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돈이 많아서 좋아.
준영이 로이와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갑작스레 로이에게 한 말이였다. 미국에서 살다 왔고, 학벌도 좋고, 얼굴도 어디 가서 꿇리지 않는 정도라 주변 여기저
기서 ‘엄친아’ 라고 부르며 자신에게 접근 해 오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준영 처럼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한 사람은 처음 이였다.
준영을 처음 본 건 어두침침한 분위기에 사람이 잘 오지 않는 조용한 술집이였다. 마치 재즈바라도 되는 듯 야시시한 음악이 흘러 나오던 술집엔 푸른색 조명이 간간
히 술잔을 비추고 있었다. 자신은 바텐더와 얼굴을 대면하는 일인석에 혼자 앉아 있었고, 준영 역시도 그 쪽에 앉아 있었다. 두세칸 정도의 사이를 벌려두고 있었던 걸
로 기억 하는데, 준영의 앞엔 왠 덩치 좋은 외국인 남자가 앉아 있었고. 준영과 그 외국인은 서로를 부둥켜 안고 뜨겁고 진득한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다소 민망한 소리에 인상이 찌푸려져 가서 따져 보기라도 할까. 하며 생각 하고 있을 무렵, 그 둘의 키스는 끝이 난듯 그 둘은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곤 외국인이
준영의 목 언저리에 입술을 갖다 대자 준영은 진심으로 싫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거세게 밀어 냈다. 그러자 그는 아쉽다는 듯 제 손으로 얼굴을 한 번 쓸어 넘
기더니 바지 뒷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들어 지갑 깊숙히 손을 넣곤 돈 한 뭉텅이를 꺼내 준영의 손에 쥐어주곤 조용히 술집 밖으로 걸음을 옮겨 나갔다.
그가 나간걸 본 후 준영은 제 입에 더러운 것이라도 묻은 냥 몇 번이고 제 입술을 소매 자락으로 닦아 내었다. 외국인의 머리에 가려져 준영의 뚜렷한 얼굴을 보지 못
했을땐 몰랐는데, 희미한 조명에 비추어진 그의 모습은 분명한 남자였다. 그 충격에 꽤나 오랫동안 그를 쳐다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자 준영이 시선이 느껴졌는지
내 쪽을 쳐다보며 아까와 같이 인상을 찌푸렸다.
“뭐.”
“……예?”
“뭘 보냐고.”
당황 스러웠다. 이런 식으로 시비가 붙어본 적은 처음이라. 그는 조용히 제 술 잔을 들어 한 모금 들이 키더니 그 큰 눈으로 계속 날 응시 하였다.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 했다. 뭐라 대답을 해 주어야 할까. 여전히 그의 시선은 나를 향해 있고, 희미한 푸른 조명은 여전히 그를 비추고 있었다. 난 자연스레 바지 주머니를 뒤적 거려 핸
드폰을 꺼내 들었다.
“번호 따고 싶어서요.”
그러자 술잔을 내려 놓은 준영이 웃었다. 조명 아래에서 희미하게 웃고 있던 그는 왠지 모르게 예뻤다. 내려 놓았던 술잔을 끌고 내 옆으로 성큼 다가와 앉은 준영은
내가 내민 핸드폰을 받아 들고는 제 번호를 찍어 주었다. ‘연락 해.’ 그가 뱉은 세 글자가 뭐가 그리 설렜는진 모르겠다. 그리곤 나는 술집을 나가려는 그를 쫓아 손목
을 잡아 채고는 입을 열었다.
“오늘……놀아요.”
“……….”
“저 돈 많아요.”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마치 자랑이라도 하려는 어린 아이 처럼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그의 손에 쥐어 주었다. 그러자 그가 다시 지갑을 내 외투 주머니에 넣어
놓곤 입을 열었다.
“너 몇 살이야?”
“스무살이요.”
“너, 되게 재밌다.”
그는 아까와 같은 웃음을 지어 주었다. 아마 그 것이 승낙의 표현 이였을까. 따라 나오라는 그의 말을 따라 나는 그와 함께 밤의 거리를 내 달렸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깜빡이는 간판들과, 그의 붉은 입술 안으로 끝 없이 스며 들어가는 술들, 그리고 그와 내가 같은 공간에 있다는 설렘. 처음 보는 낯선이와의 밤은 다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설렜었다.
그렇게 나는 그와 꾸준히 연락을 하였다. 하지만 그와 나의 관계는 변함이 없었다. 나는 그와 키스를 나누었던 외국인 처럼 그와 키스를 한 적도 없고, 손을 잡는 다거
나 사소한 스킨쉽 조차도 전혀 없었다. 그저 밤이 되면 우리는 술집에 가서 실 없는 농담을 주고 받거나, 클럽에 가 예쁜 여자들과 춤을 춘다던지 하는 일을 하였을 뿐
우리의 관계를 뭐라 딱히 정의 내릴 수 없었다. 그저 단순한 술 친구 였을까? 그러나 나는 그에게 그 정도의 관계에서 끝 맺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나와 이 정
도의 거리가 적당하다고 생각 하는 듯 했다.
나와의 관계에서 더 멀어지려 하지도, 다가오려 하지도 않았다.
그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러한 그와의 만남에 지쳐가고 있었다. 매번 술에 취해 내 품에 이따금씩 기대는 그를 보고도 나는 가만히 부축을 해줘야만 했고, 처음 보는 여
자와도 스스럼 없이 키스를 나누는 그를 나는 지켜만 봐야 했다. 나는 그런 것이 싫었다. 그러나 그는 즐거워 했었다. 그런 유흥도, 나와의 관계도, 그는 나와 달리 즐
거워 했던 것 같다. 그는 나와의 만남에서 무엇을 원한 것 일까? 자신을 붙잡고 있는 돈에서의 해방감? 혹은 자신을 받아주는 친구? 하지만 그와 나는 애초부터 바라고
있던게 달랐던 것 같다.
나는 사실 말하자면 마음 속으로 그를 욕심 내고 있었던 것 같다. 자유로워 보이는 행실과, 나에게 한 없이 웃어주는 그의 미소와, 그에게서 나오는 미묘한 분위기 라던
지. 욕심이 났다. 때가 된다면 그의 얼굴을 금방이라도 부여 잡고 키스라도 퍼붓고 싶은 심정이였다. 그런 점에서 그와 나의 만남엔 모순이 생겨나는 것 같았다. 그렇게
그를 안지 세 달 정도가 되는 날, 점점 지쳐가는 이 관계에서 나는 넌지시 그에게 물음을 던진 적이 있었다.
“나랑 왜 만나요?”
그 물음에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을 해 주었다.
“넌 돈이 많으니까.”
예상하지 못 한 대답은 아니였지만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울컥 했다. 나는 그에게 그저 물주 정도로 보이는 것 이였을까?
“그럼 나랑 자요.”
“……뭐?”
“돈 많아서 좋다며. 나랑 자면 되잖아.”
“미쳤냐?”
“왜, 처음 보는 놈들이랑은 키스도 잘만 하면서 나랑은 안돼?”
“키스랑 섹스는 다르지, 병신아.”
그는 처음 나에게 지어준 표정과 같이 인상을 찌푸렸다. 마음이 썩 좋지 못 했다. 그는 상처를 받았을까, 나를 미워 할까. 하지만 그런 물음이 먼저 솟아 나기도 전에
이미 나는 그의 목덜미를 부여 잡고 입을 맞추고 있었다. 그는 예상외로 밀치지 않고 그대로 받아 주었다. 처음 본 그 날, 술집에서 들렸던 낯 뜨거운 소리가 우리 둘
의 공간을 채웠다. 나는 그에게 숨 쉴 틈 조차 주지 않고 입술을 탐 하였다. 힘겨워 하는 그의 숨소리에도 나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히 탐 하지 못 해 나
는 안달이 나 있었다.
그가 내 뱉는 숨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나 역시도 그러하였다. 그는 내 허리에 두른 팔을 빼내지 않고 더욱 더 나를 부둥켜 안았다. 여태 여자랑도 키스 한 번 해
보지 못 한 내가 이 어두운 밤에, 어두운 골목에서 남자와 키스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달지 못 한 술 기운만 가득한 그런 키스였다. 그가 점점 호흡 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는지 내 허리에 둘렀던 팔을 빼 내어 내 어깨를 잡곤 밀어 내었다.
그렇게 입술이 떼어내지자 그제서야 힘겹게 가쁘게 숨을 내쉬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입술엔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타액이 흥건했다. 소매 자락으로 입술을 한 번 닦
아낸 그가 자신을 멀뚱히 쳐다보고 있는 나에게 제 핸드폰을 꺼내어 던져 주었다.
“이건 왜…….”
“너랑 이제 놀거 다 논 것 같아.”
“……….”
“그건 네가 갖던지, 버리던지.”
“……싫어요, 가져가요.”
“너 설마 나, 뭐 좋아했던거 아니지?”
“………몰라요, 모르겠어요.”
난 아마 울고 있었던 것 같다. 쉴새없이 입술 사이로 끅끅 대는 듣기 싫은 소리가 들려 왔다. 볼을 타고 내려와 턱 밑으로 한 없이 눈물이 쏟아져 나왔던 걸로 기억 한
다. 그는 내가 우는 모습에도 아무렇지도 않았던 걸까. 그는 나에게 마지막이랍시고 위로나 인사 따위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를 잡아 먹을 것 만 같은 어두운 골목의
끝으로 그는 한 없이 사라져 갔던 것 같다.
그렇게 그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쥐어준 것은 나와의 유일한 연결고리였던 자신의 핸드폰 하나가 끝이였다. 달려가서 잡아보기라도 할 걸,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그
를 욕심 내지나 말걸. 뒤 늦은 후회가 나를 더 서글프게 하였다. 그와 나를 비추어 주던 희미한 푸른 조명도, 그의 입술 틈 새로 끊임없이 들어가던 술잔도, 아무것도 나
에게 남아있질 않았다.
더보기 이게 무슨 내용이징^ㅠ^;;;;;;;;
;;;;;;;;;;^^;;;;;;;;제가 써놓고 제가 모르겠능네여 으앙^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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