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악몽은 지겹게도 꾸는구나. 아니, 악몽은 지겹게도 지속되는구나 대체 언제쯤이면 깰 수가 있을까.
흘러내리는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축축 쳐지는 느낌에 터벅터벅 창문으로 걸어 가 커튼을 열어젖혔다. 커튼 고리와 커튼 봉이 마찰되어 나는 마찰음에 인상을 찌푸렸다가 본의 아닌 놀람에 찌푸린 인상은 팽팽하게 펴져버렸다.
" 어, 안녕. "
내 방과 붙어 있는 옆집 방 창문에 선인장 화분을 들고 당황한 듯 하지만 멋쩍게 웃으며 인사하는 정국때문에.
너는 모르는 시간
02
- 타임워프
2-1
깨끗하게 소독한 커트 칼도 잘 챙겼고 나중에 비가 온단 기상청의 알림을 보고 작게 접는 우산도 챙겼다. 어제와 다르게 완벽하게 준비를 했지만 살짝 찝찝한 마음에 짙게 숨을 뱉어 쉬었다. 그 모든 건 바로 날 두렵게 하는 정국 때문이 틀림없다. 오래 된 액자임에도 관리를 잘 해 먼지 하나 끼지 않은 액자를 느리게 훑었다.
" 엄마 아빠 다녀오겠습니다. "
혹시나 등굣길부터 날 괴롭히는 건 아닐까 싶은 마음이 헛으로 들은 생각은 아닌지 정국은 내 뒤를 아무 말 없이 쫄래쫄래 따라오고 있다. 걸음걸이 하나까지 신경 쓰여 몸 전체의 관절이 어색하게 삐거덕 거렸다. 정신을 가다듬고 정국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 저기. "
갑작스러운 부름에 놀라지도 않은 건지 말을 하라는 제스처를 작게 취해보였다. 언뜻 머릿속을 스치는 옅은 노란색 머리칼에 속이 잠깐 울렁였다.
" 너 민윤기알아? "
" 그게 누군데? "
말똥말똥한 토끼 같은 눈으로 고갤 갸우뚱 해 보인 정국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다. 그렇담 어제 윤기가 한 말은 무엇이란 말인가. 옅게 고갤 끄덕이고 더한 걸 물을까봐 얼른 몸을 돌려 다시 등굣길에 나섰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정국의 흥얼거림을 배경음악삼아 또 하루의 필름이 되감기되었다.
-
등을 쿡 찌르는 느낌에 부스스하게 잠에서 깨어났다. 얼마나 잔걸까. 창밖을 보니 기상청의 말과 똑 들어맞아 여름 장대비가 우수수 쏟아지고 있었다. 점심시간인 듯 주위가 한산하고 적막했다. 아... 짧은 신음을 내고 뒤를 돌아보자 멀뚱멀뚱한, 토끼눈을 한 정국이 날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러냐 묻기 전에 정국의 입이 먼저 열렸다.
" 네 친구 정호석. "
" 응 "
" 오늘 연습하러간다고 너랑 같이 못 먹는대. 점심. "
" ...알려줘서 고마워. "
" 나 밥 같이 먹을 친구 없어. "
거짓말이다. 저 얼굴이 무기가 되어 여러 학우들의 관심거리가 되고 전교생의 관심거리가 되었건만 같이 수저를 들 친구가 없는 건 거짓말이다. 뻔뻔히도 하는 거짓말에 나도 뻔뻔하게 웃어보여야 함이 틀림없었다.
" 아, 미안한데. 나 오늘 속이 좀 별로라서. "
" ...그래. 그럼 어쩔 수 없고. "
무슨 일로 쉽게 포기하는 가 싶었더니 내 뒤에서 아무 움직임이 없다. 하, 그래. 내가 포기하자. 주머니에 들어있는 칼을 만지작거리다가 일어났다. 정국을 슬쩍 보자 놀라 보이는 얼굴을 하고 시계와 나를 번갈아본다. 뭔데? 왜 그런 눈으로 봐? 아쉽게도 물을 용기는 없었다. 이래서는 뭐든 할 수 없어. 묘한 느낌에 얼른 반을 빠져나가려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행동은 정국의 행동에 저지되었다. 내 팔목을 부여잡은 정국을 내려다보았다.
" ... 어디 가? "
" ...화장실. "
" 왜... "
데자부. 어제와 똑같은 일이다. 화장실을 왜 가겠어. 라고 말을 꺼내자 정국의 표정에 짙은 어둠이 드리운다. 거 봐. 너는 알고 있잖아 내가 화장실에서 무얼 하는 지. 용기 없는 말이 툭 튀어나왔다.
" 너. "
" 응. "
" 뭘 알고 있어? "
" 너에 대해 모르는 건 없고 또 없고 싶어. "
어제 민윤기가 했던 말과 똑같은 말. 그래. 나 모르게 너희끼리 잘 지지고 볶아봐. 가운데 끼여서 등 터지기 일보직전인 새우는 알아서 터져줄 테니. 어이없는 웃음을 작게 흘리고 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제야 내 팔을 부여잡던 손도 털썩 떨어졌다. 어제의 무서움은 어디로 가고 오늘은 마냥 화가 치밀어 올랐다. 너를 알게 된 건 어제. 어제? 알지 못할 위화감이 온 몸을 감싸고돌았다.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 듯 한 답답함이 곧 터질 듯 했다. 아저씨, 보고 싶어요, 제발.
" 아저씨... "
무의식 적으로 입 밖에 튀어나온 말이었다.
" 아저씨 이름이 민윤기 인 거는 처음 알았네. "
" 뭐? "
" 아저씨 이름이 민윤기 인 건 처음 알았다고. 항상 그 아저씨 나한테는 이름 안 가르쳐주고 너한테만 가르쳐 줬거든. "
" 네가 민윤기를 어떻게 알아. "
" 네가 아는데 내가 모를 리가. "
더 이상 대화가 되질 않았다. 그냥 얼른 내 주머니에 있는 커터 칼로 이미 나 있는 상처에 상처를 덧 입혀 주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알다가도 모를 말들을 내 뱉고 내 모든 걸 알고 있는 이 애한테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도 모르겠다. 내 불안한 얼굴에 덩달아 불안한 얼굴이 되어버린 정국은 억지로 살풋 웃으며 내게 이야기했다.
" 어차피 곧 마지막이니까, 저질러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
" ... "
" 내 욕심이 널 더 불안하게 한 거 같지만 "
" 미안 나 먼저 일어날게 "
그가 나머지 하는 말을 듣지 않고 뛰쳐나가야했다. 그렇지만 내 귓등을 타고 들어오는 목소리는 무시할 수 없었고 사실, 무시하기 싫었던 것 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늘 밤에 창문에서 기다릴게.
나에게 애초에 선택권은 없었던 게 아닐까 그렇담 난 조용히 받아드려야지.
그래.
2-2
민윤기는 끝내 오지 않았다. 물어볼게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대체 왜. 당신이 아니면 내가 세상을 살 이유가 없단 것을 알면서도 대체 왜. 누우런 가로등 밑을 터덜터덜 걸어가는 소리가 내 귓속을 파고들었다. 그 터벅이는 소리가 심장을 욱죄어 오듯 답답한 소리였다. 옆의 집 검은 창살을 바라봤다. 창살 사이로 보이는 톱밥색 주택이 그리 달라 보일 수가 없었다. 평소엔 아무도 살지 않아 조용하던 마치 내 마음을 대변하듯 고요함을 넘어선 적막한 그런 집이었던 게 엊그제 이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불이 켜져 그림자가 어른거리며 간간히 텔레비전 소리가 들리며 소란스럽기까지. 전과 바뀌지 않았던 것이라면 그 집이 여전히 내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경 쓰인다. 저 집에 몸을 막 담기 시작한 정국이. 아마도 저 집은 내 마음인가보다.
푸른 커튼 앞에 다가섰다 멀어졌다를 반복하고 있었을까 창문이 닫혀있음에도 불구하고 옆집의 창문 열리는 소리가 꽤나 선명하게 들려왔다. 곧 이어 나의 바로 앞에 있는 창문을 툭툭 치는 소리까지. 숨을 깊게 내쉬고 커튼을 열어젖혔다.
안녕
창문을 열지 않아 불투명하게 목소리가 들려와 인상을 찡그렸다가 걱정스럽게 창문을 열었다. 창문을 여니 젖은 비의 냄새가 훅 끼쳐 들어왔다.
" 밤엔 비가 그쳐 다행이다. "
" ...그러네. "
" 오늘 아저씨 만났어? "
아저씨라는 이름에 몸이 잘게 떨린다. 내 반응을 눈치 챘는지 작게 미소 지으며 선인장을 들어 힘든 소릴 내며 내 창문에 올려 놔 준다. 조그마한 선인장에 조화라고 해도 믿을 만큼 붉은 꽃이 피어있다.
" 선물. "
" 갑자기 무슨... "
" 언젠간 발견하겠지. 그걸 들고 서 있는 널 "
" 나는. 네가 하는 그 이상한 소리들에 대해 알고 싶어 "
내 찌푸린 인상을 보며 입 꼬릴 올려 웃는 정국이다. 내 말을 무시하고 일부러 입 꼬릴 더 올려본다 근데 올라가는 입 꼬리만큼 정국의 슬픔은 더 해져 가는 모습이다.
" 네가 그걸 들고 아저씨랑 같이 서 있으면, "
" 아저씨? 너 무슨 소, "
"성공. "
턱을 괸 모습에 눈물이 배여 나온다. 의미모를 눈물에 당황하고 있을 때 쯤 넌 더 당황스러운 말을 한다.
" 난 미래에서 왔어 "
당황스러워 말도 나오지 않아 어버버 거리고 있었을까 정국이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뒷목을 어루어 만진다. 그래 농담이라고 해.
" 처음 말하는 건데 떨린다. "
" 허, "
나 보다 더 미친 사람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던 일이다.
2-3
그러니까, 너의 말은, 네가, 미래에서, 왔다는, 말이야?
응 맞아.
너 미쳤니?
푸하하
혹시 정신병원에 있었던 적이라도 있어?
아니. 이런 반응일 줄 알았어. 너라면 이러고도 남지.
허, 증거를 대 봐 아니면 널 변태스토커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만한 대사를 뻔뻔히도 말하는 정국에 선인장 화분을 꾹 부여잡고 화를 꾹꾹 눌러 담았다. 정국은 자신의 방에 걸린 시계를 확인하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 곧 여러 집에서 함성이 터질 걸 "
" 왜? "
내 말이 끝나자마자 동네가 떠들썩해질 정도로 여러 집에서 함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황스러움을 견딜 수가 없어 어버버 거리고 있었을까 정국은 또 담담하게 턱을 괴었다. 축구, 골 넣었거든.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애초에 시간이란 건 흘러가버리면 끝인 거 아니야? 뭐야 정말. 아니야, 뭔가 잘못됐어. 어떻게……. 정국은 앓는 소리를 내더니 모든 걸 털어 놓을 준비가 되었다며 내게 들을 준비가 되면 말하라하고 손을 두어 번 젖고 뒤돌아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난 도저히 창문을 열어놓을 용기가 없어 창문을 꾹 닫고 커튼까지 쳐버렸다. 책을 펴고 책상까지 앉는데 성공했지만 도저히 그 미친 소리 덕분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허벅지 위에 자리한 상처들이 근질거리기 시작해 불을 끄고 누워버렸다.
비가 오고 난 후 후덥지근함 때문에 그 날 밤은 더위에 고통 받아야했다.
커튼을 열어젖히고 바깥을 살피다
개운함을 얻으려 샤워를 하고
개운하지 않음에 물을 마시고
물을 마셔도 개운하지 않아 개운함을 얻길 포기하고
폰으로 날씨를 살피다 맑음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얼굴을 찡그러뜨리고
부모님과 내가 웃음을 만개한 사진 앞에서 가만히 서 있다가
- 다녀오겠습니다.
라고 말한 후 검은 캔버스를 정갈히 신고
문을 열자 보이는 전정국에
눈을 질끈 감는다.
죄송함ㄴ디다......
제가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면요...
바로 ㅆ...ㅡ...ㅊ..ㅏ... 읍읍!! 으읍! 읍!
암튼 그래서 고생 좀 했습니다
착하게 살게요
안녕하세요 타임워프입니다 ^^!
전 판타지 좋아한다고 말씀드렸나요 예 저 판타지 조아해욧 ^^!
왤케 빨리 밝혀지냐고요?
아직 갈 길이 멀거든요... 젠장
늦게 와서 죄송한데 분량도 똥이라 놀라셨죠? 저도 읽고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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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사남 어제 보고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