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청춘일기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0912/127cf090f150ec449b34ad2b85fffbb9.gif)
청춘일기
W.타페
: 영하의 혹한 속에서 젊음의 행복을 누리다.
좁은 방 안에 라면 냄새가 가득 찼다. 보일러가 돌면서 바닥이 따끈해지자 전정국은 그제야 의자에서 내려와 바닥에 앉았다. …하여튼 까다로운 샛기. 작은 헬로키티 식탁을 전정국 쪽으로 민 뒤 냄비를 내려놓고 젓가락을 주었다. 특별히 달걀을 두 개나 푼 라면이다. 라면은 맛있게 되었다. 둘 다 말없이 라면만 먹느라 정적이 흘렀지만 이제 적응이 된 지 오래다. 사실 그럴 만도 하다. 고학번 집행부 선배들한테 안건을 내기 전에 우리끼리 검열을 위해 모여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전정국과 둘이서 뭔가를 하는 건 정말이지 너무 힘들었다. 말을 하는 건 거의 나뿐이었다. 정국이는 그냥 고개를 끄덕여 찬성, 고개를 저어 반대 정도의 의견 표시만 행했다. 그렇게 몇 달을 지내봐라…침묵에 적응이 되는지 안 되는지.
라면을 얻어먹은 전정국은 금방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진해서 냄비를 싱크대에 옮겨놓고 화장실 휴지를 뜯어다가 식탁을 닦기까지 한다. 암만 성격이 더러워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 모양이다. 뭔가 어울리지 않는 모습에 혼자 킥킥대고 웃다가, 나도 일어나 화장실로 가 칫솔을 입에 물었다. 잠시 화장실 밖으로 나와 양치를 하면서 책상의 전자시계를 보니 시간은 벌써 9시를 넘어 있었다. 그리고 내일은 아침에 교양 강의가 있는 날이었다. 빌어처먹을 수요일. 수요일은 왜 이름까지 수요일이라 정이 안 갈까에 대해 고민하는데 정국이가 신발을 신는 소리가 들렸다.
“간다.”
“몸 좀 더 녹이다 가지. 벌써 가게?”
“너 내일 아침 수업 있잖아. 오늘 거 복습이나 빨리 해.”
“…교양인데 어떻게 알았대. 내 시간표 외웠어?”
같이 듣는 전공도 아니고 나 혼자 듣는 교양과목인데 어떻게 알았지. 고개를 갸웃하고 빤히 쳐다보자 전정국의 귀가 붉어졌다. ‘닥쳐.’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 단호하다. 아무 생각 없이 물어본 것뿐인데, 왜인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멈칫대던 그가 이내 정신을 되찾고 문을 열었다. 찬바람이 훅 들어와 라면냄새로 텁텁한 방 안을 훑었다. 전정국이 문 밖으로 나갔고 곧 천천히 문이 닫히는데, 큰 손 하나가 다급하게 닫히는 문을 잡아챘다. 반쯤 열린 문틈으로 정국이의 아무 표정 없는 얼굴이 다시 나타났다.
“아, 그리고.”
“뭐.”
“……라면, 잘 끓이네.”
쾅! 뜬금없이 내 라면 조리 실력을 칭찬한 정국이는 소리가 나도록 세게 문을 닫고 사라졌다. 예상 밖의 상황에 순간 멍해졌다. 한동안 제자리에 서있던 나는, 양치거품이 바닥으로 툭 떨어지고 나서야 후다닥 화장실로 뛰어 들어갈 수 있었다. …뭐지, 이건?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이게. 문득 세면대 거울에 비쳐서 본 내 얼굴도 전정국의 귀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찬물로 세수를 한 덕분에 달아오른 얼굴은 금방 식었다. 샤워까지 마치고 나오니 방에 한기가 돈다. 대충 잠옷을 입고서 책상 앞에 앉았다. 오늘은 창문으로 찬바람이 유독 많이 새어 들어오는 느낌이다. 입학 전 신청했던 기숙사가 떨어지는 바람에 급하게 방을 구했는데, 괜찮은 방들은 다 나간 뒤여서 이런 방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고향집에서 학교까지는 버스로 2시간이 넘게 걸려서 통학은 꿈도 꾸지 못한다. 이 정도 하자는 어떻게든 견뎌내야 한다. 그러나 옷을 껴입고 양말을 신어도 스산한 한기는 내 몸이 떨리게 만들었다. 결국 나는 책을 덮어버리고 방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래도 보일러는 잘 돌아가서 다행이지.
어차피 추위 때문에 집중이 안 돼서 야간강의 복습도 의미가 없었고, 그냥 잠이나 일찍 자려는 심산으로 이불을 두껍게 덮고 누워버렸다. 가만히 누워있자니 등은 나름 따뜻한데 얼굴이 시리다. 잠이 오지 않아서 한참을 뒤척이다 깜빡 잠이 들긴 했지만 그마저도 떨어지는 꿈을 꾼 덕분에 금방 깨버렸다. 키 클 나이도 아닌데 뭐 이런 꿈을 다 꾼담. 베개 옆에 놓여있는 핸드폰을 켜 확인한 시간은 아직 새벽 4시다. 지금 일어나면 오후 전공수업 때 헤드뱅잉을 하리라는 걸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감기지 않는 눈을 억지로 감으며 다시 잠을 청했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른다. 갑자기 울리는 알람소리에 깜짝 놀라면서 잠에서 깼다. 9시 수업이라 최대한 늦게 일어나기 위해 알람은 8시에 맞춰져 있었다. 씻고 머리를 말리고 화장을 하면 8시40분, 학교까지 빠르게 걸어가면 정확하게 8시58분이 된다. 준비를 마쳤지만 여전히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방을 나섰다. 교양교재 하나와 전공책 하나만 담긴 가방이 오늘따라 무겁다. 어제 온 눈이 채 녹지 못하고 갓길과 인도에 쌓여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신은 신발은 하필 또 스니커즈다. 눈에 젖어서 신발이 축축해지는 게 느껴졌다. 강의실에 도착했을 때는 양말까지 젖은 상태였다. 아, 씨발리스틱하다. 아침부터 되는 일이 없다. 게다가 강의가 시작하자마자 교수님은 ‘이제 기말고사 준비해야지요?’라고 말함으로써 내 화를 더 돋우었다.
교수님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2학기 중간고사를 본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1주일의 짧은 휴식기를 끝으로 다시 기말고사 시즌이 돌아온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된다. 중간고사 한 달 조금 뒤가 바로 기말고사라는 건 너무 잔인하다. 내가 절망을 하든 말든 각 과목의 기말고사는 약간의 텀은 있더라도 대부분 4주 후로 예정되었다. 그리고 기말고사 이전에 집행부를 분주하게 만드는 하나의 행사가 있다. 학기가 끝나기 전에 각 직책의 국장과 부국장을 미리 뽑아 놓는, 집행부의 투표. 내가 교양수업이 끝나자마자 아침 겸 점심을 후다닥 먹고서 집행부실로 달려가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전정국은, 총무국 수습이 둘 뿐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부국장으로 추천되었다. 어차피 전부터 총무국 예비부국장이라고 불릴 만큼 입지가 확고했으니 놀랄 일도 아니다. 수습일 때도 그 끝장나는 일처리 때문에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들어오는 마당이라서 부국장이 된다고 크게 달라질 것도 없어 보였다. 어쨌건 녀석이 총무국 부국장으로 추천되고, 정책국장으로는 정책국 부국장인 김태형 선배가 추천되었다. 부국장이 한 학년 올라가면 국장이 되는 게 관례다보니 정책국 사람들도 추천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 모양이었다. 다들 그러려니 여기는 분위기에서 집행부장인 석진선배가 다음으로 넘어가려는데, 태형선배는 진지한 얼굴로 손을 들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추천 안 해줬으면 내가 날 추천했을 겁니다.”
전정국을 제외한 모두가 웃느라 회의 진행이 예상보다 조금 늦어졌다. 저렇게 뻔뻔한 것도 능력인데, 참. 정책국장이 집행부장도 겸하는지라 내년 행사 시즌에 태형선배의 얼굴을 보는 건 더 힘들어질 것 같았다. 회의는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편집국의 얘기로 넘어갔는데, 편집국은 총무국과 부딪힐 일이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나는 회의 내내 관심을 두지 않았다. 회의가 끝나고 전정국은 나에게 김남준 선배의 책을 건네주었다. 빌려준다는 허락은 자기가 맡았으니 기말고사 전에 자기한테 돌려주기만 하라는 말과 함께였다.
모든 후보가 한 명씩이어서 투표는 찬반투표가 되었다. 11월 말, 그러니까 다다음주에 있을 전체 투표를 위해 집행부는 바빠졌다. 투표지를 인쇄하고 통을 제작하고…, 매일이 정신없는 하루의 반복이었다. 정책국이 어떤 순서로 행사가 진행될지, 어떤 제작사를 거칠지, 예산은 어느 정도인지 기획안을 짜서 편집국에 넘기고, 편집국이 그 기획안을 수정해 정책국에 돌려보내면 다시 한 번의 검열을 거쳐 총무국으로 오게 된다. 그럼 우리 총무국에서 제작사와 컨택해서 기획안에 맞게 가격을 조율하고 물품을 조달받는 식으로 집행부의 일이 진행됐다. 기획안을 기다리는 기간에야 내 공부도 하면서 여유를 부릴 수 있었지만 그것도 한 때였다. 기획안이 넘어오고 나니 아침, 점심은 매번 인스턴트로 대신하면서 집행부실에서 살다시피 해야 했다. 사람이 과로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걸 몸소 체험하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오전에는 강의가 없는 월요일이지만 나는 아침 일찍부터 집행부실로 출근도장을 찍었다. 그나마 전정국이 내 일을 조금 더 덜어가서 자기가 처리해준 덕분에 이 정도다. 각 국의 현재 국장들은 3학년이기 때문에 모든 일을 후배에게 넘기고 기말고사 준비를 하는데, 현 부국장이 국장의 일을 맡고 부국장 후보들이 부국장의 일을 본다. 후보인 자기는 나보다 일이 많은데도 어디서 그런 여유가 생기는 건지 새삼 궁금해졌다. 왼손으로 편의점 김밥을 하나씩 집어먹으며 노트북에 띄워놓은 자료와 기획안 인쇄물을 검토하는데, 양반은 못 되는 전정국의 카톡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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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 새끼. 양심적으로 무슨 소린지 설명은 해 줘야 되는 거 아니냐.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건너편 자리에서 몇 십분 째 노트북을 노려보며 단체 카톡으로 회의를 하던 태형선배가 울상이 되어 말을 건다. 그 옆의 지민선배도 웬일로 끼어들지 않고 조용히 카톡만 보고 있다. 묘하게 불길한 예감.
“탄소야. 진짜, 진짜로 미안한데.”
“네, 말씀하세요.”
“우리 행사 순서를 좀 바꿨고, 인쇄소도 바꿨어…. 진짜 미안해!”
이미 지칠 대로 지쳐서 말씀하시라고 했더니, 내뱉는 말이 참 가관이다. 잘생긴 저 얼굴이 처음으로 미워보였다. 예산에 맞게 물품들을 끼워 맞추는 작업을… 3일간의 밤샘 작업 끝에 막 끝낸 찰나였기 때문이다. 툭, 데구르르. 내 오른손에 들고 있던 볼펜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시…말씀해주실래요? 지금 뭐라고…?”
“진짜로 웬만함 안 바꾸려고 했는데, 어쩔 수가 없네. 미안해.”
“예쁜아, 이건 나도 커버 못 치겠더라.”
정책국, 너무 밉다……. 태형선배가 연신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지민선배는 첫만남과는 다르게 나를 꽤 챙겨주는 편이었는데, 정책국 동기한테 들은 바에 의하면 이번 투표 기획안 준비 때도 총무국이 힘들지 않게끔 상당히 많은 일을 커트해줬다고 한다. 그런 지민선배가 안 된다 했으면 그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갑자기 힘이 쭉 빠져서 책상에 엎어졌다. 2시간 뒤에 있는 전공강의를 들을 자신이 없을 정도로 무기력해졌다. 아, 정말, 집행부 괜히 들어왔다.
힘든 건 힘든 거고 할 일은 할 일이다. 나는 또 며칠 밤을 지새워 변경된 기획안에 맞게 수정을 마쳤다. 내 일이 끝나자마자 바로 전체회의가 진행됐다. 전정국은 먼저 집행부실에 도착해 왼쪽 중간쯤에 앉아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놈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그러나 전정국과 한바탕 하기에는 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손을 휘저어 말 걸지 말라는 표시를 하고 전정국의 대각선 자리로 가 앉은 뒤 엎드려서 쪽잠을 청했다. 누군가 흔들어서 깨우는 것에 놀라 벌떡 일어났을 때, 내 옆자리엔 지민선배가 있었다. 나를 흔들어 깨운 것도 그였다. ‘많이 피곤하구나? 고생했다, 예쁜이.’ 나지막이 말한 선배가 둥글게 눈을 휘어 웃었다. 아, 네…. 어정쩡하게 고개를 숙여 보였고, 곧 회의가 시작됐다. 대각선에 앉은 채인 전정국은 나와 지민선배를 잠시 쳐다봤다가 금세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바쁜 준비 끝에 드디어 투표가 시작되었다. 힘들게 준비한 보람이 있게 예상 인원보다 많은 인원이 참여를 해주었다. 학과 총원 320명 중 참여 250명, 찬성 230표에 반대 20표로 전정국은 총무국 부국장이 되었다. 투닥거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 틈에 친해졌는지, 지민선배는 전정국 빠돌이를 자처하며 반대 20표를 색출해내리라 으름장을 놓고 다녔다. 다른 국도 모든 후보가 찬성표를 받았다. 큰 행사 하나를 끝내면 뒷풀이가 있어야 했지만 기말고사가 코앞이라 종강파티와 겸하기로 정해졌다. 좀 한가해질 새도 없이 기말고사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다들 강의가 끝나기가 무섭게 도서관으로 향하는 게 보였다. 나는 오히려 도서관이 더 공부가 안 됐기에, 무거워서 사물함에 두고 다녔던 전공책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는 말로만 듣던 김남준 선배를 만났다. 가방에 더 이상 책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 남준선배의 책은 안고 가는 중이었는데, 표지에 크게 쓰여 있는 자기 이름을 용케도 알아본 모양이었다. 무심하게 강의실로 들어가려던 선배가 멈칫하더니 먼저 ‘어, 그거,’하고 운을 틔웠다.
“내 책인데, 그거. 네가 김탄소?”
“아, 안녕하세요. 덕분에 잘 공부하고 있어요!”
“당연하지. 누구 책인데.”
선배가 어깨를 으쓱하며 당연하다는 듯 말을 받는다. 아, 그러세요. 저게 과탑의 자신감인가 싶었다. 그 말에 대꾸를 하지 않으니 약간 머쓱한지 헛기침을 몇 번 한다.
“그래, 얘기는 많이 들었어. 얼굴 보니깐 또 반갑네.”
“네? 무슨 얘기요?”
“박지민하고 김태형이 엥간히 떠들고 다녀서.”
“…네에.”
“동아리도 자주 좀 나가라. 윤기 형이 너 데려오라고 지민이 갈군다더라.”
과대라서 고학번과 만날 일도 잦다고 하던데, 이 선배의 입에서 민윤기 선배의 말이 나올 줄이야. 그 조용한 윤기선배가 나를 데려오라고 갈궜다고? 하긴 요새 집행부 일이 바빠서 동아리에 얼굴을 비추지 못하긴 했다. 가을에 있는 동아리 공연도 참여하지 않은 게 떠올라 좀 미안해졌다. 나는 입학과 동시에 과동아리 하나에 들었다. 중앙동아리는 4학년이 되면 활동을 못 할 것 같아서 아예 과 동아리를 든 것이다. 취미로 춤을 배웠던지라 동아리 활동을 하면 좋을 듯해서 댄스동아리를 선택했다. 지민선배야 집행부여서 학기 초부터 알았는데, 같은 동아리인 줄은 몰랐다. 가입하기 위해 동아리방으로 찾아갔을 때 바닥에서 자고 있는 선배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민윤기 선배는 그 동아리에서 만난 3학년 선배였다. 내 가입서를 받아든 선배이자 동아리 회장이기도 했다. ‘가입하고 싶어서요’하고 가입서를 내밀자 윤기선배는 그냥 내 얼굴을 한 번 슥 쳐다보고 대답 없이 가입서를 받아들었다. ‘어 뭐야, 신입?’ 그런 윤기선배의 어깨 너머로 낯선 얼굴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이름이… 아, 정호석. 그 사람은 3학년 정호석 선배였다.
“어쨌건 난 강의시간이라. 시험 잘 봐라.”
“아 감사합니다.”
선배도요, 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말 안 해도 또 수석일 텐데 말해서 뭐하겠어. 12월로 접어들자 기말고사까지는 금방이었다. 무슨 정신으로 시험을 쳤는지도 모르겠다. 종강을 했고 성적도 떴다. 성적을 보자 취직은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지만, 중요한 건 종강을 했다는 거다. 1년 내내 더위와 추위에 떨어야 했던 자취방을 드디어 떠날 수 있었다. 종강을 하자마자 주변의 원룸을 물색해 물도 잘 나오고 방음, 방한도 잘 되는 괜찮은 방을 계약했다. 곧바로 짐을 옮겨놓고 나는 고향집으로 내려갔다.
학교 근처에 있느냐고 몇 번 지민선배나 태형선배에게 연락이 왔지만 고향집이라 만날 수는 없었다. 전정국은 개강 전까지 두 달이 넘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개강이 2주정도 남았을 때 연락이 온 것은, 예상치 못한 사람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집에서 뒹굴다 알바를 나가는 것을 반복하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화장대 앞에 앉아 졸린 눈을 비비는데, 침대 위에 올려둔 핸드폰이 요란하게 몇 번 진동했다.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집 앞 편의점 알바를 잡았기 때문에 나갈 준비를 하려던 찰나였다. 잠금화면에 떠있는 이름은, '14민윤기선배'. 단 한 번도 개인적으로 연락한 적 없는 동아리 회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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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링을 정국이라고 적어놓긴 했지만! 멤버 모두를 엮으려는 마음가짐입니다. (바람직)
지민이도 슬슬 낌새가 보이고...다음편은 윤기 중심이 되지 않을까 싶어용'-'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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