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렴: 무한히 근접할 뿐, 도달하지 못함. 잠에 쫒겨 의미도 추억도 없는 1학년을 겨울 바람과 함께 저 멀리 보내고는, 멀게만 느껴졌던 2학년 타이틀을 달게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 촉박하지도, 그렇다고 절대 여유롭지도 않은 시기. 소위 모여 노는 ‘무리’도 겨울 방학, 봄 방학 보충 때 대충 형성되었기 때문에 매사에 서툴기만 했던 작년처럼 친구를 사귀기 위해 애를 쓰지 않아도 됐다. 아직 한 번도 쓰지 않아 깨끗하고 낯선 교과서의 번들거리는 표면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자 어느샌가 시끌벅적한 목소리들이 날아와 귀에 꽂힌다. “야아! 1교시 뭔데?” “1교시? 아... 미적인데” “헐 수학? 우리 수학 선생 누군데” “몰라 신임이라던데 한 번도 본 적 없음” 문과, 예체능, 그 중에서도 미술을 전공하기 때문에 1교시부터 수학이란 말이 절대 달갑게 들릴 리가 없었다. 비단 예체능 전공인 탓뿐만 아니라, 난 그저 어릴 때부터 한결같이 수학이 싫었다. 학원을 다니며 본격적으로 미술을 시작한 것은 불과 약 세 달 전 겨울 방학 때부터였지만, 1학년 1학기가 채 가기 전에 난 수학을 완전히 놓아 버렸다. 한 마디로 수포자인 셈이다. 다른 과목에 비해 눈에 띄게 형편없던 수학을 포기함으로써 내게 오는 피해는 미미하거나 또는 없었다. 단지 바뀐 것이라면 포기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에는 적어도 기본 문제는 풀 줄 알았지만 지금은 누가 날 잡고 아무리 열심히 설명해도 알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보통 수학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는데, 첫 번째는 적당히 눈에 띄지 않게 졸거나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 두 번째는 선생님께 예체능 전공임을 말씀 드리고 당당하게 내게 필요한 공부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 후자는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간혹 자신의 과목을 소홀히 한다며 화를 내는 선생도 있고, 예체능을 달가워하는 선생이란 본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겨울 방학이나 봄 방학때의 오전 자습, 그리고 학기 중의야간 자습과 방과후를 빼기 위해 담임 선생님께 말씀 드릴 때도 여간 눈치가 보이는 게 아니었다. 무엇보다 기존의 선생들에 대해서는 대충 파악해 둔 성향이 있기 때문에 대충 상대를 봐 가며 예체능이라 말하는 게 편한데, 이번 수학 선생은 달랐다. 일단, 그는 신임이라는 것이다. 오랜 경력으로 소위 말해 ‘짬’이 있는 선생들은 상황에 맞게 융통성을 발휘하기 쉬운 반면, 처음 부임하는 선생들은 매사에 깐깐하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점점 가까워지는 1교시 수업 시간에 쓸데없이 불어난 생각을 정리하고는 어차피 이 반에 예체능이 나 한 명 뿐인 것은 아니니 조용히 분위기 살피다 선두를 따르자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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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선생 민윤기 X 수포자 당신 프롤로그라 어째 쓰다 만 것 같네요 윤기는 본편부터 본격적으로 나옵니다 사제물 좋아하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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