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이다. 이 네글자가 내 머리에 인지 되었을 때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대충 고양이 세수를 하고 가방을 멨다. 그리고 학교와 집을 왕복할 버스비를 정신없이 챙기고 현관문을 열어 달리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정신없는 하루였다. 그렇게 버스 정류장 까지 뛰어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자마자 책을 펼쳤다. 다행이다. 담임보다는 일찍 교실에 들어와서.
“아까 정준영이”
“어?”
“끝까지 들어봐. 너 찾았다고”
“왜?”
의아했다. 내가 없으면 아프려니 하고 연습이나 계속 할 사람인데. 아무래도 3일을 연속으로 아픈 건 조금 무리인가.
“급한 일이래. 점심시간에 빨리올라가 봐. 어지간히 급한 일인 것 같더라”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책상에 고개를 파묻어 버렸다. 생각할 게 많다.
봄은 멈춰져 있다
03
점심시간, 점심을 대충 빵이랑 초코우유로 떼우고 연습실으로 갔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건 김상우와 정준영이다. 둘은 무슨 심각한 얘기를 하는지 내가 온 것 조차 모르고 있었다. 형, 하고 말해볼까 하다가 그냥 대화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조용히 연습실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소리가 조금 난 것인지 정준영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웃어보인다.
“승우야 이거 봐봐”
정준영이 아까 전만 해도 김상우랑 같이 보고 있던 종이를 들어 내게 보여준다. 그리고는 우리 참가할 거야 라고 말한다. 잘 보이지가 않아 미간을 찌푸리며 조금 더 앞으로 가니 '청소년 락 페스티벌' 이라는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온다. 그리고 순간 내 머리는 멍해졌다. 락 페스티벌이라니. 쟁쟁한 참가자들도 많을텐데. 충분히 무리였다.
“예슬 선배도 알아요?”
“너만 오케이 하면 돼”
“야 정준영, 나는 아직…”
“괜찮아 로이.”
뭐가 괜찮다는 건지. 정준영이 괜찮다는 대답을 하자 마자 김상우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정준영은 김상우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고 내 대답을 기다린다. 나는 마지못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정준영의 옆자리에 있던 김상우가 얼굴을 찌푸렸다.
“역시 승우 밖에 없다.”
“정준…….”
“가만 있어봐”
김상우의 말을 막아버린 정준영이 내게 꾸깃해진 종이 조각을 건넸다. 꾸깃한 종이를 쫙 펴서 보니 아이돌 그룹의 노래들 부터 발라드 까지 여러 장르의 노래가 적혀있다.
뭐에요 이게? 선곡표. 곡 하나 골라봐.
나는 선곡표에서 시선을 거둬 김상우의 표졍을 살폈다. 역시 표정이 좋지 않다. 옆에 있던 정준영이 눈치도 없이 김상우에게 선곡표를 건넨다. 그러자 김상우의 표정은 더 일그러진다. 그러다가 김상우가 마지 못해 종이를 낚아채자 표정이 밝아진다.
로이 허락해 주는거야? 좀 저리가. 왜이렇게 튕겨. 결국에는…아 정준영.
“형 I Love You. 어때요?”
“난 찬성”
“그럼 나도”
고민 끝에 고른 곡이었다. 편곡 하기 쉽게 다만 너무 가볍지 않으면서도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곡. 내가 I Love You를 하자고 말하자 김상우가 찬성이라며 말한다. 그러자 뒤이어 정준영도 찬성한다. 정준영과 김상우. 두 사람은 참 가까워 보이는 사이었다. 그리고 정준영의 애정이 김상우의 애정보다는 훨씬 컸다. 나도 그 자리에 슬그머니 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
곡은 I Love you 로 정해졌다고? 어, 우리 막냉이가 직접 고른 곡. 선곡 센스 좋은데?
방과후, 밴드부는 연습실로 오라는 방송을 듣고 종례 후 바로 뛰어갔더니 모두들 옹기종이 모여있다. 또 나만 늦은 건가 싶어서 눈치를 살피며 의자에 앉는데, 안예슬이 선곡에 대한 말을 꺼낸다. 그러자 정준영이 나를 언급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머리 카락을 살살 쓰다듬는 손길이 꽤 부드럽다.
“그래서, 기간은?”
“6월 23일이니까 한 두달쯤 남았네”
“알겠어. 그러면 편곡은 내일 하면 되겠네. 너무 급한가?”
“아니. 편곡 작업은 한 2~3일로 잡고 파트 분배도 해야돼”
알겠어. 편곡 작업이랑 파트 분배를 한 일주일 정도로 잡고 시작하자. 꽤 진지한 대화들이 오가고 있다. 그 사이에서 할 말이 없어진 나는 그냥 기타만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러다가 승우야, 하고 나를 부르는 정준영에 기타에 줬던 시선을 거둬 정준영에게 시선을 둔다. 그러자 정준영은 편곡은 너랑 나랑 로이랑 할거야. 잘 할 수 있지? 라며 웃어보인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정준영의 손이 다시 한 번 내 머리카락 위에서 움직인다. 기분 좋은 손길에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지금 이대로 영원히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오늘은 이까지. 내일 보자”
안예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정준영의 손도 함께 떨어진다. 아, 꽤 아쉽다. 머리카락에는 아직도 정준영의 손길이 남아있는 듯 하다. 안예슬이 손을 흔들며 연습실을 나가고 그 뒤를 따라 김상우도 나갔다. 그리고 그 뒤로 쫄래쫄래 따라가는 정준영 까지. 나는 연습실의 불을 끄고 문을 잠근 뒤에야 그 장소를 벗어난다. 솔직히 말하자면 정준영과 김상우의 관계가 조금 부럽다.
- 잉여님, 동경님, 얍얍님, 기식빵식빵님, 콩이님 외 신알신 해주신 분들 재밌다고 해주신 분들 모두모두 감사드려요 ㅠㅠ ♥
그리고 분량이 작은 이유는 시험기간이라 허헣...사실 어제부터 시험이였어요...시험기간도 아니죠..그래요 시험 허허허헣ㅎ....전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죠..ㅠㅠ
시험기간 외에도 뭐 제 능력이 모자라서 분량이 작구요 ^^...시험만 끝난다면 분량은 늘리겠습니다 ㅠㅠ...분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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