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인씨가 연상이예요)
"언니는 그 남자랑 꼭… 결혼이 하고 싶어요?"
"…그래."
"그냥 나처럼, …솔직하게 살면 안되나?"
"그게 쉬운 줄 알어?"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딨어요?"
"있어, 내가 이 생활 다 버리고 그 사람이랑 결혼만하면, 세상에 지금만큼 어려운 일은 안 생길거야."
"행복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태희는 분주히 짐을 챙기던 가인의 뒷모습을 말가니 바라본다.
침대 끝에 걸터앉아, 언젠가 그녀에게 선물로 받았던… 제일 좋아하는 머리띠를 손 끝으로 만지작거리며.
저만치 떨어진 테이블 위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사진들로 눈길이 향한다.
수많은 옷을 입고, 수많은 풍경에 서서, 단 한사람을 바라보며 촬영한 사진들.
마냥 행복했던 시간들이 이제는 아쉽다.
'같이 찍을 걸.'
단 한 장도, 가인의 모습은 없다.
옷가지를 만지작 거리던 손길이 다시 움직여, 커다란 트렁크 가방을 꽉꽉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떨리는 어깨.
태희는 일부러 뒷꿈치를 쿵쿵, 침대에 부딪히며 발을 흔든다.
그 소리가 적막을 부순다.
그 소리에 울음이 묻힌다.
가인은 카메라 렌즈가 든 가방을 꽉 붙들어 쥐었다.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니.
입술을 꾹 깨문다.
'결혼하자. 내가 행복하게 해줄게.'
아니.
아니, 아니.
발 구르는 소리가 꼭 카운트다운을 세는 것처럼 먹먹히 울린다.
3, 2, 1, …땡.
그리고 다시 3, 2, 1, ….
아무리 세어도 다시 3으로 돌아가는 숫자를 속으로 꾹꾹 눌러 삼켰다.
"갈게."
"…잠시만! 이거, …떨어뜨렸어."
태희 손 끝에 들린, 가인의 주머니에서 떨어진.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날의 태희.
오피스텔을 빠져나온 가인은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태희의 침대에서 잠이 든 횟수만큼 무거워진 가방이 길바닥에 바퀴를 굴려 둔탁한 소음을 낸다.
'아까 저 찍은 거 맞죠?'
가로수 길 저만치의 벤치에 앉아 발을 구르던, 그 모습에 자꾸만 시선을 빼앗겨 저도 모르게 눌러버린 셔터 끝의 여자.
갑작스런 휴대폰 진동에 놀란 가인이 발신자 표시를 보며 잠시금 망설인다.
이 와중에도 손가락에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반지가 코트 주머니 속에서 휘청거렸다.
"… …."
- 고마워요.
"… …."
- 그 사진, 가지고 가줘서.
"… …."
- 언니는 모르죠?
"… …."
- 언니가 날 찍기 전에, …내가 먼저 언니를 보고 있었다는 거.
코트 주머니 깊숙히 손을 찔러 넣는다.
끝물이라도 아직은 가을이건만.
목소리를 듣는 그 짧은 순간 귓가에 닿아있던 손가락이.
미치도록 시리다.
&
아이돌 팬픽만 쓰다가...ㅎㅎ
그냥 한번 써봤어요...오랜만에 글잡와서 부끄럽네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