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그가 탈락할까 싶어 초조하게 다리를 덜덜 떨어가면서 기다린 결과,
패자부활전을 통해 다시 합류하게 됬다는 그의 소식을 누구보다 빨리 들을 수 있었다.
그제서야 부산스럽게 떨리던 다리도, 초조하게 손톱만 물어뜯던 바보같은 행동도 멈출 수 있었다.
다시 그를 만날 수 있다는 안도감에 병신같이 입가에 슬며시 웃음이 맺혔다.
그 순간, 볼을 콕 찔러오는 무언가에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비시시 웃고있는 작은 얼굴이 보인다.
제 볼을 찌른 그 뭐라 설명하기 힘든 얇다란 손가락을 접지도 않은 채로 제 눈을 마주치고 비시시 한 번 더 웃는다.
"뭐예요?"
"내 손가락. 어느 손이게?"
"제가 어떻게 알아요."
"에이,재미없다."
그제서야 손가락을 슬며시 접고는 입을 우물거린다.
그러면서도 아직 장난기는 버리지 못했는지 동그란 눈동자는 장난기가 득실거린다.
"아무튼 축하해요 형."
"뭐가?'
"패자부활전. 다시 붙었잖아요."
"에이, 고맙다! 네가 말해줘서 그래. 네가 나 붙을 거라고 했잖아."
"그건 당연한거죠."
그렇게 말해주니 또 좋다고 비시시 웃는다.
숙소로 들어가자는 의미로 작은 머리통에 살짝 손을 얹고 일어섰다.
그에 끙차 소리를 내며 무릎을 잡고 일어선다.
"아..피곤하다 로이."
로이..로이라...분명 내 이름인데 뭔가 마음에 안드는 이유는 뭘까,
분명 신청서에도 적어서 낸 내 이름인데 왜 그가 부르는 내 이름이 마음에 안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로이! 왜 대답이 없어!"
멍하니 생각하느라 아무 대답도 없이 걷기만 하는 모습을 보고 아랫입술을 비죽 내밀더니
"어?! 승우야!!" 를 외치며 앞으로 투다닥 뛰어간다.
"준영이형!"
양볼을 발그레하니 붉히고 쪼르르 달려와 서는 폼이 같은 남자인 내가봐도 사랑스럽다.
풋풋한 고등학생 티가 나는 젖살이 그득한 볼이 말랑하니 부드러워보인다.
작은 키를 하고 크지는 않지만 애교스럽게 묻어나는 눈웃음이 자연스러운 눈을 하고는 내 그를 향해 웃는다.
그에 반응하듯이 내 그는 팔을 슥 뻗어 머리를 슥슥 쓰다듬는다.
또 양 볼이 발그레하니 붉어져서는 "혀엉!" 하는 모습에 그는 또 장난기 그득한 미소를 보인다.
"승우야."
"네?"
"로이가 대답을 안한다. 네가 말 좀 걸어봐."
"저..저 별로 안친한데.."
나름 까치발을 들어 귓속말이라고 한 것 같은데 다 들린다.
나의 그는 저런 애교있는 모습을 좋아하는건가 하는 생각에 슬쩍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애교와 귀염성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로이형. 형!"
"응?"
"아 뭐야! 왜 승우한테는 대답해!"
아, 그거였다.
어린 동생인 승우가 저를 로이라는 이름으로 부를때는 그저 그랬던 기분이
내가 바라는 그가 저를 로이라고 부를 때는 기분이 이상하게 뭔가 다른 것을 바랬던 이유.
승우니 준영이 형이니 살갑게 서로서로 이름을 불러대는 모습이 퍽 부러워 보였다.
로이라는 이름이 받침이 있는 이름도 아니거니와 그 자체로 부드럽게 흘러가는 발음인데
그가 부르는 로이라는 이름이 유독 딱딱했던 이유는 그가 제 본래 이름을 불러주길 바랬었기 때문인 것 같다.
"형, 빨리 가요."
계속 엉겨붙어 부비적대고 장난치는 둘을 억지로 떼어놓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형."
"오! 왠일이지? 우리 자기가 먼저 말을 거네?"
"아니예요."
아, 생각해보니 굳이 본명을 불러주지 않아도 이 호칭도 꽤나 마음에 든다.
발음 자체로 충분히 달달하니 듣는 사람 기분도 달달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그래도 역시 한 번 들으리라 다짐 했던 것은 꼭 들어야 겠다.
"형."
"에이, 왜 또."
"형은 왜 날 로이라고 불러요?'
"그럼 어떻게 불러? 이름 불러야지. 야야 거릴 순 없잖아."
"로이말고 다른 이름으로 불러줘요."
"다른 이름도 있어?"
"헐, 형 실망."
"에이에이, 장난장난. 상우 맞지? 김상우."
"네, 앞으론 그렇게 불러줘요. 아, 다른 사람들 앞에선 빼구요."
"그래! 상우야 상우야~"
"기분 좋네요."
"뭐가?"
언젠가는 말하겠지만 차마 아직은 입 밖으로 내뱉을 수가 없다.
내 사람이 내 이름을 불러줘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비시시 웃더니 팔랑팔랑 팔을 흔들며 다리는 앞뒤로 흔들며 폴짝폴짝 뛰어간다.
그렇게 뛰어가면서도 뒷모습을 보이지 않고 뒤로 폴짝폴짝 뛰어간다.
그러다가 갑자기 탁탁 바닥을 치는 발을 멈추고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손으로 양 볼을 꽉 쥐어온다.
"우리 상우 울어?"
"울긴 누가 울어요. 안 울어요. 뜬금없이 무슨."
"으음...그럼 말고! 가자 가자!"
나도 모르게 눈에 힘이 들어가서 눈가가 붉어졌나보다.
나도 몰랐던 내 변화를 나보다 먼저 알고 신경써 주는 모습에 괜히 또 혹시 하고 기대했다가
모든 사람들과 그런 형식의 소통을 하는 그의 모습을 많이 봤다는 생각에 다시 생각을 접었다.
"우리 상우, 울지 말고 형 손잡고 가자."
꽤 큰 손이지만 나보다는 작은 손으로 내 손을 잡아 끈다.
장난기 득실거리는 목소리와 말투지만 왠지 그 말 속에 내 손을 놓지 앟겠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 마냥
그 작은 손으로 내 손을 꽉 잡아온다. 슬그머니 땀이 차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남이 먼저 잡아준 내 손을
굳이 그 따뜻한 감촉에서 빼내오고 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 상대가 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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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험이 끝나서ㅜㅜ너무 행복해요ㅠㅠㅠ
독자님들도 시험 잘치셨나요???
아직 안치신 분들은 잘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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