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엇나간 멜로디
:두 피아니스트.
W . 띠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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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자를 무시한 피아노 소리가 공간을 매꿨다. 더이상 그에게 있어 악보는 필요치 않았다.
손을 거쳐간 음표들이 어떻게 공간을 떠다니는지는, 지금의 그에게 어떠한 영향도 끼칠 수 없었다.
그는 지금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아니, 아무것도 듣지 않기 위해 그는 엉망이 된 소리로 이 공간을 뒤덮고, 또 뒤덮기를 반복했다
나름대로 순서를 지켜가며 쌓이다가 잔뜩 엉켜버린 소리는 이 공간에 있는 모든 것을 집어 삼키기 시작했다.
유일 하게 열린 창문으로 그를 찾아 온 바람이 눈치를 보며 다시 이 공간을 빠져나가려 애를 쓴다.
그런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환한 얼굴로 그의 머리에 손을 얹은 햇빛이 이 공간의 분위기를 읽은 구름에 의해 가려졌다.
이 공간에 있는 모두가 그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렇다. 그는 몹시 화가나 있었다.
"네가 잘 못 한 게 아니야. 내 선택이었어."
"..."
"너 때문이 아니야. 누군가의 강요도 아니야. 날 위한 길이였어."
"거짓말."
"..."
"거짓말이잖아요."
아까 전까지만 해도 공간을 채워 나가던 고장난 소리들이 사라지고, 원망섞인 그의 목소리가 다시 그 공간을 채웠다.
나를 무시 할 순 없어도, 내 얼굴은 보고 싶지 않았는 지, 그의 시선은 의미가 사라져버린 악보만을 향해 있었다.
내 시야 속, 조금 멀리 자리한 그는, 뾰족한 그의 말들과는 달리 잔뜩 움츠리고 또 움츠린 뒷모습 뿐이었다.
그 뒷모습이 내게 말해준다. 지금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게 화가나 있었다.
"솔직해질게.
그래, 나는 그 무대에 서있는게 내가 아닌, 너였으면 했었어."
"나는 나때문에 누나가 내 뒤에 서 있길 원하지 않아요!!"
그는 끝까지 내게 앞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의 눈가가 심히도 빨개져 있을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두 볼은 여린 그의 성격을 대변해 주기라도 하듯 빨개져 있을 것이고, 흥건하게 젖어 있을 것이다.
그랬기에 그는 더욱이 내게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그랬기에 나는 그런 그를 안아주기 위해, 그가 있는 피아노 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국아- 나 안 볼거야?"
"..."
작은 이 공간을 마지막으로 채운 내 발자국 소리를 들은 것인지, 그는 내게 얼굴을 보이지 않기 위해,
몸을 내가 보이지 않는 방향으로 틀기 시작했다. 피아노 건반을 만지작 거리던 내가 그가 있는 의자에 앉아
그를 빤히 쳐다 보자, 그는 그 것을 알기라도 하는지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
"이사장님이 둘이 아닌 한 사람이 무대를 채우길 원하셨어."
"..."
"공연의 메인이 될 곡을 들어보니, 나도 납득이 가더라- 이건 피아니스트로서 내린 선택이야."
"..."
"나는 내가 피아노 위에서 너보다 낮은 피아니스트라고 생각 하지 않아. 너또한 그럴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각자 어울리는 옷이 있고,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함이라면 개인의 욕심은 사치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널 추천 한거야. 너때문에 내가 그 자리에서 내려온 게 아니라-"
'너는 내 선택이 틀렸다고 생각해?'
나의 짧은 물음을 들은 그는 내 물음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고개를 세차게 흔들기 시작했다.
세찬 고개짓이 끝난 그의 시선은 잠시 천장을 향했고, 다시 바닥을 향했다.
몇 분이 지났을까,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던 그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나는 그제서야 잔뜩 굽은 그의 등을 쓰다듬기 시작했고, 그는 빨개진 눈은 기억이 나지 않는지 그런 나를 빤히 쳐다 봤다.
나름의 화해의 표시였다. 그런 그를 보자 내 머릿속엔 방금 그가 쌓아올린 엉망이 된 소리들이 나뒹굴기 시작했다.
갑자기 그런 그를 놀리고 싶어졌다.
그의 시선을 무시 한 채, 나는 가지런히 피아노에 손가락을 올려놨다.
천천히 숨을 고르며 아까 공간을 채운 소리의 흐름을 기억해내기 시작했다.
내 손가락을 거쳐간 피아노 건반들이 각자의 색으로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아까의 그가 내게 남겨 준 노래였다.
나는 그가 틀린 구간을 똑같이 틀려주고, 박자가 뒤엉키기 시작한 부분을 다시 그의 머릿속에 새겨주었다.
멍-한 표정으로 피아노를 바라보던 그의 얼굴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아- 누나-"
그는 어쩔 줄 몰라하며 애꿎은 손가락을 만지작 거리다 이내 입술을 쭉- 내밀곤 나를 쳐다봤다.
피아노에 비친 그의 토라진 얼굴은 내게 웃음을 주었고, 나는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피아노에서 손을 뗐다.
나는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고, 그제서야 그는 환한 웃음으로 나를 마주하였다.
몇 분을 가만히 마주하던 그의 시선이 길다란 속눈썹에 덮히고, 내 볼에 그의 작은 입술이 스쳤다.
그의 입술은 다시 한 번 내 반대 쪽 볼에 흔적을 새기곤, 아까보다 더 조심스럽게 내 이마로 향했다.
그의 시선이 다시 한번 내 눈을 향했다. 작은 긴장감이 그와 내 사이를 맴돌았고,
서서히 내 시야도 가느다란 속눈썹에 덮혔다.
꼬르륵-
모두가 눈을 감은 채 숨을 죽이던 이 공간은 작고 귀여운 소리가 채웠다.
그의 얼굴은 아까와는 다른 색의 붉음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는 멋쩍은 듯- 어색하게 웃어보이다가 빠르고 큰 발자국 소리를 내며 이 공간을 빠져나갔다.
그에게 치이고, 불쌍하게 닫혀버린 문을 잠시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 쯤,
다시 그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왔다. 그는 내 눈을 쳐다보지 못 한 채, 내 손을 잡아 나를 일으켰다.
아까의 피아노 소리보다 이 공간을 더 크게 채운 그의 귀여운 변명은 내가 커다란 웃음을 남겨줬다.
"ㅇ,아까 피아노 치기 전에 운동을 한다는 게 너무 열심히 했나-,
원래 남자들은 피아노 치기 전에 조금 격하게 운동을 하고, 막 그래서 근육이 놀라기도 하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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