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chio Nero(검은 눈)
w. caramella
엉키고 엉킨 실타래 같은 사랑.
사랑이 곧 자기의 모든 것인 사랑.
아름다운만큼 잔인한 사랑.
박찬열, 변백현, 김종인.
세 남자에겐 너무나도 잔인했던 사랑.
네 걸음.
백현은 종인이 기다리고 있을 호텔에 도착했다. 그러나 호텔 그 어느 곳에도 종인은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늦어도 항상 기다려 주었던 종인이었다. 그런 그가 없을 리가 없었다. 백현은 종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긴 신호음만 들릴 뿐 종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호텔 곳곳을 다 돌아다닌 후에야 백현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종인에게 한 일을, 종인이 자신 때문에 받았던 상처를. 그리고 이젠 더 이상 백현을 기다리지 않을 종인이라는 것을.
백현은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무엇을 하던, 항상 자기편이 되어준 사람은 그의 삶에서는 종인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상처가 곪아서 터져버렸다. 눈물이 터졌다. 종인은 상처가 터졌지만, 백현은 눈물이 터졌다. 백현은 호텔에서부터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차를 타고도 30분이 걸리는 거리였다. 아침부터 흐렸던 날씨는 결국 백현의 눈물을 가려주겠다는 듯 세차게 비를 쏟아 부었다.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다 받아내고 1시간이 넘게 걸어 집에 도착한 백현은 현관문을 닫자마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그 날처럼, 혼자 학교 건물 구석에서 소리도 못 내고 울고 있었던 때처럼, 그렇게 울었다. 그 날과 다른 점이 있다면 소리 내어 울라고 말해줄 종인이 없다는 것.
그 시각, 종인은 백현을 보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백현이 호텔에 들어서던 순간부터,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종인의 손에는 우산이 있었다. 그런데 종인은 우산을 펴지 않고 비를 맞으며 백현을 따라 왔다. 마지막까지 백현과 함께이고 싶었으니까. 아무리 상처가 곪아서 터졌어도, 백현을 그대로 버려둘 수는 없었다. 종인의 세상의 전부인 사랑이었으니까.
“백현아, 비 맞고 그러지마. 안 그래도 몸도 약한 놈이……. 너 보내줄려고 했는데, 딱... 딱 한번만 더 기다려 볼게.”
종인은 그 말과 함께 편지 하나를 우편함에 꽂아둔 채 발길을 돌렸다. 여전히 우산은 접은 채로 비를 맞으며…….
백현은 그 뒤로 일주일을 앓았다. 40도를 오르내리는 체온 때문에 출근을 할 수 없었던 백현은 비서에게 미뤄달라는 문자한통을 남긴 채 혼자 집에서 앓았다. 처음 이틀은 너무 아파서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살아있는지 조차 장담할 수 없었다. 그리고 3일 째부터는 평소처럼 종인을 기다렸다. 종인은 자신이 아프면 한국에 있던, 미국에 있던 바로 달려와 옆에 있어 주었다. 그렇게 4일이 지난 지금, 백현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종인은 백현을 떠났다. 그리고 그 이유는 변백현, 자신이었다.
그 사실을 인정한 뒤로 백현은 다 낳진 않았지만, 한결 좋아진 상태로 출근을 하였다. 전보다 더 열심히 일하였고, 야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백현의 주변사람들은 알 수 있었다. 그가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아버렸다는 것을. 백현은 더 이상 웃지도 않았으며, 사람들과의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저 일만 하는 기계처럼 변했다. 그리고 그런 백현에게 다가오는 한 남자가 있었다.
“오늘도 대답 안 해요?”
“...”
“그럼 뭐, 또 나 혼자 말하면 되요.”
“...”
“내일 패션쇼잖아요. 그래서 오늘 워킹선생이 얼마나 잔소리를 많이 하던지!!”
찬열은 매일 연습이 끝나면 혼자 남아 연습하다가 백현이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백현이 아파트 입구에 도착할 때까지 같이 걸었다. 찬열은 잘생긴 외모와는 다르게, 백현과는 다르게 너무도 밝은 남자였다. 백현이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앞만 보고 걸어도 찬열은 그날 하루 일과, 연습 때 칭찬받은 일 등등 모두 말했다. 오늘 역시 찬열은 혼자 떠들고 있었다. 한참을 애기하다보니 어느새 백현의 아파트 앞에 도착하였다. 인사를 하고 돌아서던 찬열에게 백현은 처음으로 말을 하였다.
“시끄러우니까 그만 쫒아와. 쫓아올 시간에 연습이나 더해서 패션쇼 때 실수 없게 해.”
“어...?! 웬일로 대답해요? 아, 이게 아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뵐게요!”
백현의 말 한마디에 찬열은 입가에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로 집에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패션쇼를 성공적으로 마친 백현은 회식을 끝낸 뒤,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아파트 1층에서 그동안 신경 쓰지 못했던 우편함이 눈에 들어왔다. 많은 것들이 꽂혀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백현은 하나씩 살펴보았다. 핸드폰 요금 통지서, 관리비 등등 대부분 요금 통지서였다. 그런데 맨 마지막, 발신인도, 수령인도 적혀있지 않은 편지가 눈에 보였다. 백현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소파에 앉아 봉투를 뜯어 편지를 읽어 보았다. 낯익은 글씨체였다. 편지를 차근차근 한 글자 한 글자 읽었다. 그리고 중간쯤 읽었을 때, 백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갔다. 백현이 나간 자리에는 편지 없는 편지 봉투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백현은 무작정 뛰었다. 신발도 신지 않았다. 그렇게 뛰어 근처 공원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었다. 새벽 2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깜깜한 공원에 백현은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의 손이 놓아버린 편지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편지는 ‘백현이에게’라는 말로 시작하였다.
-백현이에게.
백현아. 넌 2시간을 기다려도 오지 않더라. 전화했더니 약속을 잊은 것 같았어.
이제까지는 약속에 늦긴 했어도, 약속을 잊어버리진 않았잖아..
전화할 때 옆에 있었던 남자 때문이니?
그래서 나도 딱 한 번만 먼저 일어나 볼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니가 한 말 무시해볼게.
이러고 후회할 나라는 거 아는데도, 딱 한번만.
근데, 나 아직은 너 보낼 자신이 없어.
그러니까 내일 정오에 너네집 근처 공원으로 나와.
너 두고 간 나한테 화내고, 그럼 내가 사과 할 테니까 나오기만 해줘.
기다릴게.
2012년 9월 15일. 종인이가.
편지에는 9월 15일이라고 적혀있다. 그럼 약속된 날은 9월 16일 정오. 그런데 오늘은 9월 26일이다. 10일이 지난 지금, 종인은 그 곳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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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네 걸음'째로 찾아뵙네요^^
제가 평일에는 무지무지...바쁜 할머니인지라...ㅜㅜ
원래 주말에만 올리려고 했는데 이번주에 시험이신 독자님들이 계시다길래....
살짝 보고 힘내시라고...?ㅋㅋㅋ
공부는 원래 놀땐 놀고! 논만큼 빡세게 하는 겁니다!!ㅋㅋㅋㅋ
사실 다 핑계고... 네... 짧아요......ㅋㅋㅋㅋㅋㅋㅋ
이번편 굉장히 짧습니다.ㅜㅜㅜㅜ 근데 저기서 더 이어갈려니까 이거의 곱하기 4배분량이 나오더라구요...
그럼 시험기간이신 우리 어린 독자님들께 해가 될까봐ㅠㅠ
살짝쿵 맛뵈기로 짧게 끊었습니다!ㅋㅋㅋ
참, 그리고 저는 원래 bgm 잘 안깔아요...
bgm을 깐다는거 자체가 불법음원인 경우가 많아서 혼자 양심에 찔려서 안깔아요...ㅋㅋㅋ
전 쿠크다스 심장이니까요 >_< 쿠쿠쿠쿠쿠쿠쿠쿡다스
그러니 여러분.. bgm은 듣고 싶은 노래 틀으시면 됩니다!!!ㅋㅋㅋ
아마 다음편은 주말에 찾아올 것 같아요.
그때는 엄~~~~~~~~~~~~청 길게 적어올테니 다들 눈빠지실 각오하시라요!ㅋㅋㅋㅋㅋ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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