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과 꼭 함께 들어주시면 좋겠어요'ㅅ^)
![[세븐틴/권순영] 나의 옐로 00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3/19/16/e0a73105117b782d0fd79c4dcdb6f01b.jpg)
나의 옐로
My Yellow
쌀쌀하고도 설레는 새 학기가 바로 코앞에 찾아왔다. 온몸을 꽁꽁 얼려버릴 추위에, 만화나 글에서 자주 보이던 따뜻하고 즐거운 첫 등교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최근에 산 새것 냄새가 나는 가방을 들쳐매고 집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학교에 도착했다. 도착한 시간은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애매한 시간이었지만 사람 수는 많았다. 친한 친구들과 붙지 않은 나 같은 아이들이 꽤 있는지 자리가 띄엄띄엄 채워져 있었다. 나는 창가 맨 뒤 구석 쪽에 자리를 잡았다.
어색하고도 조용한 공기가 숨을 살살 조여왔다. 아무 연락도 오지 않은 애꿎은 핸드폰을 톡톡 두드리다가, 금방 실증이 나서 자리에 엎드렸다. 그리고 나서 몇 분 후, 텅 비어있던 내 옆자리에 누군가가 앉으므로써 무언가 꽉 채워진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코로 들어오는 남자 향수 냄새에 알 수 없는 긴장이 들어 눈을 천천히 끔벅이다, 고개를 살짝 돌려서 눈앞에 내려온 새까만 나의 머리카락 사이로 내 옆에 누가 앉았는지 확인했다. 샛노란 머리카락이 눈에 확, 하고 들어왔다. 마치 어둠속에서 빛을 찾은 듯이. 배짱도 참 좋은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치만 옆자리 남자애의 머리색은 나 같아도 검은색으로 염색하기 아쉬울 만큼 너무나 청량하고 예쁜 색이었다. 창가에서 새어 나오는 빛을 받아서인지, 더욱 화사하게 빛났다.
"또 같은 반이네."
노란색 머리의 남자애가 저에게 고개를 돌린 나를 응시하며 싱그럽게 웃었다. 마치 입안에 푸르른 새싹을 머금은듯한 느낌이 들었다. 생소하고 가슴을 간지럽히는 느낌에 말을 더듬어 대답같지 않은 대답을 했다. 어, 어..? 나를 아는체하는 애가 누군지 자세히 보기 위해 일어나 머리를 정리했다. 그리고 눈을 마주쳤다. 기억을 여기저기 헤집어보니,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권순영이었다. 그때는 발그스레하고 보기만해도 말랑한 볼살이 조금 있었고, 앉은키도 약간 작았던거같고, 머리가 칠흑같이 까맸다. 마주칠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조금씩 봐와서 그런지, 약간 커진 키와 사라진 볼살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외관은 알고 있지만, 나에게 먼저 말을 걸 정도로 친했던 남자애는 아니다. 무엇보다 노는 무리에 껴있던 아이다. 그런 애들과 나는 전혀 상관이 없으니 가끔 꼭 필요할때를 제외하고 말은 하지 않았던걸로 기억한다.
"나, 아는 애가 없어서. 너는?"
자신이 앉은 자리가 주인이 있냐고 하는 걸 돌려 말하는 것 같았다.
"아, 그렇구나. …나도 아는 애 없어."
"그럼 나랑 같이 앉으면 되겠네. 잘 됐다."
노는 애들과 어울린다고는 했지만 권순영은 무척 조용히 지냈다. 수업시간에 꼬박꼬박 참여하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같은 반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았지만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 심지어 공부도 잘하는듯했다. 그치만 학교를 빠지는건 좀 있었고, 욕도 했다. 치켜 올라간 눈꼬리에 약간 사납게 생긴 상이라 그런지 그런 권순영을 잘 모르는 애들은 무섭다며, 양아치라며 피하기 일쑤였지만 정작 권순영 본인은 신경쓰지 않았다. 그냥 자기들 무리끼리 열심히 놀았다.
권순영의 말을 끝으로 우리 둘은 다시 어색한 침묵 속으로 흘러들어갔다. 권순영이 불편한지 몸을 옴짝달싹 거리다가 나를 힐끗 쳐다보기도 하고, 핸드폰을 만지기도 했다. 조회시간까지 그러고 있다가 종이 치자 기다렸다는듯 벌떡 일어나 바로 교실을 빠져나갔다. 담임 선생님은 급히 교실을 빠져나가는 권순영에게 다음날까지 염색을 꼭 하고 오라며 경고를 주셨다.
* * *
예쁜 노란색 머리가 마음속에서 계속 아른거렸다. 오리엔테이션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권순영의 머리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권순영이 시선을 느꼈는지 서로 힐끔거리는 웃기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보고 싶지 않은데, 내 눈은 그게 아닌가보다. 짧게 한숨을 쉬고 다시 한번 힐끔 쳐다봤는데, 서로 눈이 마주쳤다. 아까 아침에 마주친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아."
"…왜 자꾸 쳐다봐?"
권순영이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며 작게 속삭였다.
"어, 어 그게… 머리, 머리색. 머리색이 예뻐서…"
"머리색?"
권순영이 고개를 갸웃이더니, 이내 소리를 죽여 웃는다. 귀로부터 시작해서 얼굴 안쪽까지 천천히 뜨거워졌다. 따뜻한 히터 바람 때문인지 손으로 부채질을 연신 해봐도 전혀 식혀지지 않았다. 아마 권순영이 웃지 않아도 내가 한 말에 얼굴이 붉은색으로 번졌겠지. 권순영을 보고 있던 고개를 살짝 돌려 앞을 응시했다. 권순영의 웃음소리가 차츰 멎어들었지만, 밤에 이불을 마구 찰 생각에 정신이 아득했다.
"계속 봐도 괜찮아."
권순영이 얼굴을 식히는 내게 아침에 보여줬던 그 싱그러운 웃음을 다시 보여주며 작게 말했다. 그 웃음에 다시 한번 심장 부근이 간질거렸다. 낮게 깔린 목소리도 너무나 감미로워서, 귀에 계속 맴돌았다.
***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그 며칠 동안 권순영의 머리색은 여전했고, 우리 둘은 말을 한 적이 별로 없었다. 권순영은 재작년처럼 학교를 이틀 정도 나오지 않았다. 학교에 나오지 않았을 땐 아쉬웠는데, 막상 나와도 서로 어색해서 말을 하지 않았다. 공통 관심사도 없고, 안 친하고. 쉬는 시간이 되면 서로의 친구들을 찾으러 가기 바빴다. 둘 다 반에 아는 애라곤 서로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연스레 말을 할 만큼 친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권순영은 내 이름을 알고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친하지는 않지만 모른다면 조금 서운할지도 모르겠다.
"권순영."
"어?"
"너 내 이름 알아?"
물어본 이유는 딱히 없다. 그렇지만 내 이름을 꼭 알려주고 싶었다. 그냥 내 이름을 전에 들려주었던 감미로운 목소리로, 느릿하게 한번 불러줬으면 했다.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핸드폰만 응시하다가, 권순영이 먼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힐끔 보니 인상을 팍 쓰고 고민하는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모르는구나. 내 얼굴에 드러난 서운한 기색을 눈치챘는지, 권순영이 제 눈을 끔벅이다가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어, 이름이 분명… 성… 성씨였는데… 성씨 맞지? 맞는데, 이름은 몰라? 미안… 권순영이 입술을 깨물고 미안하다는듯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곱고 예쁘게 올라간 눈꼬리가 약간 내려온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 얼굴이 서운했던 내 마음을 단번에 사르르 녹아내리게 했다.
"성이름."
"성이름?"
"응."
"성이름…, 이름…."
"…"
"예쁘네, 이름."
권순영이 수채화가 번지는듯한 따스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그런 권순영에 고개를 푹 숙일 수 밖에 없었다. 분명 이름이 예쁘다고 말한것일텐데, 왜 이렇게 심장이 뛰는 걸까. 마치 나보고 예쁘다고 한 것처럼 말이다. 말투도 봄 햇살처럼 너무나 다정해서, 잔잔히 울렁이는 마음속이 단번에 헤집어졌다. 내 이름을 불러주고, 깊게 눈을 맞추는 네가 너무나 기분 좋았다. 살면서 이런 감정은 느껴본 적이 없어 더욱 벅차올랐다. 누구도 좋아해 본 적 없는 내 마음을 단 며칠 만에 봄 같은 네가 두드렸을지도 모른다.
"고마워…."
부끄러운 기분이 싫지 않았다. 나는 작은 소리로 권순영의 말에 대답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권순영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날 바라보고 있는 시선은 느껴졌다. 얘는 항상 노골적이다 싶을 정도로 사람을 보는 것 같다. 싫은 건 아니지만. 권순영은 지금 날 바라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마치 우리 둘만 이 공간에 있는것 같았다.
그 착각에서 나오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선생님이 작은 상자와 함께 교실로 들어오셨기 때문이다. 나는 선생님의 발 소리에 고개를 들어 자세를 바로 하고 앉았다. 의자를 끄는 소리가 오늘따라 큰듯했다. 교탁에 상자를 내려놓으며 제비뽑기로 자리를 바꿀 거라고 말하시는 선생님을 조금 실망한듯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데, 권순영이 제 책상에 엎드려서 나를 빤히 응시했다. 아래에서 나를 올려다보는 시선이 나쁘지 않았다.
"아쉽다."
시끄러운 아이들의 목소리에 묻힐뻔한 권순영의 말을 겨우 골라 들었다. 그리고 그 아쉽다는 말이 내 머릿속에서 잔잔히 울려 퍼졌다. 아쉬워? 뭐가? 나는 너랑 떨어지게 되어서 아쉬운데. 이런 말은 절대 할 수 없었다. 자꾸만 새어 나오려는 진심에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여 여전히 나를 예쁜 눈으로 응시하고 있는 권순영을 마주 바라봤다. 깊고 영롱한 권순영의 눈에, 계절은 추웠지만 마음은 따뜻한 색으로 물들어 갔다.
"뭐가?"
"아, 들었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권순영이 뜸을 들이다가 고개를 돌려서 웅얼거렸다. 너랑 떨어지게 될지도 모르잖아. 그 말에 또다시 주책맞은 심장이 내 가슴속을 쿵쿵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어느새 노오란 머리칼로 살짝 덮인 권순영의 귀 끝이 예쁜 장미처럼 물들어 있었다. 저기, 너도 부끄러워?
결국 우리 둘은 떨어졌고, 나는 앞자리, 권순영은 옆 분단 뒷자리였다. 권순영은 내 생각보다 매우 아쉬워했고, 우리는 그 날 이후로 저들도 모르게 사이가 한 발자국쯤 가까워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아마 첫날 봤던 싱그러운 권순영의 웃음에 반했던 게 아닐까. 그렇게 18살에 아리지만 사랑스러운 첫사랑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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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분위기의 순영이를 보고싶다~ 해서 글을 써보게 되었는데 여러분의 마음에 들지 모르겠어요(ㅠㅠ) 글쓰는게 너무 어렵더라구요... 짧지만 중간중간 막히는 부분이 너무 많았고, 띄어쓰기도 바보구ㅠㅠ 이런 불편할만한 글 읽어주신분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01부터는 구독료가 있을 예정이에요.8ㅅ8 그리고 암호닉 받아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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