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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뇽 전체글ll조회 1808l 2

3- 헷갈림, 흔들림

BGM: 꽃별- 비익련리 (추노 OST)

 

 

 

근래에 들어 수연이 달리 보인다. 한상이 마련해준 자리 이후로 우리는 수 없이 많은 길을 걸었다. 이미 궐 안엔 한상이 후궁을 들일 예정이라는 헛소문이 퍼질 정도로 한상은 수연을 방관했다. 그러고 보니 퍼렇던 잎사귀들이 제 색을 노르스름한 색이나 붉은 색으로 바꾸면서 거짓말을 치는 날이 되었으니, 충분히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고 반발 할 순 없을 것 같다. 가끔 이라고 하기도 뭐한 시간동안 수연을 생각하다보면 그 때마다 오라비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무런 물체도 없지만 둔탁하게 유리의 머리를 쳐내는 그 무언가가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남은 양심이 훈계하는 것만 같았다. 그럴 때 마다 혼탁해진 정신을 붙잡고 빈궁도 여자, 저도 여자. 심지어 그녀는 오라비의 아내임을 되새겼다. 지금, 오늘 밤도 늘 그렇듯 똑같았다. 책을 읽을라 치면 수연의 환영이 제 곁에 다가와 속삭였다. 오늘도 저와 함께, 길을 걸어주시겠사옵니까. 하고.

 

유리는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나 넓어 보이는 방도 답답하게 느꼈는지 깊은 밤중에 문짝을 열고 나왔다. 방 공기와는 대조되는 차가운 공기가 두 뺨에 닿고 그런 발그스레함을 어루만진다. 코 깊숙이 들어차는 궐의 공기가 달다. 유리의 가슴팍에 찬 기운이 들어왔다가 더운 공기로 변해 나간다. 동궁(:세자와 세자빈이 머무는 곳)을 지나 별궁에 다 달았다. 웅장한 크기의 궐이 유리의 걸음엔 커다래 보이지 않는다. 별궁 앞에 제 자태를 자랑하던, 수연과 함께 보고 웃었던 철쭉은 이미 종적을 감추었다. 순간 수연의 웃는 모습이 화악- 눈앞에 그려졌다. 가을 밤바람이 유난히 시려선지 살갗이 오르는 게 아니라 심장이 쿵쾅인다. 나를 누가 조종하는 것인지 거세게 앞뒤로 흔들려댔다. 이런 것은 처음이다. 유리는 앙상한 나뭇가지 밖에 남지 않은 철쭉을 만지려 손을 뻗었으나 귓가에 울리는 수연의 단 목소리와 우물 앞에 일렁이는 뒷모습에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이렇게 나를 괴롭히는 것은 전부, 그 날 탓이었으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그 날은 아마, 고뿔(:감기)에 걸려 기억이 흐릿하나아무튼 고뿔에 걸린 날이었다. 건강하던 유리가 지병에 걸린 것도 하늘에서 유감을 표하는지 날이 쨍쨍하지도 않고 축축했다. 궐에 있는 모두가 자신의 손가락을 마찰시키며 눅눅한 안개를 피부로 느낄정도로. 가을을 오는 걸 암시하는 듯 했다. 유리의 전신을 후끈하게 달구는 열이 전신을 바들바들 떨리게 했다. 본연의 색을 자랑하던 입술은 분홍빛보단 살점의 색깔과 흡사해 보였으며 어찌나 유리를 괴롭히는지 매끄럽게 웃는데만 사용되던 눈꼬리 끝엔 눈물이 맺혀있었다. 고뿔도 이런 심한 고뿔은 없으리라. 간헐적으로 유리의 신음은 방안을 메웠다.

 

하아하아

 

당시 유리가 할 줄 알아 보였던 말은 거친 숨소리 밖에 없었다. 굳이 명확하게 말하자면 아무런 단어도 말 하지 못했다. 입은 그저 열을 내뱉는 문 같이 더운 숨만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유리가 아프다는 이야기가 궁궐에 흩어졌다. 유리의 이러한 상태를 발견한 궁녀부터 열댓명이 번갈아가며 유리를 간호했다. 어두운 새벽부터 시작되었던 열은 이른 아침. 묘시(오전 5~7)까지 이어졌다.

 

어인일이냐?”

마마, 별 탈 없이 침소에 드셨습니까?”

어인일이냐고 물었거늘, 어찌 공주마마의 침소에 들낙이는 것이더냐?”

공주마마께서 고뿔이 심히 오시어 돌아가며 간호해 드리고 있었사옵니다.”


수연은 이른 아침에도 고왔다. 곱게 차려입은 의복은 역시나 그녀에 맞춘 듯 딱 떨어졌다. 수연과 유리는 동궁에 함께 있어 그리 멀지 않았다. 수연이 방의 겉으로 발을 하나 내려놓고 다른 발로 또 땅을 딛으며 앞으로 전진 했다. 몇 발자국 걷지 않았지만 눈에 띄게 신경 쓰이는 궁녀가 있어 어쩐 일로 왔느냐 물었더니 저의 침소는 어땠냐며 묻는 것 이였다. 더욱 의문이 남아 조근조근 다시 물었다. 궁녀는 어떤 이유인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유리가 많이 아프다는 말을 해왔다. 수연은 아마 급하게 날이 추워져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들어가보라 하자마자 뛰어가는 모습을 보이더니 치마를 펄럭이며 유리의 침소로 쏙 들어가 버렸다. 궁녀의 뒷모습을 쫓으니 도착지점은 유리의 방이었다. 뒷꿈치가 금방이라도 그곳으로 달려갈 것처럼 움찔거렸다.

 

여봐라. 내 잠시 공주마마에 침소에 들어가겠으니, 모두 이리 나오거라.”

허나 마마, 유리마마는 고뿔이 심하시어 간호가 없으면 안되옵니다. 게다가 마마께서도 고뿔에 걸리실지 모를 노릇입니다.”

내 그것을 행할테니 나를 저 방에 들이는 것을 응낙하라.”

 

수연의 목소리는 견고했다. 들어가고자 하는 의사가 분명해서 였을 것이다. 방에서 하나가 쪼르르 나오더니 차마 그것을 거역할 순 없어 쭈뼛대며 변명 섞인 의견을 늘어놓았다. 만약 자신이 저 방에 수연을 들여 놓았다간 수연 또한 고뿔에 걸려버리면 크게 혼날 것을 알기 때문이었으리라. 수연의 말을 이어 대답하지 못하던 궁녀가 고개를 푹 숙였다. 저 자그마한 머리통에선 수많은 생각들이 오고갈 것이다. 저도 결론을 내리는 것이 힘든지 치맛단을 정리하고만 있었다. 그것을 잠자코 지켜보던 수연이 입을 떼었다.

 

내 긴히 공주마마를 아껴서 그렇다. 너에게 죄를 묻지 않을테니

 

수연의 목소리에 이젠 손수건으로 훑으면 흥건히 묻어나올 정도의 양의 간절함이 묻어나와 보였다.

 

날 공주마마 곁으로 보내주어라
마마, 정말 잠시뿐입니다. 죄를 묻지 않으셔도 저는 속이 불편하옵니다.”

알겠다. 이만 가 보거라.”

 

말쑥한 소녀가 총총거리며 사라졌다. 수연에게 동정을 느낄지도 모른다. 마냥 그 얼굴을 보겠다는 생각이 수연을 지배했었다. 문풍지를 잔뜩 발라 바람이 들어갈 틈 없는 촘촘함을 자랑했던 문이 인위적인 요소에 덜컥, 열리고 그에 따라 수연은 숨을 몰아 쉬었다. 발을 교차하여 걷고 신을 벗어 앞에 둔 뒤 슬몃 들어갔다.

 

마마, 공주마마. 얼마나 아프시길래……

하아빈궁빈궁아니십니까

 

유리가 쩍쩍 갈라진 입술을 붙였다 떼며 낸 소리는 쩍쩍 갈라진 가문든 소리였다. 수연의 눈썹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흡사 분개하여 구겨버린 종잇장 같았다. 그 소리가 싫었던 것은 아니었다. 분명 그랬을 것이다. 만약 그랬더라면 수연이 유리의 얼굴을 애달프게 쓸어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수연의 손이 따뜻하다 못해 뜨거워 유리의 열을 식혀줄 수 있어보이진 않았다. 수연은 유리의 반듯한 이마에 얹혀있는 천을 뒤집었다. 이마에 맞닿아있던 면은 벌써 난로처럼 따스히 데워져 있ᄋᅠᆻ다. 유리는 아픈 와중에도 뜨거워진 면을 매만지고 있는 수연을 보고 이런 추운 날 쥐고 다니라며 실없는 농담을 짓거렸다.

 

수연 탓인지, 시간의 덧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진시(오전 7~9)가 되자 유리의 열은 한순간 달아올랐던 첫사랑처럼 식었다. 열이 조금 내리자 숨소리가 잦아든 유리는 이제 되었다며 나가도 좋다하였다. 사실 매정하게 보이려 하였으나 혹 수연이 옮을까 걱정하는 티가 매우났다.

 

아마 고뿔에 휩쓸려 정신이 몽롱할 때 오라비의 혼이 잠시 내 속에 들어갔나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는 빈궁의 하얀 손을 잡으며,

 

빈궁이 이곳에 있어 난 아득하게도 행복합니다.”

 

라고 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밤새 앓았던 열만큼이나 뜨거웠던, 그날의 진시.

 

 

 

 

 

궁궐에 피는 꽃 3

 

 

 

 

 

아직도 고뿔이 이어져 오는 것도 아닌데 그날의 여운 때문인지 수연을 생각만 해도 심장이 벌컥거렸다. 너무나도 벌컥거려 그것을 들으면 어쩔까 하는 그런 두려움과 보기만 해도 간질거려 웃음이 나오는 이유 덕에 유리는 은근히 수연을 피하고 있었다. 수연도 처음엔 그것을 기이하게 여기지 아니하였으나 제 옆에서 헤벌레 했던 유리가 더 이상은 안보이니 영 시원찮게 느꼈나보다. 하지만 어찌 그리 능력도 좋은지, 손에 쥐이지 않는 달처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유리를 만날 수는 없었다. 수연은 유리를 만나지 못해 애간장이 닳아만 가고 유리는 수연이 저를 찾을까 애간장이 닳아가니 참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장편에 취약한 편이라 어떻게 에피소드를 넣어야 할지도, 구상도 안되기에..ㅠㅠㅠㅠㅠ 그냥 일단 여기서 2.5를 맺어놓고 갑니다.

갑자기 2에선 첫만남이라더니 너무 뒤로 훅 넘어간거같아요. 원래 장편을 계획하고 했는데 스토리도 글도 후져서 벌써 유리와 수연이 친해져버린 

단계까지 와버렸네요. 게다가 지식도 부족해서 망나니 글이 되어가고 있네요..

이 글의 끝을 맺을 수나 있을까 싶어요. 여기서 접고 싶은데 뒤에 쓰고싶은 장면이 있어서 그치진 못하겠고.. 묘사도 천박해지네요.. :(

아무래도 전 단편이랑 인연인것 같아요ㅜㅜ. 여러분들 이런 전개 망_망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체적 구상은 짜뒀는데 왜 진행하질 못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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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신알신 뜨자마자 들어왔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볼때마다 설레네요ㅠㅠㅠㅠ유리가 점점 수연에 대한 마음이 커지는 것 같아요ㅠㅠㅠㅠ담편도 기다릴게요ㅠㅠㅠ
10년 전
독자2
작가님글 진짜 너무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항상밤에보는데ㅠㅠㅠㅠ밤에보기 정말 좋은것같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런글 써주시는거 정말 고맙습니다
10년 전
독자3
망나니라뇨ㅜㅜ이렇게 좋은데 ㅎㅎ 재밌게 보고 갑니다~
10년 전
독자4
대박이닷!!!!!!!!!!!!!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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