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이랑 전화하다가 애인님 씻고온다고 해서 지금 왔어. 내가 대시한 이야기 해야 하지. 미치겠네. 여기선 할 이야기가 별로 없거든.
처음엔 그냥 진짜 마구잡이로 들이댔어. 맨 처음에 일단 무슨 과인지 알아보려고 동기들이랑 선배들한테 계속 물어봤어. 아는 건 얼굴밖에 없고, 이름도 모르고 무슨 과인지도 모르고 사실 우리학교 학생인 것도 모르는 거잖아. 뭘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진짜 막막했는데. 내가 막 열변을 토해가면서 삼성 랩탑 갖고 있고 진갈색 머리카락에 쌍커풀 있고 랩탑 두들기는 거 보니까 레포트 시즌인 것 같다고 막 이야기를 하고 다녔단 말이야. 근데 내가 아무도 모르니까 열받아서 '아 왜 예쁜 사람 있잖아요!' 하면서 얘기하니까 다 알더라. 진짜 다 알아. 심지어 과도 알려줬어. 기분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허무하더라.
그래서 알아낸 건 몇 가지 있었다. 이름이랑 학년. 4학년이래서 나보다 세 살 많은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까 네 살 많은 거였어. 그 다음에 과가 중어중문학과, 그다음에 중국에서 살다 온 거. 딱 이것만 갖고 대시했다. 지금 생각하면 진짜 무모한 짓이지. 그 다음엔 진짜 별 거 없어. 과밖에 아는 거 없으니까 전공강의 끝나는 시간 맞춰서 가서 우연인 척 마주치고. 또 마주치고. 또 마주치고. 계속 마주치니까 알아보더라. 그래서 내 이름 알려줬어. 우리 애인이 좀 사교성이 좋아. 그래서 빨리 말 섞게 된 거기도 하고.
그 다음에는 같은 버스 타는 척. 나 그 버스 타면 내 자취방까지 좀 돌아가야 한단 말이야. 그래도 매일 그거 타고 갔어. 연기와 연기의 연속이었지. 그러니까 우리 애인님도 나랑 계속 마주치는 게 신기했나봐. 자주 보네! 하면서 인사까지 하게 됐을 때 나 진짜 날아가는 줄 알았다. 기분 진짜 좋았어. 아, 이것보다 더 기분 좋은 일 있었다. 버스카드 잔액이 바닥나고 돈도 없는 바람에 오늘은 못 보겠구나 하고 좀 짜증나 있었는데 애인님이 내 이름 부르면서 내가 찍어 줄게 했을 때 진짜 좋았어. 그거 빌미로 데이트 잡은 건 비밀. 계속 대시할 건덕지를 주는데 그거 못 받아먹으면 바보지. 그렇지?
버스카드 찍어줘서 고맙다고 커피 사준다고 했는데 내가 생각해도 진짜 억지긴 했어. 애인도 막 무슨 천원가지고 커피를 사냐며 눈 동그랗게 뜨고 한사코 사양하는 걸 내가 그냥 팔 잡고 끌고가다 시피 했지. 어떻게든 이야기할 건덕지 만들어 보려고. 그냥 카페라떼나 쥐어 줄까 해서 데려갔더니 커피 별로 안 좋아한다고 안 먹겠다는 거야. 그럼 뭐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버블티래. 무슨 마실 것도 꼭 자기 닮은 것만 좋아해서는. 땡글땡글하게. 그래서 초코버블티 손에 쥐어 주고 데려다줬어. 그 하루동안 엄청 대시한 것 같아. 물론 그 이후에도 무슨 건덕지만 있으면 뭐 사줄게요 우리 어디 가요 해서 물고 늘어졌어. 좀 이상하게 보는 것 같긴 했는데 뭐 어떻게 해. 일단 잡아야 사귀든 말든 할 거 아냐.
계속 그런 생활이 반복되고, 같은 버스 옆자리나 통로 사이에 두고 앉아서 이야기하다가 루한 먼저 자기 집에 내리고, 나는 한 정거장 더 가서 버스 갈아타고 나는 내가 자취하는 오피스텔 가고. 그러니까 내가 생각해도 진짜 많이 친해진 것 같더라고. 이 이상 끌었다가는 내가 터질 것 같더라. 진짜. 무슨 블랙홀이야 사람이. 계속 좋아져.
공강이 맞는 시간이 일주일에 세 시간 있더라. 그래서 그 때 일부러 까만 애, 아니 까만 애 하니까 게슈탈트 붕괴 현상 올 것 같아. 그냥 얜 앞으로 이름 나올 일 많을 거니까 이름 밝힐게.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존나 미안하다 야. 얘 이름 김종인이야.
어쨌든, 공강 겹칠 때 김종인 떨궈 놓고 내가 꼬셨지. 버블티 사준다고. 그런다고 따라 와요 우리 애인은. 그래서 버블티 두 잔 사다가 애인이 맨 처음에 랩탑 두들기던 거기 알지. 거기 가서 그냥 시시콜콜한 애기 하다가 고백했어. 좋아한다고. 많이. 그래서 이렇게 대시한 거라고. 우리 애인이 눈치가 없어서 이게 대시인 줄도 몰랐더라. 막 응? 이러면서 날 보는데 당황했더라고. 당연하겠지. 남자한테 고백 받는 기분이 어떻겠어. 그래서 버블티 빨대 입에 물려주고 나왔어. 차차 생각해 보라고. 근데 아마 거절했더라도 난 계속 대시했을 거야. 진짜 징글징글하게.
그래도 버스는 계속 같이 탔어. 옆자리에 앉는 건 양심상 안 되겠고. 한 세 번째 같이 탔을 때였나? 뒷자리에 앉아서 가만히 보는데 막 손톱 깨물고 되게 고민하더라고. 나 의식하고. 그래서 귀엽기도 하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나 싶어서 그냥 봤어. 보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더니 애인 집에 벌써 버스는 도착하고. 그래서 오늘도 안 되겠구나 하고 있었지. 근데 그 때 애인님이 내리면서 버블티 한 컵 내려놓고 포스트잇 붙여서 나한테 잘해. 하고 써 놨는데 그게 너무 귀여운 거야.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나가는 길 창문으로 바래다보니까 얼굴 빨개져가지고는 막 타다다닥 소리 나는 것처럼 뛰어가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너무너무 귀여웠어. 막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그래서 우리 애인님한테 잘 하고 연애하고 있지. 완전 공주님 모시고 살잖아 내가.
써 보니까 엄청 복잡하게 써 뒀네. 내가 말했지? 나 글솜씨 진짜 없다고. 그래도 읽어. 앞으로 더 예쁘게 연애할거니까.
아, 그리고 그 암호닉인가 그거. 쓰면 그걸로 불러줄게.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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