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석 너무 예뻐ㅠ
최면술사 김민석.
눅뉵이
머리에 혹 하나씩을 달고 주르륵 꿇어 앉은 셋은 연신 궁시렁거렸다. 안 그래도 심란해 죽겠는데 시간은 왜 이리 빨리 가는지. 민석이 찝찝한 표정을 지으면 루한 쪽으로 가려는데 카이가 먼저 민석을 잡았다. 그의 손은 뜨겁다. 늘 불과 같았다.
"민석아. 나."
"오늘 그 날이야?"
"어..."
"그래서 오자고 했구만? 어이 형씨 우리가 양보해야겠네."
"민석 물건 아니야. 양보 안 해."
"루한. 카이.. 종인이는 내 손님이야. 엑소의 손님."
"손님?"
"응."
카이의 손을 잡아 일으킨 민석이 붉은 방으로 들어가고 첸은 루한을 밀어 이층으로 올려보냈다.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입맛만 다셔야지. 샛노란 반달이 떴다.
편안한 포즈로 침대에 누운 카이가 눈을 감고 민석의 손을 잡았다. 다른 손을 들어 카이의 흐트러진 앞머리를 넘겨주던 민석이 몸을 숙여 카이의 귓가에 닿았다.
"무엇이 괴로울까 우리 멋진 흑색의 늑대님."
"타오가 또 꿈에 나타나."
"...백년도 더 된 걸 왜 아직도 아파해. 타오는 이제 잊어."
"내가 어떻게 잊어. 평생 내 안에 묻고 가야 할 내 동생이야."
"그럼 예쁜 모습만 간직하라고."
"내가 죽였는데 어떻게!!"
소리를 지르는 카이를 민석이 끌어 안았다. 네 잘못이 아니야. 넌 아무 잘못 없어. 어린아이처럼 눈물을 떨구는 카이는 옛날의 그때로 돌아가 있었다.
집 앞으로는 맑은 계곡이 흘렀고 잔디가 깔린 앞마당에 큰 아름드리나무가 그늘을 만들었다. 어머니는 청초하고 따뜻하셨고 아버지 또한 그 누구보다 카이와 타오를 아꼈다. 봄이면 노란 개나리가, 여름이면 붉은 장미가 집 주위를 가득 채웠다. 하루 하루가 행복했다.
"타오. 너 얼굴이 왜 그래?"
"별거 아냐. 쉬고 싶어."
"요즘 계속 그렇잖아. 말 좀 해봐. 누가 그랬어?"
"신경쓰지 마!"
얼굴에 상처가 하나 둘 씩 늘었다. 타오는 카이의 물음에도 답해주지 않고 방문을 걸어 잠궜다. 누구보다 착했던 아이가 변했다. 카이는 원인을, 타오를 다치게 한 원인을 찾아야 겠다고 다음날 집을 나가는 타오를 미행했다. 타오는 계곡을 건너 좁다란 길을 지나 시내로 나가면서도 고개를 푹 숙이고 들지 않았다. 점점 조급해져 왔다.
"야."
"..."
"늦었다?"
"미안해요."
붉은 눈의 늑대. 크리스였다. 그 크리스. 카이는 속으로 욕지기를 내뱉았다. 아필 크리스라니. 당장 타오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둘이 왜 함께 있는지 궁금했다. 크리스가 타오를 그렇게 만든 걸까? 타오의 어깨에 익숙한 듯 크이스가 팔을 둘렀다. 그렇게 한참을 더 걸었을까. 술집이 보였다. 갑자시 분위기가 심각해지더니 실랑이를 하는 듯 보이는 둘에 카이는 서둘러 뛰어갔다. 그런 카이를 먼저 발견한 타오가 눈을 크게 떴다. 타오가 발을 멈추자 크리스도 멈췄고 타오의 시선을 따라 카이를 발견했다. 카이가 새하얗고 커다란 이를 드러내 보이며 으르렁거렸다.
"와, 이게 누구야. 카이잖아?"
"크리스... 내 동생이랑 뭐 하는 거야."
"동생? 아. 타오가 네 동생이었어?"
"뻔뻔한 자식. 타오에게서 손 떼."
"카이 그건 알아야지. 내가 너보다 몇십년은 더 오래 살았다고."
당장이라도 목을 물어버리고 싶었다. 크리스가 타오에게서 손을 떼고 어깨를 으쓱해 보이자 타오가 표정을 굳혔다. 집에 가자. 타오가 내민 손을 잡은 카이가 즐거운 듯이 휘파람을 부는 크리스를 돌아보다 먼저 앞장서서 걸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걷기만 하다가 집에 도착할 때쯤 타오가 카이를 끌어당겼다. 맞잡은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망설이던 타오는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 형 형은 나를 사랑하지? 그럼 사랑하지. 많이 많이 사랑하지? 갑자기 왜 그런 건 물어봐? 형은 타오가 무슨 짓을 해도 사랑할 거지? 그래 나는 타오가 무슨 짓을 해도 사랑해. 그리고 다음날.
타오가 자살했어.
아름드리나무에 묶여있던 그네줄이 타오의 목을 휘감고 있었다. 싸늘히 식어버린 몸에는 밧줄 자국만이. 카이를 더 구슬프게 만들었다. 카이의 부모님은 하늘이 무너져내렸다는 듯이 우셨다. 삼일 쯤 지나서 겨우 몸을 추스린 어머니는 카이가 지금까지 몰랐던 이야기를 해주셨다.
"타오는 너를 사랑했어."
"저도 타오를 사랑해요 어머니."
"그게 아냐! 타오는... 널 형으로서 사랑한게 아니야."
타오는 병을 앓고 있었다고 했다. 가족들은 카이를 속였다. 타오의 병을 자신만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타오가 정말 자신을 사랑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동생이었다. 귀여운, 착하고 착한 동생이었다. 그런데 왜 무서운 선택을 한 거야? 크리스를 찾아갔다.
"타오가 죽었어."
"...걔가 왜."
"당신은. 뭘 알고 있지?"
"진짜... 죽었어?"
크리스의 눈이 불안하게 떨렸다. 그 애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어. 그래도 상관 없었어 내가 그 애를 사랑하니까. 크리스는 안절부절 못하다 맨바닥에 퍼질러 앉아 고개를 숙였다. 카이 때문에 접근한 것이었다. 늘 거슬리는 존재였으니까. 타오는 그런 크리스가 카이를 좋아하는 것이라 오해하고 있었고 크리스를 형에게서 떨어뜨려놓기 위해 유혹했다. 타오가 카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보내줄 수가 없었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불장난은 너무 커져버려서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니 화가 나 타오에게 상처를 입혔다. 타오라는 존재에 미쳐버린 것처럼. 늘 후회했지만 타오는 그럴 수록 더 냉담해졌다. 어제 카이가 못들었던 말은 그 말은.
카이를 죽여버릴 거야. 알았어? 너 때문에 네 형이 죽을 거라고. 내가 못 할 것 같아? 아니 난 한다면 해. 너도 잘 알잖아.
누구보다 여리고 어머니를 닮아 다정했으며 순수한 어린 동생이었다. 감당할수 없게 되버린 일을 목숨을 끊는 것으로 끝내버린 가여운 동생. 무너져내리는 크리스를 두고 집으로 돌아온 카이는 자신의 목을 졸랐다. 타오가 이렇게 아팠을 거야. 뛰어들어온 아버지가 말리지만 않으셨어도 카이는 나쁜생각을 할 뻔 했다.
"널 만나고 괜찮아졌었는데.."
"알아. 기일이 다가오니까."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슈밍."
"내가 조금이라도 나눠가져줄게."
민석의 보드랍고 얇은 머리카락이 카이의 얼굴로 쏟아졌다. 달콤하고 슬픈 키스였다.
카이가 타오를 잊을 순 없겠지만 타오의 예쁜 마음만 기억하기를.
"민석 씻어 개냄새 나."
"어제부터 진짜!!"
"뭐."
늑대를 앞에 두고 으르렁 거리는 사슴의 꼴이 퍽 우스워 민석은 여유롭게 식탁의자를 빼 앉았다. 카이가 입고 있던 셔츠만 걸친 민석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툴툴 거리던 루한이 갈비찜이 담긴 접시를 내려놓았다. 맛있는 향기가 코끝을 자극했다. 저 쪽 구석에서 담배를 입에 물고 신문을 보던 첸까지 뛰어와 앉고 보니 꽤나 오랜만에 엑소가 가득 차 있었다.
"자기야, 종인이 또 울었지."
"아.. 안 울었거든!"
"뻥치시네. 안 그래도 잘 붓는데 오늘은 아주 눈을 감고 있구만."
"완전 울었지. 갓난쟁이처럼."
"김민석!!"
민석이 소리를 내서 웃었고 루한은 따라 웃었다.
"자기야 우리 이제 가봐야 겠다."
"간다고?"
"우리도 일 있어서 크리스랑 왔거든."
"아쉽다. 좀 더 놀다 가지."
"나도 우리 자기랑 뜨거운 밤을 못 보내서 얼마나 슬픈지 몰라."
"... 빨리 가버려 그냥. 김종대 저건 진짜 자기야 소리 아직도 안 익숙해진다."
카이와 첸이 가고 루한은 소금을 가져와 문 앞에 뿌렸다. 잡귀야 물러가라 훠이. 이제야 민석과 둘만 함께라는 생각에 흐뭇해하고 있는데 딸랑 종이 울렸다. 혹시나 개들이 다시 온 건 아닌가 잔뜩 긴장했던 루한은 혼자 들어온 남자에 안심했다. 아니야. 위험.
루한이 디오를 보고 놀랐던 이유 중 하나. 디오는 민석의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었다. 옆에서 지켜 본 결과 민석은 뭔가 좀 더 서늘하게 생긴 인상을 좋아했다. 무표정일 때 묘하게 섹시한 향기를 풍기는. 디오는 섹시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고 오히려 귀여운 편이었다. 동그란 눈과 선한 인상. 지금 이 남자가 민석의 취향이었다. 축축한 무표정.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눈은 살짝 풀려 있었다. 역시나 민석은 남자 앞에서 어린 여자아이처럼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산 넘어 산이구나. 루한은 허리가 굽는 것 같았다.
"손님 이름이..."
"오세훈 입니다."
"죄송하지만 저희는 예약 손님만 받는데요."
"그럼 지금 예약 할게요. 마침 한산해 보이는데."
"네 이리로 오세요!"
방어 실패. 민석을 따라 남자가 자리를 옮겼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오세훈이요."
"나이는..?"
"20살."
"무슨 일로 엑소를 찾아주셨나요?"
세훈이 피식 하고 한쪽 입꼬리만 올려 웃었다.
곰팡내눅뉵 |
최면술사 하이. 으앙.. 요즘에 제가 좀 미쳐서 이상한 글 올린 거 참 죄송하게 생각하고요.. 근데 왜 사람들이 좋아하지? 고렁거 좋아하시나봐여 독자님들...^^ 댓글이 아주^^ 감덩입니다.
잊혀져 갈 때쯔음 한번씩 올리는 최면술ㅅ... 제가 처음에 최면술사를 쓰기 시작했을 때 완전 야한 걸 야한 슈총을! 써볼거야!! 라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음.. 왜죠?
전 야한거보다 잔잔하고 편하게 끌어가는 이야기가 더 맞는 것 같아요.. 사실 씬을 못 쓰겠어;;; 그래서 최면술사도 텍본으로 만들거나.. 할 때는 완전히 건전한 이야기가 될지도..
최면술사도 관심 많이가져주세요.
풀님♡
늘 댓글 달아주셔서 진짜 감사드려요 ㅠㅠ 제가 기억할 수 있는게 암호닉 뿐이라...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다 감사하죠! 언급 할 수 있는게 풀님 뿐... ㅎ.. 사랑해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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