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XX/이홍빈] 빨간우산 2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0/1/7/01700096a40e911aee346f634f568f9d.png)
학교를 마치고 터덜터덜 개울가로 향했다. 야자를 끝낸 후라 밤이 늦어 앞이 캄캄해 보이지 않았다. 개울가 근처는 가로등도 없어서 꽤나 위험한데, 뭐 별 일 있을까. 나 같이 뚱뚱하고 못생긴 애를 누가 잡아가. 큰 돌에 가방을 놓고 그 옆에 쪼그려 앉았다. 발 앞에는 희미하게 실루엣으로 작은 돌, 큰 돌 듬성듬성 보였다. 작은 돌 하나를 주워 물로 살짝 던져본다.
퐁당, 하는 소리만 귀에 울렸고 뒤이어 쫄쫄쫄 하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지금 이 상황이 저 물들과 함께 흘러가서 흩어져버리면 좋을련만. 생각만 그렇게 하지 현실은 달라질게 없었다. 힘들고 지쳤다. 또 얼굴을 파묻고 눈을 감아본다.
"워!"
"으악!"
깜짝 놀래서 어깨를 들썩였다. 고개를 홱 젖혀 들어보니 어제 본 그 아저씨가 내 얼굴 위에서 해맑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씨, 지금 깜짝 놀래 죽을 것 같은데 뭐가 좋다고 저렇게 헤실헤실 거리는 건지. 아저씨를 피해 옆으로 일어나선 가방에 묻어있는 모래들을 털어내고 다시 맸다. 그렇게 아저씨를 없는 사람처럼 지나치려는데,
"어디가? 오늘은 또 왜 여기 나와있어?"
"늦었어요."
"어제도 그 소리, 오늘도 그 소리. 우리가 초면도 아니고 이제 그만 딱딱하게 굴어."
"아래께만 해도 초면이었죠."
"오늘은 왜 여기있는건데. 난 전능하니까 다 들어줄게. 뭐든 말해봐."
"웃기시네.."
아저씨를 무시하는 어조로 혼자 중얼중얼 거렸다. 뭔 귀가 밝은지 그 소리를 또 어떻게 용케 듣고는 바락바락 화를 낸다. 물론 진심이 느껴지는 화는 아니였지만. 그래도 아저씨가 저렇게 나오니 뭔가 믿고 싶어졌다. 그래서 다시 자리에 풀썩 주저 앉아 내 옆 자리를 톡톡 치며 아저씨를 앉혔다. 우선 한숨 먼저 쉬고, 뜸을 들이며.
"아저씨는 전능하니까 다 얘기 할게요. 어디가서 떠벌리지마요! 전능한 사람은 원래 입이 과묵해야해."
"당연."
"흠... 하..."
또 한숨을 쉬니 무슨 애가 그렇게 세상 잃은 것 처럼 한숨을 쉬어대냐고 타박이다. 지금 상황에서 나같이 비참한 애가 어딨어. 가족이라곤 아빠 한 명뿐인데 그 마저도 미쳐선 딸한테 손찌검인데. 대체 누굴 믿고 의지해야하는건지. 이 정도면 당연히 세상 잃은 거 맞지. 친구 하나 없는데.
"아저씬 몰라요.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내 말에 아저씨는 고개를 내 쪽으로 홱 돌아보며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부담스러운 시선이 다 느껴져.
"가족이라곤 아빠 한 명뿐이에요. 근데, 아빠란 사람이 어떻게 딸한테 그렇게 손찌검을 해요? 이렇게 힘든데, 의지하고 싶은데, 의지 할 사람이 없어요. 애들은 제가 싫대요. 얼굴도 못생긴게 나댄다고."
"큰일이네.. 음.. 그럼 내가 친구해줄게. 이제부터 나한테 의지해, 그럼 되겠다."
뭔 뚱딴지 같은 소린지. 아저씨는 잠깐 고민하더니 자기가 친구가 되어주겠다며 헛소리를 하고는 내 어깨에 손을 턱 걸치며 토닥토닥 두드려준다. 아무리 사귈 친구가 없어도 그렇지 어떻게 저렇게 늙은 아저씨랑 친구를 해? 하지만 아저씨가 내뱉은 저 말이 위로가 되어주기엔 충분했다. 이 손은 또 뭐야.. 한참 토닥거리는 손을 바라보고 멍하게 앞을 보았다. 잠깐동안 정적이 지속되더니 갑자기 옆에서 귀뚜라미가 울어댐과 동시에 정신이 확 들어 벌떡 일어나 아저씨를 내려다봤다.
"고마워요, 아저씨."
"내일 또 이 시간에 여기서 만나자. 얘기 다 들어줄게."
"그렇게 안해줘도 되는데.. 정 해주고 싶으면 오시던가요."
아저씨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곧장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 도착하니 아빠는 한 손엔 빈 소주병을 들고 비틀비틀 거리며 내게로 걸어왔다. 무섭다. 저 병으로 내리칠 거 같아서, 또 맞을까봐 그렇게 몸을 덜덜 떨어야만 했다. 아빠는 내게 손가락질을 해대며 한소리 해댄다. 이상하게 평소보다 손찌검을 덜 하신다. 그래도 옆에서 계속 아슬하게 흔들리는 저 병은 아직도 위협이 되었다.
"왜 이렇게 늦게와, 어? 내가 곧장 집으로 오랬지. 아, 아하.. 너 남자랑 있다가 지금 들어왔냐? 그래 남자나 만나면서 돈이나 좀 긁어와. 공부도 못하는게 얼굴이라도 이뻐야지.. 쯧쯧쯧, 꼬라지 하고는.. 내가 너한테 쏟아붓는 돈이 아까워 돈이, 그냥 학교 때려치우고 공장에 들어가서 일이나해! 아니면 저, 저 몸이나 팔아. 아, 얼굴이 안이뻐서 남자들이 안 붙을려나.. 낄낄낄"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저 병보다도 지금 한 저 말이 내게 화살이 되어 심장 깊숙히 박혔다. 지금까지 모든 손찌검들 다 받아주고도 잘 참아왔는데 방금 한 저 말은 삶에 대한 의욕을 확 저하시켰다. 저하를 지나쳐 그냥 땅을 뚫고 살 희망을 잃게 만들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더듬거리며 문고리를 잡았다. 확 문을 열어제끼고 그대로 도망쳐 나왔다. 아빠는 내가 나가는 순간에도 또 남자에게 가는거냐며 미친듯 웃어댄다. 이제 더 이상 저 집에 들어갈 일 없다. 저 사람은 이제 아빠도 아니고 뭣도 아닌 그냥 모르는 사람이다. 그리고 집에서 멀리 나와 한참 갈 곳을 생각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아저씨 집으로 향했다.
똑똑, 힘 없이 문을 두드렸다. 그런데 저번과는 다르게 아저씨가 바로 문을 연다. 머리는 바람에 마구 헝클어져 있고 너무 울어서 덕지덕지 눈물자국이 나있는 나를 보니 아저씨는 깜짝 놀랬는지 커진 눈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사정사정을 울면서 말하니 아저씨는 잔뜩 화난 얼굴을 하고는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댄다. 아저씨가 우선 들어오라고 하며 차를 내온다.
"그 동안 많이 힘들었겠다. 신고는 했어?"
"안했어요.."
"신고해야지."
"...아빠마저 가버리면 전 완전히 혼자가 되는 거잖아요.. 그 동안의 손찌검들은 잘 참아왔는데.."
"알았어, 우선 자고 내일 신고하자. 좀 쉬어.."
아저씨는 내 말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거리며 가방을 받아들곤 방 모서리에 가만히 내려놓았다. 집이 원룸이라 그런지 그냥 아무데나 놔두네. 괜히 내가 자리만 더 차지하는건 아닌지. 그런데 생각해보니 덕지덕지 마른 눈물자국이며 헝클어진 머리를 보니 도저히 이대로는 못자겠다 싶어서,
"저, 근데 이 꼴로 못자겠는데.."
"어?"
"저 좀 씻어야.."
"아, 옷 들고왔어? 보니까 아까전이랑 똑같이 나온 거 같은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아저씨는 서랍에서 자신의 후드티를 꺼내더니 나에게 던진다. 서랍을 닫고 한참동안 곰곰히 생각하다가 나를 슬쩍 바라본다. 그러더니 무안한 표정을 지어서 멀뚱멀뚱 쳐다보자 아저씨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가 다시 위로 올라온다. 아, 아. 속..속옷.. 머리를 긁적이며 어쩔줄 몰라하니 아저씨가 웃으며 내 팬티라도 입으라며 던진다. 좀 내키진 않지만 그냥 반바지같고 뭐, 그러니 그냥 입기로 하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한 10분여 정도 샤워를 마치고 나와서 머쓱하게 아저씨를 바라봤다. 밑에 아무것도 안입으니까 느낌도 이상하고 아저씨 속옷은 더 이상하고. 소매가 내 팔보다 더 길어서 아예 손을 가리고도 한참 남았다. 아저씨는 나를 보더니 "귀엽다, 귀여워. 곰인형같애." 하더니 머리를 계속 쓰다듬는다. 진짜 왜이래.
"왜이래요, 징그럽게."
"귀여운데."
"아무리 그래도 열여덟먹은 애한테 할 소린 아닌 것 같네요."
"아냐. 내 딴엔 귀엽지, 너."
자꾸 귀엽다, 귀엽다 거리니 얼굴이 확 빨개진다. 처음으로 들어본 소리라 더 그런 것 같다. 그것도 이렇게 곱상하게 생긴 사람이 귀엽다 해주니까 그래도 나름 기분은 좋네. 아저씨가 침대에 이불을 펴주며 팡팡 두어번 쳤다. 저기서 같이 자잔건가. 아니, 저 아저씨가 왜저래. 당황스런 표정을 하니 아저씨는 나를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보곤 바닥에다 이불을 하나 더 깔았다. 무안해지네.
"그, 그, 그럼 제가 침대에서 자란거예요? 아저씨는 바닥에서?"
"당연하지."
"그게 어떻게 당연한거예요! 아저씨가 위에서 자요. 제가 밑에서 잘테니까."
"안돼. 위에서 자."
이상한데 고집이 있어서 아저씨의 고집을 이기지 못하고 그냥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침대는 처음인데 폭신하고 좋았다.
ㅡ
는 아직 달달ㄴㄴ..
달달 언제나와여..?
아 맞다 그리고 이거 짧은거라 전개 빨라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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