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국 영의정의 아들,김태형
백국의 황제,민윤기
시간을 달려서
03
w.예랑
영의정이 나에게 알현을 청했다고 하길래 의아했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 그는 황국의 최고 권세가문의 1인자로, 어쩌면 황제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뒷소문이 도는 남자였다. 위험했다. 홉이 내게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사람으로 알려준 사람이 이 사람이었으니.
방 안에는 적막이 감돌았고, 슬슬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하나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저 자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꼭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제가 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눈빛.
"생각보다 참을성이 많으시네요."
"절 모욕하는 것으로 들어도 되는 겁니까."
하하, 그저 농을 친 것 뿐입니다. 그는 나와 저 사이에 놓여진 선을 가지고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듯 보였다. 방안의 공기가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다름이 아니고 들은 게 있어서 말입니다."
"…무엇입니까, 그게."
"황녀님 시녀들에게 우연히 들었습니다. 요즘 방 안에서 혼잣말을 자주 하신다고요. 마치 누구와 대화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힘드신 일이 있으신 겝니까? 황제폐하께서 들으시면 얼마나 상심하시겠습니까. 우연히라. 말같지도 않은 소리였다. 입술을 꾹 깨물었다. 비릿한 피맛이 맴도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피때문이였을까, 내 눈앞의 이 남자때문이였을까.
그저 시녀들을 방 밖으로 나가게 하면 되는 건 줄 알았다. 섣부른 착각이였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황국안에는 이 남자의 세력이 넓었다. 이 궁궐안에는 그의 귀와 눈이 동시에 곳곳에서 존재하고 있었다.
"아아,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지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제 소원 한 가지만 들어주시면 되니까요."
소원이라는 단어가 이리도 기분 나쁜 말이였던가. 남자의 입에서 무엇이 나올 지 몰라 긴장한 채로 기다렸다. 그의 입에서 후에 나올 말이 실은, 조금은. …두려웠다.
"제 아들놈을 한 번만 만나 주십시오."
"무슨 연유로 그런 말을 하는 거죠."
"별 뜻은 없습니다. 그저 제 아들놈이 황녀님을 만나고 싶다 청한 터라…. 못난 애비가 꼭 들어주고 싶어서 말입니다."
언제부터 자기가 그런 가정적인 사람이라고. 영의정이 수많은 첩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것은 익히 들어 잘 아는 일이였다. 그런 그가,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라…. 속이 뻔히 보이는 행동이였다. 그러나, 내겐 선택지가 없었다.
"그 부탁, 들어 드리죠."
그는 기분나쁜 웃음을 지었다. 제 아들놈의 이름은 태형입니다, 마마. 욕지기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저 나가라 손짓할 수 밖에 없었다.
방안에 들어와 시녀들을 나가라 하곤 바로 홉을 부르기 시작했다. 내 편이라곤 생각하지 않았으나 최소한 그의 편일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이들 중 누가 영의정의 편일까. 지금 날 째려보는 듯 한 저 아이? 혹은 내게 바느질을 알려주던 상궁? …아, 모두 다 이려나.
"홉, 내 얘기 듣고 있어요?"
"……"
"이 곳엔 내 편이 없어요."
"……"
"…그래요, 홉도 힘들겠네요. 그냥 듣고만 있어줘요."
"……"
"홉. 보고싶어요."
김태형. 난이도 3. 그는 어떤 캐릭터려나…. 그래, 실은 이젠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 게임의 끝이 무엇일지. 또 그 곳에서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
남들은 나를 금수저라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래, 실은 그 말도 맞다. 허나 꼭 알리고 싶은 것은, 수저의 색깔이 인생의 색깔까지 정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황국의 절대 권력, 김가에 3대독자로 태어났다. 그토록 고대하던 아들의 탄생이었다. 양자라도 들여야하나 고민중이던 내 아버지에겐 엄청난 희소식이었다. 나의 엄마, 첩은 그렇게 집안 내에서 계급이 상승했으나 내 얼굴을 보지는 못 했다. 나는 11살때까지 아버지의 정실부인이 내 친어머니인줄 알았다. 큰어머니는 선하신 분이었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해 아이를 가지지 못 하신 그 분은 나를 정말 친자식처럼 대해주셨다. 나이에 비해 약삭빠르던 나조차 눈치를 못 챌 정도였으니.
오히려 힘이 들었던 것은 차디찬 아비의 눈초리였다. 내가 기대에 미치지 못 할 때마다 아버지는 회초리를 들었고, 나는 자존심에 입을 꽉 다물고 묵묵히 견뎌냈다. 그것이 내 유년생활의 전부다. 큰어머니라도 없었으면 난 정말 미쳐버렸을 지도 모르겠다. 내 인생이라는 암흑에서 그 분은 구멍으로 새어나오는 빛이셨다. 그리고 하늘은 그 빛마저도 거둬갔다. 빌어먹게도 내 친어머니를 이용해서.
큰어머니가 먹는 약에 아주 조금씩, 아무도 눈치 못 채게끔 극소량의 독약을 넣었다고 한다. 체내에 쌓이게 되면 치명적인 약을. '어미는 너를 위해서 그랬어.' 나는 난생 처음 뺨을 때렸다. 그 이야기를 웃으며 내게 하는 내 어미란 사람의 뺨을.
나는 갈수록 더 비뚤어져갔다. 늘 깨어난 곳은 기방이었고, 술에 취하지 않으면 잠이 드는 게 힘들어졌다. 그런 나를 알면서도 철저히 외면한 것은 내 아비였다.'첩의 자식이 별 수 있나-' 놀랍도록 무서운 외면이었다.
처음으로 아버지가 나를 불러다 앉혔다. 그토록 무참히 꺾여버린 기대를 보고도, 나는 또 다시 마음 한 켠에 기대의 싹을 심었다. 이제 정신 차리고 가업을 이어라 같은 뭐 그런. 다 말도 안되는 착각이였다. 내 아비는 처음으로 내게 타오르는 눈을 보였다, 투지로 쌓인 눈을. 황녀를 유혹하라고 했다. 우리 집안이 왕족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나는 도대체 뭘 기대한 걸까.
아버지의 신신당부를 들으며 궐로 향했다. 이번 일만 잘 되면 너를 후계자로 세울 것이라며. 그런 사탕발림에 휘둘릴 나이가 훌쩍 지난 것도 모르면서.
황녀가 기다리면 안 된다며 유난을 떠는 집안식솔들 때문에 반시진이나 먼저 도착한 자리엔 당연히 아직 황녀는 없었다. 그래, 이해할 수 있었다. 바쁘겠지. 허나 약조한 시간에 한시진 하고도 반시진이 지난 지금, 내 인내심은 바닥에 닿았다. 만약 이 자리를 망친다면 너를 당장 호적에서 파버릴거라는 아비의 협박만 없었더라면 이미 난 자리를 떴을 것이다.
벌컥, 문이 열리자마자 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황녀면 예의를 말아먹어도 되는 거냐며 늘 했던 대로 상스러운 욕을 퍼부어주려 했다. 정말 그러려 했는데, 인상을 있는 대로 찌푸라고 들어온 황녀는 너무 예뻤다. 기방에 있는 곱상한 기녀란 기녀는 모두 갈취한 나에게도.
"그 쪽도 억지로 나왔겠네요. 아는 사람도 없으니 그냥 우리 만나서 담소까지 나눈 걸로 치죠."
"아, 미안하게 됬네요."
"뭐가요?"
"그렇게는 안 될거 같으니까요."
황녀를 처음 본 순간 나를 매료시킨 감정은 설렘, 두근거림같은 애송이같은 감정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소유욕, 집착에 가까웠지. 네 얼굴을 처음 보고 든 생각이 내 밑에서 울고 있으면 예쁘겠다였다는 것을 알면 우리 황녀님은 남들과 같이 역겨운 눈을 하고 나를 바라보시려나.
"보는 눈도 이리 많은데, 한마디하곤 나갔다는 소리 들리면 우리 아버지가 얼마나 슬퍼하시겠어요."
아비라 부르기도 싫은 사람의 이름을 이용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황녀와 더 얘기를 나누려면 어쩔 수 없었다.
"……"
"강제로 앉기 싫다면 앉아요. 고귀하신 황녀님."
너는 고귀했고, 순수했고, 그렇게 지켜져야 할 황국의 황녀였다. 네가 내 시선을 피하고 바라본 찻잔을 깨부시고 싶단 욕구를 참은 것은 지금 생각해 보아도 잘 한 일이다. 너는 그렇게 얌전히 내 앞에 앉았다. 옳지, 얌전히 굴으렴. 그렇지 않으면 실수로 부서뜨려버릴 지도 모르니.
"특별한 척 하지 말아요. 난 당신같은 사람을 많이 봐왔고, 결말은 엇비슷했죠."
"그러면서 내 눈은 마주치지 못 하고 있네요."
"…뭐라구요?"
당황한 듯 버벅대는 네 붉어진 얼굴은 꽤나 마음에 들었다. 나 보기에도 아까운 얼굴이 얼마나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져 왔고, 또 앞으로 보여져야 할까. 나는 황녀를 얌전히 가둬 놓고 나만 보고 싶다는, 그릇된, 발칙한 상상을 했다.
*
영의정때문에 억지로 성사된 이 자리는 불편했다. 김태형, 이 사람은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필연적으로 드는 느낌은 가까이 해서 좋은 것 없을거란 생각이였다. 그래서 그랬다. 부러 약조된 시간보다 훨씬 늦게 나왔다. 떠날 줄 알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인내심은 많은 사람인 듯 싶다. 의외긴 했으나, 불편한 것은 매한가지였다. 특히나, 이유는 모르겠지만 날 쏘아붇히는 눈빛은 더더욱. 그의 눈빛을 보고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었다. 내 자신도 망측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실제로 그런 것을 어떡할까.
"경험이 많은 척하시네요."
이상하게도, 그의 말에는 한 마디도 지고 싶지가 않았다. 난 내 스스로가 온순한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그런 것도 아니였나보다. 처음 본 상대와 이리도 말싸움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실제로도 그렇고요."
"우리 황녀님 순결하신 건 온 황국 백성들이 다 아는 사실인데 왜 이러실까,"
"……"
"진짜 경험이 많은 게 뭔지 보여줘?"
위험했다. 날 도발하는 태형도, 황국을 제 손아래 두고 주물럭거리고 싶어하는 게 분명한 그의 아비도, …흔들리는 나도.
그래, 나는 그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욕정이 담겼다는, 그릇된, 발칙한 상상을 했다.
내가 지금 있는 이 곳은, 게임. 그러나 날 바라보는 태형은 현실.
모든 것이 망상. 그러나 너는, 너는….
"황녀님께 너무 무례하시군요. 당장 그 손 놓으세요."
정적을 깬 진의 말을 듣고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래, 진의 말대로 그는 나에게 무례했다. 내가 성을 내야 옳았다. 그런데도 성이 나지 않는 이유는, 왜일까.
"아,이런.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제 앞에서 황녀님을 능멸할 생각은 버리시는 게 좋을 겁니다. 고제님께 하사받은 승영검은 생각보다 쉬이 움직이거든요."
그리고, 무엇을 자를지는 저조차 모릅니다. 아프지는 않을 테지만, 곧바로 목숨줄은 끊어지겠죠. 살벌한 진의 말에도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 웃음이 거짓이긴 했지만. 그를 보고 있노라면 실은 속은 여리디 여린 하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깨끗한 저의 속내를 숨기려 부러 오물을 묻히고 다니는 듯한.
"호위무사분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방안 모든 공기가 그에게 맞춰 흘러가는 듯 한 이 느낌. 숨소리도 죽인 채 그의 입밖으로 흘러나올 말만을 기다린다.
"그렇게 해야 겠네요."
자, 놨는데 만족하려나? 손목에 빨간 두 줄이 생겼다. 아프다고는 느꼈지만 자국이 남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 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조심히 자국을 만졌다. 왠지 모를 오래 남을 것 같단 생각이 필연적으로 들었다.
"오늘 담소는 이만 마칠까요, 황녀님?"
"…내가 그러자고 하면 마칠 건가요."
그럼요, 당연하죠! 그의 말에 묻어있는 것은 인조적인 순수함이었다.
"그만하죠. 피곤하네요."
"그럼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황녀님."
"……"
"인사는 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잘 가세요."
나가며 제 이름은 태형입니다, 태형. 한 마디를 뱉곤 일말의 미련조차 없단 듯이 나가는 그다. 태형, 그에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에도 내 뇌리에 박혀있으려나. 그의 이름은 쉬이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단 느낌이 든다.
-
영의정은 지난 번 만남이 잘 성사된 줄 알고 만족해 하는 듯 보였다. 담소가 길었다는 시녀의 말을 들었으리라. 도대체 어디까지 이 남자의 영향력이 있는 것인지, 피곤해져왔다.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내가 이 곳의 권력을 장악하게 되는 날 가장 먼저 이자를 처단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부득부득 이를 갈았다. 어험험, 소리를 내며 쓰다듬는 잘 손질된 수염에 불을 지르고 싶단 생각을 했다. 저런 인간에게서 어떻게 태형같은 사람이 나온 것인지 생각하다가도 되려 내가 놀라 고개를 주억거렸다.
"만남은 즐거우셨습니까?"
"다 알면서 굳이 물어보는 저의가 뭐에요?"
"황녀님은 모두 다 좋은데 날을 좀 가라앉히시면 좋겠습니다."
소신, 섭섭하옵니다. 능글거리는 그의 모습에 짜증이 치밀어 올랐지만 참아내었다. 저 자처럼 시간을 함께 보내기 싫은 사람도 없으리라. 왜 하필 오늘같은 날은 손님도 없을까 한탄하던 중이였다.
"황녀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황녀님과 내가 지금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안 보이는 게야? 지금 황녀님은 귀한 손님과 얘기하고 있지 않느냐!"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허, 언제부터 저가 나에게 귀중한 손님이 된 것인지.
"저,저도 아오나 찾아오신 분이 백국의 황제님이시라…."
"백국?…윤기오라버니가 온 거야?"
다급히 시녀에게 물었다. 정말로 찾아온 것이 백국의 황제라면, 지난 번 홉이 말해준 내 첫사랑역의 캐릭터였다. 아, 왜 하필 지금 온 거지. 내가 이 상황에 적응할 수 있게 시간간격을 두고 캐릭터들을 등장시켜달라고 홉에게 그렇게 부탁했는데. 망할 홉.
"예, 그렇사옵니다 마마."
"알았으니 잠시만 기다리라 전해."
아아, 너무도 아쉽지만 황국에 귀한 손님이 오셨군요. 전혀 영혼없이 말하는 내 모습에 영의정은 가까스로 표정관리에 성공했다. 어쩌면 지금 민윤기가 나온 게 잘 된 일일지도. 지금 영의정의 뻔뻔한 낯짝을 보지 않아도 되게 만들어 주었으니.
"소신은 괜찮사옵니다."
그럼 이만. 빠르게 나가는 와중에도 보인 영의정의 구겨진 얼굴은 꽤나 볼 만했다.
-
홉, 내 얘기 듣고 있어? 민윤기가 온데. 난 어떻게 해야 해? 아직도 첫사랑중인 거야?
펑, 소리가 나더니 홉이 등장했다.
"방 안에 아무도 없었으니 다행이지 있었으면 어쩔 뻔 했어요! "
째려보는 내 눈길에 미리 홉이 변명한다.
"어차피 날 보지도 못 하는 데 뭐 어때. 이미 혼잣말하는 이상한 황녀로 소문났다며."
"그래서, 지금 잘했다는 거에요? 지난 번에 내가 그렇게 불렀을 때는 오지도 않고. 내가 진짜 얼마나 열심히 불렀는데…."
의도치 않게 눈물이 나왔다. 괜히 서러웠던 기억이 떠올라서 일까. 여기서 울면 얼마나 쪽팔릴지 상상이 가 무조건 참았는데 이미 글썽거리기 시작한 눈물들은 나타나는 법만 알았지 자취를 감추는 법은 몰랐고, 당황한 홉의 모습에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우어어엉. 진짜, 진짜 나빴어. "
"내가, 내가 다 잘 못 했어. 그러니까 그만 울어. 너 조금 있음 민윤기만나러 가야 되잖아. 뚝. 미안해. "
어색한 그의 토닥임에 눈물콧물을 다 빼다가도 킁, 멈췄다. …민망하다. 늘 울고난 후 밀려오는 쪽팔림이 너무 싫다. 그래서 안 울려고 안간힘 쓴 건데. 얼굴이 화끈해지는 게 느껴졌다.
"미안해. 내가 진짜 나빴지. "
"알긴 알아요? "
눈물을 훔치며 째려보는 날 보더니 홉이 어색하게 웃으며 너무 바빴어, 변명한다. 그래도 그렇지. 이게 뭐야.
"그래서, 민윤기때문에 걱정했어?"
"아니 첫사랑이라고 하길래 막 괜히…. 얘기해 주지 말지!"
"어쭈, 이제 좀 편해졌다고 막 반말도 쓰네?"
"지금 화내야 될 사람은 나거든?"
음 그건 그래, 바로 꼬리를 내리는 홉을 보며 그제야 가벼운 웃음이 나온다.
"이제 반말 쓸 거야."
"뭐?"
"뭐 이건 잘 보일 필요도 없는 것 같고."
"그럼 그러던가."
"…뭐라 안 하네?"
"니 맘이지 뭐. 나 그렇게 깐깐한 놈 아니야."
내 앞에서 씨익, 웃어주는 홉에게 나는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의지하고 있었나 보다. 홉을 보게 된 것 만으로도 일렁이던 마음이 편안해 진 것을 보니.
-
"윤기오라버니!"
홉과 얘기하다 보니 늦었다. 큰일났다 싶어 민윤기가 있는 궐로 달려갔는데 바깥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이번엔 나름 친한 척을 해야 될듯 싶어 이름까지 부르며 달려갔다.
"어어, 그러다 넘어진다!"
정신없이 뛰어가다 결국 보지 못 한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그저 피가 조금 난 것 뿐인데 인상을 찌푸린 채 달려오는 윤기를 멍하니 보았다. 누군가와 겹치는 것 같은 기분은 내 착각일까.
"많이 컸다고 하더니 다 거짓말이였네. 아직도 달리다가 넘어지기나 하고 말이야."
네가 아해도 아니고 말이야. 투덜거리는 그의 말을 짐짓 모르는 척 했더니 그가 헛웃음을 쳤다. 익숙하게 상처를 닦아내는 그의 뒤통수가 동그라니 예뻤다. 쓰다듬고팠지만 혹여 예의에 어긋날까 그러진 못 하고 그저 가만히 그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처음 보는 것이지만 너무도 익숙했다.
"늦게 와서 미안해. 보고싶었어."
"나도. 오라버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봄이였지만 꽤나 쌀쌀한 공기에 몸을 부르르 떨자 그가 들어가서 얘기하자며 말했다. 큼,크흠. 괜히 소리를 내었다. 방안에는 이상하게도 적막이 감돌았다. 내가 먼저 말을 걸 성격이 못 되어서 그가 먼저 말을 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생일때는 바빠 못 올 것 같아 미리 왔어. 축하연엔 참석하지 못 하겠구나. 미안."
"생,생일?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설마 네 생일도 까먹은 거야?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아하하,하하하하! 요즘 워낙 바빠서!"
내가 듣기에도 어색한 웃음을 흘려댔다. 난 정말 연기를 못 하는 구나. 바쁘긴 개뿔. 요즘 심심해 죽어가는 중이었다. 생일이라…. 황국도 지난 번 화국에서 보았던 것처럼 내 축하연을 열어주는 건가? 생일파티 한 번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나다. 괜히 기분이 좋아지다가도 방 안을 누르는 어색한 공기에 올라간 입꼬리를 조금 내렸다.
"내가 불편해?"
이 남자, 생각보다 단도직입적이다.
"아니아니, 좋아서 그러지!"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이 덜 큰 아가씨야."
가볍게 말을 건내는 그가 왠지 모를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을, 나는 보고 있었으나 믿을 수 없었다.
"홉.이젠 혼란이 생기기 시작해.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어. 게임이 끝나면 난 돌아가는 거야? 이 모든 것은 내버려둔 채로?"
"…너 자신을 잊으면 안돼. 너를, 네가 떠나온 그 세계를 잊지마."
"응."
"그리고 너무 감정이입하지 않는 게 좋아."
"왜?"
"글쎄. 이유가 뭘까."
"……"
"나도 모르겠다."
"……"
"나중에 할멈을 만나면 물어보든가."
"…그래."
사담이~왔어요~ |
ㄴ..너무 빨리 왔나요?(눈치) 쓸 때는 와 이번엔 분량 많은 거 같아!!이러는데 막상 보면 별로 없어서 슬픈...ㅎㅠㅎ 전 태태 혀내미는 그게 너무너무 좋아요ㅠㅠㅠㅠ와 증말 미치게싸 암호닉 신청하셨으면서 안 나타나면 미워할꾸에여 증말 헤헤 글 읽어주시는 모두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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