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면/도경수] 우울취향: 나만. 나 혼자만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b/a/2/ba20821374c0cdc54878099ad72e7abd.jpg)
[EXO/김준면도경수]우울취향: 나만. 나 혼자만.
1. 경수는 더이상 울음을 토해 낼 기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미 쓸리고 부은 눈덩이는 붉게 발열하고있었고,
팽창한 피부때문에 두 눈을 감고 뜰때마다 묵직하게 당기는게 느껴졌다. 열이 모인 입술을열어 떨리는 한숨을 내뱉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내 독립행동. 내가 모든이에게 거부당했을 때 내 뜻 대로 할수있는 유일한 선택.
2. 천장의 전등을 빼내고 남은 지지대에 교복 넥타이를 걸어 단단히 매듭 지었다. 딛고 일어서있는
나무의자가 자꾸만 듣기싫은 소리를 내며 흔들렸지만 발끝과 손끝에 온몸의 신경을 쏟아 결국엔
튼튼한 매듭을 완성시켰다. 키 173에 몸무게 56킬로그램인 고등학생이 매달려도 끝까지 버텨줄
그런 매듭을. 경수는 몇번이고 세게 당겨 확인해 본 뒤에야 고개를 끄덕이며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3. 망설이거나 기도를 한다거나하는 준비행동은 없었다. 경수는 그저 길게 숨을 한번 들이쉬고 내신 뒤
둥글게 묶인 넥타이에 제 동그란 머리를 집어넣고 단숨에 받치고있던 의자를 차냈다.
경수가 쳐낸 의자가 커다란 소음을 내며 딱딱한 바닥 저만치로 굴러갔다. 몇 번씩이나 확인했던 만큼 넥타이는
경수가 매달려 발버둥을 쳐도 풀리지 않고 팽팽히 지탱해냈다.
피가 목에서부터 흐르지못해 얼굴로, 두 눈으로 몰리는 느낌이 들었다. 숨이 막힌다는 생각도 못할
만큼 정신이 아찔해졌다. 이게 나보다 먼저 목을 맨 사람들이 느꼈을 고통이구나, 턱 밑으로 쳐오르는
답답함에 몸을 떨면서도 경수는 생각했다. 머리속이 웅웅거리며 귀가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미처
목 밖으로 뿜지 못하는 고통에 울리는 제 목소리가 몸안에서, 막힌 귀 아래에서 들리는 듯 했다.
4. 투둑 하고 무언가가 끊어지는듯한 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혈관속의 혈액이 갈피를 못잡고
빠르게 고여가는 소리가 들리고, 목안으로 파고들듯한 넥타이를 본능적으로 빼내려 하는 손길에
긁히고 패인 볼에서는 상처가 생겨 피가 고였다. 숨이 끊어지지 않은 채 온 몸의 무게를 목으로만
지탱한지 10초가 지나가고있었다. 눈 앞에 잿빛 안개가 피어나는 듯 했다. 점점 버둥거리던
경수의 몸부림이 둔해지고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경수의 방문이 열렸다.
5. 어두컴컴한 경수의 방에 빛을 등진이가 문고리를 잡고 섰다. 그를보며 경수는.
준면이 형. 목 안에서 터지지못한 목소리로 그렇게 불렀다.
6. 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믿기지 않는 듯 커지지도 못하고 굳어버린 두 눈이 보였다. 눈물과
정체모를 안개로 흐려질대로 흐려진 시야에 준면의 모습만은 생생하게 비쳐졌다. 그의 눈동자가
허공에서 움직이는 경수의 발과 경수의 목에 매인 팽팽한 넥타이, 그리고 저만치 굴러가버린 의자를
순서대로 배회하며 움직이고있었다. 그리고 그 눈동자는 끝내 경수의 두 눈과 마주치며 움직임을 멈췄다.
그만해 경수야, 하지마.
7. 생각보다 침착한 그의 곧은 목소리가 물속에 잠겨 말하는듯 아득하니 들려왔다. 그만둘수 없어, 형.
이미 의자를 쳐냈으니 이 상황을 혼자 힘으로 빠져나갈 방법이 없어. 경수가 실핏줄이 터진 눈을
준면에게서 떼내지 않으며 속으로 말했다.
형이 미안해.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래서 그랬어.
네가 이렇게 상처받을거란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어.
경수야, 경수야 사랑해. 형도 너 사랑해.
그러니까 얼른 내려오자.
8. 준면이 어둠을 등진 채 한걸음 방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하얀 얼굴이 많이 창백해져있었다.
선이 예쁜 입술이 미세하게 떨리며 한마디 한마디 경수에게 호소하고있었다.
정말 나를 사랑해?
9. 숨이 더이상 막히지않았다 가둬졌던 목소리가 입밖으로 하나 둘 터져나왔다. 경수는 더이상 발버둥
치지않고 물었다. 고통이 사라졌다. 목을 죄는 넥타이는 여전한데 더이상 나를 위협하는 통증은 없다.
아주 조금 느슨해진 넥타이에 매달려있던 경수의 몸이 작게 아래로 쳐져내려왔다. 경수는 더이상
넥타이에 매달려있지 않았다. 두 발이 얌전히 땅에 붙은채로, 옷 매무새는 가지런한채로.
헝크러져있던 머리칼이 얌전히 흔들리며 준면에게 걸어가며 물었다.
준면이형, 정말 나를 사랑해? 이제 내가 더럽지 않아?
안 더러워 누가 더러워, 경수야, 우리 도망가자.
우릴 아는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으로, 섬으로 갈까? 아님 외진 마을.
아니, 아예 외국으로 가버릴까. 어디든지 네가 원하는 곳으로 가. 경수야.
10. 몸 속 깊은곳에서 엔돌핀이 분비되며 발끝이 저려왔다.
기뻐. 형. 형도 정말 나를 사랑하는구나. 눈에 고여있던 눈물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볼을 따라
흘렀다. 눈물이 흐르며 볼에 생긴 상처의 피와 섞이고, 치유하듯 상처를 감싸 내렸다.
경수는 그 자리에서 엉엉 어린아이처럼 울며 주저앉았다. 경수를 따라 준면또한 무릎을 굽혀 앉았다.
난 형이 나를 정말 싫어하는 줄 알았어. 형이 나를 혐오스러워 하는 줄 알았어. 그래서 두려웠어.
경수의 떨리는 어깨를 조심스레 감싼 준면의 커다란 손이 몇번 토닥이더니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그 따스한 손길과 체온을 느끼며 경수는 이제 정말 안심이 되었다.
11.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형의 모습이 자꾸만 사라진다. 제 눈앞의 웃는 준면의 얼굴이 뿌옇게 흩어졌다.
그러다가도 이내 다시금 준면의 다정스런 눈빛이 나타났지만 얼마못가 가려져버린다. 형, 이상해.
12. 아까 퍼졌던 안개가 점점 짙어진다. 잿빛이였던 안개의 색이 푸르게, 검게 변하여 공간을 채워갔고
뚜렸하게 보이던 준면의 모습또한 안개에 가리는듯 흐려지고 뒤틀린다. 형, 이상해. 앞이 안보여.
나를 내려다보는 형이 안쓰럽게 웃는다.
13. 트였던 숨통이 다시금 턱 막혀왔다. 난 분명 벗어났는데 왜 이러지. 머리가 터질것만 같다.
경련하는 손을 들어 무뎌진 감각으로 더듬으니 여전히 목은 가느다라해진 끈에 죄여 끊어질듯
위태롭게 매달려있었다. 바닥을 딛고있던 두 발은 이미 허공에서 다시금 헤엄치듯 움직이고있고.
목소리는 더이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놀란 울음소리또한 목안을 벗어나지 못한다.
14. 이상해. 열려있던 방문이 닫혀있다. 옷과 머리칼은 땀으로 흠뻑 젖어 흐트러질대로 흐트러져있다.
바로 앞에서 나를 내려다 보고있던 준면은 어디로 간건지. 어두운 방 안, 문 틈새로 들어오던 빛도,
나를 위해 호소하던 그의 목소리도, 내 어깨를 위로하듯 쥐고 쓸어내리던 손도 없다.
15. 그저 저만치 굴러간 의자와 팽팽한 넥타이, 버둥이는 경수의 몸뚱이.
16. 서서히 꺾이는 숨통을 느끼며 경수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웃음소리도, 울음소리도 내지않으며.
그럼 그렇지. 경수는 생각했다.
더럽다, 도경수. 소름끼쳐.
난 널 친동생처럼 생각하고 아꼈는데,
넌 그런 내 호의를 역겹게 만들었어.
형, 제발… 내가 형을 사랑하는걸 더러운거라고 생각하지마.
난 아무것도 안 원해. 그냥 형이 알아주기만해도…!
제발 부탁이니까 닥치고 한마디도 하지마.
제발 그대로 입다물어, 토할 것 같으니까.
경수야, 그냥 사라져.
……
나 다신 네 얼굴 못볼것같다.
형…
형이라고 부르지도 말고 그냥 사라져버려.
사라져.
17. 그래, 그게 정말 준면에게서 들은 마지막 말이겠지.
18. 검은 안개가 시야를 모두 가려버려 더이상 눈에 잡히는건 없었다.
온 몸의 모든 감각기관이 죽어버린듯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발버둥치던 몸의 움직임도 잠식되었다. 흐르던 눈물도 매말랐다.
19. 그저 떨군 손만, 볼 위에서 차갑게 식어버린 눈물만.
20. 나만. 나 혼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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