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이 김덕수 망할놈아!!!!!!!!!! "
맞아요, 저 방금 차였습니다. 그것도 아주 보기 좋게 뻥- 하고 차였어요. 나름 107일동안 알콩달콩하게 사귀고 있었는데, 갑자기 헤어지자네요. 싸운 적도 없었고, 잠수탄 적도 없었는데. 이름도 별 같잖고 얼굴도 사실 같잖게 생겼어요, 진짜로. 저 콘텍트 렌즈 두번 연속으로 한번만 잃어버렸을 때도 이렇게까지 어이없고 슬프진 않았거든요? ! 자꾸 눈에서 뭐가 흐르네. 진짜 생각해보면 내가 훨씬 아까웠지. 맞아, 내가 미쳤었지. 난 하나도 슬프지 않아, 괜찮아.그래도 점점 다운되는 기분에 괜시리 울적해져서 침대에 엎드렸다. 오늘 만나기로 했으면서. 약속시간까지 1시간도 안 남은 이 시각, 저는 덕수 그 망할놈과 찍었던 사진들을 울며 지우느라 바쁩니다. 와, 김덕수 진짜 못생겼다. 물론 옆에 있는 나도 만만찮게 못생겼네. 중학생때부터 티격태격 친해져온 정호석이 끼리끼리 잘 사귄다고 놀렸었지. 그때는 참 기분 좋았는데, 지금 생각하니까 뭐 같네 진짜. 정호석은 입만 닫으면 참 좋은 친군데. 쓰읍.
사진을 지우다가도 울고, 전화번호와 페이스북, 카카오톡, 메시지, 국민 커플앱까지 다 지우고 다니 더 울음이 터져나왔다. 지금 내가 혼자 집에 있었으니 망정이지. 엉엉 울다보니 공들여 한 화장은 다 지워지고 애써 고데기로 세팅한 머리는 산발머리가 되어버렸다. 거울속에 비친 내 모습은 누가봐도 '저 방금 남자친구에게 너무 세게 차였어요.' 거울을 보니 더 울적해졌다. 더 예뻐져서 더 좋은 남자 만나야지. 이유를 물을 틈도 없이 차였고, 잡을 자신도 없었다. 왜냐고? 내가 질린대! 내가 왜 질려? 살면서 헤어지는 이유로 질린다는 이유는 처음 들어봤다. 내가 일주일도 안 된 남친 내가 질려서 차버린 적도 있고, 멀리 멀리 이사간다고 해서 자연스레 헤어진 적도 있고 그런데 내가 질려서 차여? 순간 얼굴에 훅 올라는 열과 동시에 몰려오는 창피함에 이불킥만 해댔다. 아, 짜증나.
카톡-
정호석 - 야, 너 설마 헤어짐?
뭐야 김덕수 이 뭣같은 새끼가 소문 내고 다니냐? 뜬금없는 정호석의 문자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주 그냥 김탄소 찼다고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니는 구만?
어, 김덕수가 그러던? 아이고 김탄소 시집 다 갔네. 차인 거 소문이 다 나버렸네~
정호석 - 아니 뭐래ㅋㅋㅋ 김덕수 지금 어떤 여자랑 손 잡고 사거리 앞 롯데리아로 들어가던데?
? 뭐? 오늘 헤어졌는데? 무려 게다가 오늘 걔랑 만나기로 했었는데? 순간 너무나도 치밀어오르는 화에 머리가 빙빙 도는 듯 했다. 이걸 진짜, 가서 그냥 뚜까 패? 이거 완전 바람이잖아. 내가 질린 게 아니라 딴 여자가 생겨서 날 찬거야? 나랑 사귀면서도 지 성에 안 차서 딴 여자를 만든거야? 이거 진짜 뭣 같은 놈이네.
정호석의 메시지를 보고 엉엉 울었다. 답장할 겨를이 없었다. 폰을 한쪽 구석에 던지고선 침대를 발로 팡팡 차며 울었다. 진짜 길 가다 넘어져서 발목이나 삐여라.
- 자, 왔어 아 흥탄소년단 !
시끄럽게 벨소리를 토해내는 휴대전화를 대충 발로 집어 올렸다. 좋아하는 아이돌 노래였지만 지긍믄 하나도 안 신나. 울어서 부은 눈이 화면을 흐리게 보이도록 만들었고 발신자를 확인할 겨를도 없이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울어서 쩍쩍 갈라진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니 휴대폰 넘어로 숨 넘어갈 듯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웬 미친놈이지. 웃다가 도중에 사레에 걸린건지 연신 기침을 해댄다. 너 정호석이지.
" 아 진짜 웃기네. 목소리 완전 갔어 김탄소. "
" 나도 알아. 그러니까 용건만 간단히 해줬으면 좋겠어. "
" 어, 너 지금 뭐해. 울고있었냐? 설마? "
" 울고있었으니까 끊자. "
" 아 진짜 울었냐? 웬일이야. 김탄소가 고작 그런 거 때문에 다 울고. "
목소리에서 들뜸이 느껴졌다. 하긴 나 이렇게까지 우는 거 처음일텐데. 그 때 정호석이 내 생얼 보고 못생겼다고 놀려서 울긴했지만 눈물만 또르륵 흘릴 정도였으니까. 하긴, 김덕수 하나 때문에 대성통곡을 하다가 목이 나가버린 김탄소는 정호석이 보기에 충분히 등신같겠지. 정호석의 말에 볼따구에 남은 눈물의 흔적들을 벅벅 지워댔다.
" 기분 안 좋으면 나랑 만날래? "
" 김탄소 기분 안 좋을 땐 항상 나만 찾아왔잖아. "
" 오늘 내가 맛있는 거 살게, 10분 만에 나오면 사드림. "
정호석은 무슨 내가 먹을거에 눈 먼 사람처럼 아나본데.
" 콜, 15분. "
너무 잘 아네
*
뭐야, 미쳤어? 정호석이 날 이끌고 들어서려는 곳은 바로 이 만남의 원인 김덕수가 있는 사거리 앞 롯데리아였다. 아니 야, 여길 굳이 가야해?
" 야 잠깐만. 내가 여길 왜 가? "
" 복수 안 할거야? 내가 김덕수보다 훨씬 잘생기지 않았냐? 너도 쟤 앞에 있는 여자보단.. 조금은 낫고. "
" 야 왜 뜸 들여? 화나네. "
" 그러니까, 우리가 쟤네보다 훨씬 선남선녀라고. 가자. "
아주 독불장군 납셨어요. 내 손목을 붙잡고 당당하게 들어가는 정호석에 쪽팔려서 미칠 것 같았다. 가뜩이나 울어서 눈도 좀 부었고 화장도 대충 수정만 하고 나온건데. 롯데리아에 들어서자마자 그 시발같은 김덕수의 어이없는 얼굴이 보였다. 물론 그 앞에 있는 여자의 얼굴은 더 가관이였고. 끼리끼리 잘 만났네, 퉤.
얼굴에 침이라도 뱉어주고 싶었지만, 정호석이 뭐하려는 지 궁금했기 때문에 그냥 이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정호석은 작은 블랙보드에 적힌 걸 가르키며 크게 말했다. 근데 우리가 훨씬 선남선녀라니 무슨 말이야, 그게.
" 연인 팩 하나주세요. "
" 네 10900원입니다. "
" 이걸로 계산해주세요. "
" 7번 불러드릴게요. "
안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더니 계산해버리는 정호석이였다. 뭐야, 얘 지금? 정호석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그 와중에서도 붙잡은 내 손목은 놓아주질 않았다. 아, 미친놈아 살살 좀 붙잡아. 아프잖아. 아파서 인상이 조금 굳어지자 그걸 바로 캐치한 정호석이 아예 손깍지를 꼈다. 그러곤 김덕수 그 자식 보라는 듯 내 머리를 정성스럽게 쓰담았다. 얘 지금 뭐하는거야.
" 자기야, 우리 저기 가서 앉을까? "
롸? 지금 자기라고 하셨어요? 당황한 내 표정에 정호석은 그저 웃었다. 귀여워, 하면서 내 머리를 또 쓰다듬었다. 뭐야, 진짜 소름돋게 왜 이래. 설마 이거 연인연기야? 너 진짜 지금 몰입한거야? 너 많이 외로웠구나.
정호석이 내 손을 붙잡고 앉은 곳은 김덕수의 바로 맞은편 자리였다. 김덕수의 얼굴과, 그 여자의 뒷통수가 보이는 자리였다. 물론, 김덕수는 내 얼굴과 정호석의 뒤통수가 보이는 자리였고. 왜 이렇게 가까이에 자리잡았어 얜. 정호석이 깍지를 잡았던 손을 올려놓았다.
" 아이고 자기는 눈이 부어도 예쁘네. "
" 어? 어, 어 그렇지, 하하. 자기구나, 내가. 하하. "
" 어, 여기 뭐 묻었다. "
어? 뭐가 묻었지, 내 오른쪽 볼을 가르키며 뭐가 묻었다는 정호석의 말에 황급히 작은 손거울을 꺼내 확인하려던 순간이였다.
" 호석이의 사랑스러움이 묻었지- "
진짜 넌 여기서 나가는 순간 정강이 날라갈 줄 알아라, 정호석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호석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연신 내 볼을 만져대고 머리를 쓰담고 자기야 이거 먹고 어디 갈래?, 자기야 어디 보고 있어?, 자기야 무슨생각해? 라며 내 신경을 벅벅 긁어댔다. 참자, 참아. 정호석이 김덕수한테 복수하도록 도와주는 거잖아, 연인팩만 먹고 나가는 순간 정강이를 없애버리면 되는거잖아. 그렇지?
" 있잖아 호석아. 탄소는 ! 요고 먹고싶어요 ! "
애써 자기최면을 걸고 정호석에게 살갑게 대했다. 말끝을 흐리고, 관심있는 남자들 에게만 선보이는 눈웃음도 쳐댔다. 그러자 맞은편에 앉은 김덕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얼씨구, 지금 저거 기분 안 좋다는거지? 이제는 아예 내가 정호석의 손을 먼저 잡는다든지, 정호석의 눈을 정확히 바라보며 눈웃음을 친다든지, 여우짓만 골라서 해댔다. 김덕수 아주 속 뒤집힐걸?
김덕수의 표정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다보니 정호석의 표정은 확인하지 못 하고 있었는데, 정호석의 표정이 묘하게 굳었다. 얘 얼굴도 빨개졌네?
" 7번 연인팩 나왔습니다. "
점원이 부르는 소리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연인팩을 가지러 가는 정호석이였다. 왜저래, 이제와서 하기 싫다는 거야? 하긴, 내 애교가 속을 안 좋게 했냐. 김덕수의 표정은 여전히 일그러져 있었다. 뭘 쳐다봐. 너부터 정강이 없어지고 싶냐?
정호석이 가져온 연인팩에 혀짧은 소리를 내며 잘 먹겠다고 인사했다. 정호석이 피식 웃더니 어, 자기 많이 먹어. 라며 머리를 또 쓰담는다. 왜 자꾸 머리 쓰담냐, 금방 떡질텐데. 노세범 안 들고 나왔어, 나.
*
" 야 아까 김덕수 표정을 너가 봤어야하는데, 진짜. "
" 야 고맙다. 덕분에 기분이 많이 괜찮아졌어. "
" 내 말 듣고있어? 고맙다고. "
롯데리아에서 연인팩 하나를 거뜬하게 먹고 내 간곡한 요청에 정호석이 사준 소프트콘까지 먹고 나왔다. 사거리를 지나 동네에 있는 작은 음악공원 주위를 정호석과 함께 걸었다. 근데, 대답을 안 하네. 내 말에 답이 없는 정호석에 답을 하라며 고개를 돌려 정호석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여전히 롯데리아에서처럼 날 지긋이 쳐다보고 있었다. 뭐야, 왜 이래. 아직도 몰입한거야?
" 어휴 그래 대답하지마. "
" 고맙지, 나한테. 보답하고 싶지. "
" 그럼 안아줬으면 좋겠는데. "
그 말과 동시에 팔을 벌리고 서있는 정호석이였다. 순간 심장이 둥 하고 울렸고, 마음 한 구석이 간지러웠다. 뭐라는거야, 미친소리하지마. 고개를 돌리고 먼저 앞서가려하자, 정호석이 내 손목을 붙잡았다. 얘 오늘 왜 이러는건데.
" 미친소리 아니야. "
" 안아달라고. "
" 김탄소, 나 오늘 생일인 거 몰랐지. "
뭐 생일이라고? 정호석의 말에 황급히 뒤를 돌아 정호석을 봤는데, 내 손목을 붙잡은 채 자신쪽으로 나를 끌어 제 품에 안았다. 뭔데 남자다운 척이야. 그러면서도 씰룩거리는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 잠깐만, 잠깐만 이러고 있자. "
" 너는 왜, 아니, 왜, "
" 생일인거 왜 말 안했냐고? "
" 그래, 선물도 준비 못 했는데! 내 생일때 비싼 선물 많이도 받았는데. 미안해. "
" 미안해? "
동시에 나를 꽉 끌어안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대며 설렘이 몸 전체까지 퍼졌다. 마음 한 구석이 간지러워서 미칠 것만 같았다. 얘가 키가 이렇게 컸었나? 정호석의 품에 내가 쏙 들어간다는 게 참, 믿기지가 않았다. 중학생땐 이렇게 크지 않았는데. 분명 나랑 키 비슷했는데. 정호석을 말 없이 올려다보았다.
" 얼굴, 빨개졌다. "
" 탄소야, 앞으로도 나랑만 연인팩 먹어주라. "
별 같잖은 고백이였다.
김남준 ▶ 정호석
오후 7:54
지 생일파티하다가 일 생겼다고 헐레벌떡 도망치는 새끼는 십팔년 살면서 처음본다.
〈hr>
좋아요 댓글달기
〈hr>
전정국,박지민,김태형님 외 14명이 좋아합니다.
김석진 진짜 미친놈인줄;
민윤기 인정; 정호석 니는 생일빵 18 곱하기 3 대 맞아야 함. 곱해서 얼마게.
정호석 79. 저 오늘 연인팩 먹었습니다. 다 닥치세요.
김남준 ? 넌 진짜 오늘 맴매파티다.
김석진 ? 설마 여자 생김?
민윤기 ? 연장 챙겨야쓰겠네. 그리고 54야 병신아.
정호석 ㅎㅎ예뻐요 엄청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정호석] 남사친의 좋은 예 38
9년 전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정호석] 남사친의 좋은 예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10420/8d0977da25ebec5a1859dfcc9a61b453.jpg)
자칭여신 박규리 실물느낌 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