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전해.."
허전한 느낌에 이마를 짚었다.일주일전까지만해도 눈바로위에서 펄럭이던 앞머리가 없으니 바람이 지나가는 느낌이 생소하다.초등학교 저학년 이후로 10년 조금 안되는 시간동안 앞머리있는 스타일을 고집했었는데,일주일전부터 앞머리에 핀을 꽂기 시작했다.
--------------------------------------------
그날은 학교에서 축제가 열리는 날이였다.예고라는 특성에맞게 아이들이 꾸미는 무대는 거의 프로들의 무대였고,퀄리티또한 남달랐다.우리학교는 축제때마다 연극을 하는데,연기과2학년의 거의 모든 애들이 출연하는 무대라서 나는 내 비중에대한 욕심은 애초부터 없었다.외부에서오신 귀한 손님들도 많이오시고,이사장님은 물론 학교의 실세를 장악하고 있는 분들은 거의 모두다 오시는 자리라 한달전부터 우리는 그 무대에 매달리고 있었다.지도선생님이 새로 바뀐 이사장님의 취향에따라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기한다고 했을때,아이들은 일제히 야유를 퍼부었다.에이,선생님 그게뭐예요.너무흔하잖아요.투덜대는 우리들에게 선생님은 울상을 지으며 어쩔수없다고 호소했다.선생님이 주제를 던져준그날 우리는 주인공을 뽑았다.사실 나는 아웃사이더는 아니지만 그리 튀는 캐릭터도 아니였고,얼굴에 감정을 잘 나타내지않아서 너는 연기과학생이 뭐그리 표정이 없냐며 꾸중을 들은것도 수십번이라 주인공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이런 큰 무대의 주인공이라면 당연히 욕심나는게 정상이지만 나는 알고있었다.나말고도 주인공을 할 아이는 넘쳐난다는걸.
"음,나는 ㅇㅇ이가 줄리엣해줬으면 좋겠는데"
"..난 찬성"
줄리엣 역할에 누가 어울릴지 우리모두 고민하고 있을때 선생님이 저렇게 말하셨다.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쏠리고,옆에서 시나리오를 읽던 김종인이 찬성이라며 슬쩍웃었다.연기과에서 김종인의 파워는 굉장히 셌다.나는 이해가 안갔지만 다른 아이들은 그애의 말이라면 거의모두 찬성이라며 손을 들곤했다.그때도 역시나 김종인의 뜻대로 나는 주인공이 되었다.그렇다면 로미오는 당연히 김종인이였다.수석으로 입학해서 지금까지 쭉 1등을 놓친적없는 그는 거의 모든 무대의 히어로였다.무대위에서 예기치못한 사고가 있을때도 그는 항상 대처가 빨랐다.한번 캐릭터를 파기 시작하면 정말 미친사람처럼 몰입하는게 그애의 가장 큰 무기라고 선생님은 말했다.저애는 연기를 하기위해 태어난거라고,태생부터 연기를 할 운명이였다고.난이미 알고있었다.김종인은 천재라는 것을 깨달은건 중학교를 다니던 어린시절 부터였다.같이 연기를 한다는걸 알고 친해졌던 우리둘은 항상 붙어다니곤 했으니까.우리둘은 바램대로 지망하던 예고에 들어왔고,그는 어느순간 천재가되어 나와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훤칠한 외모와 매너있는 행동으로 인기가 많던 그다.물론 고등학교를 진학해서도 그사실은 변하지 않았다.많은 여자애들에게 인기를 끌고있는 그지만 가장 가까이 있던 나는 전혀 설렘을 느낄수없었다.왜냐햐면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기때문이다.신입생ot때 처음본아이로,이름은 오세훈이였다.이쁘장한 외모에 어울리게 메이크업을 전공한다고 했다.미술과건물과 음악과건물,연기,무용과 건물이 따로있는 구조상 우리는 많이 만날수없었지만 나는 그날 첫눈에 그애에게 반해 지금까지 그를 좋아하고 있었는데,하늘이 나를 도운건지 나는 세훈이에게 다가가지 않았지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인사를 하는 사이가 되어있었다.급식을 먹을때라던가 같이 수업을 들을때,무대를 위해 메이크업을 받을때등 만날때마다 우리는 더욱더 친해졌다.다시 연극무대가 있었던 그날로 돌아가서,내가 메이크업을 받을 준비를 마치고 거울앞에 앉아 잠시 눈을 붙이고 있을때였다.
"야,니가 ㅇㅇ이 담당이야?"
"아,응"
"나랑 바꾸자"
"...선생님한테 말씀드려야 하지않을까.."
"선생님은 무슨.이거하나 바꾸는게 뭐어때,바꿔줄거지?"
"응"
내게 메이크업을 해주기 위해 앞에 서서 박스를 열던 여자아이에게 반강제로 교체를 하자며 조르던 오세훈이 결국 자기의 뜻대로 담당을 바꾸고는 눈을 뜬 나를 향해 환하게 웃어보였다.나잘했지.하면서 손으로 브이를 그리길래 나는 그런 세훈이가 귀엽다는듯 팔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나도내심 세훈이가 그 여자아이와 자리를 교체해주길 바라고있었기 때문이다.머리를 쓰다듬는 내손목을 잡아 내리고는 애취급하지마.하면서 나를 무섭게 노려보는 세훈이에게 알았어.얼른 메이크업이나 해줘 라며 눈을 감았고,박스를 여는 소리가 들렸다.그몇일새 연습때문에 밤을 꼴딱새워 피부가 말이아닐것이 분명했다.아,어떡하지.갑자기 신경쓰이는 피부상태때문에 눈을 떴는데,바로 앞에서 나를 보고있는 오세훈때문에 놀라 고개를 뒤로 뺐다.
"깜짝이야.그렇게 가까이있으면 어떡해."
"입술이라도 닿으려나 싶어서 그랬는데,에이 아깝다"
"..시끄러워"
그런얘기를 능청스럽게 하는건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았지만,자꾸 심장이 두근거려서 들킬까봐 불안했다.세훈이가 큰손으로 내 볼을 쓸며 많이 상했네.요즘 피곤했구나?하고 물어왔다.나는 이참에 어리광이라도 부릴 심정으로 살짝 끄덕이며 응.힘들었어 라고 대답했다.남에게 잘기대지 않는 나인걸 잘아는 세훈이라서 내가가끔 어리광을 부리거나 힘들다며 투정을 부리면 오히려 좋아했다.자신이 오빠가 된것같다나 뭐라나.
"으,피부 까칠한것좀 봐.우리 애기 많이고생했구나"
"애기는 무슨,그렇게좀 부르지마 내가나이가 몇인데.그리고 내가 너보다 생일 빠르지 않아?"
"키를 봐라 키를.누가 애긴가"
"아 진짜 오세ㅎ.."
"씁.입다물어 너그러다가 입에 파우더 들어간다"
항상 능구렁이마냥 잘 넘어가지.속으로 투덜대며 입을 삐죽였더니 세훈이가 손으로 툭툭치면서 뽀뽀해달라고?라길래 얼른 집어넣었다.그렇게 오랫동안을 세훈이에게 얼굴을 맡기고있다가 가발을 써야된다며 눈을 뜨라는 말에 눈을 떴는데, 거울속맞은편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던 김종인과 눈이 마주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화나있는 얼굴이 의아했지만 내가 상관할일은 아니였다.세훈이가 가발을 쓰기위해 내앞머리를 올려 삔을 꼽아주려길래 눈을 감았다.또다시 가까워지는 얼굴에 눈을 뜰 자신이 없었다.
"..야.."
"..왜"
"너앞머리까니까.."
"..못생겼다고?"
"아니,존나 이쁘다고.진짜.나너한테 반했나보다"
"......뭐라는거야.얼른 가발이나 씌워줘"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뚫을 기세로 쳐다보는 오세훈때문에 부끄러워서 시선을 피하는데,또 김종인이랑 눈이 마주쳤다.나도 피할이유가없어서 계속 눈을 맞추고있는데 오세훈이 내 양볼을 잡더니 제 쪽으로 내고개를 돌려버렸다.
"어우,야 너 왜 이마 가리고다니냐.진짜이쁜데"
"..가발은 잘 고정된거야?"
"어.어.너 진짜 이뻐.아 어떡해 우리애기"
"죽는다,애기라고 하지 말랬지"
연극팀 리허설 3분전이요.조연출을 맡은 선배의 목소리에 방금까지 투닥대던 오세훈은 잊어버리고 갑자기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경험이 별로 없는 나에게 그런 큰무대는 처음이였다.세훈이 긴장하지말라며 내손을 잡았고,나도 그손이 좋아서 꼭 잡고있었다.평소같으면 오글거린다고 뿌리쳤겠지만 기댈사람이 필요해서 였는지 리허설무대에 올라갈때까지 나는 그손을 놓지않았다.곧 리허설을 할때가되고 세훈이는 아쉬운듯 손을 놓아주며 잘하고와,기다릴게.끝나고 놀러가자.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나는 세훈이의 응원에 힘이나는듯 심호흡을 한번한뒤 대기실을 빠져나갔다.그렇게 무대에올라 가는중에 김종인이 내옆으로와 걷더니 말을 걸었다.
"친해보이네"
"누구랑"
"걔.너 메이크업 해주던."
"아,세훈이?"
"어"
"친해"
"너 걔 좋아하냐"
좋아하냐며 묻는 김종인을 무시한채로 무대에 올랐다.리허설은 어느팀의 실수없이 잘 진행됬고,나는 기쁜마음으로 내려와 대기실로 향했다.메이크업팀은 이미 다빠진후라 세훈이가 없으니 조금 심심하긴 했다.예정된 공연시간은 30분이 남은 상태였다.최종리허설이 아무이상없이 끝나 바로무대에 서도 될정도였다.긴장을 풀기위해 이어폰을 끼고 앉아있는데 김종인이 옆에와서 이어폰을 빼버렸다.나는 살짝 기분이나빠 그를 노려봤다.
"걔 좋아하냐고"
"알아서뭐하게"
"야,ㅇㅇㅇ"
"뭐,김종인"
"이게진짜..."
"너 나 때릴기세다?"
내가 대답을 하지않자 화난 얼굴을 하는 김종인이 어이없었다.내가 세훈이를 좋아하고말고를 자기가 알아서 뭐하겠다고.나의 오빠라도 되는듯 구는 김종인이 짜증나서 고개를 돌리려는 찰나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세훈이가 들어왔다.내가 여기는 왜왔냐는 듯한 눈빛을 쏘자 헤벌레 눈웃음을 치길래 벌떡일어나 세훈이에게 걸어갔다.그런데 긴 드레스가 발에 밟혀 세훈이의 앞에서 넘어졌다.넘어져야했는데,세훈이가 문을 벌컥열고 내쪽으로 팔을 뻗어 내가 안긴꼴이 됬다.
"여자가 치마를 입었으면 좀,조심좀해"
"미안"
"나한테 미안해 하지말고 바보야.넘어져서 그 이쁜얼굴 상처났으면 어쩔래?"
"다음부턴 조심할게"
"이래서 애기라는거야.옆에안붙어있으면 불안하니까"
잔소리를 늘어놓기는 했지만 마침 김종인과의 짜증나는대화도 토막이났고 긴장을 풀어줄 사람이 와줘서 기뻤다.세훈이의 손을 끌고 내옆에앉혔다.그랬더니 당연하다는듯 손을 잡아오는 행동에 설렜다.충분히 친해졌고 서로 편하게 대하는 사이지만 난 오세훈을 짝사랑하고있으니.아까부터 김종인을 의식하는듯한 세훈이가 불안했다.짜증나보이는 김종인을 뒤로하고 세훈이의 손을잡아 이어폰한쪽을 그의 귀에 끼워주었다.노래를 감상하는듯 편히 눈을 감은 얼굴을 감상했다.눈썹부터 코,턱까지 잘나지 않은 곳이없었다.이러니까 내가 첫눈에 반하지.숨을쉴때마다들썩이는 얼굴에 나는 넋이나간듯 그의 얼굴을 감상했다.세훈이는 자는듯편했지만 안자고있었다.
"앞으로 계속 앞머리 핀 꽂고다녀"
"싫어"
"이뻐.내린것도 이쁜데,깐게 훨씬"
"그래도..."
"자,이제 까고다닐거지?ㅇㅇ애기."
눈을 떠 나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꺼낸 세훈이의 손엔 이쁜 리본이있었다.가발을 써서 그자리에서 꽂아보지 못했기때문에 내손을 자기 허벅지에 올려놓고 그안에 리본을 올려다시 내손을 자신의 손으로 감싸쥐었다.10분남았다.라며 손으로 내얼굴을 쓸어눈을 감게한후 날다시 편하게 앉히고는 내어깨에 고개를 묻고 속삭였다.
앞머리다 기르면,고백할게.받아줄거지?
그때부터 나는,앞머리를 까고다니기 시작했다.
------------------------
아이고이게뭔가욬ㅋㅋㅋ나는 달달한 오세훈이 쓰고싶었는데이건무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기대하고들어오신분들죄송해요...Hㅏ...사실멤버별로 에피소드를 구성해서,'계기'시리즈를 구상해놨는데,반응이있어야시리즈를쓰짘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렇게써서시리즈는무슨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ㅎㅎ........데후나미안해사랑해.....읽고댓글써주면천사..삉삉...ㅠㅠ...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