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 가? "
" ...화장실. 왜? "
" 화장실에 왜 가는데? "
" ...화장실에 왜 가겠어. "
탄소야, 네가 반장이니까 전학생 좀 보살펴줘라.
네, 선생님 당연하죠.
그래서 정국아, 얘는 반장인 김탄소다 얘가 아주 똘똘한 애니까 얘만 믿으면 될 거다
네 선생님. 반장이 참 믿음직스럽고 좋네요.
이렇게 하루 종일 나를 붙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전정국이란 전학생은.
반 학우들 중 그나마 깨끗한 커터 칼까지 빌렸는데, 다 알고 있듯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꼬치꼬치 캐묻고 넉살좋게 웃어 보인다.
응, 나 화장실에 자해하러 가는데, 오늘 내 커터 칼을 가지고 오지 않아 흑연이 덕지덕지 묻은 커터 칼로 해야해서 기분이 나쁘거든. 그러니까 더 이상 따라오지도 말고 바보같이 헤벌레 웃지도 마. 나는 네가 다가올 때마다 무서워서 팔에 오도도 소름이 돋을 정도거든.
라고 할 순 없지 않나.
너는 모르는 시간
- 타임워프
1-1
그렇게 말씨름을 하다 보니 쉬는 시간을 마치는 종소리가 울려왔다. 내가 화장실을 가는 이유라도 아는 듯 한 모습에 또 다시 소름이 돋아왔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헤벌레 웃는 것인지. 아님, 모든 것을 알고 저리 헤벌레 웃는 것인지. 아니 그것보다 오늘 처음만난 애인데 내가 자해를 하지 못하면 금단증상이 오듯 불안해지는 그런 정신병 투성이인지 어떻게 알거야. 무릎위로 주먹 쥔 손을 더욱 꽉 쥐었다. 그래. 다음 쉬는 시간에 몰래 빠져나가자. 입술까지 꾹 깨물고 다짐 아닌 다짐을 하고 있었을까 뒤에서 쿡 찌르는 느낌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 어 왜? "
" 반장, 쉬는 시간에 나랑 매점가자. "
...
내가 쉬는 시간에 자신을 피해 화장실로 갈 것을 뻔히 알았던 것처럼
" 그 커터 칼은 아침에 빌리더니, 왜 지금까지 안 돌려준 거야? "
그래. 우연이다 우연.
" 돌려줘야ㅈ,"
나도 그를 따라 넉살좋게 웃으며 돌려줘야지. 라고 말할 찰나에 열리는 앞문에 말을 도중에 끊고 일어서서 평소처럼 말했다.
차렷, 경례. 라고.
시간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갔다. 정국이 날 찾기 전에 어지러이 나가는 학우들 사이에 끼여 떠밀리듯 나가 중간에 호석과 합류해 급식실로 향했다. 오늘 하루가 혼란스럽고 고되어서 그런지 피곤함이 눈 밑으로 내려온 듯하다. 그래. 힘들었지. 나만. 조심스럽게 내 어깨를 잡고 괜찮냐고 물어오는 호석에 대충 고갤 끄덕이고 얼버무렸다. 오늘 아침에 안 좋은 꿈을 꾸었다고. 전에 호석에게 언뜻 말한 꿈을 기억을 한 것인지 호석은 그 꿈? 이라고 되물어와 이번에도 대충 고갤 끄덕여주었다. 그런 내 모습에 호석은 입을 꾹 다물어 주었다.
" 어, 전학생이다. "
그 소릴 듣자 불안함이 온 몸을 감싸 뒤덮었고 아직 아물지 않은 자해의 상처가 근질근질한 느낌이 들었다. 호석이 가리킨 쪽을 보자 정국이 날 발견하고 웃으며 우리에게 향하고 있었다. 정국에게 인사하는 호석을 뒤로하고 냅다 달려 정국에게서 멀어졌다. 학교 깊숙한 곳에 도착해서야 벽을 짚고 숨을 골라 쉬었다. 하, 쟤가 뭐라고. 쟤가 뭐라고 내가 이렇게까지 피해야해. 고작 내 느낌인 거뿐이고 마냥 불안해서 그래. 맞아 불안해서 그런 거뿐이지. 그래 맞아. 아니야, 쟤가 모든 걸 알고 있을 거야. 그렇지 않고서는, 그렇지 않고선..! 복잡해진 머릴 부여잡고 벽에 등을 기대어 쓰러지듯 주저 않았다. 싫어. 그냥 겉으로만 날 알아줘 제발.
1-2
정국이 건네 준 삼각 김밥을 조용히 보고 있다가 구겨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일어났다. 불안함에 덜덜 떨며 허벅지에 자리한 칼자국을 덮은 피딱지들을 하나하나 뜯어냈다. 정말 이렇게라도 자해하지 않으면 참을 수가 없어서. 허벅지의 통점이 무뎌 진건지 아님 이 상황자체가 너무 무서워 아픔을 잊는 건지 무서움을 잊을 정도의 자해를 하지 못해 불안함은 더 해져갔다. 피가 묻은 손톱에도 불구하고 다리를 덜덜 떨며 손톱을 아작아작 물었다. 눈만 정처 없이 굴리다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보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갈 시간이 다 되어 침을 꿀떡 삼키고 변기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후. 괜찮아. 이제. 정말. 손톱 사이사이에 배여 버린 피를 씻어 내리면서 다짐했다.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 호석이도 전학생과 비슷한 케이스였잖아. 할 수 있어 김탄소 할 수 있어. 얼른 선생님한테 알바 말씀드리고 학교를 빠져나가자.
화장실 문이 열리자 눈앞에 막대사탕이 자리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과 맛 막대사탕. 막대사탕을 따라 팔을 타고 시선을 돌리자 보이는 건 안타깝게도 전정국이었다. 오늘 내내 지었던 웃음과는 다른 미소를 띠고 막대사탕을 까서 내 입 속으로 친절히 넣어준다. 속에서 퍼지는 달달한 사과 맛에 정지되었던 사고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 교무실 갈 건데. 같이 갈래? "
" ... "
" 뭔가 너도 교무실에 갈 거 같아서. "
" 그래. "
교무실에 갈 것 같다? 순간 찌푸렸던 인상을 풀고 표정을 보이지 않으려 걸음을 빨리해 정국을 지나쳐 앞 서 갔다. 교무실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해 다행이라 느꼈다. 담임선생님에게 가 평소처럼 고갤 꾸벅이고 외출증에 서명을 하고 등을 토닥여 주시는 손에 역겨움을 느끼다가 감사합니다. 하고 웃었다. 뒤에 전학생이 있는데 뭘 그리 입을 놀리시는지 점점 불안해져 중간에 말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 장학금으로 버틸 수 있을 건데... 알바까지나 하고... "
" 아, 아니에요. 저 이미 늦어서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선생님. "
" 그래. 몸조심하고 요즘 여름감기가 유행이라더라. "
" 네. 감사합니다. "
몸을 뒤돌려 나가려 하자 소름끼치는 손이 내 손목을 낚아채어 잡았다.
" 같이 나가자 반장. "
" ... "
" 미안. 나 늦어서. "
1-3
정국에게서 도망치듯 뛰쳐나온 학교 밖은 시원했다. 바닥에 입에 물고 있던 사탕을 뱉어 버리고 숨을 들이마셨다. 숨이 탁 트였고 상쾌했다. 최근에 이런 상쾌함을 느껴본 게 언제 적인지 모를 만큼 어두운 공기에 휩싸여 살았지만, 더 큰 어둠이 날 감싸자 평소의 어둠들을 보며 코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그와 동시에 내일이 걱정되기도 하면서 가방 끈을 고쳐 잡고 내 유일한 낙을 위해 고여 있던 빗물이 다리로 튀어 양말을 적신 다해도 있는 힘껏 달렸다. 이젠 조울증이라도 생긴 것인지 자꾸만 입 밖으로 웃음이 비식비식 새 나오기까지한다.
" 안녕하세요! "
" 오늘 쫌 늦었네? "
딸랑 거리는 방울소리가 동반된 문을 열자 알바생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 혹시 머리 색 되게 밝은 남자 한 명 안 왔죠? "
" 응 안 왔는데? 왜? 남자친구? "
" 네? 무슨.. "
순간 남자친구라는 소릴 듣자 불에 덴 듯 볼이 뜨거워져 당황함에 말을 다 끝내지도 못한 채 허둥지둥 알바조끼를 껴입었다. 알바생은 낄낄 웃는 것도 잊지 않고 급한 일이 있는지 후다닥 편의점을 나가버렸다. 싫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떠들어 대는 거, 이 열은 식으려고 하지도 않네. 후덥지근함에 에어컨 시원한 바람이 다 채워진 이 공간에서도 땀이 뻘뻘 난다. 두 손으로 양 볼을 감싸고 나답지 않음에 헛기침도 두어 번했다. 그러다가 8시 30분이 다 되어 가는 시간을 보고 괜히 달려왔나 싶기도 하고. 이 모든 게 그 사람 때문이란 거에 괜스레 그 사람을 미워하는 척도 해보고 있었을까 경쾌한 소리가 들리며 연한 노란색의 머리를 한 그가 들어왔다.
" 아저씨 오늘 늦었어요. "
" 알아. "
알기는 무슨, 방금 벽에 걸린 시계 본 거 내가 다 봤는데. 고갤 약간 갸우뚱 해서 윤기를 노려보자 그제야 멋쩍은 듯 뒷목을 살살 쓸며 작게 웃는다.
" 야 고딩 맨날 피던 걸로 "
" 폐 썩어 죽어요. 그만 펴요. "
뒤 돌아 익숙하게 담뱃갑을 뽑아 와 바코드를 찍은 뒤 소심하게 윤기에게 내밀었다. 걱정 섞인 내 말에도 불구하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돈을 내는 그의 팔을 한 대만 쳐 줄까 하다가 주먹대신 카운터 옆에 자리한 막대사탕 중에 사과 맛을 골라 뽑아 그의 얼굴 쪽으로 내밀었다. 받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사과 맛 막대사탕을 손수 까 그의 입에 집어넣어주었다.
" 나 사과 맛 싫어하는데. "
" 내가 사과 맛 좋아해요. "
입안에서 막대사탕을 굴리며 싫은 목소릴 내는 윤기를 가만히 보고 있자 속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끓어 인상을 팍 찌푸렸다. 그러자 무슨 일 있느냐고 내 어깰 툭 치는 그를 보고 아니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런 느낌은 딱히 말할 필요도, 말할 방법도 없을 것 같았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구석에 있던 의자를 가져온 윤기가 어느새 내 옆에 자리해 앉았다. 내 치마에 손을 가져다대는 그의 손길은 무심하지만 섬세했다. 치마를 약간 들친 윤기가 나의 허벅지를 보고 고갤 갸우뚱했다.
" 오늘은 좀 다른데. "
" ... 학교에 칼을 안 가져갔었거든요. "
" 제일 기본적인 게 해결이 안 되니 어떻던? "
" 더 불안했어요. 평소보다 더. "
" ...누구 때문에 불안한 건 아니고? "
" 네? "
그 말에 한 발자국 뒤로 물러 서 윤기를 놀란 토끼눈으로 바라봤다. 내 눈과는 다르게 그의 눈은 평소처럼, 아니 평소보다 더 깊고, 깊었다. 대체 무슨 소리예요. 뭘 알고 있는 거예요. 전학생이랑 아는 사이예요? 물어보고 싶은 게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쉽사리 입술들은 서로 떨어지려하지 않았다. 내 달싹이는 입술을 본 것인지 윤기가 먼저 선수 쳐 입을 열었다
" 그 사람이 누구인진 잘 모르겠지만, 너무 그러지마. 좋은 사람이야. "
" 아저씨 뭐예요. 뭘 알고 있는 거예요? "
" 내가 저번에 그랬지. 너에 대해서 모르고 싶은 것도 없고 모르는 것도 없다고. "
" 그니까 아저씨가 무슨 점쟁.. 아저씨! "
알다가도 모르겠는 말을 하고 금발을 날리며 어둠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윤기의 뒷모습만 보고 있었다. 그 자리에 남아있는 건 아까처럼 마냥 경쾌하지 않은 문에 달린 종소리만 울렸다. 고갤 푹 숙이고 치맛자락을 꽉 쥐어야만했다. 이 모든 게 낯설지 않아 불안함만 내 온 몸을 감싸 뒤덮었다. 이런 느낌은 너무 싫어 너무. 악몽이라 하면 이게 정말 진정한 악몽임에 틀림없다.
모두 이상해.
굵은 글씨만 읽으셔도 무관합니다 (찡긋)
아이고 강녕하셨습니까 타임워프입니다.
이야 윤기가 등장했어요
근데 분량이 왜이렇게 똥(강조)이냐고요?
모르겠어요.. 갈 길이 멀어 후딱 끝내려고
줄이고 줄이다보니 이렇게 되었네요...
그리고 하나하나 문장 짚어가면서 띄어쓰기나 맞춤법을 고치기 때문에 시간이 배로 드는 거 같네요
8ㅅ8 힘들어줍니다...
그리고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복선을 깔아야하기 때문에 힘드네요 뻬에에엑!!!!
여주는 스토리관계상 정신병이 있는지라 독백이 참 많네요...
원래부터 저렇게 마스크를 만들어 끼던 사람이 아니었는데 말이죠 8ㅅ8 넘나 슬픈 것...
정꾸 낫띵 라잌 어스 쵝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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