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렇게 있기 싫었는데 막상 있어보니까 절에서 사는 것도 나쁘진 않더라.
아,
민윤기 빼고.
그 첫날, 엄마는 돌아가고 스님께서 내가 지낼 곳 정리해주신다고 자리를 비우셨었어.
그래서 난 바로 그 뻐큐남민윤기를 찾으러 갔지.
그때 민윤기가 있던 전각 뒤로 다시 가봤더니 작은 별채 같은 곳이 있는 거야.
근데 좀 으스스한게 귀신이라도 나올 분위기였달까.
가까이 가봤는데 한기가 느껴지더라.
추운 날씨긴 했는데 그 별채 주위는 더 추운 느낌이었어.
게다가 별채 안은 그냥 북극수준...
그렇게 계속 별채 안을 기웃거리고 있는데 누가 툭툭 치는거야.
민윤기가 아주 아니꼬운 표정으로 날 보고 있더라고.
그래서 나도 똑같이 쳐다보니까 하는 말이
"남의 집은 왜 훔쳐보는데?"
놀라서 누구 집이냐고 물으니까 자기 집이래.
저 귀신 나올 것 같은 별채가 말이야.
진짜 거긴 정말 사람이 살만한 온도가 아니었다고...
얘 진짜 귀신 아닐까...?
그 대화를 끝으로 계속 눈싸움만 하고 있다가 그래도 이제 같이 생활해야 할 애인데 참고 다가가 보려 했다?
"아까 전에.."
하하하, 쌩까고 별채들어가서 문 닫아 버리더라.
난 몰라 이제.
난 진짜 노력했다.
다 때려쳐.
*
맘 같아선 별채 부숴버리고 싶었는데 그럼 주지스님 눈에서 눈물 나니까 참고 돌아왔어.
그리고나서 주지스님이 안내해주신 방에서 짐 풀고 있는데 웃음소리가 들리더라. 스님중에 굉장히 밝은 분이 계시는구나- 했는데, 웃음소리가 너무 즐거워보이는거야. 그래서 궁금해져서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봤어
민윤기였어.
맙소사...
신기해서 계속 보고있는데 민윤기랑 눈이 마주쳤다?
그러니까 걔도 놀라서 멍하니 있더라.
텃새부린건가.
그렇게 조금 있다가 모든 상황을 파악하신 주지스님의 지휘 아래 우린 친목다지기를 실시했고,
그 결과,
"저는 쟤랑 친해지기 싫은데요."
쟨 그냥 날 처음 봤지만, 쌩판 남이지만, 아무 이유도 없지만 내가 싫어. 라는거지.
이 개......
혹시 주지스님께서 나보고 도 닦으라는걸 이런 식으로 표현하시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