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샤이니 - 방백 (Aside)
*
지금 현재 나는 남친, 아니 내 소울메이트가 있다.
커플이라면 누구든 겪었던 모든 것을 함께 겪은 그런 사람.
그렇기에 더욱 깊이있고, 견고한 그런 사랑을 함께 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너와 나의 거리는, 멀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과거, 현재, 미래. 이 세 단어는 사랑이란 단어로 일치될 것이다. 항상.
-
삐삐삐-
알람소리가 시끄럽게 내 귀를 깨운다. 여느때처럼 일어나서 맞는 아침이다.
무언가 바깥의 풍경이 다를 것이란 느낌에 침대에서 나와 커튼을 열어보니,
보슬보슬,
비가 내린다.
나는 비가 싫다. 땅의 모든 흙들은 수분을 촉촉히, 아니 과하게 먹은 채 진흙이 되어 내 발을 더럽히고,
모든 것이 축축해지며, 습해진 채로 내 기분을 흐트려놓는다.
그리고 비는 내 시간, 아니 모든 시간을 느리게 만들어놓는 훼방꾼이다.
분명 나는 똑같이 했는데 왜 항상 3분, 5분 더 늦을까.
결국 나는 출근이 늦어질지 모르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아침을 거르기로 한다.
평소에 절대 거르지 않은 아침인데, 비가 올때는 꼭 거르게 된다.
준비를 마치고 집 밖에 나와보니, 비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내 신발장에 쳐박혀 있던 우산을 꺼내 피니, 노란빛이 내 몸 위를 덮는다.
보슬보슬,
소리만 예쁜 비는 계속 내린다.
비를 노란빛으로 막으며 계속 걸어가다보니,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한다.
내가 매일같이 들어가는 곳, 내가 힘들게 공부한 끝에 얻은 결과이지만, 그저 그런 곳.
'Modern Translate Agency'
저 네모난 건물 속에 들어가니, 비는 더이상 따라오지 않는다. 그리고
보슬보슬,
예쁜 빗소리 대신 사람들의 소리만 들린다.
출근길이라 사람들이 많지만, 내 귀에 유난히 들어오는 소리같은 건 없다. 엘리베이터에서도, 그 어디에서도.
이내 5층 -내가 일하는 곳-에 도착하고, 내 사무실로 들어간다.
"어? 자기야. 일찍 왔네."
문을 열자마자 웃으면서 반겨주는 내 친구이자, 직장동료, 정수정.
허리까지 오는 긴 생머리에, 모델 뺨치게 몸매가 좋아서 연예인, 유명인사의 통역을 도맡아 하는 편이다.
대시를 받을 법도 한데 그렇지 않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대시를 많이 받는다. 상상 이상으로.
하지만 그녀는 한 번도 그 대시를 받아준 적이 없다. 흔히 말하는 '철벽녀' 유형 -수정이가 자기 입으로 그랬다-이 분명하다.
그래서 회사 내에서는 정말 깨끗한 사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통역실력도 두말할 것 없이 좋기 때문이다.
"응. 닌 하오."
나는 그녀에게 조그만 시샘을 갖고 있다. 친구로서, 동료로서 부러움의 시샘.
내가 죽어라 공부해서 얻은 '통역사'라는 직업에 나는 만족을 못하는데, 그녀는 너무도 만족을 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평소에 수정이에게 '참 부럽다'라는 소리를 항상 하는데, 그럴 때면 그녀는 그냥 웃으며 넘기기 일쑤였다.
그래서 그 시샘은 그냥저냥 내가 하는 넋두리밖에 되지 않는다.
수정이의 오른쪽 두 번째 자리인 내 자리에 앉았다. 오늘도 또 하루가 시작이구나 생각하니 기대보단 한숨이 나왔다.
-
처음 대학 합격 통지서를 받은 날. 가족들은 모두 기뻐했다.
재수를 한 내가 드디어 인서울을 하게 되었다니. 죽을만큼 공부했더니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온 거라고.
가족들은 모두 입을 모아 같은 소리로 내게 응원을 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그와는 반대였다. 아니, 솔직히 합격 통지서를 받자마자 허무맹랑함이 먼저 들었다.
고작 -고작은 아니지만 나에겐 고작인- 이 대학이라는 스펙을 위해 힘겨운 도서관 살이를 한걸까.
자괴감이 들었고, 그것은 의심이 되었으며, 내 자신에게 한심을 안겨 주었다.
아니, 그래도 가족들이 모두 원했기에, 꿈 하나 없던 나의 유일한 꿈 아닌 꿈이었기에, 4년동안 무사히 다니고, 학점을 받았으며, 나름 중상위인 채로 졸업까지 마쳤다.
그리고는 바로 중국에 있는 통역 에이전시에 지원서를 냈고, 내 예상보다는 의외로 꽤 바로 붙었다.
처음에 입사했을 때는 정말 막막했다. 이 넓은 땅 중국에서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나. 앞으로 난 뭘 해야할까.
중국으로 어학연수도 와보았지만, 그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러다 내 사무실에 있는 나와 동갑내기 정수정과 친해지게 되었고, 그러면서 점차 적응해나갔다.
지금 여기 이 곳, 'M.T.A' 에서 현재까지.
내가 있는 회사는 프리랜서들이 합심해서 만든 에이전시였다.
수정이는 천재적인 언어구사력으로 대학교를 졸업 하자마자 함께 하자는 제의가 들어왔고, 이 회사의 지분을 꽤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이는 아는 사람만 알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와는 정말 참 다른 면이 많은 친구, 동료였다.
"자기야. 부탁이 있어."
그녀는 내 자리 앞으로 아메리카노 한 잔과 햄치즈 샌드위치를 들이밀며 살갑게 말한다. 이런 태도로 나에게 말을 하는 것을 보면 필히 일과 관련된 부탁일 것이 분명하다.
나는 한 번 들어보겠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본 뒤 아메리카노 한 모금을 들이킨다.
"아니, 다름이 아니라... 나 대신 이번 일 좀 맡아주라."
입 안을 가득 메운 아메리카노 향이 사라지기 무섭게, 그녀는 나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너 이번에 맡은 일이 뭔데?"
"그게, 니가 사실 싫어할 수도 있는데 말이야... 이번에 한국에서 오시는 분들 위스퍼링통역 좀 부탁할께."
아, 아. 드디어 이 아메리카노 뇌물의 정체가 드러난다. 위스퍼링통역이라니.
"...어딘데, 방송이야?"
보통 위스퍼링통역을 하게되면 방송 프로그램, 국제회의가 주를 이룬다. 수정이는 페이가 비싼 국제회의를 절대 누구에게 넘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시 받는 것이 불편한 수정이가 나에게 넘길 것은 딱 하나.
"응. 진짜 미안해. 이번에 내가 그 때 딱 일이 겹치는 바람에. 중국 프로그램인데, 나름 인기도 많은 프로그램이라 페이는 넉넉할꺼야."
아, 그래. 내 예측은 항상 틀린 적이 없구나.
참 단순하다, 수정이도.
"...알겠어. 대신 이번 한 번만이다. 내가 덜 예쁜 걸 고맙게 생각해."
저 싹싹하기 그지없는 웃음을 살살 지으며 부탁을 하는데, 거절을 할 수가 없다.
저 예쁜 수정이 대신에 내가 하는 것은, 회사, 나, 수정이 모두를 위한 차선책임이 분명하니까.
가끔 수정이가 대시를 거절하면, 은근 돈으로 압박을 주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럴 때면 우리 회사도 애를 먹고, 본인도 애를 먹는다. 그래서 그런 일은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아, 진짜 너밖에 없다. 진짜 고마워. 나중에 내가 너 제일 좋아하는 더저우파지 사줄께."
"그래, 꼭 사줘. 아, 근데 한국에서 오시는 분들이 누구길래 정수정 니가 나한테 넘기기까지 해?"
그래도 웬만해선 한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은 딱히 상관없이 일하던 그녀였다. 중국인이면 몰라도 한국인은 다르다면서 말이다.
방송 쪽이니까 연예인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럼, 젊은 사람들인가?
"...이그조!"
이그조? 이그조가 뭐지. 저 요상한 말은 또 어디서 주워들은 거야.
수정이는 그런 희한한 어감의 말만을 남기고 갑자기 울리는 벨소리에 후다닥 나가버렸다.
그런 특이한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을리가 없는데. 그리고 '오시는 분들'이니까 당연히 1명은 아닐 것이다.
중국에만 있어서 한국 소식을 잘 모르는데, 그 여파가 여기서 나오다니. 아, 벌써 문화적 소통이 단절 된 것이 분명하다.
나는 그녀에게 들은 그 이상한 말을 포스트잇에 적은 채 컴퓨터 모서리에 붙여 놓았다.
'이그조 / 7월 2일 3PM 스촨위성 (위스퍼)'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려요. 도브에요 :)
사실 어떻게 글잡에 글을 올려야하나, 걱정이 되게 많았어요.
그래도 그냥 시작 해보려고 올려요!
아직 미흡하고, 도대체 이게 무슨 내용인가 하시는 분들이 많으실텐데,
그건 차차 보시면 알게 되요!
는 아니구요.
엑소와 통역사의 사랑이라는 소재로 써 나갈 계획이에요 :P
아직 구체적인 스토리 같은 건 없지만... 정말 늦게 나와도 상관 없으신 분들이 읽어주셨으면 해요ㅠ_ㅠ
제가 언제 올릴지를 잘 몰라서요... 그래도 틈틈이 써서 올릴께요!
아직 제대로 된 스토리 시작도 안했으니까 그냥 흘러가는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부러 그냥 보시라고 구독료도 없이 해놨어여! 반응을 보려구요!
댓글 짧게라도 남겨 주시면 더욱 감사하구요, 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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