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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새로 고침 :)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The Finale _ 15. 그 길목의 끝에서 | 인스티즈

어떤 작은 우연도 헛되지 않기를

모든 순간이 당신을 향한 운명이기를





















매일 밤 10시에 찾아오는 특별한 간식.
여러분은 〈부승관의 카스테라>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오늘의 주제 ‘이별 후 당신의 이야기’를 나눠볼 텐데요. 우리 카스테라 가족분들은 오랜 이별 뒤 당신의 옛 연인을 다시 마주해 본 적 있나요? 자주 다니는 길거리든, 직장이든, 아니면 전혀 가본 적 없는 낯선 곳에서 아주 우연히 말이죠.

때때로 얄궂은 인생은 우연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그 앞에 데려다 놓곤 합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 그 사람은 예전과 많이 다를수도, 반대로 상대는 그대로인데 나만 변했을 수도 있겠죠.










어쩌면 서로 가슴 깊이 묻어둔 사랑의 정도와 그 온도까지도요.










어색하고, 불편하고, 대화보다 침묵이 길어진 그 시간 속에서 어떤 분들은 무심히 지나치기도 하고, 또 어떤 분들은 용기를 꺼내기도 합니다. 그저 흔한 우연으로 흘러갈지, 멈췄던 운명의 수레바퀴가 다시 돌아갈지 결정되는 중요한 순간이기도 하죠.










만약 그 순간이 다가온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7년의 세월 끝에 우연을 운명으로 바꾼 어떤 이는 말합니다.

또다시 멀어지는 순간이 찾아올지라도 당신에게 돌아오는 길은 절대 잃지 않겠다고.

돌아오는 그 길목의 끝에서 당신을 끌어안고 이렇듯 고백하겠다고 말이죠.





















― 그래서 결말은.

― 어땠으면 좋겠어?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The Finale _ 15. 그 길목의 끝에서 | 인스티즈
― 해피엔딩.




















우린 지금,
해피엔딩으로 가고 있다고.




















Oh My Rainbow
; The Finale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The Finale _ 15. 그 길목의 끝에서 | 인스티즈

15. 그 길목의 끝에서

; 어떤 미래에도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The Finale _ 15. 그 길목의 끝에서 | 인스티즈

사상 초유의 더위였다. 캐나다 남서부에서 시작된 열돔 현상은 밴쿠버 한낮 평균 43도의 폭염을 일으켰다. 여름에도 습기가 없어 그늘만 가면 땀이 마른다는 얘기는 먼 전설이 돼버린 셈이다. 외곽에서는 이미 수백 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캐나다 공영 방송국 CBC의 매일 첫 소식은 남부 지역 오카나간 산림 지대의 꺼지지 않는 산불이었다.

밴쿠버에 폭염 비상령이 떨어진 지 오늘로서 일주일째. 국제 건축 박람회 개관을 앞둔 밴쿠버 시청은 주최 장소인 컨벤션 센터에 대형 냉방 엔진을 설치했다. 정부 예산 121억을 투자한 박람회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간절한 노력이었다.

해당 박람회 인터뷰를 맡은 그린 에이지 캐나다 편집팀은 살인 더위를 뚫고 사전 미팅을 나갔다. 선봉에는 총괄을 맡은 부편집장 디에잇이 있어야 할 테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16층 미디어팀 사무실 벽에 삐딱하게 기대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미디어팀장 김여주」 명패를 향해서.




「어제 이메일로 정중히 한국어 인터뷰 통역 부탁했는데 3분 만에 거절당했거든? 그 주인공이 여기에 있다는데 당신은 알아?」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그린 에이지 본사 빌딩에서 한국인은 딱 한 명이잖아?」

「그랬나요? 귀하신 분이네?」




부편집장은 코끝 안경을 가운뎃손가락으로 지그시 올리며 뾰족하게 노려봤다. 뙤약볕의 자외선보다 감히 해로운 눈빛이다. 




「건축 박람회에 한국 기업도 온다고 말했잖아. 정말 안 도와줄 거야? 이제 내 사람 아니라고 막 나가는 것 같은데?」

「예산 뒀다 뭐해요? 외주 쓰세요.」

「한국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른데 그 미묘한 뉘앙스 캐치하는 걸 누구한테 맡겨? 외주 써도 다 여기서 나고 자란 한국계 캐네디언이라고. ‘우와, 잘한다!’랑 ‘이야, 자알- 한다’를 어떻게 구별하겠어?」

「부편집장님 저번 달에 한국어 심화 과정 졸업하셨잖아요. 이젠 거의 네이티브 아니에요? 스스로를 믿는 방법도 좋을 것 같거든요.」




한국산 지압 슬리퍼를 직직 끌고 다가온 부편집장이 책상 위 식은 녹차를 단번에 들이켰다. 새로운 언어의 출발은 욕이 최고다.




― “개짜증나.”

― “부편집장님?”

― “이렇게 답답한 적은 처음이야.”

― “과연 오늘만일까요?”

― “이것 봐. 당신처럼 귀여운 농담 따먹는 한국인을 어디서 구해?”

― “통역을 귀여움으로 하는 건 아니거든요?”

― “난 지금 외로운 도토리 씨야.”

― “무슨 뜻이죠?”

― “기분이 씨앗 같아.”

― “그거 욕이죠?”

― “이런 씨-앗-.”




사무실 소파에 벌러덩 드러누워 씨앗 타령을 한다. 해바라기 씨! 오렌지 씨! 아스파라거스 씨! 복도를 지나가는 타부서 직원들은 부편집장을 흘긋거리다 익숙한 듯 사라졌다. 친한 이들에게 무엇을 간절히 원할 때 쓰는 징징이 수법이라는 걸 아는 거다.




― “박람회 열리는 날 당신 오프던데.”

― “놀이공원 가서 바이킹이나 무한대로 타려고요.”

― “시청에서 에어컨 빵빵하게 달아서 엄청 시원할 텐데.”

― “전 땀 흘리는 격정적인 활동을 좋아한답니다.”

― “Xtra money도 줄 건데.”

― “추가 수당 받으면 뭐 해요. 전 쉴래요.”

― “두 배.”

― “어디로 몇 시까지 가면 되죠?”




스케줄 다이어리와 펜을 들고 동그란 안경을 올렸다. 바닥에 뒤집어진 슬리퍼를 고쳐 신은 부편집장은 흐뭇하게 말했다.




「이번 주 금요일 오전 열 시.」

「한국 기업 몇 팀이에요?」

「다섯 팀.」

「점심 비싼 거 사주세요.」

「먹고 싶은 거 다 먹어. 내가 살게.」

「그래도 어떻게 부편집장님 돈을 함부로 쓰겠어요.」

「눈이 굉장히 웃고 있어.」




해가 바뀌어도 마니악 기질이 다분한 부편집장 주머니에서 블랙베리가 나왔다. 문자를 확인한 그가 내 앞으로 화면을 좌우로 흔들었다. 캐나다 매거진 미디어 부문 골든 메달 수상자 이름을 가리키면서.




「골든 메달 축하해.」

……

「역시 당신이 될 줄 알았어.」




상금 십만 불의 주인공이었다. 미디어팀은 그야말로 축제였다. 미스 캐나다를 외치며 휘파람을 부는 직원들, 내 새끼 챙기겠다고 개인 블랙카드를 높이 든 부편집장, 사무실 복도 창밖에서 손뼉을 치며 환호를 보내는 타 부서 사람들도.

그들의 얼굴 위로 익숙한 형체가 겹친다.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미스 캐나다를 부르는 라이프 스타일 김 팀장, 탕비실 구석에서 3M 귀마개를 끼고 쪽잠을 이루는 박, 전날 과음으로 이온 음료를 마시며 파일 정리를 하는 최…… 야근에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서울의 밤과 꽉 막힌 광화문 도로의 경적까지.










입가의 웃음이 점차 사라진다.
실은 모두가 내게 그러했다고.










한국을 떠난 지 8개월이 지났다. 그럼에도 창밖의 비슷한 아침과 높은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태평양 건너 두고 온 얼굴들이 생각났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데, 하루도 쉬지 않고 사사건건 연락을 걸어오는 그들에겐 통하지 않는 옛날이야기였다.

유튜브 예능 ‘고잉 나인틴’ 출연 자랑부터 시작해서 장충동 족발을 시켰는데 보쌈이 와서 개우울하다는 승관의 문자, 디지털 싱글 〈해피엔딩>으로 스포티파이 케이팝에 입성해 글로벌 인기를 끌고 있는 석민의 소식, 길고 긴 재판 끝에 최종 승소를 받아낸 정한의 하트 이메일, 그리고…….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The Finale _ 15. 그 길목의 끝에서 | 인스티즈

― 각도가…….










북미 시간에 맞춰 내가 잠들기 직전 영상 통화를 거는 지훈까지.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날 위해 기타 연주를 다시 시작했다는 그는 초반부터 고된 길을 걸어야만 했다.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The Finale _ 15. 그 길목의 끝에서 | 인스티즈

― 코드 또 안 맞아. 또 틀렸어. 










그 속에는 좌절도 있었고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The Finale _ 15. 그 길목의 끝에서 | 인스티즈

(유일한 관람객이 하품 하나 안 하나 확인하는 중.live)

― 행복한 그대 미소가 나의 하루…….










막히는 멜로디를 곱씹으면서 내 컨디션을 확인하다가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The Finale _ 15. 그 길목의 끝에서 | 인스티즈

(잠깐 쉬는 김에 내 얘기 듣기.mp4)

― 으음, 걘 좀 쓰레기다.










가끔은 고민 상담에 최적화된 인물이기도 했다.










― 또라이 불변의 법칙이라고 어딜 가든 돌처럼 박혀있어. 정 힘들면 그냥 피하는 게 상책이야.

― 또라이라서 쫓아오면 어떡해?

― 짐 싸서 나한테 와.

― 같이 살자고 돌려 말하는 거야?

― 대놓고 직접적이지 않았어?

― 두근거려.

― 말만.

― 진짜야.

― 그럼 뽀- 해줘야지.

― 고민해볼게.

― 차였네.




침대에 풀썩 드러누운 그가 뾰로통한 입술을 움직인다. 기타 칠 맛이 안나. 내 세상이 무너졌어. 다 사라졌어. 휴대폰 카메라에 바짝 얼굴을 들이밀며 으어아- 옹알이를 터트린다. 어지간히 서운한 모양이었다.

계획대로라면 지난달 여름 휴가에 지훈과 손잡고 유럽으로 떠났을 테지만, 업무 변동 수가 잦은 건축과 매거진 판은 현대판 견우와 직녀에게 그리 너그러운 곳이 아니었다.

디데이 이틀을 남기고 취소한 비행기 값보다 지훈을 직접 볼 수 없다는 좌절에 며칠을 꼬박 울었다. 다음 휴가 기간을 맞추든, 둘 중 하나 사표를  쓰자는 지훈의 냉철한 해결책에 퉁퉁 부은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 정한 형이 네 이름으로 세브란스 병원 기부금 들어왔다고 연락 왔더라.

― 나도 받았어. 윤 쌤이 거실 벽에 내 이름 크게 붙여 놓겠다고 약속도 하고.

― 본인 사진보다 크게 붙이진 않을 거니까 너무 기대하진 마.

― 저번에 쌤이랑 영상 통화했었는데 벽에 붙은 네 사진이 제일 크던데? 

― ……아, 남 사진을 또 언제 갖다 놨어.

― 화내는 건 좋지 않으니까 막간을 이용해서 예쁜 짓을 보여주는 건 어때?

― 갑자기?

― 이런 건 갑자기 해야 더 맛있어.

― 뭐가 맛있어?

― 어? 아, 아니 맛있는 게 아니라 멋있다고.

― 어째 속는 것 같다.

― 난 진실만을 말하잖아.

― 그게 가장 신뢰가 안 가.

― 글씨 막 크게 하고 하트 붙이는 거 해줘. 너 제일 잘하는 거 있잖아. 영상 통화는 그런 재미로 하는 거야. 몰랐어?

― 어, 잘 모르겠는데.

― 아아, 전 급한 마음에 결국 눈을 감고 말았어요.




어깨를 들썩이며 웃던 그가 마지못해 보드라운 뺨에 손끝을 갖다 댄다.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녹이기엔 충분해. 난 실온의 바닐라 아이스크림이거든. 점점 녹는 중•••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The Finale _ 15. 그 길목의 끝에서 | 인스티즈

― 우아해.

🆆🅾🅾-🅰🅷-🅷🅰🅴💖💙











장거리 연애는 애틋했다. 낮과 밤이 다른 당신에게 굿모닝-굿나잇 인사를 건넬 때마다, 같이 먹었으면 좋았을 맛있는 음식 사진을 보낼 때마다, 잠들기 직전 휴대폰 카메라에 입을 맞출 때마다 못내 아쉽고 마음이 들끓었다.

평일과 주말의 경계가 모호한 업무 속에서도 지훈은 자신의 약속대로 연락을 걸어왔다. 틈날 때마다 아기자기한 문자를 보내는 훈팡이는 깊은 밤이 되면 쇄골이 드러나는 각도에서 자신도 모르는 유혹의 안부를 물었다.




― 출근 안 해?

― 만지고 싶어.

― 어디를…… 아, 단추 안 잠갔네.

― 닫지 마! 하지 마!

― 보여줘?

― 제발!

― 싫어.




유혹의 희생자는 아침 출근을 망각하는 일이 잦았으며, 시간에 밀려 뒤늦게 버스를 타면 세상만사 귀찮은 유치원생이 내게 말했다. 이봐 당신, 눈썹 하나가 없네? 라고.




― 지훈아, 우리 언제 만나? 난 오늘이 제일 젊어.

― 나 너랑 동갑이야.

― 확 오프 때리고 한국 가버릴까?

― 그럴 성격이었으면 진작 왔겠지.

― 난 너무 소심해.

― 신중한 거야.

― 쇄골 한 번만 더 보여줘.

― 너도 보여줘 그럼.

― 변태.

― 뭐라고?




지훈은 허탈하게 웃었다. 그런 논리는 어떤 논리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그였다. 잠깐만, 나 이거 먼저 확인 좀 하고. 자연스럽게 노트북 메일 알람을 확인하다 눈을 끔뻑거렸다. 부편집장이 보낸 박람회 참여 예정인 한국 기업 리스트였는데 그중 K건설이 첫 번째에 있었으니까. 벌어진 입을 막으며 지훈을 바라봤다. 왜? 배고파? 지훈의 대답은 여실히 빗나갔지만.




― K건설도 와?

― 어딜 와.

― 밴쿠버.

― 밴쿠버?

― 박람회.

― 아, 건축 박람회.

― 너도 와?

― 난 못 가지. 스케줄 있어.

― 취소할 생각은 없어?

― 전혀.

― 내가 밴쿠버에 있는데도? 나 전시회장에서 통역도 도와주는데?

― 고민을 안 했던 건 아니지만 이미 잡힌 스케줄은 어쩔 수가 없잖아.

― 꼭 그렇게 차갑게 말해야 돼?

― 내가? 차가웠어?

― 베스킨라빈스 그린티 아이스크림 같아. 너무 얼고 쟈가워.

― 쟈가워? 

― 난 지금 에스키모인과 대화를 하는 느낌이야.

― 이글루 줘, 말아.

― 사막에서 살 거야! 아주 뜨겁게!

― 겨울에 내가 밴쿠버 가면 되지.

― 못 기다려! 스티븐이랑 클럽 갈 거야!

― 뭐야 그게. 스티븐이 누구야.




지훈의 진지한 목소리.
먼 산을 보는 것마저 긴장감이 감돈다.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The Finale _ 15. 그 길목의 끝에서 | 인스티즈

― 스티븐이 누군데.

― 있어!

― 그니까 누군데.

― ……있다니까.

― 아니 말을 제대로 해.




스티븐이라 함은 미디어팀의 막내로서 점심때마다 피쉬앤칩스를 먹으며 한 살 연상인 애인과 통화하며 사랑을 키워나가는 게이다. 자신의 남자친구가 운영하는 클럽에 꼭 오라며 직원들을 유혹하는 새침한 마담이기도 하다. 이룰 수 없는 사랑임을 모르는 지훈의 눈빛이 날카롭다. 그런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 사실을 몰랐다는 스폰지밥의 구슬픈 노래가 왜 귓가에 흐르는 걸까.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The Finale _ 15. 그 길목의 끝에서 | 인스티즈

― ……다시 말해봐.

― 내가 좋대.

― 네가 좋대?

― 같이 피시앤칩스도 먹어.

― 같이 밥도 매일 먹어?

― 집도 막 데려다줘.

― 집까지 데려다준다고?




누가 내 주둥이를 멈춰줬으면 좋겠다. 스티븐은 인류 박애주의자며 혼자 밥을 먹고 집은 애인이랑 가는데!

지훈의 입술이 삐뚜름하게 올라간다. 그래? 둘이 그런 사이야? 장난기 가득한 짓궂은 표정이 기어오르기 시작하고, 급기야 체념한 듯 고개까지 끄덕거렸다. 슬픈 예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했던가. 




―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 무슨 생각을 해?

― 몸이 떨어져 있으면 마음도 떨어진다는 말이 갑자기 떠오르기도 하고.

― 그게 무슨 말이야?

 네 의사 충분히 알겠어.

― 아니야! 그런 거 아니라니까? 내가 말이 홧김에……!

― 어쩌겠어. 다른 사람 찾겠다는데 굳이 잡을 이유는 없지.

― 스티븐 내 친구야! 걔 애인도 있어!

― 다들 바람을 그렇게 시작하더라고.

― 지훈아?

― 배터리 없다. 안녀엉.

― 안녕 취소야! 그거 아니야!



.



.



.




― “여보세요? 지훈 씨? 지훈아?”










통화기록 1시간 33분 16초. 화면 속 [평생 우리 지훈이]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다운타운행 스카이트레인에서 벌떡 일어나 휴대폰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미친년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네. 바로 접니다. 통화 버튼을 눌러도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기가 막힌 소리샘만 나오는데요. 이쯤에서 전 인사 드려야겠네요. 그동안 즐거웠고요. 제 주옥같은 인생도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안녕히 계세요.




― “혼자 뭘 계속 끝내겠다는 거야?”




파티션 안으로 빼꼼 얼굴만 내민 부편집장이다. 부서 전체 회의에서 상태가 메롱인 나를 불시 검문하러 온 야매 경찰이었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초콜릿이라며 백화점에서 산 고디바를 내민다. 당신 애인은 참 귀엽게 생겼어. 한쪽에 몰아둔 지훈의 사진을 보며 부편집장이 웃는다. 잠시 잊고 있었던 연락 두절 사건이 떠올랐어.




― “부편집장님은 왜 자꾸 미디어팀에 내려오세요?”

― “눈은 왜 그래? 누구한테 맞았어?”

― “왜요? 제가 사랑하다 반품돼서 은은하게 돌아버린 처키 같나요?”

― “차였어?”

― “왜요? 남친한테 보고 싶다고 찡찡대다가 I was car가 된 비련의 망할 주인공 같나요?”

― “언제 차였어?”

― “다섯 시간 삼십 구분 오십 오초밖에 안 지났거든요?”

― “많이 아프구나.”




부편집장은 초콜릿 상자를 조심히 내려놓았다.




― “내일 박람회인 거 잊지 않았지? 올 거지?”

― “사랑은 뭘까요?”

― “오늘 술 많이 마시면 안 돼. 내일 전시 끝나고 마셔. 꼭.”




신신당부를 뒤로한 채 떠난 부편집장은 날짜와 약속 장소를 문자로도 보냈다. 오후가 되자 스타벅스 쿠폰도 보내줬다. 쉬는 시간 공원에 앉아 새로 나왔다는 트렌타 사이즈 아이스 커피만 빨았다. 지훈은 여전히 연락 두절이었다.










[고객님의 전화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산적 머리를 하고 비빔밥을 먹는 저녁 아홉 시에도 지훈은 답이 없었다. 소주와 맥주를 연거푸 마시고 고량주도 비웠다. 급기야 친정을 찾듯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하는데.




― 어우 씨, 여보세요.

― 친구야, 인생이란 뭘까?

― 뭐여? 누구세요?

― 내 기분 완전 탱탱볼이야! 다 맞춰버려!

― ……김여주? ……야 씨, 너 국제전화 죽고 싶냐?

― 나 차인 거 맞지?

― 술 처먹었냐? 밖이여?

― 내돈내산 거실이거든?

― 잘도 처먹었다.

― 잘도 차였다고?

― 어유, 귓구멍으로 쳐드셨나봐요?

― 승관아, 나 차인 것 같아.

― 드디어 이쥰에게도 꿈과 희망을. 아멘, 관세음보살.

― 죽고 싶어?

― 너야말로 꿀 같은 내 낮잠 시간에 무슨 짓이냐? 그리고 이지훈이 전두엽에 총 맞음? 미쳤다고 널 차겠습니까?

― 아까부터 전화를 안 받아.

― 걔는 원래 잘 안 받아.

― 내 연락은 잘 받았단 말이야.

― 너니까 그랬겠죠.

― 나 이제 어떡해? 삭막한 도시를 배회하는 외로운 강아지가 되는 거야?

― 죄송한데 할머니는 인간이세요. 뭐 팔에 마이크로칩이라도 박으셨어요? 간첩이여?

― 진짜? 근데 나 지훈이한테 차인 것 같아.

― 이게 진짜 도대체 똑같은 말을 몇 번이나 하냐! 이쥰 앞에서 문 열고 똥 쌈? 입 밖으로 해물전 만들고 카톡으로 보여줌?

― 아니?

― 설사 있다 하더라도 넌 차일 일이 절대 없으세요. 이지훈 뇌 그래프 반절이 너여. 그냥 너니까 안심하시고 기다리시면 되거든요? 지금 시간이면 일하다가 어디 사우나라도 갔겠죠.

― 어디 사우나?

― 왜? 말하면 직접 오기라도 하게?

― 근데 너 나한테 전화 왜 걸었어?

― ……미친 건가?

― 내가 보고 싶어도 이런 식이면 곤란해.

― 야, 너 주소 불러. 이건 못 참겠다.

― 지훈이가 아무한테나 알려주지 말래.

― 야이이야야야약!!!!!!




승관의 고함을 끝으로 필름이 끊겼다. 다음날 부편집장의 전화가 아니었다면 오후까지 퍼질러 자고 있을 불운의 인생이 아니었을까.

정장 바지에 다리를 욱여넣고, 셔츠를 입고, 대충 머리를 묶고, 구두를 신고 마침내 문고리를 열었다. 부편집장의 다급한 전화가 울렸다.




「공항 리무진을 잘못 타서 꽃밭에 버려졌다는데?」

「네?」

「박람회 오기로 한 직원이 공항에서 차를 잘못 타서 이상한 꽃밭에 있대.」

「어디 꽃밭이요?」

「엘리자베스 공원.」

「거기 저희 집 근처인데요?」

「지금 어디야?

「집 엘리베이터 앞이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모르겠는데요?」

「픽업 부탁해.」

「제가요? 누군지를 알아야 픽업을…….」

「당신이 이미 안다던데?」

「이름이 뭔데요?」

「스티븐.」

「스티븐이요?」





아파트 복도를 걸어가는 발소리가 끊긴다.

바닥만 내려다보던 멍한 눈동자가 앞으로 향했다.




「그 직원, 어느 기업이에요?」

「K건설.」

「…….」

「스케줄 때문에 후발대로 왔다는데 여기 팀원 말 들어보니까 K건설 설계 주축이래. 우리야 뭐 잘 됐지.」

「…….」

……여보세요? 듣고 있어?」




17층 계단을 두 걸음씩 뛰어 내려간다. 엘리베이터조차 기다릴 인내심 따위 없는 두 다리는 순식간에 아파트를 벗어나 들끓는 아스팔트를 내달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도, 뒤꿈치가 붉게 망가져도. 열사병으로 고열에 시달린다 하더라도 끝없이 펼쳐진 이 길을 달리는 이유는 단 하나.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The Finale _ 15. 그 길목의 끝에서 | 인스티즈

― “좀 늦었네요.”




















사랑하는 당신이 있을 테니까.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The Finale _ 15. 그 길목의 끝에서 | 인스티즈

― “생각해보니까 너랑은 못 헤어지겠더라고.”

……

― “어떻게 매달려야 붙잡을 수 있나 고민 중이야.”




일단 집은 내가 데려다주는 걸로 하자. 혼자 가면 심심하니까. 슬쩍 올라가는 얇은 입꼬리. 애초에 지훈은 스티븐 썸남 ’을 믿지도 않았던 거다. 허술한 내 꾀에 오히려 한술을 더 떠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역공을 펼쳤으니 결국에는 내 꾀에 내가 넘어간 것이라.

그것도 모르고 나를 사랑하네 마네, 차였네 마네, 나만 여태껏 좋아한 건 아닐까 어젯밤 벽에 머리를 박은 것과 승관에게 비싼 국제 전화로 헛소리도 내뱉었다고 눈물 반, 미안함 반 그렇게 고해성사를 했다.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The Finale _ 15. 그 길목의 끝에서 | 인스티즈

― “너만 일방통행이었으면 내가 여기까지 올 이유가 없잖아.”

……

― “그리고 원래 더 좋아하는 사람이 만나러 오는 거니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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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참기 힘들더라.”

……

― “그냥…… 계속 생각나서.”




















「어디에 가든 두고 온 내내 생각나는 사람이 있더라고.」


……

「그 사진들 말야.」










삭막한 사무실 한켠을 차지한 오래된 사진들. 애틋한 고등학교 졸업식. 순수했던 A대 벚꽃 길. 빛이 어린 63빌딩 전망대. 찬란했던 여름 분수대와 광화문 거리. 잃은 돈만큼 승부욕이 넘쳤던 인형 뽑기 가게. 밤하늘의 그 불꽃놀이까지.










각각 다른 배경을 뒤로 한 채 맞잡은 손.
내내 마음의 걸리는 소중한 당신과.




















― 해피엔딩인 거지?




















뜨거운 태양 아래 지훈의 목을 끌어안고 눈을 감는다. 두고 온 내내 당신을 떨쳐낼 수 없어 한국으로 돌아갔던 나처럼, 내 앞에 있는 당신 역시 그때의 나와 같은 마음이라는 걸. 우리가 한참을 헤매다 마주한 길이 결국은 서로를 향한 길이었음을 깨닫는다.

넓은 품에 묻힌 고개를 들어 하얗게 핀 아지랑이 같은 당신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다.

내가 원하는 삶은 결코 이곳에 있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당신이 나의 진정한 해피엔딩이었음을.




















― 멀리 떠나도 다시 돌아올 집이 있다는 건 참 축복이야.

……

― 너한테 지훈이가 그랬으면 좋겠어.




















― “지훈아, 나 집에 가고 싶어.”

……

― “너한테 가고 싶어.”




















눈부신 여름 속에서 보드라운 입을 맞춘 이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거야.

널 닮은 새하얀 들꽃 속에서 때 이른 프리지아가 비밀스럽게 돋아난 것도.










변덕스러운 계절은 다시 비를 내려.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숨을 멈춘 너를 난 더욱 끌어안아.

머리카락과 뺨, 목덜미와 셔츠가 얇은 빗줄기에 젖어 들어갈 때, 어린 날의 투명한 두 눈이 나를 향해.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The Finale _ 15. 그 길목의 끝에서 | 인스티즈
그때의 그 모습 그대로.
아주 다정하고 예쁘게.




















비는 계속해서 젖게 할 테지만 우린 알고 있어.
이 비는 언젠가 그칠 거라는 걸.




















곧 무지개가 뜰 거라는 걸.




















* * *




















이듬해 4월.
종로구.

꽃 가지에 걸린 성당의 십자가.

한복과 정장을 차려입은 하객들이 연이어 들어왔다. 주차장은 만석이었으며 아이들은 사탕을 빨며 성당에 들어갔다.

먼 나라 미국으로부터 엄마의 부고 소식이 들려온 건 두 달 전이었다. 유럽에서 반입된 독한 수면제를 먹고 자살한 엄마는 남편이 보고 싶다는 한 줄의 유서와 함께 생을 끝냈다. 한국에서 장례를 치른 그녀는 남편 유골함에 옆에서 영원한 잠을 청했다. 지훈, 승관, 석민, 정한 네 사람이 끝을 함께했다.

북미의 거리처럼 먼 친척들은 뜻밖의 부모가 되어 자리를 메꿨다. 청첩장, 혼수, 예식 준비, 축의금, 식당 등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핏줄들이 내 뒤를 지켰다. 지훈의 아버지는 말없이 내 손을 잡았으며 지훈의 친모는 자신의 남편 뒤에서 몰래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고요한 대기실에서 내게 하얀 레이스가 달린 실크 손수건을 건네준 그녀가 자리를 떠났다. 그녀로부터 처음 받아본 호의였다.

성당 입구 쪽에서 축의금을 관리하던 승관과 석민은 대학 동문들과 반가운 안부를 나눴다. A대 불가사리 동아리 주인장이었던 계 선배와, ‘부석순’이라는 이름으로 대학 축제에서 〈거침없이>를 불러제끼던 순영이 함께 왔다. 신부 측과 신랑 측 중에서 각자 축의금을 어디에 넣어야 할지 고민하는 그들이다. 자꾸만 몰빵으로 합의를 보려는 순영 때문에 한바탕 욕설이 오갈 뻔했지만 현명한 계선배는 직속 선배라는 이유로 내게 왔다. 순영은 말이 된다면서 자신의 봉투를 신랑 측에 넣었다.

결혼 특별 공연으로 〈거침없이> 스페셜 무대를 연습해왔다는 순영은 벌써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강원도에서 개최된 남의 워크샵에서 축하 무대를 뛰어본 적 있는 승관과 석민도 당당함은 지지 않는다. 세 사람은 각자 한 발을 가운데에 맞댄 채 이상한 주문을 외웠다. 부석순만의 요상한 기합이었다. ‘호랑해’를 외치며 손마디를 동그랗게 모으던 순영은 울리는 휴대폰에 잠시 밖으로 나갔다.




― “계 선배랑 권순영은 여전하네.”

― “승관, 순영 왼쪽 손에 반지 봤어? 못 보던 건데?”

― “몰랐냐? 권순영 애인이랑 5주년 기념 반지 맞췄잖냐.”

― “진짜? 저번에 헤어졌다고 그러지 않았어?”

― “야, 맨날 박 터지게 싸워도 다음 날 되면 또 붙어먹고 앉아있는데 새삼스럽게 뭘 놀라냐? 난 아직도 기억나. 지난주 월요일에 나랑 술 마시면서 이번엔 진짜 어깨 걸고 손톱 걸고 귓바퀴 걸고 헤어지겠다더니 그날 술 처먹고 애인 집 앞에서 무릎 꿇고 빌고 있더라. 저게 사랑이라면 난 그냥 안 할란다.”

― “승관, 넌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라고…….”

― “누가 그딴 망발을 지껄이냐?”

― “지훈이가.”

― “그놈도 엉망진창 유분수여! 오늘 같은 지 결혼식에 지각하는 것 좀 봐라. 김여주 아주 속 터지겠다!”




성당 대기실까지 들리는 승관의 폭주. 결혼이 장난이냐? 소꿉놀이여? 이 신성한 결혼식에 신랑이 지각하는 게 말이 되냐? 어? 내가 진짜 아버지의 마음으로 안녕하세요. 예, 아버님. 잘 지내셨죠? 아유, 어머님도 만수무강하시죠? 지훈이가 두 분을 쏘옥 빼닮았네요? 하하. 축의금 관리는 가장 믿음직스러운 친구의 자리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신뢰의 아이콘인 부승관, 제가 맡게 됐습니다. 이쪽은 제 조수 이석민입니다. 케이팝을 흔들고 있는 멋진 가수죠. 예? 저희를 이미 아세요? TV에서 많이 보셨다고요? 하이참, 바쁘실 텐데 눈여겨 봐주시다니 엉덩이가 간지럽습니다. 지훈이는 사알짝 늦는다고 하는데 절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제시간 안에는 꼭 오거든요. 아드님 믿으셔야죠. 예, 그럼요. 아차 하면 제가 레카로 끌고 오겠습니다. 저만 믿으세요. 하하하.




지훈의 부모님 등장으로 점잖아진 녀석이다. 잠시 후 대기실 문을 열고 얼굴만 빼꼼 들어온 석민이 말했다.



― “여주! 지훈이 다리에서 막혀서 지금 차 버리고 오고 있대!”

― “십 분 내로 안 오면 내가 널 버리겠다고 전해줘.”

― “시공 앞당겨 달라고 진상 진상 개진상이 지랄해서 늦는 건데 왜 이쥰한테 시비냐?”




어느새 계 선배에게 자리를 잠시 맡기고 온 승관은 석민의 옆이다.




― “9분 52초 남았어.”

― “일 열심히 하는 뚝딱이한테 왜 성질인데! 결혼 쫑 낼 거면 이지훈이 집 지으려고 산 땅이나 토해내던가!”

― “뭘 토해? 나도 투자했거든? 내 금싸라기 같은 돈도 그 땅에 파묻혀 있다고! 판교에서 둘이 집 짓고 평생 같이 살 거야! 흰 수염 날 때까지 옆에 끼고 살겠다고 도장도 찍었다고! 계약이 장난이야? 너 위약금이 얼만 줄 알아?”

― “위약금 무서운 줄 알면 가만히 좀 기다리던가!”

― “알겠어!”

― “좋아!”




가운데에 낀 석민은 어안이 벙벙하다. 둘이 싸운 거야 화해를 한 거야? 뒤에서 석민의 목을 두른 정한이 웃는다. 우문현답이었다.




― “싸우진 않았지만 화해를 한 거지.”

― “그게 더 헷갈리는데요?”

― “맞아, 헷갈리라고 말한 거야.”

― “형은 언제 봐도 변함이 없네요.”

― “사람은 한결같아야 해.”




문밖에서 계 선배가 승관과 석민을 불렀다. 대기실에 남은 정한은 종종걸음으로 뛰어가는 부석을 바라보다 내게 악수하듯 손을 청했다.

결혼 축하해. 드레스 예쁘네. 한껏 머리를 넘긴 정한의 미소가 오늘따라 밝다. 쌤도 예뻐요. 지훈이한테는 비밀이에요. 내 농담에 정한은 장난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 “수술방에 있다 온 티 안 나지?”

― “전혀요. 서쪽 제국 왕자님 같아요.”

― “종종 그런 말 많이 들어.”

― “너무 좋아하시는 거 아니에요?”

― “칭찬해준 사람이 누구인지 따라 기분이 올라가거든.”

― “제가 그 정도에요?”

― “기분 최상이야.”




정한이 정장 매무새를 매만지며 배시시 웃었다.




― “여기까지 온 소감이 어때? 대단원의 막을 내린 기분은?”

― “하나의 막을 내리고 새로운 막을 연 느낌?”

― “그런 느낌이라면 낯선 책 첫 장을 여는 것과 비슷하려나?”




역시 정한다운 적절한 비유다. 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어떤 길이 있을지 기대되지만 동시에 불안한 마음이 들어요. 늘 그랬듯이 아직 가보지 않은 미래니까요.”




솔직한 내 대답에 정한은 어느새 무릎을 굽혀 눈을 맞췄다. 한결같은 상냥한 눈빛과 따뜻함. 정한의 왼손 약지에 걸린 반지가 반짝였다.




― “그동안 경험했던 것처럼 인생에 반드시 기쁘고 좋은 일만 오진 않을 거야. 때론 감당하기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삶을 억누를 때도 있겠지.

……

― “하지만 여주 네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더라도 지훈이가 네 옆에 있다는 건 변함 없는 사실일 거야.

……

― “다가올 어떤 미래에도 지훈인 꼭 그럴 거야. 형인 내가 약속 할게.”




자신을 지훈의 보증 수표라 말하는 정한의 눈가가 붉어진다. 이내 고개를 돌려 목을 가다듬고 멋쩍게 뒷머리를 매만졌다.

나중에 부부 싸움하면 우리 집으로 와. 아까 봤지? 여주 너랑 닮은 언니 한 명 있잖아. 친정집이라고 생각하고 맘 편히 오면 돼.

닮은 언니라 함은 자신의 아내를 말하는 거다. 오랜 이별 뒤 다시 만난 첫사랑과 저번 달 결혼식을 올린 정한은 신혼의 단꿈에 빠져 있는 중이다.




― “저기 네 행복 온다.”




정한은 턱짓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십 분 안에 오지 않으면 가버리겠다는 으름장을 석민에게 전해 들은 것처럼 오늘의 주인공인 지훈은 한 손에 넥타이를 쥐고서 빠르게 언덕을 내려오고 있었다.

웬만하면 저렇게까지 뛸 성격이 아닌데 오늘은 정말 급해 보인다, 그렇지? 정한의 장난스런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기실 문 앞에 도착한 지훈은 문고리를 잡고 허리를 숙인 채 숨을 몰아쉬었다. 정한이 건넨 물을 단숨에 비운 그가 내 앞에 쓰러지듯 앉아 드레스에 작은 얼굴을 묻었다. 대낮부터 이러면 곤란하다는 정한의 농담에도 불구하고 지훈의 말간 이목구비는 오로지 내게 향해있었다.




― “세이브야.

― “야구 하다 왔어?

― “안 늦었어, 나.

― “딱 5초 남기고 왔으니까 생각할 시간을 줘.

― “사랑해.

― “……알, 알겠어. 알겠으니까 좀…….

― “사랑해.

― “지훈 씨, 당신 뒤에 형 있거든요?

― “사랑해.

― “……나도.




원하는 답을 듣기 전까지 절대 굽히지 않는 고약한 성정이었다. 뒤에 있던 제 형이 팔을 긁든 말든 개의치 않고 내 손에 부드러운 뺨을 부비며 눈을 감는 것 또한 타고난 성격의 일부다. 정한은 일생에 본 적 없는 지훈의 새로운 모습에 못 본 꼴 본 것 마냥 눈살을 찌푸렸다. 민망한 기분에 슬쩍 손을 빼자 지훈은 그제서야 아까부터 뒤에 서 있던 정한을 의식했다.




― “안 가?”

― “동생아?”

― “누나 밖에서 기다리던데.”

― “여주한테 고양이처럼 앙냥냥대는 건 어디서 배운 거야?”

― “……안 가냐고.

― “내가 고양이 새끼를 키웠구나?”




금세 정한의 먹잇감이 된 지훈이다.




― “지훈아, 형 버리고 가?”

― “형은 두 번이나 갔잖아.”

― “이제 관심 없어진 거지?”

― “원래 없었어.”

― “날 사랑하긴 해?”

― “어, 누나. 형 좀 데리고 나가라.”




문 앞에서 다소곳하게 기다리고 있던 여자가 정한의 정장 끄트머리를 움켜쥐었다. 당장 안 나오면 너 잘 때 머리 시퍼렇게 염색해 버린다. 인상을 구기며 정석대로 협박하는 것보다 웃으면서 들이미는 협박이 더 무섭다. 하지만 정한은 익숙한 듯 여자의 손을 잡고 싱긋 웃었다. 몇 시에 할 거야? 우리 커플 염색하는 거야? 약산성으로 브릿지 넣어서? 여자만큼이나 지지 않는 정한이었다.










아아―.
하객 여러분들께서는 모두 자리에 착석해 주시길 바랍니다.










수줍은 눈인사를 마친 여자가 정한과 사라진다. 지훈은 안내 방송에 흐르는 다부진 승관의 목소리를 따라 긴장한 듯 숨을 뱉었다. 여전히 내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그가 내 눈을 물끄러미 응시한다. 가르마도 예쁘게 탔는데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두 손을 잡고 여태 혼자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염치없지만 가끔은 일 때문에 이런 식으로 약속에 늦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하지만 너무 늦게 오진 않을 거라고 신부 도망가기 충분한 고백을 늘어놓았다.

못마땅한 척 눈을 흘기지만 자신의 강점을 잘 아는 남자는 아래에서 내 얼굴을 올려다보며 눈을 깜빡였다. 아무리 늦어도 오늘처럼만 올게. 약속. 새끼손가락을 내밀고서 말갛게 웃는다. 내 약점 또한 누구보다 알고 있는 남자였다.




― “귀엽게 구는 건 반칙이야.”

― “통했어?”

― “완전.”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과 나른한 바람이 어울리는 봄의 계절 4월. 고요한 성당 문 앞에 까만 턱시도와 순백의 드레스가 나란히 서 있다. 반투명한 실크 장갑에 덮인 내 손을 맞잡은 지훈과 프리지아 부케를 들고서 그의 긴장한 얼굴을 훔쳐보는 나. 그와 눈이 마주치면 웃기 바쁘다가도 금세 눈가에 눈물이 어린다. 자꾸만 지나간 시간이 눈앞을 스쳐 갔으니까.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The Finale _ 15. 그 길목의 끝에서 | 인스티즈

― 그러니까…… 나도 좋다고. 너랑 있으면.











내게 첫 고백을 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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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 밖에서 몰래 인사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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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랑 마실 건데. 솔직히 밤엔 나랑 있어야지.











밖으로만 돌아다니는 내게 귀여운 질투를 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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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지 모르겠는데.











대차게 싸우고 나서 지나가는 내게 눈길도 주지 않다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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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지금 몇 시인지 눈이 있으면 좀 봐라.











내 이부자리를 펴고서 올 때까지 옆에서 기다렸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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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고 있어.











그런 모든 날.











투명한 눈동자에 비치는 내 얼굴과 일렁이는 눈가에 담기는 당신의 얼굴.

표정, 말투, 행동, 작은 손짓 하나까지 빼다 닮은 우리가 마침내 영원의 약속 앞에서 서로의 손을 잡는다.











한 번도 놓치지 않은 것처럼.

늘 그랬던 것처럼.











네가 없는 아득하고 어두웠던 내 인생의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하더라도 난 기꺼이 그러겠다고 말하고 싶어.










그 길목의 끝에는 언제나 네가 있을 테니까.










비가 내려도 언젠가 그칠 거라는 걸 알게 해준 네가, 까마득한 오답이 없었더라면 서로를 만나지 못했을 거라 말하던 너를 아껴.

인생은 시험처럼 떨어지는 답이 없고, 그저 선택의 연속이며, 그 선택에서 날 만난 게 가장 큰 행운이라고 말하는 너를 좋아해.

혹여 이 세계에서 영원히 비가 그치지 않아도, 남들이 원하는 답을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린 주저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거야.










내 옆에는 네가 있고
네 옆에는 내가 있을 테니까.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The Finale _ 15. 그 길목의 끝에서 | 인스티즈
어떤 미래에 잠시 우리가 어긋나더라도
다시 네 곁으로 돌아오고 싶어

돌아오는 길 끝에서 널 만나는 순간이 온다면
그동안 하지 못했던 얘기 많이 해 줄게










네가 없는 하루는 어땠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얼마나 널 그리워했는지










그땐 날 안아줘

그럼 우린 영원히 해피엔딩이니까





















[세븐틴/이지훈] O.M.R (Oh My Rainbow) The Finale _ 15. 그 길목의 끝에서 | 인스티즈

― “가자, 여보야.”

























사랑해, 지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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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헤어지면

사랑은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잠시 멈추는 거라고 하더군요

플레이어의 일시 정지 버튼처럼요















만약 그 사람을 운명처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아직 내 안에 그 마음이 남아있다면

그때 멈췄던 버튼을 재생하는 겁니다

오랫동안 끊어진 노래가 마침내 엔딩을 향하도록 말이죠















당신에게도 멈춰 있는 사랑이 있나요?




















열대야에 쉬이 잠을 이루지 못하시는 분들

지금부터 귀 기울여 주세요

해피엔딩을 꿈꾸는 밤

여기는 부승관의 ‘카스테라’입니다




















Oh My Rainbow
; The Finale








































우연을 운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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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016326입니다! 날아오는 진흙과 세상에 서로 의지하며 버티던 두 고등학생 친구들이 이젠 어엿하게 건축과 미디어에서 팀장들을 맡고 있는걸 보니 마치 제가 부모가 된 것마냥 벅차오르고 기쁘네요🥲 OMR은 단순한 재미의 글이 아니었어요. 오늘을 살아가는 누군가라면 한번쯤 가질 수 있는 고민들과 성장통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그리고 사람이 사람에게 주고받을 수 있는 감정이 얼마나 다양하고 그 힘이 큰지를 보여주는. 따뜻하고 산뜻한 위로의 글이었지요:) 쉽지 않았던 길의 끝에 해피엔딩을 맞이한 인물들을(지훈이뿐만 아니라 정한이, 승관이도요!) 봤으니 속이 후련하면서도 엔딩은 언제나 시원섭섭하네요. 그만큼 행복했던 시간이라는 뜻인 것 같아요😭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작가님. 이젠 프리지아만 봐도 떠오르는 OMR의 기억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2년 전
독자2
지단입니다 드디어 긴 대장정이 끝이 났군요! 시원섭섭해요 아니? 사실 섭섭해요 더이상 볼 수 없다는 게 ㅠㅠㅠㅠㅠ 처음부터 저에게 OMR은 따뜻함이었어요 삶의 막다른 길에 서 있던 두 사람이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주고, 미래를 꿈꾸던 모습이 선명해요 지나오는 시간이 모두 행복하기만 했던 건 아니지만 마지막은 해피 엔딩인 건 확실하니까요 ㅎㅎ 그걸로 전 됐어요 끝까지 두 사람의 곁을 지켜준 승관이, 밝은 에너지로 힘을 준 석민이,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정한쌤까지 다 해피엔딩을 맞은 것 같아서 저까지 행복해요 저에게도 행복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윗 님 오랜 시간 글 쓰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영원히 잊지 못할 거예요 혹시 텍파든 책이든 나온다면 한 번 줄 서봅니다 총총… 이제 날씨가 쌀쌀해지는데 옷깃 잘 여미세요! 항상 작가님의 행복과 안녕을 빌게요 :)
2년 전
독자3
작가님 안녕하세요! 도토리입니다 마지막 화라니ㅠㅠ 아쉬움에 아끼고 아껴서 소중히 읽었어요 그동안 오엠알 읽으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는데 오늘은 포근한 마음으로 읽었네요 특히 bgm에서 흰색, 노란색, 하늘색이 연상됐는데 그게 결혼식 장면까지 연결되면서 포근한 봄바람이 느껴져 절로 미소가 지어졌답니다!
둘이 결혼하는 모습을 보는데 이전 화들에서 지훈이와 여주가 겪은 행복과 아픔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서 오랫동안 오엠알을 읽어온 저는, 저와 시간이 같이 흐른 느낌이어서 더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이제 둘이 행복하게 살 일만 남은 거죠 그쵸?ㅠㅠㅠ
지훈이 여주, 승관, 정한, 은수를 비롯해 등장했던 인물들이 다 입체적으로 다가와서 매 화마다 그 인물에 몰입하게 됐고 모두 애정하는 인물들이 되었어요. 작가님 정말 대단하시다고 생각해요...ㅠㅠㅠㅠㅠ 제가 장기적으로 챙겨 읽고 댓글로 표현하는 걸 잘 못하는 편인데 오엠알은 그걸 깰만큼 저에게 최고의 작품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고, 제가 큰 시험을 앞두고 있는데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오엠알 처음부터 정독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ㅎㅎ (시험 준비 하는 동안 오엠알 읽는 게 삶의 낙이었어요ㅠㅠ♥︎)
다들 웃는 얼굴로 끝나서 홀가분하네요! 저는 기분 좋게 잠에 들러갑니다 작가님 수고하셨고 감사해요❤️ (꼬옥 건강하시고 부자되세요❣️)
+) 시작 전에 항상 새로고침 써주셔서 감사해요...ㅠㅠ 저 금붕어라 진짜 맨날 까먹고 작가님이 적어주신 새로고침 보고 새로고침 하고 봤어요ㅠㅠㅋㅋㅋㅋㅋ 덕분에 움직이는 훈팡이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그리고 오늘 bgm 진짜 잘 어울리고 좋아요...ㅠㅠ❣️

2년 전
독자4
쿠키입니다 작가님🤍 역시나 알림이 오지 않아서 작가님의 글이 차곡차곡 쌓인게 어쩌면 하루 늦게 받은 생일선물 같아요 ㅎㅎ 마지막 화가 오고야 말았네요.... 진짜 엄청난 아쉬움에 읽는 내내 눈에 눈물이 고였어요😢 OMR 주인공들이 성장통을 겪고 더 큰 행복을 찾아나서는 길에 함께해서 너무너무 행복했습니다 (❁´▽`❁) 저도 이 친구들과 함께 매 시즌마다 한 뼘씩 성장해나간 기분이 들어요. OMR은 항상 읽을 때마다 장면이 그려져서 너무 좋았어요. 처음 지훈이와 여주가 만난 과학실부터 고등학교 졸업식, 대학교 축제, 이별의 순간과 재회의 순간, 그리고 오늘 결혼식까지.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작가님 특유의 글 분위기를 전 사랑 가득 담아 애정해요. 지훈이와 여주, 그리고 사랑을 되찾은 정한이 모두 앞길에 행복과 사랑이 가득하겠지요? 순간순간 위기가 있어도 서로를 믿고 이겨나갈 게 분명하니까요. 나중에 은수를 만나면 잘 살고 왔다고 얘기해줄만큼 여주, 승관이 모두 삶의 끝까지 최선을 다해 행복했으면 좋겠네요ㅎㅎ
오랜 기간 동안 좋은 글 써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작가님, 진짜 수고 많으셨어요ㅠㅠ 저에게 미래에 대한 기대와 무한한 위로를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작가님의 인생에서도 매 챕터마다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길 바라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2년 전
독자9
안녕하세요 작가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오랜만에 OMR이 생각 나 또 열심히 정주행을 했어요. 안부도 묻는 겸 작가님께 정말 놀랄 만한 소식을 전해드리고 싶어서 왔어요. 우리 미스 캐나다가 있던 캐나다에 제가 와있답니다. 이제 막 3주가 다 되어가요. 설마 정말 OMR 때문에 캐나다에 갔냐구요? 이미 제 눈 앞에 퀸 엘리자베스 파크를 갈 지 잉글리시 베이에서 선셋을 볼 지 고민하는 지훈이와 여주가 있는 걸요? 다운타운도 누비고, 스탠리 파크에서 자전거도 타고, 키칠라노 비치에서 선셋 구경도 하고, 약간 여주가 지훈이를 기다리는 7년을 아주 살짝 간접경험 중이에요. 사랑하는 여주와 지훈이처럼 누구를 기다리거나, 돌아가기를 기다리는 입장은 아니지만... 아니, 또 다른 행운과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도 해야할까요?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고 말했었는데, 쓰디 쓴 실패를 맞이하고 약간 도피하다시피 캐나다로 온 느낌도 들어요.
아놔 쓰다가 올라가서 열심히 수정 중이에요ㅎ... 그냥 여기 캐나다에서 지내면서 제일 먼저 생각나는게 작가님이더라구요. 그리고 여주의 7년과 지훈이의 7년이 다음으로 생각났구요. 위로가 필요했던 저에게, 비가 올 때마다 항상 찾아올 수 있는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긴 공백 사이에 생각보다 저는 제가 망쳐지는 걸 그냥 보기만 하고 있었더라구요. 승관이 같은 소중한 친구도 제게 허락되었으니 혹 걱정은 마세요, 수면제를 복용하지도, 약물치료를 받고 있지도 않아요. 필요할 시점이 올 수도 있겠지만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캐나다에서 충분히 잘 지내고 있어요. 너무 우울한 이야기를 해버린 것 같아 죄송한 마음도 들어요, 그렇지만 꼭 말하고 싶었던 건 작가님이 매 화마다 전해주시는 위로를 지금까지도 감사하게 받고 있다는 거예요. 제가 행복에 대해 생각하고 싶을 때마다 찾아올 수 있는 소중한 글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이에요. 작가님은 꼭 행복하세요, 가는 길은 굽이굽고 때론 산사태나 해일이 발걸음을 막더라도 끝은 해피엔딩일 거니까요. 저도 행복해질 거예요. 항상 건강하세요, 저의 프리지아는 작가님이에요

1년 전
독자5
사미예요! OMR이 이제 드디어 대장정의 막을 내렸군요ㅠㅠ 아쉽지만 비로소 행복해진 주인공들을 보며 저도 기분좋게 OMR을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OMR은 저에게 참 따뜻하게 다가왔던 글이었어요. 성장통을 겪은 주인공들이 겪는 감정들이 제게 생생하게 다가온 글이었어요. 뒤늦게 알게된 글이었고, 뒤늦게 정주행하던 예전을 떠올려보면 마음이 늘 아렸다가도 따뜻하고 몽글몽글했던 것 같아요. 행복한 결말을 맞은 주인공들처럼 작가님도 늘 행복하시길 바라요. 그동안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人)♥
2년 전
독자6
애옹입니닥 !! 오늘 올려주신 글 정주행하고 하나씩 댓글 남기는 중입니다 ..❤️ 먼저 완결 너무 축하드려요 작가님 !!!!! 완결난 것도 모르고 너무 늦게 와버려서 많이 속상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함께 울고 웃고 행복한 시간을 함께 했다는게 너무 소중하고 그렇습니다 ㅡㅜㅜㅠ 사실 결혼까지는 생각 못하고 있었거든요 ㅎㅎ 완결이 결혼으로 끝나다니 정말 마지막 페이지가 이젠 돌이킬 수 없는 해피엔딩이구나 !! 라는 생각이 들어서 먼 길을 돌아온 지훈이와 여주에게 너무 다행이야!! 라는 안도감이 먼저 들고 행복의 눈물을 함께 흘렸습니다 ㅜㅠㅠ 이제 영원히 해피엔딩일 지훈이와 여주 그리고 작가님까지 ! 항상 오엠알 기다리는 시간들이 너무 설렜고, 행복했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작가님의 글과 함께 지내오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고 남다른 애정도 느꼈던 것 같아요 ㅎㅎ 다시 한 번 너무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작가님 🥰🥰🥰
2년 전
독자7
도칠입니다. 이제야 마지막화를 보게 되었는데.. 감회가 너무나도 새롭네요... omr은 이제까지든 앞으로든 제 문학생활에 큰 영향을 끼칠 작품이라고 자신있게 말씀 드릴 수 있을만큼 너무나도 사랑하는 작품이었어요 ㅠㅠㅠ 모두가 행복한 엔딩으로 끝나 너무 좋고 작가님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2년 전
독자8
은블리입니다.
이제야 마지막 화를 봤네요. ㅠㅠㅠㅠㅠ
실시간으로 달리지못해 너무 슬픕니다ㅠㅠ
마지막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너무 행복하네요 :)
오랜시간 오엠알을 써주신 작가남 너무 감사합니다. 고생많으셨어요!

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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