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최승철] 이혼 부부 01
【 부제 : 그의 하루 】
아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시작된 나의 아침은 순탄치 않았다.
"흐아아...흐으...엄마...끅..."
세봉이가 집을 나선 뒤 텅빈 집 안에는 엄마를 찾는 승준이의 울음 소리만 가득했다.
불과 몇 분전, 아이의 울음소리에 잠이 깨서 나간 거실에 울고 있는 아이와 아이의 손에 옷깃이 잡힌 채 서 있던 세봉이.
몇 달전까지만 해도 이 집에서 나와 아이와 함께 가족이란 이름으로 함께 살아가던, 내가 사랑하는 여자.
그리고 나와 세봉이 사이에서 태어난 사랑스러운 우리의 아이 최승준.
오랜만에 본 엄마와 또 다시 이별하게 된 아이의 울음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승준아, 이제 그만 울고 밥 먹어야지"
"흐으..."
"빨리 밥 먹고 어린이집 가서 친구들하고 놀자, 응?"
"...시러..."
그 좋아하는 어린이집도 가기 싫다며, 엄마가 보고싶다고 눈물을 흘리는 아이에게 우리의 이혼 소식을 말할수가 없었다.
그저 "엄마가 차려놓은 밥 먹고 어린이집 잘 다녀와야지, 그래야 엄마가 나중에 와서 승준이보고 좋아라하지." 라는 말로
잠시라도 아이를 달래는 수 밖에...
아이는 엄마라는 말에 반응하며 "...밥 먹고 어린이집 다녀오면 엄마 와?" 라고 물었고,
나는 그저 "오늘은 못 오는데... 엄마 커피 마시고 싶어하는 이모,삼촌들한테 커피 다 만들어주면 온대" 라고 말했다.
오늘 오지 못 한다는 내 말에 시무룩해지려는 아이의 얼굴을 보고 다급하게 말을 했다.
"근데 아마 몇 밤만 더 자면 올 수 있을꺼야. 아빠가 나중에 엄마한테 가서 최대한 빨리 오라고 할게."
내 말은 들은 착한 내 아이는 더 이상 보채지않고 입을 꾹 다물고는 식탁으로 걸어갔다.
오늘도 아이에게 기약없는 약속을 하며 나쁜 아빠가 되었다.
꾸역꾸역 밥을 다 먹은 아이의 옷을 갈아입히고, 어린이집까지 데려다 주고 회사로 출근을 하는 길.
아까 아침에 내 다리에 매달려 나를 때리며 애처롭게 울던 아이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흐으, 아빠가... 아빠가...흑... 엄마 집에 못 들어오게 한 거지?""
"...무슨 말이야"
아빠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엄마를 왜 못 들어오게 해..
"아빠가, 아빠가 엄마 집에 못 들어오게 해서,끅, 그래서 엄마가 승준이 보러 못 온거자나... 흐으..."
"..."
"아빠... 엄마도 우리랑 다시 같이 살면 안대?"
"..."
"...안돼"
...이미 남이 되어버려서.
아이에게 말 해주지 못한 이야기가 맴돌았다.
-
출근 후 바쁜 업무 탓에 정신없이 일하고 있으면
얼마 전에 입사한 막내사원이 문을 두드리고 얼굴을 살짝 내밀고 말한다.
"팀장님, 식사 안 하세요? 점심시간이에요!"
"아, 저는 오늘 속이 안 좋아서..."
"많이 안 좋으세요?"
걱정스럽다는 듯이 보는 막내 사원에게
" 그렇게 나쁜건 아니에요, 찬씨도 빨리 식사하러가세요." 라고 말하면 알겠다고 대답한 뒤 조심스럽게 문을 닫는다.
아, 벌써 점심시간인가.
아침부터 이런저런 생각때문에 정신없이 일했더니 배고픈지도 모르겠고,
오늘 아침부터 아이의 눈물까지 보고 와서 그런지 가슴 한 구석이 불편했다.
지잉- 지잉-
그 순간 울리는 전화에 뜬 [어린이집] 이라는 단어에
전화를 받으면 울먹이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아빠아..."
"어, 승준아 무슨일이야 왜 울어"
아이의 우는 소리에 마음이 급해져서 재촉을 하니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승준이 아버님, 저 승준이 어린이집 선생님인데요."
"아... 네"
"다름이 아니라 승준이가 체했는지 밥도 못 먹고, 열도 나서요.
병원에 데리고 가 보셔야 할 거 같아서 연락드려요."
"..."
"어머니한테 전화드리려고 했는데 승준이가 어머니가 요즘 많이 바쁘셔서
아버님한테 전화해야한다고 해서..."
"아, 네. 제가 금방 갈게요."
전화를 끊고 다급히 자켓과 차키를 챙겨 회사를 벗어났다.
밥 잘 챙겨먹고 어린이집에 다녀와야지 엄마가 좋아한다는 말에
울어서 퉁퉁 부은 눈으로 꾸역꾸역 밥을 먹던 아이가 결국에 체했나보다.
아파할 아이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려와서 병원에 다녀오는 길.
"승준아, 아빠 일하다가 나오거여서 다시 회사가야하는데..."
"..."
"아빠랑 같이 아빠 회사에 있다가 집에 갈래? 아니면 할머니네 갈래?"
"나는... 아빠랑 이쓸래..."
"그래, 아빠랑 같이 있자. 아빠가 일 빨리 끝낼게"
손을 꼼지락거리며 장난을 치고 있는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승준아, 왜...엄마말고 아빠한테 전화해야한다고 했어?"
"...엄마는 빨리 커피를 만들어서 이모들이랑 삼촌들 줘야지...그래야지 승주니 보러 빨리 들어오지..."
"..."
"승주니 아프다고 엄마 부르면 엄마 커피 못 만들자나... "
"..."
엄마가 만드는 커피를 마시려고 기다리는 이모삼촌들 때문에 엄마가 집에 못 들어오고 있다던 내 말을,
아이는 계속 가슴에 담아두고 기억하고 있었나보다.
아이의 말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우리 승준이, 엄마 배려 할 줄도 알고... 다 컸네."
"마자, 승주니 다 커써"
"...아빠가 나중에 엄마 보면 빨리 승준이 보러 오라고 해야겠다."
아이는 내 말에 그제서야 베시시 웃었다.
-
아이를 회사에 데리고 들어오자 밥을 다 먹고 들어온 건지
커피를 마시고 있던 회사사람들이 하나 둘씩 아이의 곁에 모여서 말을 했다.
"팀장님 아들이에요?"
"와~ 진짜 팀장님 판박이다!"
그저 웃으며 "애기가 아픈데 애엄마도 지금 일하느라 바빠서 내가 데리고 병원 다녀왔어요." 라고 말하면
회사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 그렇구나 하고 수긍한다.
아이때문에 빨리 끝내고 퇴근해야겠다는 내 말에 모두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는 하던 일을 시작한다.
아이를 팀장실 안으로 데리고 와서 쇼파에 앉혀놓고 "아빠가 일 빨리 끝낼게." 라고 말했다.
혼자였던 방에 아이의 존재가 나타나자 손이 급해졌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서 퇴근시간, 이제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아이를 보면,
오늘 하루종일 고생만 한 아이는 쇼파에 누워 잠들었다.
그런 아이를 조심스럽게 품 안에 안고 회사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먼저 회사를 나서면 품 안에 안긴 아이가 칭얼거린다.
그런 아이의 등을 조심스럽게 쓸어주며 "승준아, 이제 집 갈꺼야. 좀 더 자" 라고 말하면
아이는 이미 다시 잠들었는지 조용했다.
그런 아이를 조심스럽게 차에 태우고 집에 들리기 전에
세봉이가 운영하는 카페로 향했다.
카페 도착하기 무섭게 카페에서 나온 세봉이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자신의 오피스텔로 향했다.
아마 마감은 승관이한테 맡기고 들어가는거겠지.
그래야 또 내일 아침에 아침상을 차리려 올 수 있을테니깐.
세봉이가 오피스텔에 들어가는 모습까지 확인하고는
옆을 보면 곤히 잠들어있는 아이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마 세봉이를 봤으면 또 울었겠지.
곤히 잠들어있는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도 집에 들어갔다. 우리도 집에 들어가자."
퇴근길에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가기 전에 늘 하는 일.
세봉이가 차려놓은 아침을 먹고
퇴근 후 세봉이가 위험하지 않게 오피스텔까지 잘 들어가는지
세봉이의 퇴근길을 지켜보는 일.
몇 달 전부터 시작된
내 하루의 시작과 끝이였다.
+
하..정신없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댓글을 남겨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ㅠㅠ
승철이는 쟈갑지않아요...ㅠㅠ 승철이는 사실 아직도 세봉이를 사랑하고 있어요.
차차 나올 이야기지만 이혼은 세봉이가 결정한 일..ㅠㅠ
승철이는 왜 세봉이가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가 안 가지만
일단 이혼을 한 상태고, 세봉이가 오피스텔을 얻어서 나가자
걱정되는 마음에 이혼하고 오피스텔로 간 그 날부터 세봉이의 퇴근길을 봐 줍니다.ㅠㅠ
위험하지 않게, 안전하게 집에 들어가는 걸 확인한 승철이는 그제서야
어린이집에서 승준이를 데리고 집으로 갑니다.
이 과정이 다 끝나야지 비로소 승철이는 '오늘 하루도 잘 지나갔구나' 합니다.ㅠㅠ
승철이 쟈가운 남자 아니라느유ㅠㅠㅠ
제가 지금 몰컴으로 글 쓰느라 많이 복잡해도 이해해주세요...
사랑해요... 이런 글 읽어주셔서..ㅠㅠ
댓글 남겨주신 독자님들에게 더 좋은 글로 보답해드려야하는데
이런 똥글을 가져와서 던지는 저를 용서해주세요...진짜 감사드리고 사랑해요ㅠㅠ
♥암호닉♥
봄나무 / 밍블리 / 비타민 / 천상소 / 규애 / 스트레칩 / 호시기두마리치킨 / 승철설♡ / 호시십분
빠진 분 계신가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