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걷는 시간
01
W. 코코넛쉐이크
오랜만에 바라보는 바깥 세상은 정말 무심하게도 아무렇지 않았다. 하긴 나 하나 7년 누워있었다고 달라질 게 뭐가있겠어. 그래도 괜히 서운한 마음이 생기는 걸 어찌할까.
7년 동안 많이 달라진 것은 없을 거라 생각한 세상은 마치 내가 이 사회에 빨리 적응하기를 바라는 듯 빤히 날 바라보고 있었다. 저 사람들은 왜 저리 급하게 뛰어다닐까, 또 저 사람들은 어딜 저렇게 가는 거지. 몇몇을 바라보며 생각과 생각을 낳고있던 그 중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사람들마다 하나씩 가지고 있던 네모난 물체였다. 저게 뭘까. 어디에 쓰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
'여보세요?'
아, 휴대전화인가 보네. 난 주머니를 뒤적거려 이제는 고물이 된 듯한 내 휴대전화를 꺼내보았다. 버려야겠어.
병원에서는 나를 향해 '평생의 운을 끌어다 쓴 남자.' 라고 칭했다. 그들 사이에서 나는 전혀 깨어날 가능성이 없던 식물인간 중 하나였으니 뭐, 할 말은 없다.
퇴원 수속을 밟고 마지막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끝날 때까지 엄마는 내 손을 놓지 않으셨다.
" 엄마. 나 많이 보고싶었지. "
엄마는 계속해서 내게 대견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대견한 우리 아들, 대견한 우리 태형이. 언젠가 우리 할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인연의 실이 끊어졌다고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끊어진 부분을 찾아 다시 매듭 지어주면, 인연은 되돌릴 수 있다고. 실수로 끊어진 엄마와 나의 실을 내가 7년 동안 찾아 헤매었나보다. 엄마, 많이 보고싶었어.
-
오랜만에 돌아온 집은 여전했다. 모든 것이 낯선 세상 속 유일하게 시간이 멈춰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가장 익숙한 내 방은 여전히 대학교 새내기 김태형의 방이었다. 내가 앉아 꾸벅꾸벅 졸았던 내 책상. 누워 만화책을 읽던 내 침대까지. 익숙하게 침대 위에 누워 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조용하고, 또 조용했다. 그리고 이 적막함을 이겨내지 못 한 나는 ' 아으- ' 하는 소리를 내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방에서 나와 거실 소파에 앉았다. 푹신푹신한 느낌도 그대로야. 엄마는 아직도 내가 깨어나 집 거실에 앉아있다는 게 적응되지 않은 듯 계속하여 거실을 걸어다니셨다.
" 엄마, 앉아요. 아들 보고싶었다며. "
거실의 적막함 속 울려퍼진 내 목소리에 엄마는 시선을 내게로 고정시켰다. 우리 엄마는 더 예뻐지셨네. 엄마는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나를 응시하였고, 그에 내 눈가 또한 촉촉해졌다. 엄마, 우리 울지 말자. 오늘 행복한 날인데.
-
우리 집에 다시 5명이 모이게 된 날도 벌써 일 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내가 누워있었던 7년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 가족들이 그간 못 나눴던 말과 온기를 나누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나는 하루 빨리 우리 집이 아닌 넓은 사회에 적응해야 했고, 하루 빨리 그 사회 속 내 자리를 찾아야 했다. 가족들은 내가 빼앗겨버린 7년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너무나도 많이 달라진 2016년에 2009년의 김태형이 적응하기에 굉장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나 또한 겁이 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나마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인터넷과 뉴스들도 쓸모가 없었다. 내가 필요한 것은 7년간의 근황이었기에, 현재 한국의 물가는 궁금하지도 않았다. 내가 시간을 찾기에 적극적으로 힘을 써주겠다는 가족들의 말에 걱정하지 말라며, 내가 할 수 있다며 큰 소리를 치긴 했지만 지금은 굉장히 후회하는 바이다. 같이 시간을 찾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현재에 익숙해지려면 그 휴대전화부터 바꿔야하지 않겠냐는 가족들의 말에 바로 수긍했다. 사실 가족들이 하나씩 가지고 있던 스마트폰이 굉장히 탐났거든. 내가 가지고 있던 볼품없는 휴대전화는 전화는 물론 문자도 안 되었기에 새로운 휴대전화를 구입하였다.
새 휴대전화는 생각보다 사용하기 편리했다. 물론 카카오톡밖에 안 해봤지만. 새로운 휴대전화에 익숙해져 예전에 쓰던 휴대전화를 버리려던 참에 문득 과거에 내가 연락하던 사람들에게 내가 깨어났다는 사실을 알리는 게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책상 서랍 속 자리하고 있던 휴대전화 충전기를 꺼내 충전을 하고 전원을 켰다. 그 속엔 7년의 부재를 실감나게 해주는 수많은 문자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2009년 1월 29일, 박지민. 2009년 1월 30일, 박지민. 기억난다, 박지민.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까지 같은 학교에 합격하여 얼마나 좋아했었는데. 그리고, 2009년 2월 5일, 2월 6일, 2월 7일. 뭐야, 2월 내내 하루 한 통씩 와있는 문자에 의아해 하며 이름을 확인했다.
김여주
아, 김여주.
난 박지민과 김여주의 문자 아래 적혀있는 번호를 그대로 내 새로운 휴대전화에 옮겨 저장했다. 이 번호들이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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