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민(앤디-민우)
앤디-니엘
평행선
사무실 유리문 너머로 얼금얼금 누군가의 실루엣이 비쳤다. 불투명 유리에도 또렷한 곱슬머리는 영락없는 니엘이었다.
보나마나 사과를 하거나 해명을 하러 왔을 것이다. 나는 붙들고 있던 서류를 잠시 밀어두고 의자에 잔뜩 등을 기대어 비스듬히 누워 눈을 감았다.
멋대로 털어놓고 뺨에 입까지 맞추던 녀석의 앳된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좋아해요.’
더없이 간결한 달밤의 고백.
“언제까지 그러고 서 있을거야.”
팔짱을 끼며 툭하고 던져놓는 내 말에 녀석은 그제야 빼꼼히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와 선다.
“형.”
“왜.”
제법 긴장한 목소리. 하지만 그 목소리를 타고 나온 다음 말은 내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불쑥 팔을 내질렀다.
“…민우 선배님 많이 사랑하세요?”
마냥 여리고 힘 따윈 없을 것 같던 녀석의 주먹에 콧잔등이라도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녀석을 응시했지만 조금도 피하지 않는 당돌한 눈동자가 올곧게 나를 향했다.
대답은, 당연히 할 수가 없었다.
“… ….”
“형.”
“…왜.”
“좋아해요.”
“… ….”
어딘가 평소와 다른, 더욱 다부지게 들리는 목소리였다.
“전에도 말했지만, 형으로서, 사장님으로서 좋아하는 건 아니예요.”
“…술 마셨냐?”
“저 미성년자예요.”
녀석은 들릴 듯 말 듯 작은 한숨을 내뱉으며 소파에 주저앉았다. 물어본 나도 어이가 없는데 저는 오죽할까.
“…난 나이가 서른이야.”
“게이는 정상인가.”
녀석 특유의 불만 어린 목소리. 그러면서 연신 맞비비는 신발 코에 녀석도, 나도 시선을 모았다.
안무 연습 하느라고 다 낡아 떨어진 녀석의 운동화 뒤축을 보면서 막연히 안쓰럽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니엘아.”
“왜요.”
조금은 퉁명스런 목소리는 잘 웃고, 잘 따르는 녀석이 최대한으로 표현하는 서운함.
당장이라도 녀석을 쓰다듬어주고 싶지만, 그래서는 안 되고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아끼는 감정 그 이상을 주어서는 안 되고 줄 수도 없다.
그 가장 큰 이유.
“…사랑해왔어.”
“… ….”
“많이.”
녀석의 움직임이 멈췄다. 여전히 고개 들지 않은 채로 입술을 지그시 깨문다. 문득 녀석의 미소가 그립다.
가늘게 휘어진 눈초리 끝으로 흐르는 천진한 생기. 하지만 겨우 입을 연 아이의 시선에 천진함은 없었다.
“나랑 먼저 만났으면, …그때는 날 많이 사랑했을까요?”
“… ….”
“…다음 생에 또 날 만나면, 그때는 날 많이 사랑해줄 수 있어요?”
“…그래볼게.”
녀석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미소 짓는 얼굴에도 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 됐어요. …갈게요, 보컬쌤이 찾을 거예요.”
“… ….”
문을 닫고 나선 녀석의 실루엣이 사라질 때까지 어렴풋이 다음 생을 그려본다. 그때가 되면 너와 내가 모두 아프지 않을 수 있을까.
그때가 되면, 그때가 되면…,
rrrrrr-
“…어, 민우 형. 누구? 아- 저번에 소개해준다던? 알았어. 지금 갈게. 아, 형! …많이 사랑해? …그래? 우리 형… 드디어 장가가겠네….”
내가 이 사람을 놓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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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비루한 제목이군요...큐큐
전 개인적으로 리키군을 늘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