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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준] Gangster Boy
   w. 이상

 

 나는 항상 그랬다.
 
 아, 망했다. 준면이 포르르 작은 한숨을 쉬었다. 이 놈의 인생은 한번도 잘 풀리는 일이 없었다. 불행 끝에 행복이 온다던 말이 있지 않은가, 아니 살면서 적어도 한번쯤은 누구나 행복에 마주하지 않을까. 적어도 모두가 그렇다, 그래왔다. 하지만 5살이란 아무 것도 모를 나이에 부모님의 지독한 싸움과 그 후의 폭풍전야 같은 이혼을 기점으로 큰 행복은 물론이요, 작은 행복 따위는 잊고 산지 오래였다.
 학창시절은 투명인간처럼 지나갔다. 워낙 조용한 탓에 반 아이들은 준면을 잊고 살기 일 수였다. 소풍 날에도 준면이 안온 걸 까맣게 잊은 채 출발을 해버려 곤혹을 겪었던 적도 간간히 있었다. 급식은 항상 그래왔다. 땡, 종이 치자마자 여느 또래와 다를 것 없이 급식실로 달려가 급식판에 고개를 쳐 박은 채 입 속에 밥을 꾸역꾸역 넣었다.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도 몰랐다. ‘쟤 왕딴가봐.’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졌다. 그나마, 민석이 말을 건내준 이후로 둘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민석이 준면이의 인생에서의 첫 친구이자 말상대였다.
 회사에서도 다를 건 없었다. 바라지조차 않았지만 약간 실망감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마케팅 부 민석은 학교 동창이자, 회사 동료지만 준면과는 대조적으로 매우 사교성이 좋아 사람들이 잘 따르곤 했다. 3년이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동안 벌써 팀장자리를 꿰찼단 소리를 듣고서 준면은 아무도 몰래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직도 막내였다. 준면은. 홍보부에서.
 홍보부는 4년마다 신입사원을 뽑는 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입사한지 어느덧 3년이었다. 하지만, 준면 아래로 신입사원이란 것은 눈씻고 봐도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결국 그 뜻은 모든 잡 일은 준면의 몫이었다. 아니, 신입사원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영원히 막내일 것만 같았다. 오히려 매일 같이 타는 프림 반, 커피 반. 커피만. 율무차. 유자차. 가 없다면 스스로 서운해 할 판이었다.
 이 년이나 남았다. 조용한 숲 속에 숨어 들어가 티비에 나오는 사람들 처럼 자연과 동화 돼 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 때 뿐이었다. 현실은, 준면은 집의 장남이자 나이 삼십 줄을 다 채워가는 노총각이자 어머니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머리 깎고 절에 들어갔다간 자지러질 어머니를 위해서도 그딴 무모한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 준면은 자기 스스로 합리화를 자주 하곤 했다.
 저번에도 그랬다. 회장님께 전해드려야 할 서류가 바뀌었다. 어느 누구의 장난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서류가방엔 본래의 서류가 들어있었어야 했다. 준면이 많은 시간 동안 꼬박 야근을 하며 정리한 매출 실적표와 상한표였다. 결국 팀원들에게 한 마디도 하지 못했고 서류도 찾지 못했다. 그저, 내 인생이 원래 그렇지. 하며 스스로를 달래는 일 밖에 할 수 없었다. 김 팀장의 지긋지긋한 잔소리에도 뭐라 대꾸 한마디 하지 못했다. 김 팀장도 가장으로서 힘들거야, 화풀이 상대나 돼 줘야지. 항상 자신보단 남 생각이었다. 제 주제도 모르고. 나 오늘 바빠, 미안하다 준면아. 민석 또한 새로 기획하는 상품 기획안 작성 때문에 꽤나 열을 내고 있는 듯 했다. 준면의 집 앞에는 작은 포장마차가 하나 있었다. 거기서 항상 모든 스트레스를 술과 함께 풀곤 했다. 그 날도, 그럴 예정이었다. 술 한 병과 우동 한 그릇 먹다 보면, 잠시나마 딱딱히 굳은 마음이 따뜻하게 풀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12월, 그 날의 날씨는 유난히도 추웠다. 그 날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두꺼운 정장 마이에 회색 털 목도리까지 했지만 몸을 싸고 도는 한기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던 날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때가 아마…… 막, 유일한 보금자리가 있는 8층에 도착했을 때 였던 것 같다. 서류가방을 왼손에 쥐고, 오른손으로 힘겹게 집 키를 뒤적이고 있었다. 으음, 그 때 집 앞에서 피를 잔뜩 흘리고 있는 사람을 너무 놀라 주저 앉았던 것 같기도 하고.

   “사,사람 아니야? 저, 저기요!”
   “…”
   “119.. 아,아니. 저기요. 정신 차려봐요! 학생!”


  차라리 그 때,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단 낫지 않았을까,

 

 

     Gangster Boy
     -

 

 
    “여보세요?”
    “너 미쳤어? 아니, 미친거지. 암, 단단히 미친거야.”
    “또 무슨 소리를 하시려구요, 김민석씨.”
    “미쳤어 새끼야?”

 김민석이 전화를 안 하면 해가 서쪽에서 뜨는 날이지 암. 준면이 힐끗 손목을 바라보았다. 1:40 P.M. 점심시간이 끝난 시간이었다. 이미 점심을 다 먹고 들어온 팀원들이 제 자리에 앉아 하품을 하며 일을 시작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미친거지, 새끼야? 대답없는 전화기 너머에선 민석의 육두문자 울려퍼졌다. 준면이 한 쪽 눈을 살짝 찡그리며 휴대폰을 고쳐 잡았다.
 아마 얼굴이 새빨개져 코뿔소가 돼 있을거야. 민석은 항상 그랬다. 평소엔 그 누구보다 선한 인상을 지니고 있었지만 화가 날 땐 토마토 마냥 빨개진 얼굴로 다양한 표정을 선사했다. 민석이 그럴 만도 했다. 10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가 삼십 줄에 다가가고 있는 친구가, 정신 못 차리고 학교나 들낙거리고 있다하면 준면도 민석 처럼 육두문자를 날리며 머리에 꿀밤 한 대 쥐어 박았을 것이다. 김 팀장의 뿔난 표정이 머릿 속에 생생히 그려졌다. 준면을 눈엣 가시로 생각하는 그가 또 한 건 잡았다며 화장실에서 남 몰래 춤이라도 추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지금 점심시간 끝난지 30분 더 지났어. 팀장님은 아직이다. 민석의 목소리에 준면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감자탕을 먹는다 했던 김 팀장이니 한참 살을 발라 먹느라 늦겠지. 아마, 그럴거야.

   “팀장님 안 오셔서 다행이긴 하지만. 근데 도대체 너 어디냐?”
   “학교.”
   “뭐 임마?!”

 응 임마. 짧게 대답한 준면이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 보았다. 오늘만큼은 정말 오기 싫었다. 어제 김 팀장에게 된통 까인 후 기분이 안 좋을대로 안 좋았던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매일을 꾸중과 비난으로 보냈다. 잘 생각해보면 학창시절에도 그랬다. 친구를 사귀기 싫냐며, 잘 지내보라는 설득조의 선생님들도 달갑진 않았다. 어차피 똑같이 뒤에서 욕 할거면서.
 그런데 학교 오는 게 일상이 돼 버렸다. 나이 삼십 줄 거의 다 차서. 기분 좋게 전 담임 선생님을 찾아 오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학교에 자식이나 친척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옆집이 문제였다. 그 놈의 옆집.
 짧게 생각을 마친 준면이 전화기를 손에 꼭 쥔 채로 정장 매무새를 다듬었다. 엄마의 성화로 매고 온 남색 빛의 넥타이가 어딘가 부조화스럽다. 회색 정장에 남색이라니. 패션 테러인 것 같기두 하고.
 빨리와 새끼야! 주변은 매우 시끄러웠다. 학교가 끝난 건지 교문으로 개미 떼 같은 교복을 차려입은 학생들이 무더기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교복도 가지각색, 생김새도 가지각색. 구에서 제일 질 안좋단 학교라는 사실을 이제야 실감할 것만도 같다. 좀 논다 싶은 여학생들은 준면을 매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각자 수군대기 바빴다. 평소와 다를 것 없이 고개를 푹 숙인 준면이 교문을 통과 해 자연스럽게 운동장을 가로질러 걷기 시작했다.

  “너 설마 또 세훈인가 훈세인가 그 새끼 학교 가주는거야?”
  “새끼가 뭐냐, 새끼가. 회사에 있는 놈이 팀장한테 걸리면 죽음이잖아.”
  “너 이번엔 시말서가 아니라 사직표야.”
  “뭐?”
  “내 말버릇은 됐고 세훈인가 뭔가 생각하기 전에 니 앞가림은 할 필요성을 못 느끼냐? 저번에도 몰래 들어오다가 된통 깨진 주제에 너 진짜 사직서를 작성해봐야 그제서야 아, 내가 병신이었구나 할 놈이지? 답답한 놈.”
 
 그럼 어떡해, 세훈이 담임 선생님이 학교로 와 달라고 전화 하셨는데. 바닥에 치이는 돌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많다. 다 장애물인 것만 같다. 어쩐지 돌 때문에 걸음이 채이는 느낌마저 든다. 세훈이 부모님은 해외에 계신다고 했다. 차라리, 그 날 만나지 않았다면 세훈을 신경쓰지 않아도 됐을지도 모른다. 회사에서 여유롭게 커피나 타며 기획서를 작성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왜 니가 학부모 짓 이야? 걔가 너 학교 오는건 좋아하냐?”
  “그래도, 징계 받으면 안되잖아.”
  “김준면 바보새끼.”
  “응.”
  “너 병신이라고, 이 병신아.”
  “응. 그니까 마지막으로 민석아, 부탁할게. 팀장님께 급한 일 있어서 잠시 들렸다 온다구. 응?”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 김준면. 이제 니 알아서 해.

 민석의 말에 준면이 옅게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가슴이 좀 가뿐해 진 기분이다. 오늘은 평소보다 10분이나 빨리 도착했다. 이대로라면, 사직서 까지는 가지 않아도 될 지도 모른다. 얼른 세훈을 보러 가야겠다. 오늘은 또 얼마나 큰 상처를 새기고 있을지. 18살, 이란 나이에 걸맞은 솜 털이 보이는 뽀송하고 매끈한 피부에 얼마나 보기 흉한 흉터를 더덕더덕 새기고 있을지. 얼른 보러 가야했다.
 차라리, 때렸다면 마음이나 편하겠네. 준면이 익숙한 듯 왼쪽으로 꺾어 교무실로 향했다.

-

 

 


 준면과 세훈은 전혀 관련있는 사이가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옆집 남자 정도. 세훈이 준면의 옆집에 이사왔다. 준면은 이미 그 빌라에 산지 어느덧 3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 동네에 산지는 20년이 훌쩍 넘어갔다. 바람이 쌀쌀하던 겨울 날, 대낮부터 들리는 드릴 소리와 소란스러운 사람들 목소리에 이사왔구나, 라 어림짐작은 했지만 얼굴 한번 보지 못했기에 고3이구나 어렴풋이 느끼곤 했다. 그만큼 둘 사이는 멀었다. 얼굴도 모르는 형식적 관계를 좀 더 친근히 표현하기엔 무리였다. 그저, 바쁜 일상 속에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정도 마저 못한 사이였다. 세훈은.
 하지만, 한달 전. 음, 아마 김 팀장한테 매우 깨진 날이었을 것이다. 얼른 갑갑한 정장을 벗어 던지고 포장마차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날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집 앞의 남자를 보고 빠르게 멈추었다. 처음엔 신종사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보이스 피싱으로 멈추지 않고 직접 집까지 찾아와 강도 형식으로 돈을 뜯어가는 남자라고도 생각 할 만큼, 짧은 시간 내 준면의 사고회로는 빠르게 돌아갔다. 남자의 주변엔 피가 가득했다. 깡패 같아 보이진 않았다. 적어도 깡패라면, 쪽팔려서라도 ‘오세훈’ 이란 명찰이 달린 교복 마이를 입고 있진 않았겠지. 남자는 아마 쓰러진 듯 보였다. 현관문 앞에 쓰러져 손가락 까딱 하지 않고 눈을 감고 있는 것을 보니 쓰러진게 더욱 확실해졌다. 1104동 802호. 준면의 집 앞이었다. 남자의 속눈썹은 참으로 길었다. 흡사 사막의 낙타를 연상시켰다. 도자기 같이 매끈한 피부엔 빨간 생채기가 나 있었고 살짝 만진 이마는 족히 38도의 열을 머금고 있는 듯 했다. 잠시, 남자의 얼굴을 감상하던 준면은 아차, 하며 멍청한 소리를 낸 후 일어났다. 119 부르기엔 뭔가 아쉬웠다. 지금 119를 부르면 한참 퇴근시간이라 꽉 막힌 도로에서 정체 돼 옴싹달싹 못 할 것이다. 준면은 합리화 했다.
 저,저기요. 괜찮아요? 남자는 대답이 없었다. 준면은 젖 먹던 힘까지 더해 남자의 팔을 자신의 어깨에 걸쳤다. 슬림한 체형이지만 무게는 꽤 나갔다. 다 근육이려나, 그 짧은 시간에 별 생각을 다 했다. 그 만큼 세훈이란 남자는 준면에게 매우 편하게 다가왔다. 10년 친구 민석이 들으면 서운해 할지도 모르지만, 민석과 있을 때 보다 더욱 편했다. 어딘가 오랫동안 두고 본 사람인 것 같았다.
 준면은 하늘이 어렴풋한 하늘 빛을 머금을 때 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몸과 정신은 매우 피폐해져 있었다. 며칠 동안 기획안 작성으로 인해 단 세시간도 제대로 잠을 청하지 못했다. 남자의 온도는 36.5도로 내려가고 있었다. 세상 모른 듯 자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보자니 평화로운 기분이었다. 발코니 사이로 살짝 보이는 넓은 창문에 비춰진 희미한 달이 유난히도 따스하게 다가왔다.


 아, 시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준면이 미간을 찡그리며 눈을 떴다. 잠시 잠에 들었던 것 같다. 벽에 붙은 등이 이미 굳었는지 우득, 하며 뼈와 뼈가 마찰하는 소리를 발생시켰다. 어렴풋이 뜬 눈 사이로 단정한 머릿칼을 매만지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빨간 생채기는 여전했지만 혈색은 전 날보다 매우 좋아보였다. 저기, 괜찮아요? 두 눈을 작게 껌뻑이는 준면의 목소리에 남자는 그리 크지 않은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뭐야, 이 새낀.”

-

 

 

 


 그 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머릿 속이 멍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많아도 19살, 적어도 17살이었다. 백현과의 나이차 또한 적어도 9살이었다. 회사에 나가면, 대 선배나 다름 없었고 존댓말은 당연했다. 시발. 시발. 시발. 매우 익숙했다. 혀 끝 사이로 나오는 욕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바보같이, 그제서야 얼굴에 가득 피어있는 생채기의 의미를 알 것만도 같았다.
이 자식, 문제아구나.
 
 꼴에 하늘 고등학교라고, 학교 벽지 가득 구름이 그려져 있는 꼴이 꽤나 우습다. 누구 아이디어인지는 몰라도, 저 아이디어로는 김 팀장에게 싸대기 백 대로 쌀 것이다. 피식 웃음 지은 준면이 교무실 문 고리를 잡았다. 드르륵. 지면과 문의 모서리가 닿는 소리는 조용한 교무실을 울리기엔 적절했다. 오셨네요. 일상적인 말투에 살풋 웃음 지으며 준면은 고개를 들었다. 시선 두 개, 가 매우 따갑게 느껴진다.
 세훈은 오늘도 여전했다. 처음 만났을 때 처럼 차갑고 멸시에 찬 표정은 여전했다. 차라리 제 번호를, 담임 선생님께 주지 않았다면 서로 편한 것을 왜 줘 놓고 저딴 태도를 취하는지 이해가 안 될 때도 허다했다. 이해하려고 애썼다. 세훈이 해외에 계신 부모님과 적어도 세 달, 통화하지 않는 다는 것도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친구와 통화하는 것을 엿들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휴대폰에 그 흔한 친척 번호 하나 없는 것도 이미 아는 사실이었다. 부모의 사랑을 못 받고 자라서, 겉으론 강한 척 해도 속은 여린 아이구나. 하며 넘어가려 했지만 역시나 갑갑했다. 전혀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옆집 학생일 뿐인 세훈이 다치지는 않았나, 혹시나 종인의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가 오지 않았을까 어느새 걱정하는 자신의 꼴을 보고 있자면 가슴이 꽉 막힌 듯 더욱 답답해져왔다.
 준면이 한 걸음, 한 걸음 둔하게 걸음을 떼었다. 세훈의 시선이 백현에게 닿았다. 풀러진 넥타이에, 가지각색의 피어싱. 살짝 손을 흔들며 세훈의 시선을 마주한 준면이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오늘은 아마, 때렸을 것이니라. 한 시간 넘게 쌈박질을 했다는 애 얼굴이 유난히도 깨끗한 것을 보니 당하지는 않은 듯 했다. 앉으세요. 미성의 목소리에 준면이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11시에 연락 주셨는데 점심시간 전이라 바로 못 나왔어요. 죄송합니다.”
  “바쁘신데 와주시는 것두 감사한 일이죠. 부모님은 한국에 안 계시고 친척분들 전화 번호를 알려 달라고 해도 세훈이가 도통 입을 열지를 않으니까……,
   항상 이 쪽으로 연락하게 되네요. ”
  “어차피 점심시간이라 괜찮습니다.”
  “시발. 저번에 혼나는 거 다 봤는데 구라질은. ”

 준면이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다. 저 욕들은 항상 듣는데로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갈수록 인상이 찌푸려질 뿐이었다. 말끔한 얼굴을 가지고 제 멋대로 튀어나오는 욕을 자제하지 못하는 꼴도 너무나 못 마땅했다.
 세훈이 씹고 있는 껌이 탁, 하며 소리를 냈다. 꼰 다리는 풀 생각이 없듯이 단단히 꼬여있었다. 손 빼지 그래. 으르렁 대는 준면의 목소리에 세훈의 얼굴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비웃음이었다.

   “오세훈, 손 빼.”
   “내가 왜?”
   ”선생님 말씀 하시는데 뭐 하는거야? 그딴 행동 하지 말라 했지.”
   “니가 내 부모야? 왜 사사건건 시비야.”

 준면의 입이 꾹 다물렸다. 저러면, 진짜. 정말이지, 할 말이 뚝 끊기곤 했다. 세훈의 말이 사실이다. 먼 친척도 부모도 아닌 건 사실이었다. 그저, 옆집 아저씨 일 뿐이니. 착잡한 준면의 표정에 종인의 담임 선생님이 손을 저었다.

   “저기, 세훈아. 미안한데 잠시 밖에서 기다려주면 안 될까? 선생님이 이 분이랑 해야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래.”
   “시발.”
   “오세훈, 나가있어. 아저씨…, 할말 있으니까 저번처럼 먼저 가지 말고 기다려. 응?”

  금방 나올거지, 김준면. 세훈의 눈은 새까만 우주와도 같았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음 블랙홀 마냥 빠질 것만 같았다. 가끔은 멍하니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바람 빠지는 웃음 소릴 내는 세훈에 민망해 얼굴이 빨개진 적도 한 두번이 아니었다.
 세훈의 짧은 말에 준면이 슬쩍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면의 웃음에 세훈이 여전한 무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과 몇 걸음 되지 않는 문까지의 거리에 세훈은 빠르게 걸어갔다. 약간 다리를 절뚝이는 걸 보니 다리를 밟혔구나. 같이 가주진 못해도 꼭 병원에 가보라고 일장 연설을 해야겠다. 안 가겠다고 부득부득 우기는 애를 데리고 실랑이를 해야겠지. 할 일이 또 하나 늘었다. 준면이 씁쓸한 미소를 내지었다.
 달콤한 향이 풍기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실 때였다. 저기, 준면씨. 목소리에 준면이 커피잔을 내려 놓았다. 여자는 연신 입술을 깨물며 손을 잡았다 풀었다 하기를 반복했다. 신경 거슬려. 준면이 애써 드는 생각을 지워내곤 물었다.

     “말씀 하세요.”
     “사실 세훈이가, 이번엔 좀 일을 크게 저질렀어요.”
 
 안 그런적이 있었나요 뭘. 준면이 생각했다.

      “저한테 밖에 말 할 수 없으시잖아요. 계속 하세요.”
      “옆 남고 애랑 싸움이 붙은 모양이에요. 남자애가 세훈이한테 맞아서 뼈가 부러졌어요. 싸움은 남고 애들이 건 것 같은데 사실 그런 건 중요치 않거든요. 먼저 때린 사람이 가해자로 가중처벌을 받아요, 학교에선.”

 학교는 참으로 이상하다. 왜 먼저 때린 사람이 가해자지? 먼저 시비를 거는 게 문제 아닌가? 학교란 작은 공간도, 애들을 가르친다는 명목 아래에 있을 뿐 사회의 더러운 한 단면을 닮아서 별 다를 것 없다. 문제가 있는 사람을 먼저 개과천선 시키는 게 제일 먼저 할 일이라 생각해왔다. 싸움을 잘 하는 건 죄가 되지 않는다. 물론, 개 패듯이 패는 세훈은 좀 문제지만. 준면이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여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고개를 저은 준면이 커피잔을 손에 비볐다. 별 일 아니라는 행동의 준면에 여자는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 남자앤 어떻게 됐나요?”
       “다행히 합의는 잘 됐어요. 그 학생 부모님이 괜찮으신 분들이더라구요.”
       “다행이네요.”
       “잘 지나갔지만, 다음엔 훈계가 아니라 징계에 따른 교내봉사, 아니 강제전학도 가능하구요.”
       “아……”

 그럼 그렇지. 좋게 넘어 갈 사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이미 교내 봉사는 꽤나 했다고 들었다. 물론 세훈이 그런 사실을 순순히 말해 줄 리는 없었다. 누구보다 자존심 센 세훈인 더욱 더 그랬다. 우연히 본 세훈의 핸드폰에서 부모님 번호를 몰래 저장해 놓았다. 금방 들통 나 버려 세훈에게 죽여 버린다, 라는 협박 아닌 협박이 담긴 육두문자를 듣긴 했지만 좋은 빌미가 됐다. 세훈의 부모님은 꽤나 무서우신 분들인 듯 했다. 선생님 앞에서도 행동을 서슴치 않는 세훈이 전화번호 하나에 모든 사실을 순순히 털어놓는 것은 준면에게 매우 흥미로운 구경거리로 작용했다.
 교내봉사 이 주일 세 번. 어쩌면 세훈은 밥 먹는 것 보다 싸움을 더 자주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신문 1면에 대문짝하게 ‘고등학생의 현실’ 하며 실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우스갯 소리로 넘겼지만 첫 만남을 기억하면, 어쩌면 가능한 일 일지도 모른다. 교내봉사, 화장실 청소, 부모님 면담 후 강제전학. 그 후엔 소년원 까지. 한 단계 한 단계 스텝을 밟아 나가는 세훈의 모습이 우습기까지 했다.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강제전학을 당하려 그 난리인지. 세훈에게 싸움이란 요즘 유행하는 League of legend 라는 게임 보다 더욱 흥미로운 서바이벌 게임일 것이다.
 정말, 사랑이 결핍 된 거라면 할 말이 없다. 제 주제에 충고 따위는 할 수 없었다. 적어도 세훈에겐 친구라는 것이 존재하지만 나이 삼십 줄 채워가는 준면에겐 민석 밖에 없다. 어깨 토닥이는 형식적인 위로는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불가능 했다. 또 다른 이유는, 이유는. 어쩌면, 빠졌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고작 한 달만에.  옆집 학생에게 이렇게 부모 노릇 하는 옆집 남자는 세상에 없다. 오히려 미친 놈 취급만 안 받음 다행이다. 그게 무서워서 오히려 차갑게 군 것 같기도 했다. 그저, 겉멋 밖에 안 든 고딩. 봉사나 해주는 셈 치며 합리화를 하는 거 일지도 모른다.
합리화 하난 예전부터 참 끝내줬던 것 같다.

 이런 부탁 매일 드려서 죄송해요. 입을 살짝 벌린 채 딴 생각에 집중하고 있던 준면이 흠짓 몸을 떨며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의 표정이 꽤나 진지했다. 꼴에 담임이라고 문제아도 놓지는 않나보다.

    “세훈이, 잘 다독여 주세요. 부모님이 한국에 안 계셔서 더 힘들어 하는 것 같아요. 표현은 안하지만, 세훈이가 준면씨 많이 의지 하고 있다는 거 아실거라고 믿어요. 그러니까 조금만 더 신경 써주세요 준면씨.”

     

 
  사실이라면, 참 좋을텐데 말이다.

 
 

처음 뵙네요 ㅎㅎㅎ 처음쓰는 소설이자..ㅠㅠ... 이미 텍파로는 다 완성한 팬픽인데 글잡에 올리게 됐어요! 이제 곧 고3이긴 하지만 이미 다 썼기 때문에 꾸준하게 연재는 할 것 같아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ㅎㅎ암호닉 신알신 다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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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진짜 재밌어요ㅠㅠ 다음 편 꼭 연재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비회원인게 아쉬워요ㅠㅠㅠ 신알신하고 싶었는데.....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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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ㅠㅠㅠㅠㅠㅠㅠ다음편 연재할게요 감사해요 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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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완전 꿀잼이다.....이런 금손 왜 이제서야 나타나신건가요ㅜㅜㅜ신알신하고가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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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금손이라뇨..ㅠㅠ...과찬의 말씀이세요 ㅎㅎㅎ 아무쪼록 신알신 감사해요 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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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엏 제 스타일!!!!
작가님 신알신 하고 갈꺼에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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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 감사해요 독자님도 제 스타일♡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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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롤 헐 취르향저겨규ㅜㅠㅠㅜㅜㅠㅠㅠ신알신이요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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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ㅍㅍㅍㅍㅍ감사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신알신을 해주시다ㅣㄴ 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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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신알신하고갈게여!!!!! 갱스터보이라니 ㅠㅠㅠㅠㅠㅠ제목마저맘에드루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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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신알신감사해요! ㅠㅠ세후니가 좀 날라리로 나오니깧ㅎㅎㅎㅎㅎㅎ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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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작가님 금손이세요ㅠㅠㅠㅠㅜㅠㅠㅠ 신알신 신청하고갈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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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금손이라뇨 ㅠㅠㅠ 감사합니다 ㅠㅠㅠ신알신도 감사드려용 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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