, 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는 무슨 사이 일까. 정말 친구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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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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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